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나는 왜 당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는가? 본문
이 글은 창작자의 창작 환경을 고민하는 "창작자의 나라"라는 주제로 쓰는 글 중의 하나입니다.
(긴 글 주의)
나는 왜 당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는가?
이제 대세는 인터넷입니다. 창작자들이 돈을 벌려면 인터넷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인터넷은 점점 더 중요한 콘텐츠 유통망이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플랫폼 업자들의 수익이 날로 늘어나고, 기업 가치가 수 조원에 달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콘텐츠 창작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 대부분은 생계조차 제대로 꾸리기 어렵습니다. 이런 구조는 유통망에게도 좋지 못합니다. 창작자들에게 최소한의 댓가도 지불하지 않는 시스템은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댓가를!” 이 상식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왜곡된 온라인 콘텐츠 유통 시스템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소셜미디어의 화려한 성공
인류의 삶은 점차 사이버 세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힘든 작업 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지적인 활동도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들에게 기본 생계비를 무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세금은 로봇 사용 기업에게 징수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남은 것은 조그마한 블랙 미러 디바이스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것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접속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가 잠이 들고, 잠이 깨면 스마트폰부터 열어 밤새 들어온 메세지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버스, 지하철에 앉은 사람들도 대부분 카카오톡 이나 인스타그램에 빠져들어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도 “좋아요” 알림창이 궁금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합니다. 수 많은 서비스들이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의 성장은 그 어느 기업보다도 눈부십니다. 창업한 지 10년 만에 한 달에 1번 이상 접속하는 활성 이용자 수가 20억에 육박하고 있으며, 2017년 한 해 매출이 276억달러를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페이스북은 사진 중심의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그 스케일 면에서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전체 사이트 순위 10위 안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블로그와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와 포털에서 벗어난 한국인들은 이제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고, 친구와 만나고, 새로운 소식을 공유합니다. 가히 페북 중독이라고 일컬을 만큼 열성 사용자들이 된 그들은 오늘도 자신의 글에 붙은 “좋아요” 개수에 울고 웃는 중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인기를 얻을수록 인터넷은 병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빨아들이기만 할 뿐, 공유하지 않는 닫힌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콘텐츠를 독점하고, 검색 조작으로 사용자를 가두어 두던 네이버가 한국 인터넷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 페이스북이 그 악역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2017년 국내 사이트 순위: 페이스북은 모바일 방문자 수 기준으로 8위지만, 총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4위에 해당합니다. 검색 사이트를 제외하면 페이스북보다 순위가 높은 사이트는 없습니다.
인터넷 소통의 역사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등 수 많은 소셜미디어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인터넷에서는 오랜 실험이 계속되었습니다. 중앙통제식 PC통신과 달리 센터가 없는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한 때 개인 홈페이지, 개인 도메인이 대 유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여 개인 도메인을 구입하고, 웹 호스팅 서버를 빌려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올릴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자기 소개글을 포함한 서 너 페이지 분량의 콘텐츠 뿐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뒤늦게 도메인 판매자와 호스팅 업자의 농간에 속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방문자 수 하나 없는 홈페이지는 버려져서, 방치되다가, 서서히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홈페이지의 인기가 수그러들자 플랫폼 업자들은 (도메인과 홈페이지 구축을 할 줄 모르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가입만 하면 간단히 개인 홈페이지를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인터넷에 내 집을 짓자”는 모토로 시작된 무료 홈페이지 서비스도 한 때 인터넷에서 열풍을 일으켰으나, 그것도 잠시 뿐 올릴 콘텐츠가 없는 것은 개인 홈페이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여전히 사용자는, 사이트 인기를 바탕으로 주식 뻥튀기에 나선 플랫폼 업자를 위해 동원된 개미였을 뿐이었습니다.
