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KT, 아이폰 도입이 끝이 아니다 본문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의 원본입니다. 본문은 오마이뉴스에서 편집 의도에 따라 조금 바뀌어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블로그를 통해서 저의 의도가 더 잘 드러난 글도 한 번 보셨으면 합니다) 이동형 무선 인터넷 시대를 대비해야 할 이유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전세계 서버가 동이 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싹쓸이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량도 엄청나 네트워크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시스코사의 장비들이 모두 나가떨어졌습니다. 그들도 이렇게 대용량의 트래픽은 처음 겪어 봤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직접 날아와 밤새 장비 앞에서 프로그램 소스를 고쳐 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은 전세계의 IT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모든 전자 장비의 테스트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국민들은 최첨단 기기에 관심과 열정이 많았는데 여전히 그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공이 독이 되었을까요? 정부와 기업들이 보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 데이터를 독점하고, 사용자 환경을 윈도우로만 제한하며, 온갖 규제를 만들어 자유로운 정보 교환을 막고 있습니다. 휴대폰은 여전히 음성과 문자용으로만 쓰입니다. 시대에 뒤쳐지기 시작하자 외부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그 한 증거입니다.
마침내 KT에서 아이폰을 출시 한다고 합니다. 아이폰 도입을 계기로 모바일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수 많은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KT는 아이폰 도입과 함께 무선 데이터 요금을 인하하고, 무선랜을 개방하며, 자체 앱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일련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독점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서 SK와의 휴대폰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입니다. KTF와 합병한 공룡 KT가 시장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모습니다.
그러나 KT는 큰 흐름을 놓친 채 현실에 매몰되어 단기적인 목표만 쫓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다가올 이동형 무선 인터넷 전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 뻔한데도 그런 부분에는 아무런 대비가 없어 보입니다. 주춤하고 있는 동안 미래의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지금 통신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초 지식이 필요합니다.
(아래 그림들은 실제 네트워크 구성을 보이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도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고 정확함이 결여되어 있으며 일부분에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선 전화 통신망
전화기가 있는 집이 10,000가구라면 각각의 집에서 전화국까지 하나하나 선을 끌어와야 합니다. 10,000개의 연결이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각각 10,000가구의 가입자가 있는 전화국과 전화국 사이에는 2,000개만 연결해도 충분합니다.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전화를 쓰는 일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큰 일이 생겨 전화가 폭주하더라도 일시적인 통화 장애가 날 뿐 전화국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유선 전화는 한 번 설치하고 나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기 투자비만 해결하면 그 다음부터는 돈다발 세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장사는 없습니다. 전화 사업에 경쟁이 활발한 외국의 경우 시내 전화는 거의 정액제로 변했고 장거리 전화도 아주 싼 값에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KT는 이윤을 주체할 수 없어 늘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시내전화는 사용 시간에 상관 없이 1통의 요금으로 계산했었습니다. 3분을 쓰던 3시간을 쓰던 같은 요금을 냈지요. 그런데 모뎀을 이용한 PC 통신이 활성화되면서 몇 시간씩 전화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KT는 즉각 종량제로 바꾸어 버립니다. 이제 3분당 한 통으로 계산해서 요금을 물게 된 것입니다. 정액제도 아니고 횟수당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사용 시간만큼 돈을 받는 악랄한 방식이 여기서 확립되었습니다.
