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UCC의 영혼들 1/3 본문

글 쟁이로 가는 길/글쟁이 되기

UCC의 영혼들 1/3

미닉스 김인성 2007. 2. 3. 08:40

이 글은 UCC에 대해 제작자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독자와 제작자 그리고 사이트 관리자에 대한 제작자의 입장이 들어 있습니다.  인터넷 전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만 특정한 사이트, 특정한 개인을 염두에 두고 쓴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이 글은 그 성격상 한 개의 글로 완료하는 것이 적당하지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3개로 나누어 올립니다. 읽는 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UCC의 영혼들 1/3

 

 

 

어디선가 갑자기 새로운 개념이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개념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새롭게 재해석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유씨씨(UCC)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모든 것을 이제 유씨씨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유씨씨만이 최고의 가치처럼 포장되고 여기 저기 유씨씨의 대변자가 등장합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본 유씨씨, 2.0과 유씨씨, 1인 미디어 시대의 유씨씨, 롱테일 법칙, 독자들의 반란……

 

새롭게 출현한 개념들은 예외 없이 자기들 언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유씨씨적인 관점으로만 현상을 올바르게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유씨씨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궁극의 원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들은 보편을 넘어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상태로 자신들을 한정하고 조용히 찌그러진 것들뿐입니다 어떤 기술이나 개념도 세상을 보편적으로 지배한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미 완전시장인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새로울 수가 없습니다. 근원을 따져보면 여태까지 유씨씨가 아니었던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제는 추억이 된 하이텔 시절부터 우리는 유씨씨를 만들고 즐겨 왔습니다.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다 유씨씨인 것을……

 

하이텔의 셧다운: 인터넷의 모든 것은 하이텔에 이미 다 있었다. 검색도 전자상거래도 동호회도 아고라도. 너무도 거대하고 완벽해서 스스로 변신할 수 없었던 공룡. 그와 함께 우리 젊은 날의 추억도 함께 묻혀버렸다. (아래는 하이텔의 패러디 노텔의 플라자)

이미지 출처: http://www.segye.com/photo/2007/1/28/hitel_1.jpg

http://myhome.shinbiro.com/mhm_bbs/sbrMhmBbsArt_Read_Frm.jsp?
bbs_seq=1517&method=subject&keyword=%C5%EB%BD%C5&art_num=45&pg=1

 

 

그러나 이미 대세를 타고 새로움에 물들어버린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에 귀 기울일 사람은 없습니다. 유씨씨에 대한 비판조차도 유씨씨적 관점에서 듣습니다. 이미 우리들에게는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가 유씨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은 유씨씨가 지배해 버린 것입니다.

 

이 글은 광풍처럼 몰아치는 유씨씨라는 유행을 쫓는 동안 우리들이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찰합니다. 사실 누구나 유씨씨에 대해서 떠들고 있지만 서로 다른 어떤 것에 대해 자기 주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글이 이런 현상을 타개하고 유씨씨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씨씨의 발생지: 유머게시판에 올라오던 동영상들. 이젠 재미도 없는 시청자 비디오. 이미 있어왔던 것들을 당신을 방송하라 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포장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 세상은 기존의 언어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유씨씨는 자작 동영상도 셀프 카메라도 아니다. 유씨씨는 그냥 유씨씨일 뿐인 것이다.

 

 

 

1. 안전한 곳, 사용자들의 세상에서

 

게임, 채팅, 유머, 뉴스, 게시판, 동호회, 취미, 검색…… 인터넷은 참으로 재미있는 곳입니다. 신문도 필요 없고 방송도 필요 없습니다. 책을 사 본지가 언제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모르는 것은 질문을 하면 됩니다. 내가 수고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정답을 즉각적으로 던져 줍니다. 여건만 된다면 언제까지라도 컴퓨터를 끼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로 가는 사이트를 모두 방문하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즐겨찾기에 나열된 마지막 사이트 방문을 마치고 나면 첫 번째에 있는 사이트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는지 궁금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끝없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재미있습니다. 게임도 재미있고 게시판의 글들도 재미있습니다. 유머란에 올라온 사진과 글을 보다가 사무실에서 낄낄거리는 바람에 미친놈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자주 가는 동호회의 사랑방에서 진솔한 감정을 드러내며 서로 간에 친분을 쌓아 갑니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나의 내밀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인터넷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안전한 인터넷 생활을 합니다. 절대로 댓글을 달지 않습니다. 게시판에 결코 내 의견을 적지 않습니다. 남들과 싸움이 날만한 일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남의 글에 댓글을 달거나 자유게시판에 가벼운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스러워 지워버립니다. 나는 익명입니다. 내 신상 정보를 남에게 알려줄 일도 없고 남들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나는 조회수의 카운터로 존재할 뿐입니다.