UCC(사용자가 만드는 콘텐츠)가 인터넷을 휩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플랫폼 업자들은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쉽게 복사해 올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홈피에서는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이, (업체가 파는) 다양한 장식 아이템과 (남이 만들어 놓은) 멋진 콘텐츠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주고 미니 홈피를 꾸미고, 배경 음악을 깔았으며, 허세 가득한 글귀를 퍼 날랐지만, 이 모든 것은 반짝이는 것만 보면 둥지에 모아 놓은 새처럼 허망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블로그는 약간 달랐지만 이 또한 플랫폼 업자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몇몇 블로그의 사례를 마케터들이 성공 사례로 부풀림으로써, 그나마 콘텐츠를 가진 창작자들에게 인기있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릴 좋은 수단이라고 믿고 정성들인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으나, 생각만큼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블로그에 쏟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블로그 운영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블로그의 인기도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또한 플랫폼 업자들의 광고 판매용 콘텐츠 확보 전략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습니다.
블로그의 인기를 떨어뜨리는데 플랫폼 업체의 왜곡된 블로그 운영도 한몫 했습니다. 블로그가 유행하자 뒤늦게 블로그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포털, 특히 네이버는 외부 콘텐츠를 네이버 블로그로 간단히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검색 결과에서 원본 사이트보다 콘텐츠를 불법 복제한 네이버 블로그가 먼저 나오게 만들어 네이버 블로그의 인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어차피 올릴 콘텐츠가 없었던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퍼가기” 버튼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블로그를 채울 수 있었으므로 네이버 블로그는 곧 인기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네이버 블로그의 점유율이 올라감과 동시에 네이버의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트래픽 점유율은 광고 단가와 직결되므로 네이버는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블로그 플랫폼은 블로거들을 불법 복제자로 전락시켰습니다. 블로거들도 방문자 수를 늘리려고 스스로 불법 복제를 일삼았지만, 이런 식으로 방문자 수를 늘려 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네이버 블로그도 방치되고 말았습니다. 온라인 광고 업체들이 이런 블로그를 사서 광고로 도배하고 있는 중입니다.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직접 파워 블로그를 선정하고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켜 인위적으로 띄워주는 시스템이, 파워 블로그의 상업화를 부추겼고 이로 인해 네이버 블로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플랫폼 사업자의 인위적 개입으로 인해 블로그의 몰락이 더욱 더 가속화되어 버렸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인터넷 소통의 최종 형태
인터넷 사용자들이 왜 홈페이지를 만들고, 블로그를 개설하고, 미니홈피를 꾸밀까요? 저는 그 이유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상의 존재에 불과한 디지털 캐릭터에 비싼 돈을 들여 멋진 옷을 입히고, 이미지에 불과한 액세서리를 장착 시키는 이유는 사람들이 아바타와 연결된 자신도 멋진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실에서 비싼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드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그리하여 화려한 음식점, 유명 휴양지, 비싼 가방과 함께 찍은 셀카가 소셜미디어에 넘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간파한 플랫폼 업자들이 결국 “좋아요”와 “리트윗”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마이크로 블로그라고 불렸습니다. 소통의 도구는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그 크기는 마이크로하다는 “중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마이크로하다는 것은 실제로 트위터처럼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수를 140자로 제한하거나, 페이스북처럼 긴 글은 접은 상태로 노출시키고 “더보기”를 눌러야 보여 주는 시스템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마이크로한 서비스가 출현한 이유는 물론 사용자들 때문입니다.
“어차피 너희들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없잖아? 그러니 긴 글 따위 쓰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단히 써서 올려. 그게 올리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모두 편하잖아?”
그리하여 마이크로한 미디어가 완성되었습니다. 마이크로블로그에서는 “지금 밥 먹는 중”, “오늘 유난히 길 가의 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간단히 쓰는 것 만으로 수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좋아요”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길게 쓰기도 어렵지만 마이크로한 시스템 자체가 길게 쓸 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길게 쓰더라도 뒷부분이 접히기 때문에 대부분 읽지도 않습니다. 댓글을 쓸 필요 없습니다. 댓글이 많아도 시스템이 접어 버리기 때문에 역시 사용자들에게 무시됩니다. 그저 “좋아요”만 누르는 것이 최선입니다.
극단적으로 마이크로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해시태그로 #그냥 #떠오르는 #단어만 #나열하면 #충분.