유선 데이터 통신망
구성은 전화망과 거의 같은 모양입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전화국에서 각각의 집마다 하나하나 데이터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전봇대 같은 곳에 허브를 설치하고 여러 집의 네트워크 선을 모아 더 큰 용량의 선 하나로 합쳐서 전화국으로 보내면 됩니다. 아파트는 한 단지에 광케이블 한 두 개만 끌어오면 전 가구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KT는 데이터 통신망도 유선 전화처럼 사용한 만큼 요금을 받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빨래 줄 장사라고 불리던 이 사업은 매력적인 장치 산업인데다가 신종 사업이었기 때문에 기득권을 가진 곳도 없었습니다. 송유관을 매설하는 업체는 송유관 까는 김에 선을 함께 묻었고, 전기 회사는 전기선 가설할 때 같이 묶어 설치했고 케이블 방송 업체의 동축케이블은 방송과 인터넷 데이타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너도 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바람에 정액제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모자라 다른 업체보다 싼 가격에, 미리 선물과 돈까지 줘야 겨우 가입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KT가 인터넷을 위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화망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연결 방식과 유선 전화 연결 방식은 사실상 같은 것입니다. 디지털화된 전화국에서 유선 전화가 변환기를 통해 디지털화되고 나면 초고속 인터넷 망과 차이가 없어집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큰 파일을 내려 받는 것에 비하면 유선 전화 데이터는 아주 작은 편에 속합니다.
인터넷 전화망
유선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이 같은 것이란 사실을 애써 감추자 발 빠른 업체들이 이것을 기회로 삼고 KT를 위협할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인터넷 전화입니다. 인터넷 전화는 어차피 디지털로 변화되어 처리되는 유선 전화를 전화기 수준에서부터 디지털로 처리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인터넷 전화가 훨씬 우수합니다. 유선 전화는 정전에도 쓸 수 있다는 것 빼고는 장점이 없습니다. 보안 위험 어쩌고 하는 말들은 인터넷 전화 확산을 막기 위한 비방용일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mylg070.com
국가적으로도 가정마다 유선 전화 선과 인터넷 선을 따로따로 설치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인터넷 선이 들어와 있으면 인터넷 전화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설정도 필요 없고 사용법도 일반 전화와 다를 바 없으며 통화 품질도 우수합니다. 설치 방법도 간단하고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전화 요금도 훨씬 싸고 같은 회사 인터넷 전화끼리는 통화료가 무료입니다. 음성 데이터는 별로 크지도 않기 때문에 동시에 컴퓨터로 인터넷을 사용해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단점을 찾으라면 주부들끼리 함께 070 전화를 신청한 후 공짜라고 하루 종일 전화기 붙들고 수다를 떠는 바람에 남편과 아이들이 소외된다는 것 정도죠.
전세계 통신 사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 전화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 전화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공중 전화처럼 유선 전화 시장도 결국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최근에 KT가 사망 시간을 좀 더 연장해보겠다고 유선 전화 요금을 파격적으로 떨어뜨렸는데 곧 인터넷 전화 요금도 그에 비례해서 떨어질 것입니다. 인터넷 전화 요금의 대부분이 인터넷전화-일반전화, 인터넷전화-휴대폰으로 걸 때 지불하는 상대편 전화 사용료이니까요. KT의 중요한 현금창출원이었던 유선 전화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무선 전화망
최근 자료에 의하면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설비 투자비를 다 회수했다고 합니다. 이제 기본료는 거의 다 이익이란 뜻입니다. 요금 인하 압박만 잘 견디면 계속해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선 전화망의 대역폭이 적고 속도가 느려 동시에 많은 휴대폰을 연결할 수 없기 때문에 유선 전화보다 사용료가 비싸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선 전화의 10배 가격을 받는 것은 폭리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알아서 먼저 가격을 낮추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국민은 반드시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재판을 하든, 차로 돌진하든 뭐라도 해야 합니다. 조직된 힘을 보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광대역 무선 인터넷 통신망, 와이브로
통신 사업자들은 많은 이익이 나는 현 상태가 영구히 유지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방식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여러 가지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했었던 소위 IT839 전략 중에서 가장 우선한 것이 와이브로였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실시간으로 주변의 정보를 알아내며 현장에서 데이터를 업로드 할 수도 있습니다. 와이브로 단말기는 휴대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넷북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멀티미디어기기의 활용성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이동통신 회사들이 음성 통화 위주로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시대에 이미 한국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이동형 무선 인터넷 통신을 구상했었습니다. 와이브로는 이미 와 있는 미래입니다. 