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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그래도 저는 헬조선 헬조선 거리지 않겠습니다. 본문

기술과 인간/IT가 바꾸는 세상

그래도 저는 헬조선 헬조선 거리지 않겠습니다.

미닉스 김인성 2016. 1. 4. 05:45

 

그래도 저는 헬조선 헬조선 거리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서 바뀌지 않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한 명칭이라고 생각됩니다.

MB 정부 이후 증거를 가지고 비판해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상황에서 그 동안 애써오던 분들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황을 감안해볼 때 이런 표현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헬조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또 다른 패배주의에 빠져들게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멀게는 엽전이라고 한민족을 비하하던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닿아있고 가깝게는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고 개선 노력을 떨어뜨려 피해자들이 변화에 나서지 않도록 만들려는 수구 집단의 공작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현실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헬조선은 답이 없다", "탈 헬조선이 답이다."라며 스스로를 비아냥거리는 것에서 머무르고 만다면 그 어디에서도 헬조선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사실 "조선"은 500년간 지속된 위대한 나라입니다. 최근 식민 사관을 극복하고 조선에 대해 새롭게 보려는 연구가 성과를 얻으면서 우리 몸 속에 흐르는 "조선"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헬조선은 그 자체가 잘못된 단어입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 가치를 폄훼함으로써 현실 극복 의지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려는 의도가 개입된 단어입니다.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부류는 뭔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을 시혜적인 차원에서 베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헬조선이라며 이젠 지쳤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결국 자기보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말더군요.

능력 많은 사람들, 이렇게 힘든 일을 할 것 같지 않았던 사람들, 지나치게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 이런 분들이 뭔가 정의감에 나섰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투덜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내뱉는 말이 헬조선인 것 같습니다. "할 만큼 했어", "국민이 개새끼인데 뭘 어떡해?", "역시 헬조선은 답이 없어."…..

 


어렵기로 말하면 저도 남들 못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힘듭니다.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 자료 폭로했다가 고발되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단 묵비를 했지만 어떻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사가 너무 빨리 진척되면 이번에 제가 쓴 책을 출판하지 못할지도 몰라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작년에 성완종 회장님 음성 파일 유출한 후 마음 고생은 했지만 그 후 쉬는 동안 몸은 편했습니다. 살얼음을 걷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면서 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욕 먹은 김에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솔직히 말해서 어차피 헬조선인데 제가 어떻게 한다고 뭐 달라지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돌아갈 곳을 만들어 두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게 된 현실에서 눈감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헬조선이라고 모두가 욕하는 나라지만 그래도 뭔가 가능성을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볼 생각입니다.

글이 무슨 거창한 출사표 같은데 안심하시길… 제가 뭘 하든 매스컴과는 거리를 두고, 정치인들과는 떨어져서 활동할 것입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헬조선 거리지 않겠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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