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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2. 얕은 곳에서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2. 수영 - 맥주병을 위하여

2. 얕은 곳에서

미닉스 김인성 2011. 8. 25. 12:55

제 2 장. 얕은 곳에서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글은 수영법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저는 수영에 관해서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시한 수영에 관한 원리도 저만의 방법일 뿐, 사람들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비법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수영을 잘하게 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이 또 다른 특이한 수영 비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인식되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배우러 가면 됩니다.그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제가 수영에 관한 단순한 원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수영장에 가서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물에 들어가고 나면 그 다음은 자동입니다. 강사가 와서 방법을 가르쳐 줄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원 포인트 강습을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한 한가지 원리라고 하는 것도 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언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수영을 익히고 나면 알게 되겠지만 초보자에게 어떤 식으로 조언을 해주더라도 그 조언에 따라 연습하면 누구나 다 뜰 수 있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서 숨을 내쉰다는 것도 그 원리로 따져보면 여러 책과 글에 있는 초보를 위한 뜨기 방법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의 내용이 저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물에 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합니다. 다른 것에 비해 특이해 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별 다를 것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여러분은 결국 여러분 각자의 방법과 느낌대로 물에 뜨게 될 것입니다. 뜰 수만 있다면 그 차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습을 받든 혼자서 하든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물에 들어갈 것. 뜰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할 것. 이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적은 원리는 그 때문에 뜰 수 있었다고 믿고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완전 초보가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조금 준비가 필요합니다. 초보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통제해 놓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뜨기, 숨쉬기, 팔 젓기, 발차기 등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뭐 하나 제대로 하기도 힘들고 재미도 없어지지요.

 

물에 뜨기라는 한가지도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물안경이 꼭 필요 합니다. 그냥 물에 들어가면 앞이 제대로 안 보여서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은 도수 있는 물안경을 꼭 준비해야 합니다. 눈도 안 좋은 데 그냥 맨 눈으로 물에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 깊이도 가장 얕은 곳에서 해야 합니다. 발목까지 오는 유아풀에서 연습해도 좋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물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요. 주위에 접영 같은 수영법으로 물살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어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잔잔한 물에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뜨기가 어려우면 보조 판을 사용해도 됩니다. 이렇게 초기에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가장 단순한 동작부터 몸에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보조 기구: 처음에는 이런 것을 사용해도 된다. 찾아보면 부력을 증가시켜 주는 제품들이 많다.

이미지 출처: http://www.boostdam.net/3SK/20050719d.jpg

 

 

물안경: 수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바다에서도 이 것이 필요하다. 안경 쓰는 분들은 도수가 있는 것을 꼭 구입하기 바란다.

 

 

유아풀: 물론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 숨 내쉬기 연습을 해도 된다. 목욕탕도 훌륭한 물 속 호흡 연습장소가 될 수 있다. (모델: 딸)

 

 

초보 강습: 강습을 받으면 물에 대한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수구를 하기도 한다.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이미지 출처: http://myweb.tiscali.co.uk/rwilty/IMAGES/gaptrg/wIMG_1057.jpg

 

 

초보 수영: 누구나 이런 시절이 있다.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빨리 익힐 수 있다. 지금이라도 수영 강습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미지 출처: http://faculty.washington.edu/cobden/photos/49.%20swimming%20lesson.jpg

 

 

 

뜨기의 기본 원리는 물 속에서 숨을 내쉬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때 물 속에서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요? 일반 수영장에서는 1-2 초 정도입니다. 1.6m 풀 바닥에 붙어 있어도 떠 오를 때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물 속으로 들어가서 버티지 않는 한 기껏해야 5초 이내에 몸이 떠오릅니다.

 

스쿠버를 한다면 30m 전후 깊이에서 공기가 떨어져 비상 상승을 해야 하는 극한 상황을 맞을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5m 이상 물에 들어가게 될 경우는 없습니다. 차에 탄 채 물에 빠지는 경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비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혼자라면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떻게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차 안에 구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할 것 같습니다. 가족과 같이 사고를 당했다면 혼자 나오느니 그냥 같이 죽는 것이 덜 후회스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볼 뿐입니다. 어쨌든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죽기 전에 담배 한 대 피워야 하는데 물 속에서는 불도 붙지 않을 테니까요.

 

수영장에서 혼자 뜨기를 배울 때 아무리 길어야 5초만 숨을 참으면 되더군요. 움~~~~ 하는 시간 동안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하고 셈을 했을 때 거의 셋도 세기 전에 몸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므로 수영을 못하는 분들도 물에 대한 두려움을 삼 초만 참으면 됩니다. 움~~~~파하는 동작에서 "파"하고 숨을 들이쉬는 시간은 0.5초 정도입니다. 좀 더 숙달되면 거의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수영이란 이 동작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움~~~~파움~~~~파하는 동작을 부드럽게만 할 수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요. 평영, 배영, 자유형, 접영 등 원하는 모든 동작을 금방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교하고 효율적인 동작은 배워야 하겠지만.

 

자유 수영을 즐기면서 옆에서 지켜 본 결과 초보 강습 수영자들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효율적인 자세로 쑥쑥 앞으로 나가면서 멋있게 자유형을 할 수 있지만 간혹 동작이 꼬이던지 물살이 쳐서 숨 쉴 타이밍에 숨을 못 쉬게 되면 그 자리에서 헤엄치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 서 버리더군요. 그분들이 보조 판을 가지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중급자가 되기 전까지는 수면에서 움직이는 것만 할 뿐 몸이 완전히 잠기는 물밑으로는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전히 물 속에 잠긴 채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동작을 반복한 저는 어쩌다 수영 동작이 꼬여도 숨 쉬었다고 치고 그냥 다음 동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움~~~~~움~~~~파가 되는데 이렇게 해도 숨을 들이 쉬지 못하고 내 쉬기만 하는 시간이 십 초가 넘지 않습니다.