소셜미디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정체되고 올리는 게시물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므로, 새롭게 인기를 얻을 서비스는 좀더 마이크로한 서비스, 즉 사진을 직접 올릴 필요도 없고, 해시태그조차 필요 없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미래의 인기 소셜미디어는 인공지능을 갖춘 앱이 알아서 관리해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사진함을 뒤져 쓸만한 사진을 찾아서 주기적으로 올리고, 여러분의 이메일과 카톡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서 해시태그를 붙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글에 대한 반응도 사람이 아닌 앱이 하게 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최악의 창작 환경
온라인 플랫폼이 짧고, 단순한 콘텐츠 위주로 진화해옴으로써 창작자에게는 지옥과 같은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수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중 창작자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A. 진지한 창작물을 원하지 않는 환경
소설미디어에 길고 진지한 글은 올려봤자 환영 받지 못합니다. 올리더라도 글 제목과 앞부분 몇 줄만 노출될 뿐, 중요한 본문은 접혀버리고 맙니다. 제목과 서두 부분을 임팩트 있게 만들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 않는 한 “더보기”를 눌러 나머지 부분까지 읽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결국 대중과 영합하지 않는 한 독자 자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창작자에게 대중과 영합하는 창작 행위는 스스로를 죽이는 지름길이므로, 이런 식의 창작 행위를 해야 한다면 창작 행위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맙니다.
그나마 가장 인기 있는 페이스북의 경우, 한가지 주제에 천착하는 글을 시리즈로 올리게 되면, 페이스북의 시스템 구조상 독자들이 찾아서 읽기도 힘듭니다. 나의 타임라인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독자라기보다는 친구 관계에 가까워, 그들도 나의 타임라인에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올린 시리즈 글이 수 많은 다른 글들 사이에 묻혀 버리고 맙니다. 페이스북은 검색 기능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므로 지난 글을 읽으려면 한 없이 스크롤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글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자기 전용 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나, 소통 중심의 서비스이므로 한 사람의 글만 올라오는 페이지는 특별히 팬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방문자를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소통 중심의 서비스에서 방문자 없는 페이지를 유지하기란, 찾는 사람 없는 블로그 운영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개설만 하고 방치하게 됩니다.
연탄불 시인의 펜 페이지: 연탄시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의 페이스북 페이지입니다. 안도현시인의 개인 계정이 아닌 펜을 위한 공식 페이지라서 방문자도, 글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B. 콘텐츠를 통한 수익 확보가 불가능한 환경
소셜미디어는 창작자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각 개인의 타임라인을 자기 마음대로 광고판으로 활용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수익은 그 타임라인의 주인에게 한 푼도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창작자가 개인 타임라인에 창작 콘텐츠를 올려도 많은 독자를 만들어도 한 푼도 벌 수 없습니다.
창작 콘텐츠 전용 페이지를 개설하여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올려도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페이지 관리자인 창작자가 직접 업체 홍보 글을 올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렇게 할 경우 페이지 자체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독자와의 관계 연속성이 중요한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홍보 마케팅으로 일정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링크 퍼나르기를 전업으로 해야 합니다. 자신의 팬들에게 광고를 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신뢰 관계를 돈으로 바꾸게 되면 기존의 독자마저 잃어버리게 될 뿐이므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음 글을 쓸 생계비를 충당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 홍보 마케팅 앱: 소셜미디어에 글을 퍼 나르면 돈을 준다는 앱. 입소문 마케팅을 앱으로 구현한 비즈니즈 모델입니다. 창작자인 당신의 신뢰를 팔아 푼돈을 버는 대신, 독자를 잃게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C. 인터넷 공유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환경
인터넷은 정보 공유를 통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콘텐츠를 어디에 올리더라도, 좋은 콘텐츠라면 공유를 통해 인터넷에 퍼지고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게 되면 내가 어느 사이트의 링크를 통해 지금 이 웹 페이지에 도달했는지 하는 정보가 웹 서버에게 전달됩니다. 이를 리퍼러 정보라고 합니다. 어떤 사용자가 내 블로그에 들어왔을 경우, 이 리퍼러 정보를 통해 어느 사이트를 거쳐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특히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기만 할 뿐, 외부 콘텐츠 플랫폼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은 외부 사이트에 리퍼러 정보조차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블로그 운영자는 독자가 내 블로그를 어떻게 찾아 왔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게시판이나 검색 혹은 트위터에 걸린 링크를 타고 왔을 경우, 검색 키워드나 트위터의 트윗 글을 블로그 운영자가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사용자가 증가했을 때 어느 게시판에서 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사용자들이 내 콘텐츠에 뭐라고 반응하는 지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왔다면 이런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으므로 페이스북을 통한 방문자는 블로거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의 글을 보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에 가입해야 하고, 페이스북에 로그인도 해야 합니다. 만약 공개 범위를 친구로 한정한 글일 경우, 내 글을 링크한 사용자와 친구 관계가 아니라면 그 글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리퍼러 정보 자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와도, 내 콘텐츠를 누가 공유했고,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킥스타터의 원본 콘텐츠: 원본 사이트에 있는 공유 링크에는 여러 소셜미디어 서비스와의 공유 메뉴가 존재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공유 콘텐츠: 페이스북에 있는 공유 링크에는 오직 페이스북 내부 사용자들과의 공유 기능만 제공됩니다. 전세계 거의 모든 사이트가 페이스북과의 공유 링크를 자발적으로 제공하지만, 페이스북은 단 한 개의 콘텐츠도 외부 사이트와 공유하지 않습니다.