 

활동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는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기까지도 오랜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공감 가는 글에 댓글을 다는 것부터 시작하지요. 댓글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도 하면서 점차 글 쓰는 맛을 알게 됩니다. 언제인지 모르게 직접 새글쓰기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내 글의 조회수를 확인하고 댓글에 답글을 달면서 자게에 붙박이 아이디로 변해갑니다. 자주 글 올리는 사람들끼리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불량 회원에 대한 감시도 할 수 있게 되지요. 척 보면 글 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는 경지까지 오릅니다.

 

 


자유게시판: 모든 사이트는 자유게시판이 가장 중요한 곳이 된다. 질답과 장터란은 아무리 붐벼도 관계가 축척 되지 않고 정보 게시판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한 사이트에 중독되고 나면 결국 마지막 선택은 자게에 상주하는 것이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자유게시판의 좋은 예, dvdprime, 프라임차한잔)

 

 

 

안타깝게도 이 정도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댓글에 대한 비난조의 답글에 상처 받거나, 어렵게 올린 글이 게시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동, 삭제 당해서 화가 나거나, 재미있자고 올린 글에 필요 이상으로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악성 리플에 질려버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 후 침묵하고 맙니다. 이렇게 착하지만 소심하고 선하지만 용기가 부족한 영혼들은 오늘도 게시판에 조용히 머물다 갈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매한 대중은 아니지요. 사이트가 정상 범위 내에 있을 때에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에는 무섭게 집중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침묵은 긍정으로 해석해도 좋지만 언제나 그럴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무겁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한 번 움직이면 끝을 보기 때문에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할 두려운 존재들이지요.

 

조용히 활동하는 동안에는 인터넷을 한다고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만큼 하다가 피곤해지면 컴퓨터를 끄면 됩니다. 어떤 감정의 찌꺼기도 남지 않습니다. 안정되고 완전한 세상, 인터넷은 즐겁고 안락한 세상입니다.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조용하기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에서도 자신을 던져 뭔가 즐길 거리를 만들어낼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작가들은 악플러들을 피해 신비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오프라인으로 다 도망가 버렸고 기자들은 전문 지식 없는 글쟁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서 더 이상 권위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치가와 원로들은 연일 헛소리만 해댈 뿐 컴맹 상태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허접한 것들과 섞이기 싫어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위선은 까발려지고 부당한 권위는 조롱을 당합니다. 그 어떤 것도 허세를 부릴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인터넷에는 평등한 사용자, 우리들만 남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글을 쓰고 우리가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질문하고 우리가 답변합니다. 우리가 웃기고 우리가 웃습니다. 유씨씨, 사용자 제작 컨텐츠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빅뱅의 시작: 패러디와 합성, 순위놀이와 댓글 문화를 폭발시킨 쿠키닷컴. 이 글은 성지가 되어 아직도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방문자들은 스크롤의 압박에 주의할 것.

이미지 출처: http://www.dcinside.com/webdc/dcnews/news/dcinside_frameset.php?
dcurl=http://www.dcinside.com/new/gallery_a.htm

 

 

2. 위험한 곳, 제작자의 세상으로



어느 날, 문득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쁜 일상에 묻혀 곧 사라진 그 아이디어는 조금씩 발전된 모습으로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처음에 간단하고 단순했던 발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격적으로 살이 붙어 점점 정교해지고 복잡해집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의 기발한 착상들이 연달아 나타나지요. 그리하여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데 매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생각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어 현실화 시키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실제 작업에는 긴 시간과 힘든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말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루한 단순노동을 시작 하기 위해서는 귀찮음을 극복할 의지와 계기가 필요합니다. 시작한 후에는 끊임없이 회의가 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없어지지요. 창피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비웃을 것 같기도 하고 쓸데없는 짓을 왜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이유에 걸려 넘어짐으로써 많은 아이디어들이 그냥 묻혀 버리고 맙니다. 유씨씨 한 개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딘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유씨씨 하나 하나가 참으로 기적 같은 존재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 유씨씨: 카메라만 있으면 언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예술적 사진. 물론 이런 사진에도 작가적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지만 그런 실력이 없어도, 똑딱이로도 아름다운 사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거의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는 가장 손 쉬운 컨텐츠.

