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영화 고래 사냥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본문
이 글은 창작자가 존중 받는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글입니다.
창의성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나라,
저작권이 존중되는 나라,
합리적인 유통으로 창작자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나라,
창작 행위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나라,
그리하여 더 많은 창작물이 출현하는 나라.
바로 “창작자의 나라”를 꿈꾸며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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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래 사냥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고래 사냥: 최인호 원작, 안성기, 김수철, 이미숙 주연의 1984년 로드무비, 배창호 감독의 대표작. 김수철의 국악에 기반한 음악이 잘 어울리는 영화. 이미숙의 절정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성기는 아직도 거지 왕초 옷을 간직하고 있으며 최인호는 고래를 사냥하러 영원히 떠났다.
고래 사냥은 80년대 젊은이들의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 준 영화였습니다. 방황하던 병태가 거지 왕초와 함께 벙어리의 고향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기는 그 시대 고뇌에 찬 젊음에게 뭔가 삶에 대한 해답을 주는 듯도 했습니다. 그 시절 저 또한 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후 역으로 현실에 좀 더 충실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배창호 감독은 이 영화를 시리즈로 만들었지만 1편 만큼의 반향은 없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아 보았는데 비디오 밖에는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고래 사냥은 한국에서 DVD, LD로 제작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비디오 플레이어도 귀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비디오를 구한다고 해도 틀어 보기도 힘듭니다.
한국에서 고래 사냥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비디오 대여점(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르지만)에서 비디오를 빌리거나, 비디오를 중고로 구입하거나, 감독 회고전이나 영상문화자료원에서 필름 상영을 할 때 찾아가서 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중고 비디오: 온라인으로 중고 비디오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무려 3만원입니다.
특별 상영: 고래 사냥은 감독 특별전이나 영상자료원의 정기 영화 재 상영으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2008년 특별전 때 배창호 감독님에게 왜 한국에서는 DVD가 안 나오는지 문의했을 때 여러 가지 여건이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약 10년 전 비디오 플레이어를 쓸 수 있었던 시절에 비디오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해서 고래사냥 영화를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TV 수신 카드를 사고, 상태가 안 좋은 비디오 플레이어를 헤드 클리너 테입으로 닦은 다음, 역시 상태 안 좋은 대여 비디오를 조심스럽게 플레이 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원 소스가 비디오라서 화질은 보잘것없었습니다.
최근에 놀랍게도 고래 사냥의 디지털화는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래 사냥이 일본에 수출된 적이 있고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던 일본 올드팬이 한류붐을 믿고 일본판 DVD를 출시한 것입니다.(일본판 DVD 출시 당사자의 인터뷰,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660779.html )
일본판 고래 사냥: 화질은 크게 좋지 못하지만 김수철씨의 코멘터리가 추가되어 소장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이 DVD는 애초에 한류붐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일본인들이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국어 교재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어서 화질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판매도 일본 내로 한정되어 있어서 한국에서 구입하기도 어렵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구요. 저는 비디오를 디지털화한 것이 있고 블루레이 시대라 굳이 구하려고 애쓸 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아서 구입을 보류했습니다. 앞으로 고래 사냥이 고화질 매체에 담겨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영화 소장가라면 꼭 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완소 아이템일 수는 있습니다.
사실 신생 대한민국의 기록 문화는 천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팔만대장경 목판본을 만들어 낸 고려, 조선왕조실록의 방대한 기록물을 보유한 조선의 전통이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만들어진 지 3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자국의 위대한 영화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삼류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와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 영화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어 과거 영화들을 고화질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아직 모든 영화에 대해 디지털 작업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서 제공하는 영화가 많지는 않습니다. 필름을 소스로 디지털화시킨 고화질 고래 사냥도 곧 올라 오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고전 영화 극장: 유튜브의 koreafilm 채널에 올라와 있는 한국 영화들, “바람 불어 좋은 날”, “그들도 우리처럼” 과 같은 기억할만한 영화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방문해 불 가치는 충분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고래 사냥을 디지털화 시켜줄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면 될까요? 하지만 이런 기대를 헛되게 만들 움직임이 있습니다. 방송국을 포함한 한국의 콘텐츠 저작권자들이 또다시 쇄국 정책을 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외국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한국 영상물을 한국 내에서 볼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책이 취해진 이유는 매우 복잡합니다. 콘텐츠 저작권자, 동영상 전송 사업자, 통신사, 포털, 국제 인터넷 망, 외국 포털 등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난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유튜브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시시비비를 따져보면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유튜브가 아닌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은 사용자의 이익입니다. 이런 쇄국 정책의 결과로 전세계 모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외국 포털의 한국의 콘텐츠를 정작 한국인들은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무한도전: MBC가 유투브 공식 채널에 올린 무한도전 영상은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볼 수 있지만 국내 사용자들은 볼 수 없습니다. 국내 사용자들은 국내 포털에 올라와 있는 국내용 채널의 영상만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접속한 것처럼 속이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한국에서도 모든 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코미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의 한국 영화 채널: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한국영상자료원이 국내 포털에도 영화 채널을 개설했으나 이상하게 1년 전부터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유튜브의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은 최근까지도 꾸준하게 업데이트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 포털에 올린 한국 영상을 한국인이 못 보게 했으면 국내 포털에서라도 한국 영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줘야 할텐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게 되고 있습니다 . 한국영상자료원이 국내 포털에 제공하는 영화 업데이트가 지지부진한 것은 아마 국내 사정상 짧은 광고 삽입만으로는 2시간짜리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망한 이유는 과도한 트래픽 사용료였습니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는데 쇄국 정책을 취한다고 경쟁력이 살아날 리 없습니다. 결국 서비스도 죽고 사용자 시청 권리도 침해당하는 결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길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드리겠습니다.
긴 글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대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영화 고래 사냥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그냥 구글에서 “고래 사냥 영화”라고 검색하시면 됩니다. 불법 영화인지 합법 업로드인지 모르겠지만 유튜브에 비디오 화질의 전체 영상이 모두 올라와 있습니다. 간단히 검색해서 클릭만 몇 번 하면 두 개로 나누어진 고래 사냥을 볼 수 있습니다.
고래 사냥 1/2 : “고래 사냥 영화”라고 치면 곧바로 영화의 절반에 해당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2/2는 “고래 사냥 영화 part2”라고 치시면 됩니다. 이 글 때문에 이 영상이 사라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다운로드 서비스를 받아 두시길…
환상특급: 어린 시절 보았던 기묘한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거의 모든 영화도 찾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끊임없이 거의 모든 영상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 "대부", "패리스의 해방" 등 거의 대부분의 영화도 유료 혹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영상자료원이 제공하지 않는 한국 영화도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기록 문화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곳은 미국 기업 유튜브였던 것입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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