외국 통신사들이 이제서야 기존 통신의 업그레이드 형으로 와이브로와 비슷한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는 반면에 와이브로는 모든 개발을 끝내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 가 있습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은 처음부터 인터넷 접속 위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음성 통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앞선 이 최첨단의 기술은 그러나 장사 잘 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뺏기고 싶지 않은 업체들의 태업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유선 전화는 초고속 인터넷 망과 연동되는 인터넷 전화로 대체될 것입니다. 현재의 이동 전화 망은 결국 차세대 무선 인터넷 망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칠게 말해서 모든 네트워크는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단말기는 인터넷 연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선으로 연결하면 유선 인터넷이 되고 무선으로 연결하면 무선 인터넷이 되며 이동 간에도 끊기지 않는 방식이면 와이브로가 됩니다. 전화,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단말은 연결 방식이 다를 뿐 결국 같은 것이란 뜻입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통신 업체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여 와이브로 시스템 구축을 독려했지만 곧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휴대폰 업체는 와이브로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와이브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인터넷 전화였기 때문입니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이동형 무선 단말기에 전화 프로그램을 깔면 이동형 인터넷 전화기가 됩니다. 휴대폰에 비해 사용료도 저렴합니다. 와이브로가 전국에 깔리는 순간 사실상 휴대폰 시장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사업에 참여하되 가능한 와이브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정부가 사업 시행을 일정대로 하라고 강제해도 차일피일 미루며 차라리 과징금을 내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대신 휴대폰 무선 전화망을 데이터 통신용으로 개방하고 한시적으로 싼 가격에 제공하면서 와이브로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우수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HSPA라는 데이터 통신 서비스는 이렇게 해서 나온 미봉책입니다. 휴대폰에 위협이 되지 않을 기술이며 와이브로의 대항 기술처럼 포장하지만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도 되지 못할 차원이 다른 기술입니다.
이것은 KT도 마찬가지입니다. KT는 고정형 무선 네트워크인 넷스팟으로 무선 인터넷 사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더 앞선 기술의 와이브로가 나오자 이것에 전념하게 됩니다. 휴대폰 무선 전화망이 없던 KT는 초기에 와이브로 사업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와이브로를 넷스팟에 이동성이 더해진 무선 인터넷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해가는 동안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유선 전화망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자회사 KTF의 이해까지 고려해서 KT도 와이브로 사업에 부정적이 되어 갔습니다. 현재 KT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 있습니다.
와이브로 상용화에 나선 후 이런 이해 관계 때문에 원천 기술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쟁국에서는 LTE를 밀고 있습니다 두 기술은 서로 표준이 되겠다고 싸우고 있는데 둘 다 표준으로 채택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LTE가 대세이기 때문에 와이브로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국 망 구축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아이폰이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아이폰 도입과 함께 휴대폰 환경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KT는 아이폰을 주로 휴대폰으로 사용하면서 보조적으로 무선 인터넷 망과 넷스팟 그리고 일부 지역의 와이브로를 활용해 인터넷 사용을 하는 형태로 도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무선 인터넷 사용은 허용하되 현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음성이든 인터넷이든 결국 같은 데이터 전송일 뿐입니다. 네트워크 망 설치 비용은 기본료로 이미 다 뽑았습니다. 데이터 통신료도 결코 싸지 않습니다. 인터넷 전화는 음성 전화를 데이터 통신으로 변환해서 조금이라도 싸게 전화를 쓰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이마저도 못하게 막는 것은 통신 업체들이 음성 통화만 특별한 것인 양 따로 취급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답답하게도 한국 통신사들은 외국보다 한 발 더 나가 무선인터넷을 통해서도 인터넷 전화를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다 쓰는 것을 현지화 시키면서 막겠다는 말인데, 실효성도 없는데다가 사용자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고, 전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복잡한 설명과 이해 못할 용어들 그리고 허점 많은 그림은 모두 잊어도 좋습니다. 다만 초고속 인터넷이 정액제이며 컴퓨터로 무엇을 하든 추가 비용을 받지 않듯이 유무선 인터넷, 이동형 인터넷 등 그 어떤 방식도 음성 통화에 이토록 비싼 시간 당 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만은 국민 모두가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동 통신 업체들이 오늘의 이익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앞선 기술을 사장시켜 국가경쟁력을 죽이고 있다는 것도 모든 사용자가 깨닫기를 바랍니다.