 

 

 

현실을 조롱하는 유씨씨식 농담에는 예리한 판단력이 숨어 있습니다. 불합리한 현실을 비틀어 보여주는 유씨씨는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함께 즐기는 드라마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게 해주고 공감대가 형성된 집단들의 소망을 가상적으로 성취시켜 줍니다. 이제 웬만한 최신 정보는 유씨씨를 통해서 알게 되고 뉴스에 대한 가치 판단도 유씨씨 컨텐츠를 통해서 내리게 됩니다. 허위와 가식을 벗겨내고 진실에 곧바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유씨씨적 가치관은 일견 가벼워 보이지도 하지만 사실상 대단히 진보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디어를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동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형식이든, 그 형식에 맞는 훌륭한 것이든 아니든 그런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뭔가 남들에게 보여 줄 만한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한 농담을 네 컷 만화로 그린 것이거나, 깔끔한 그림이거나, 뭔가 내용이 있는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몇 페이지에 달하는 재미있는 글일 수도 있겠지요.

 

카메라로 재미있는 것들을 찍기, 책이나 신문의 웃기는 오탈자, 순간 캡쳐, 사진에 말풍선 넣기, 사진 합성 등등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킨 것들은 재미가 있어서 쉽게 사람들의 인기를 끕니다. 하이텔 식 텍스트 유머가 발전해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고, 합성이 되고, 만화가 되는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너무나 절묘하고 참신한 유씨씨의 패러디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이제 진부한 신문 만평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우리들 각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재미있고 흥미를 끌만한 것들은 보게 되면 곧바로 인터넷에 올릴 생각부터 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즐겁게 작업에 매달립니다. 때문에 워드와 파워포인트, 그림판과 포토샵 html까지 수준급이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일에 시들하게 됩니다. 유씨씨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입니다.

 

      유씨씨의 인기는 일회적이다.

 

한 번 웃긴 소재를 두 번 쓸 수 없는 개그맨처럼 유씨씨는 한 번만 쓰이고 폐기되고 맙니다. 여러 게시판에 올렸다가는 중복이라고 욕을 먹습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 올리면 뒷북 친다고 욕을 합니다. 리바이벌을 했다가는 인터넷 개통을 축하한다는 말이나 듣습니다. 인기 있었던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저장해 놓는 곳도 제대로 없습니다. 과거 게시글을 찾아 봐도 링크가 깨진 채 방치되고 있을 뿐입니다. 한 번 보여 진 컨텐츠는 일회적으로 사용되고 난 후 철저하게 버림 받습니다. 그 자료를 만든 사람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입니다.


 

뒷북: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때 두근거리는 당신에게 날아오는 리플은 주로 이런 것이다. 등수놀이를 하거나 자기들끼리 리플로 잡담을 하거나 옜다리플 류의 속을 뒤집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당신이 글을 올린 노고에 감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의 잘못을 지적하는 행위, 이 따위 그림을 올려 놓고 낄낄거리는 자들은 남을 깎아 내리는 행위를 통해서만 자존의 상승을 경험한다.

이미지 출처: http://smle.net/hitimg/img/%C0%CC%B0%CD%C0%BA%20%B5%DE%BA%CF
%C0%CC%B6%F5%B4%D9.jpg

 

 

 

이런 특성은 유씨씨의 성격상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웃기는 사진이나 기발한 동영상들은 대부분 우연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사용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반복해서 만들 능력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직업적으로 하지도 않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재미있는 것들은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만들었든 우연히 포착된 것이든 그저 한 번 피식 웃을 정도의 데이터에 영속적인 생명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예쁜 그림, 웃기는 사진, 재미있는 글들은 넘쳐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것 챙겨보는데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지나간 것 다시 볼 여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유씨씨 제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좀 더 오랫동안 관심을 받기를 바랍니다. 사건이 아닌 흐름이 되고 싶어하고 역사적인 한 계기로 위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잠시 쳐다보고 스크롤 하면서 잊어버리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고 영원히 기억될 것. 이 것이 바로 유씨씨 제작자 누구나 바라는 최고의 이상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아이디어도 뛰어나야 하고 구현에서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완결적이기 위해서는 오류도 완벽하게 잡아야 하고 매끄러운 진행도 필수적입니다.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잘 만든 유씨씨를 올리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씨씨는 올릴 곳이 없다.

 

간단한 유머, 우연히 찍힌 재미있는 사진, 순간 캡쳐, 접사. 이런 단순한 것들은 전혀 문제 없습니다. 아무데나 올려도 됩니다. 재미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들이 퍼 날라 준다면 유명한 유씨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담긴 정성 어린 작품은 다릅니다. 이상하게도 이런 류의 것들은 게시판의 게시 원칙에 어긋나는 것들이 꼭 들어 있습니다.