D. 원본을 존중하지 않는 창작 환경
소셜미디어 중에서 특히 페이스북이 창작물을 내부에 쌓기를 강요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글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페이스북에 글 링크를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제목과 대표 이미지 그리고 글의 첫 대목만 읽을 뿐입니다. 링크를 통해 원본 사이트로 들어오는 사용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댓글 반응도 원본 사이트가 아닌 페이스북의 링크 글에서 진행됩니다. 물론 사용자들은 거의 다 본문은 물론 댓글도 제대로 읽지 않고 그저 “좋아요”만 누를 뿐입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을 홍보 장소로 활용하려고 했던 언론사, 방송사들이 결국 페이스북 안에 자체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자체 내에서 해결되는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뿐 링크된 외부 사이트로 넘어와서 그 사이트의 단골 사용자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 사이트에 넘어 오더라도 그 사이트를 페이스북의 부속 사이트로 취급할 뿐, 그 사이트의 이름조차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페이스북 바깥에서 댓글 달기 같은 활동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의 콘텐츠 빨아 들이기는 경쟁 업체의 콘텐츠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던 인기 콘텐츠는 거의 대부분 곧바로 페이스북으로 불법 복제됩니다. 페이스북은 유튜브만큼의 고화질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저화질 콘텐츠로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화질을 보기 위해서 원본이 있는 유튜브로 넘어가는 사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불법 복제된 콘텐츠에는 유튜브로 넘어가는 링크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유튜브에서 검색을 통해 원본을 찾아야 하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콘텐츠들도 몇 번의 공유 과정을 거쳐 페이스북 안으로 복제되어 갑니다.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도 불법 복제되어 퍼 날라집니다. 페이스북 안의 콘텐츠는 페북 친구들끼리 돌려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누군가 원저작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는 불법 복제된 사실조차 알기 힘듭니다. 창작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페이스북 시스템 구조상 복제자를 찾아서 문제를 바로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나는 왜 당신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지 않는가?
창작자들은 페이스북에게 콘텐츠를 올려봤자 단 한 푼도 벌지 못합니다. 페이스북 바깥의 콘텐츠 유통망도 페이스북에게 콘텐츠를 뺏기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심각한 콘텐츠는 접혀서 외면 당합니다. 당신이 애써 만든 콘텐츠는 매순간 쏟아지는 수 많은 콘텐츠들에 뒤섞여 사라집니다. 잠시 눈길이 머물렀던 콘텐츠도 잠깐 한 눈을 파는 순간 새로운 콘텐츠에 밀려나고 맙니다. 그렇게 지나간 것들은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콘텐츠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알 수 없는 서글픈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뿐, 당신은 쉬지 않고 올라오는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에 빠져듭니다. 당신의 타임라인은 당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콘텐츠만 존재하는 정결하고 안락한 곳입니다. 페이스북이 당신이 불편해할 만한 것들은 모두 제거하고 당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콘텐츠만 남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결여”가 시작됩니다. 나는 “좋아요”를 눌러 주었지만 상대는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을 때 서운함을 느낍니다. 여태까지 “좋아요”를 잘 눌러주던 상대가 왜 “좋아요”를 눌러주는 횟수가 줄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은 상대에게 계속해서 “좋아요”를 눌러 줄 필요가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나와 사이가 틀어진 상대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어야 할지도 고민됩니다. 이전 글보다 지금 올린 글의 “좋아요” 수가 적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그리하여 “좋아요”가 많을 때도, 적을 때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든 상대와 감정적으로 엮이기 때문에 언제나 결여에 시달립니다.