KT가 가야 할 길
기술은 언제나 두 단계씩 도약합니다. 1위 기업은 새로운 기술 도입을 주저하지만 뒤쳐있는 쪽은 앞선 자들을 이기기 위해 차세대 기술 도입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와이브로를 휴대폰 통신망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쉬울 것 없는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유선 전화와 휴대폰 서비스를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유지 시키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차세대로 넘어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듯합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불평하면서도 전화를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요금이 비싸도 잘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변화에 주저하는 동안 KT는 집 전화 시장을 인터넷 전화 업체에게 넘겨 주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유선 전화는 끝없는 가격 인하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휴대폰 스팩 결정권을 잃었습니다. 이젠 여태까지 불만을 쌓아 온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애플로 인해 또 컨텐츠 제공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윈도우모바일용 앱스토어가 활성화 될 것이기 때문에 한 통신사가 만드는 로컬 앱스토어는 유명무실해 질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 사용이 많아지면 요금 인하 요구도 거세질 것입니다. 와이브로 확산에 주저하는 동안 LTE로 대세가 넘어가버려 와이브로 세계화도 어려워졌습니다. 이렇게 가면 통신사들에겐 회선 제공 역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KT가 초 일류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유선 전화 보호 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인터넷 전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전세계를 상대로 해야 합니다. 휴대폰 망 유지 정책도 포기해야 합니다. 와이브로 최우선 정책으로 전환하여 하루 빨리 전국 망을 완성해 무선 인터넷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사용자와 개발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동형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을 적극 후원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부흥하고 웹 환경도 무선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혁명적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 엄청난 부대효과는 다시 우리나라를 최첨단 IT 선진국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상주의적인 요구는 실현되기 힘들겠지요. 유선 전화, 휴대폰, 컨텐츠 사업부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휴대폰 제작 업체를 통제하고, 컨텐츠 제공자를 틀어쥐고, 사용자들을 묶어 둘 수 있는 현재의 우월적 지위를 놓치고 싶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괜히 위험부담 많은 일에 뛰어들지 말고 그냥 기발한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여 브랜드 인지도 높이는데 매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올레!
하지만 최선의 길로 가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오히려 최악의 길로 들어서서는 안됩니다. 유선 전화에 집착해 인터넷 전화의 확산을 막고 와이브로 전국 망 구축을 지연시키는 것. 전용 앱스토어에서조차 전과 같이 컨텐츠 공급 업체의 이익을 쥐어짜는 방안을 연구하고, 높은 데이터 통신료로 앱스토어 거래 방식을 말려 죽이는 것. 사용자들이 갈망하고 있는 아이폰을 던져 주어 휴대폰 점유율 확대에 이용해 먹지만 데이터 통신료로 압박하여 아이폰도 별 것 없다고 돌아서게 만드는 것.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모든 시도들 말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쫓는 자들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몇 년만 참으면 된다고요? 아닙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입니다. 흘러가버린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IT 기술을 자랑하고,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했었던 그 때의 열정이 다시 전염되기를 바랍니다. 정부와 기업은 이런 국민들의 열망에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KT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전화 회사? 이동 통신 회사? 초고속 인터넷 회사? 향후 20년을 주도하고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략 차원에서 KT를 규정해야 합니다. 제게 묻는다면 KT는 세계 최초의 이동형 무선 인터넷 전문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이전의 모든 방식을 쓸어버릴 위험 때문에 전세계 통신 업체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고 점유율을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앞장서 나가다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실 꼭 KT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업체라도 스스로를 세계 최초의 이동형 무선 인터넷 전문 회사라고 규정하는 순간 바로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쥐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업체가 한국에서 나와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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