목록글 쟁이로 가는 길 (81)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책을 낸 후 갑자기 IT 관련 사건이 자주 터져서 인터뷰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저는 사실 익명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저자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사진을 찍지 않는 조건으로 응했습니다. 한겨레의 저자 인터뷰에 제 사진이 없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출판사의 책 홍보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는 걸 알게 되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부터는 매체들의 어떤 요구라도 다 들어 주고 있습니다. 책 들고 폼잡으며 사진 찍는 것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쪽"을 팔았지만 책 판매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이런 거 안 하겠다고 끝까지 우기는 것이 더 좋을 뻔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 후 각종 라디오 출연을 하게 되었니다. 스튜디오 녹화 방송, 생방송 전화 인터뷰, 스튜디오..
다시 만들고 싶은 영화들 지나간 영화들이 있습니다. 극장에 다시 걸릴 일은 없지만 미디어의 발달 덕택에 원한다면 쉽게 구해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찾아 다니지 않아도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TV에서 다시 볼 수도 있지요. 그러므로 좋은 영화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고 또 하고…… 재미있는 것은 지겨워서 쳐다 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반복적으로 틀어주니까요. 이런 식으로 완벽한 가족 영화의 대표격인 영화 “나 홀로 집에”는 감동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 버려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지요. 그저 익숙해져서 채널을 돌리지 않을 뿐……. 캐빈의 깜찍함도 조페시의 멍청함도 세월에 묻혀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위대한 영화의 단물을 다 빨아 먹어 버리다니…… 그..
내 안의 사람들 7. 예지원편 그녀에게 예의를 예지원: 그녀는 백치미를 가진 코믹한 여배우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들은 연기력보다는 그녀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물론 뒤에서는 출연작의 엑기스만을 간추린 동영상을 돌려보면서 야한 모습의 그녀를 기억할 뿐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koreafilm.co.kr/movie/2424/03.jpg 새로운 시작 그녀가 예지원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2000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전에 같은 이름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겠지만 예지원씨가 그녀의 본명 혹은 이전 예명을 언제 버렸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프로필에도 데뷔 초기 부분을 부정확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름을 바꾸면서 그..
내 안의 사람들 이 글은 누구나 얻을 수 있을 정보를 근거로 쓰는 글입니다. 글에 언급된 사람들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인적인 접촉을 하거나 근거가 불확실한 뒷얘기를 찾아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된 이야기까지 무시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위대한 인간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씁니다. 알려진 바와 달리 그들에게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 글이 속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으로 판단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목과 같이 이 글은 객관화된 인물이 아닌 오로지 제 머리 속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일 ..
이글은 영화를 통째로 보여주는 극악의 스포일러 문서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 중에서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기를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2. 길 위의 날들 김옥영 극본, 김홍종 연출 주연 김영기 정애란, 1996년 신TV문학관에서 방영된 작품. 절제된 감정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우리들의 삶에 대해 뒤돌아 보게 한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물론 그런 상이 없어도 이 작품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cgsyndrome/110016922577 이 작품은 감옥에 갇혀 있다 짧은 휴가를 받고 고향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한 죄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은 죄 때문에 자유를 반납하고 살아야 하는 죄수에..
뽀빠이 이상용의 13년전 그날의 진실 어머니와 군인 아들이 무대에서 눈물로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우정의 무대",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는 이 프로로 90년대에 국민 MC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사건과 함께 우리들에게서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팔리고 있는 뽀빠이의 최신 "폭소 열차" 만담 테이프가 있습니다. 그 중 한 에피스드에서 파트너가 노래를 부릅니다. "엄마가, 보고플 땐~~" 그러자 뽀빠이가 말합니다. "야, 하지마." 파트너는 웃으며 대꾸합니다. "왜, 재밌잖아?" 뽀빠이는 정색을 하고 다시 말합니다. "에이 씨, 하지 말라니까" 뽀빠이는 자신의 최대 히트 방송이었던 "우정의 무대"가 개그 소재로 쓰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 있었습..
국가대표 완결판 – 중첩된 시간 인간 승리 스토리,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우리는 정상에 선다. 찌질한 인생들,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환경, 잔인한 세상, 서글픈 현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저주하는 주변인들보다도 못한 낙오자들, 쓰레기들, 이 것의 우리의 현실이다.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 희망의 시간이 시작될 수 있을까? 뻔한 주제, 정해진 이야기 구조, 해야 할 이야기는 명확하지만 그 끝에 감동을 얹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절정으로 달려가는 길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관객은 록키 시절부터 시작해서 감동의 바닥까지 박박 다 긁어 먹었는데…… 신파는 금물. 질질 짜지 마라, 쿨하고 시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촌스럽고 짜증나니까. 절대로 안볼 테니까……. ..
애자 – 초라한 질문 글쟁이가 주인공인 영화, 물론 구십 프로는 자전적인 내용일 것이다. 미운 편집장, 미운 친구, 미운 애인, 미운 오빠, 미운 세상…… 불합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가해자들을 고발하고 싶다. 관객들이 공감하겠지, 어머 이건 내 얘기잖아…… 주인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흘러간다. 아주 자알 흘러간다. 본업은 망가지고, 애인은 바람나고, 오빠는 또 돈 뜯어 가고, 엄마는 죽어가고…… 아무 것도 없다. 뭔가 바꾸어보려는 노력도, 깨달음도, 화해도, 후회 조차도…… 그냥 죽은 엄마 장례 치른 이야기. 새로운 희망? 뭐 이런 거 없다. 엄마가 죽으면 울고, 애기가 태어나면 웃는다. 어려움도 없다. 엄마는 힘 있는 수의사, 자식들은 모아 놓은 재산 뽑아 먹는 중이고, 담담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