이 모든 것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자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 결여 상태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방문자 수와 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당신과 상대를 조정하여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장치로 인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세계 거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명령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오늘이 바로 당신 친구의 생일임을 상기 시키며 생일 축하를 잊지 말 것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일단 페이스북에 들어온 이상 페이스북의 조종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내가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생일 축하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페이스북이 아닌 나를 원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자에게 이용 당하지 않으려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창작자가 소셜미디어를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제가 블로그에 쓴 긴 글을 링크를 하는 용도 이외에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페친들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저는 특히 페친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습니다. 눌러 주다 안 눌러 주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눌러 주지 않는 것이 그나마 “결여”를 덜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글에 일방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는 분들의 원망이 쌓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망을 조용히 감수하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덜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애써 믿고 있는 중입니다. 이 모든 것이 페이스북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들에게 조금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서운함과 원망, 실망과 기대를 갉아 먹으며 생존하는 저주스러운 서비스임을 깨닫는 사용자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페이스북은 악당이다
네이버의 폐쇄 정책에 신음하고 있던 한국의 콘텐츠 창작자들이 이제는 페이스북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네이버보다 훨씬 더 악독한 콘텐츠 독점 기업입니다. 전세계 인터넷의 모든 콘텐츠가 페이스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지만, 페이스북 바깥으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페이스북 콘텐츠는 검색조차 되지 않으며,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자체 검색 서비스도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삥이나 뜯던 양아치였다면, 페이스북은 칼부림을 서슴치 않는 전세계적인 조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MS-DOS와 윈도우 운영체제 독점을 무기로 경쟁 기업들을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가 페이스북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조폭이 조폭을 알아본 사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때 윈도우에서 인터넷을 쓰지 못하게 막으려고 했다가 실패하자, 아예 윈도우를 위해 인터넷을 개조하려고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인터넷 표준을 따르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만의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어차피 인터넷을 쓰는 사용자 대부분이 윈도우를 쓰고 있으므로 인터넷 서비스가 익스플로러에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시도는 익스플로러 점유율 하락, 인터넷에서 윈도우 영향력 감소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패권 상실이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주커버그도 처음부터 페이스북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는 전세계 콘텐츠를 페이스북 안으로 빨아들이는 방법으로 페이스북을 인터넷 그 자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때문에 검색 엔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습니다. 페이스북에게 검색 개방을 통해 인터넷 공유 정신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구글에 대해 마크 주커버그는 공공연하게 적대적인 발언을 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은 놀랍게도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미국인들이 인터넷에서 자발적 실명제를 수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당신의 나이, 직장, 출신지, 피부색, 성별, 출신 학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당신이 올리는 콘텐츠와 당신이 오래 눈길을 주는 콘텐츠,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는 콘텐츠와 당신이 자주 접속하는 상대에 관한 정보를 모아 당신의 정치적 성향, 취미, 관심사를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가 지켜줘야 할 룰이 아니다 (Privacy is no longer a social norm)”라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당신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까지 꿰뚫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에게 당신은 정교한 맞춤형 광고가 가능한 한 명의 광고 타깃일 뿐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타임라인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올라오고 당신이 사고 싶은 제품 광고가 자주 노출됩니다. 아마 당신이 그 제품을 살 때까지 그 광고는 집요하게 당신을 따라 다닐 것입니다. 이런 악당에게 저작권이나 창작자의 권리 혹은 생계가 눈에 보일 리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탐욕스럽게 당신의 타임라인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창작자에게 지옥과 같은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창작자의 정성이 담긴 글은 접혀 버려서 제대로 읽힐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사용자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찰나적인 즐거움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한 수익 확보도 어렵습니다. 폐쇄적인 환경이라 콘텐츠의 불법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단속도 하기 어렵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수 많은 콘텐츠로 넘쳐나고 있지만 콘텐트 독점과 불법 복제로 창작자들은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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