 

물 속에서 숨을 내쉬는 것에 숙달되니까 나중에는 숨을 참을 수도 있었습니다. 수영장 바닥에 붙어서 5,6,7,8……초 셈을 하면서 숨을 참고 있다가 숨이 차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숨을 내쉽니다. 움~~~~파움~~~~파 식으로 하던 호흡이 (무호흡)~~~~~움~~파(무호흡)~~~~움~~파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물 속에서 숨을 참는 시간을 늘일수록 자유도가 증가하더군요. 나중에는 물 속 평영으로 25m 풀장을 숨 안 쉬고 건너갈 수가 있었습니다.

 

동네 수영장의 구석 레인에서 왕복은 하지 않고 풀장 바닥에 오래 붙어 있기, 물 속으로 헤엄쳐 다니기, 물 속 공중제비 돌기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아들과 누가 잘하나 내기도 했지요. 아들 잡으러 다니다가 다른 레인을 침범해서 교육 중인 강사분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시끄럽게 한다고 눈치도 많이 받았지요. 아들과 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물개처럼 "엉~엉~"거리면서 제멋대로인 수영을 즐겼습니다.

 

바닥에서 숨 참기: 깊이는 1.2m 정도, 수영장 바닥에서 붙어서 숨을 쉬지 않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견딘다.

 

 

물 속 사진: 바닥에 누워 위를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다. 위를 보고 누우면 코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손으로 코를 막고 있어야 한다. 이러고 있으면 아득하고 몽롱한 느낌이 들고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된다.

 

 

100m 달리기: 선수들은 달리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다. 십 초 정도 숨 쉬지 않는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호흡하는 것도 불필요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자유형 50m 경기: 50m를 수영하는데 22초 정도가 걸린다. 선수들은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만 호흡을 하고 완주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bassmanford.tripod.com/sitebuildercontent/sitebuilderpictures/iasis50free.jpg

 

 

 

이렇게 한 달이 다 갈 때쯤 수영에 관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수영 관련 정보를 찾아 보면 대부분 운동으로써의 수영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즐기는 시기가 끝나고 물에 대한 적응을 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폼 나는 수영을 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혼자 배우기는 힘드니까 강습을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안 그래도 저쪽에서 늘 저를 지켜보던 강사분은 다음 달쯤에 제가 강습 받으러 올 거라고 예상하고 친절한 인사와 웃음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대개 동네 수영장은 레인 한 쪽은 1.2m-1.3m 다른 쪽은 1.5m-1.6m로 비스듬하게 되어 있습니다. 초보 때는 1.2m에서 놀았는데 점점 깊은 쪽으로 가게 되어서 나중에는 반대 쪽에서만 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1.6m도 깊어 보이지 않게 되었지요.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고 엎드려도 보고…... 제가 물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온갖 폼을 다 잡아 보았습니다. 결국 발을 뒤로 꺾거나 가부좌를 튼 상태로 떠 있는 연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무릎 밑이 없다고 가정하면 1.6m 풀도 제 키를 넘어가니까 이런 상태에서도 물에 떠 있을 수 있다면 완전히 생존 수영을 몸에 익혔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희한한 짓을 하면서 수영장 구석에서 놀고 있는 저를 보면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즐거운 수영: 물 바닥에 붙어 있다가 공중 돌기를 하기도 한다. (모델 아들)

 

 

안전함: 수영장은 안전하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냥 일어서면 된다. 저 멀리에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안전 요원도 있다. 우리는 결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없다. 안전하다는 사실은 때로는 배움에 있어서 장애가 되기도 한다.

 

 

얕은 곳: 저 먼 쪽이 얕은 곳이고 이 쪽이 깊다. 바닥이 기울어 있는 것이 보인다. 깊은 곳도 1.6m가 되지 않는다. 다른 레인에서는 질서 있게 수영들을 하고 있다. 이제 나도 그들처럼 왕복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반가워 해주던 강사분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 달짜리 자유 수영이 끝난 후에 저는 더 이상 그 수영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서 강습을 신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제 관심은 정말로 내가 물에 떠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리를 일부러 굽히고 깊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깊은 곳, 팔 다리를 모두 뻗어도 바닥이 닿지 않는 곳, 이런 곳에 가도 내가 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동네 풀장에서는 이런 생각에 확신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여태까지는 비상 상황이 되면 그냥 일어서버리면 되는 곳에서 연습한 것뿐이니까요. 1.6m 풀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어도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발을 뻗으면 상황 종료니까요. 동네 수영장은 너무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물 속 바닥에 엎드려 숨이 급할 때까지 무리하게 참고 있다가 급하게 밖으로 나오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빨리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한 적은 많았지만 한 번도 동네 수영장에서 위험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습니다. 깊다고 가정하고 연습을 했지만 정말로 깊은 곳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진짜로 깊은 곳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물에 뜰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후에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멋진 몸매를 위해서, 속도를 위해서 수영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을 살릴 수 있는 수상구조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지요. 스킨스쿠버나 무호흡 잠수를 즐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 수영이란 깊은 물 속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깊이에 대한 추구라고나 할까요? 저는 그 후 깊은 곳을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초보인 저에게 있어 키를 넘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유히 수영하는 것이 꿈속의 일만이 아닐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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