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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보 고속도로를 외국기업이 점령한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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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보 고속도로를 외국기업이 점령한 이유

미닉스 김인성 2018. 5. 17. 16:26

IPTV는 동영상 전송을 위한 전용망입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수 조원을 들여서 IPTV라는 물리망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영상이든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TV도, 아프리카TV도, 넷플릭스도, JTBC 뉴스도, 심지어 SK브로드밴드의 독점 동영상을 KT 올레TV 망으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 고속도로를 구축한 통신사들은 여기에 어떤 동영상도 지나갈 수 있게 허용한 후, 사용자에게 망 사용료를 받아서 돈을 벌면 됩니다.

실제로 모바일 IPTV 망에서 동영상을 볼 때 여러분들은 사용한 만큼 돈을 내고 있는 중입니다.

즉 통신사는 어떤 업체가 어떤 콘텐츠를 전송하든 상관하지 말고 허용함으로써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IPTV 망에 대한 독점권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IPTV망에 자기들이 확보한 콘텐츠만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콘텐츠를 팔려고 했던 다음TV, 네이버TV, 아프리카TV가 IPTV에 진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영상에 최적화된 고속도로망을 쓸 수 없게 된 남한의 콘텐츠 업체들은 막대한 망 사용료를 부담하며 일반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팔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익을 망 사용료로 뺏긴 콘텐츠 업체들이 차례 차례 망해갔습니다.

거대 포털 네이버조차 망 사용료 부담 때문에 동영상 서비스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네이버TV가 점유율 2%에 그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국 인터넷 업체들은 예외입니다.

외국에서는 콘텐츠 업체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외국 통신사들은 유투브에 접속하려는 사용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을 뿐입니다.


유투브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동영상을 보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사용자들에게 동영상을 제대로 전송하는 것은 통신사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와칸타의 사용자들이 남한의 네이버를 많이 사용한다면 (와칸다 사용자에게 돈을 받는) 와칸타 통신사들이 원활한 접속을 책임져야 합니다.

네이버는 와칸다 사용자들의 접속 품질에 책임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와칸다 사용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와칸다에 네이버 서버를 둘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의무가 아니라 네이버의 선택 사항일 뿐입니다.)


하지만 남한의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에게 접속 품질에 책임을 지라고 땡깡을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방통위까지 이를 거들고 나섰다가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IPTV란 정보 고속도로를 독점함으로써 남한의 동영상 콘텐츠 업체가 고사하자

남한에는 사용자들이 볼 만한 콘텐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외국 동영상 업체에 접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유투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넷플릭스 사용자가 급속하게 늘게 되었습니다.

외국 동영상은 일반 인터넷으로 전송되므로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통신사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들은 사용자들에게 돈을 받으므로 전송 품질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비공식적으로 외국 동영상 업체를 위해 무료로 고속 전송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남한의 통신사들이 남한의 콘텐츠 업체는 고사시킨 반면, 외국 업체를 위해서는 무료로 고속 전송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자 결국 통신사가 독점하던 IPTV 망을 외국 기업에게 넘겨 주고 말았습니다.


IPTV 망에 구글 유투브를 입주시키더니 급기야는 넷플릭스마저 입주를 허용한 것입니다.

앞으로 남한에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특화된 넷플릭스와 마블 유니버스를 확보한 디즈니채널, 창작자에게 수익을 지불하는 유투브, 그리고 세계적인 실시간 개인 방송 트위치만 판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잘못은 통신사에게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감당할 수 없이 비싼 망 사용료로 국내 인터넷 업체를 고사시키고, 

국내 업체에게는 절대 열어주지 않던 IPTV망을 외국 기업에게는 자발적으로 열어 주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지휘 감독을 하기는커녕 통신사 편 들기에 급급했던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그리고 통신사 홍보 매체 역할을 해 온 기레기들도 동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김인성.


추가: 이 글의 내용은 제가 2011년에 쓴 "한국 IT산업의 멸망"에도 있습니다. IPTV가 막 부흥하던 그 때 저는" IPTV망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결국 외국 콘텐츠를 위한 고속도로망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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