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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 실시간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

기술과 인간/IT가 바꾸는 세상

인터넷TV 실시간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미닉스 김인성 2009. 11. 28. 17:22

 

인터넷TV 이야기 4

 

인터넷TV 실시간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실시간 방송은 여러 사용자에게 같은 내용을 동시에 전송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방송 서버에 사용자들이 접속하면 기존 케이블TV의 방송 송신처럼 그들을 그룹으로 묶고 그 그룹에 한 개의 패킷만 보내 다 같이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네트워크 장비들이 멀티캐스트라는 전송 방법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각각의 사용자가 각기 다른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최적화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멀티캐스트는 현재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멀티캐스트의 필요성: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는 인터넷TV 방송국에서 같은 시간에 모든 시청자에게 동시에 같은 방송을 보내게 됩니다. 각각의 사용자에게 모두 따로 보낸다면 엄청난 데이터 량이 됩니다.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면 인터넷이 마비될 것입니다. 때문에 멀티캐스트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멀티캐스트: 100만 커넥션을 위해서 방송 서버는 한 개의 커넥션만 만들면 됩니다. 라우터는 자신이 받은 한 개의 패킷을 자기 아래 있는 100개의 라우터에 모두 복제해 보냅니다. 그 아래 라우터들도 같은 방식으로 멀티캐스트 패킷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몇 단계만 거치면 금방 100만 커넥션이 만들어지지만 이론적으로 각각의 라우터는 100 커넥션을 서비스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부담이면 됩니다.

 

멀티캐스트는 어떻게 동작할까요? 라우터는 자기에게 들어 온 패킷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정해서 넘겨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반 패킷은 들어온 순서대로 목적지까지 가장 최적의 경로에 있는 다음 라우터로 패킷을 보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멀티캐스트 패킷은 다릅니다. 한 개의 패킷이지만 여러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패킷입니다.

 

 


멀티캐스트 패킷 처리 방법: 라우터는 한 개의 멀티캐스트 패킷을 하위 20개의 라우터(아래에 라우터가 N개씩 있다고 가정)로 패킷을 동시 전송해야 하고(데이터 처리량 N배 증가), 일반 패킷과 다른 우선 순위를 위해 순서 재조정을 해야 하며, 또 다른 멀티캐스트 패킷과 경쟁하는 패킷을 버퍼에 담고 서로 비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하가 걸리며 컴퓨팅 자원이 소모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인터넷에서는 멀티캐스트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멀티캐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맞습니다. 인터넷TV를 위한 전용 네트워크을 만들면 됩니다. 이것을 그들은 프리미엄망이라고 부릅니다. 프리미엄망은 인터넷TV 업체(KT와 LG 파워콤등)가 소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망의 모든 네트워크 장비를 멀티캐스트를 허용하는 것으로 교체하고 인터넷TV가 서비스 품질 정책의 최고 높은 우선 순위를 가지도록 설정한 망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언어는 본질을 감추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요.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얼핏 좀 더 높은 품질을 가진 인터넷망이란 뜻으로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리미엄망에서 쓰는 인터넷 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리미엄 망: 프리미엄 망에서는 멀티캐스트가 허용됩니다. 또한 주문형 비디오도 높은 우선 순위로 서비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라우터는 멀티캐스트 패킷을 자신의 아래에 있는 모든 라우터에게 보냅니다. 한 개의 패킷이 N개로 복제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용자가 많아도 멀티캐스트 데이터량은 일정 하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가능합니다.

 

요즘의 성능 좋은 라우터들은 높은 대역폭과 빠른 처리 속도로 멀티캐스트를 처리하는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멀티캐스트가 없는 상태와 비교해서 효율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부담은 사용자와 가까이 있는 저 용량 저 성능 라우터로 올수록 더 큰 부담이 되며 더 많은 대역폭 손실이 발생합니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 채널: 인터넷TV는 양방향이라 시청자가 있는 곳에만 방송을 보내면 되기 때문에 모든 곳에 100개의 채널을 모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 시청자들은 특정 채널로 몰리기 때문에 공중파와 일부 인기 있는 인터넷TV 전용 채널이 주로 전송됩니다.