 

기계나 물건들에 대한 사용기도 솔직하게 쓸 경우 특정한 제품에 대한 나쁜 평가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잘못되면 악플의 융단 폭격을 받거나 제조사로부터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동호회인줄만 알았던 곳이 알고 보니 제품 광고가 목적인 상업 사이트였다는 것도 그 때 알게 됩니다. 내 생각을 솔직히 밝힌 여행기에는 해당 지역 출신들의 잔인한 비난이 뒤따릅니다. 삶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제도에 대해서 쓴 글도 이런 공격에서 피해갈 수 없습니다. 글의 주제는 사라지고 정말 지엽적인 것들이 부각되어 나를 괴롭힙니다.

 

 


진정한 유씨씨의 시작: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 그림들. 차별 받은 기억을 구체화 시키는 과정이 눈에 선하다. 이 작품을 올리면서 붐업을 받아 뜬다를 거쳐 붐베에 가기를 바랬겠지만 사람들은 냉정하기만 하다. 이 친구는 사람들의 반응을 경험하면서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 감을 잡아가게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boom.naver.com/1/20061007221428487

 

 

 

동호회 사이트의 기준에 맞추어 내용을 순화해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내 글은 엉뚱하게 오해 받고 부당하게 비난 받습니다. 상주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 글은 그 사이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터줏대감들이 더 소중한 사이트 관리자는 결국 이들의 요구에 굴복하여 게시글의 본문을 통째로 삭제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이해 못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시간이 지나면 지켜야 할 가치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동호회도 나름대로 쌓아 놓은 규칙과 관습이 있습니다. 사랑이 길들여지는 것이라면 내가 시간을 쏟은 동호회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낯선 사람이 편향된 주장을 펼치는 것들을 게시판에 올립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 게시물 때문에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내던 회원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분란은 동호회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동호회를 운영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지금도 많은 카페가 운영자의 희생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게시판 설립 취지에 맞지도 않은 일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이념이나 입장 때문에 따뜻한 사랑방을 황폐화 시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입니다. 그 동안 쌓은 시간과 정성이 아깝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종교적 차이가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회원을 쫓아버리는 것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보 중심의 사이트에서 남들보다 튀는 능력을 보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이 회원들에게 왕따 당하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세상사 다른 것이 뭐 있겠습니까? 뭐든지 그저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거지요.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거나 놀리지 않습니다. 괜히 나섰다가는 남들 앞에서 벌거벗겨져서 놀림이나 받기 쉽지요. 전원만 끄면 사라지는 세상에서 뭐 그리 열심을 냅니까? 보성 글도 남들 하는 정도로만 조절해서 쓰고 칭찬 댓글을 쓰는데 열심을 내고 사랑방에서 안부도 자주 묻는 것이 최선입니다. 소위 진보적이라거나 비판적인 글들, 올바름에 대해서 고민하는 골치 아픈 글들은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위로 받으려고 들어온 사용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전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도 저도 싫으면 닥치고 눈팅이나 하는 게 좋겠지요. 세상 어렵게 살지 맙시다. 즐기러 왔으면 즐기면 그만이지 쓸데 없이 따져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사진으로 말하기: 의미있는 내용을 사진으로 찍은 유씨씨. 재미있는 것이 보일 때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찍는 수고를 해야 한다. 컴퓨터로 옮겨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등 편집도 해야 한다. 게시판에 그림 올리는 과정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런 모든 귀찮음을 극복함으로써 유씨씨는 우리에게 전달된다. 올린 사람은 어떤 대가를 받는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놀이 공원 알바가 아닌지 의심받지 않으면 다행일 뿐.

이미지 출처: http://humor.hani.co.kr/Board/cs_grimhumor/AttFile/9_30.JPG

 

 

 

그러나 창조적인 열정에 사로잡힌 영혼은 자신의 생각을 구현한 유씨씨를 검열에 맞추어 바꿀 수가 없습니다. 한 개의 그림, 한 페이지의 글에도 뭔가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해서 말할 것이 있습니다. 그 열정을 담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고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어떤 것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택배 포장 사진 찍어서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는 순간부터 그 곳은 나를 용납할 수도, 내 작품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곳임이 명확해집니다. 그리하여 이런 나의 유씨씨가 허용되는 곳으로 찾아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 때가 언제인가는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유씨씨에 대해서 열광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홀로 고독해진 영혼은 그리하여 동호회를, 카페를, 자유게시판을 버리고 어느 날 문득 익명의 공간으로 떠나가게 됩니다.

 

김인성.


5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