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키보드 삽질기 #4 – 파괴왕의 등장 본문
지난 회 요약: 가벼운 SK-8855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에 실리콘을 충전했으나…
실리콘으로 충전한 키보드는 이전보다는 훨씬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나름 단단한 느낌을 줬기 때문에 한 동안 만족하고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이 어느 정도 말라서 구멍을 막아 놓았던 테입을 다 떼어냈습니다. 내부에 실리콘이 가득 충전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키보드의 실리콘을 다 제거했지만 이상하게 타이핑을 할 때마다 실리콘이 묻어 나오곤 했습니다.
상처에 딱지가 앉으면 나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피가 나올 때까지 뜯어 내곤 하던 버릇이 도져서 한 번 실리콘을 발견하면 눈에 안 보일 때까지 없애야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제거해도 키보드를 칠 때마다 뭔가 찐득거리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리콘이 기판에 침투했는지 급기야 키보드가 인식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키보드를 분리했습니다.
키보드 빈 부분에 실리콘이 꽉 차 있네요. 채운 지 이주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마르지 않아 냄새가 많이 납니다.
케이블을 분리했습니다. 아래 쪽 실리콘으로 덮인 부분의 중간 지점에 노란색 테이프가 있는 부분이 케이블의 끝 부분입니다. 위쪽 녹색 기판 부분과 연결됩니다.
케이블 끝 부분에 실리콘이 꽉 차 있네요. 인식이 안 될만 합니다.
치솔에 아세톤을 발라 케이블 끝 부분에 차 있는 실리콘을 녹입니다. 잘 녹지 않습니다.
기판 부분에 연결해도 여전히 인식하지 않습니다.
케이블 끝 부분을 아예 아세톤에 담가 놓고
접착제 제거제를 열심히 뿌리고
바늘로 실리콘을 하나 하나 제거해도 마찬가집니다.
급기야 케이블 끝 부분을 분해하고
단자 부분의 실리콘을 불로 태우고
아세톤 바른 치솔로 열심히 닦아도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결국 다른 케이블을 구해서 연결했으나 마찬가지군요. 키보드의 제어 회로가 있는 보드가 나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마 실리콘이 보드에 이상을 가져 온 것 같습니다.
제어 보드는 따로 팔지 않습니다. SK-8855를 살리려면 같은 제품을 하나 더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 사면 기존의 부품들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충전한 실리콘을 재활용하려고 해도 또 기판에 손상을 줄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결국 SK-8855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키보드 부분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상관 없이 버렸습니다. 어차피 배열이 이상해서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외장형 빨콩 키보드 삽질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삽질기가 아니죠. 그리하여 저는 다시….
김인성.
(책 구매 요청에 별 응답이 없네요. 조만간 왜 책을 구입해야 하는지 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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