 


실시간 방송 전송: 100채널을 보내면 1Gbps의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지만 각각의 라우터는 수 십개씩 복제해서 아래쪽으로 보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역폭 비용만 따져도 1Gbps를 처리하기 위한 부담은 최소한 3Gbps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위와 같은 시청 비율이라면 인터넷TV 방송국에서 4만 가구를 처리하는 전화국까지는 최소한 100개의 채널이 항상 와야 하고 한 아파트 단지까지는 50채널만 전송하면 되고 한 동에는 10개 채널 정도만 보내면 됩니다.

 

멀티캐스트 패킷은 실시간으로 항상 흘러가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와 나누어 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최저보장속도에 인터넷TV 사용과 인터넷 전화 사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우리 집에서 인터넷TV를 보는 동안 인터넷이 느려진다고 해서 항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의 구성으로도 실시간 방송 때문에 1Gbps 네트워크에서 300Mbps 정도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앞으로 인터넷TV 사용자가 많아지고 채널 수가 늘어날수록 고정적으로 사용되는 대역폭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은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TV가 차지하는 대역폭: 최악의 경우 오후 8시 정도의 실시간 인터넷TV 사용 피크 타임에 주문형 비디오 사용자까지 몰린다면 인터넷은 이제 재앙의 수준을 넘어 마비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주문형 비디오 서버 수를 늘리고 회선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단순히 병목으로 작용하는 곳의 용량을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하게 네트워크는 예상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한 번 몰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이란 존재의 예측 불가능성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인터넷TV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야 안정화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아마 화면 해상도를 높여서 기본 데이터량을 2배로 늘리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의 구성을 모두 다 뜯어 고쳐야 하니까요. 효율만 생각하고 만든 인터넷TV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다른 방송 시스템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디지털 케이블TV, 인터넷TV : 같은 목적지의 다른 경로

 

인터넷TV가 진화하면서 점점 디지털 케이블TV(이하 케이블TV)와 닮아 갑니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내가 보지 않더라도 우리 아파트까지 항상 방송 데이터가 흘러 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주문형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집 인터넷이 느려집니다. 이건 마치 케이블 인터넷을 사용할 때 동네에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이 느려지던 때와 흡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블TV도 인터넷TV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일부 채널을 인터넷 데이터 전송용으로 할당해서 120Mbps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채널을 양방향 채널로 전향하여 사용자가 요청하는 주문형 비디오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물리 채널 수 보다 많은 방송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동시에 보내는 채널 종류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TV와 케이블TV는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더라도 두 서비스는 같은 것입니다. 둘 다 모두 방송과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국가 기간망을 쓰고 있습니다. 라우터도 같은 제품을 씁니다. 케이블은 멀티캐스트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쓰고 있고 인터넷은 각각 다른 요청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쓰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TV를 위해서 멀티캐스트를 추가했듯이 케이블TV는 인터넷과 양방향 방송을 위해 라우터 설정을 고치고 있습니다. 사실 전화, 인터넷, 케이블, 인터넷전화, 인터넷TV, 휴대폰 전화망, 무선 인터넷망, 이동형 무선 인터넷망은 모두 같은 것입니다.

 

케이블TV와 인터넷TV가 같은 것이라면 결국 차이는 마지막 사용자들을 위한 최저보장속도 뿐입니다. 케이블TV의 속도는 이미 기가급이기 때문에 인터넷 용으로 120Mbps의 대역폭을 나누어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방송 채널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깁니다. 멀티캐스트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어 아직은 초고속 인터넷의 품질이 좋지는 않습니다.

 

케이블TV가 인터넷 서비스에 최적화되지 못하듯이 인터넷TV도 인터넷에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 형태입니다. 케이블에 양방향성을 추가하는 형태로 인터넷TV 사업을 진행하고 인터넷 업체들은 방송보다는 개별 사용자들의 요청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가면 안될까요? 역시 이런 주장은 힘을 얻기 힘들지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업체들에게 있어 사소한 문제들은 해쳐나가야 할 대상에 불과하겠지요. 누가하든 결국 인터넷TV 형태가 되는 것을 대세로 본다면 그 과정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TV는 최종 사용자 속도가 100Mbps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인터넷TV가 활성화 될수록 속도가 나빠지게 됩니다. 인터넷TV용 프리미엄 망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서 전체 속도를 높이고 최종 사용자들도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이 이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KT와 LG파워콤이 현재 각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위해 조단위의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망에 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서 이제 그 네트워크에 대한 소유권이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만납니다.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은 누구의 소유인가? 프리미엄 망은 누구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가?(계속)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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