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일베란 무엇인가? 본문
갑자기 네이버가 제 블로그를 검색 결과에 넣어 주었네요.
하루 방문자 만명이 넘고 있습니다.
원래 정상적인 검색 엔진이 한국에서 1위를 한다면
일베에 대해 더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는 제 블로그가 검색 상단에
걸려서 지속적으로 방문자가 늘어야 하지만
네이버는 그런 거 없습니다.
네이버는 키워드 검색 결과에서 여러 콘텐츠를 며칠 단위로 돌려 세우기 하기 때문에 이런 방문자 폭탄은 며칠 가지도 못합니다.
우리 함께 며칠이나 가는지 지켜 보도록 할까요?
이런 허접한 검색 엔진이 한국에서 1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창작자가 트래픽 상위를
차지할 수가 없어 먹고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공정한 검색엔진이 한국에서 1위를 하고 있다면
이 블로그에 광고를 올려 그 수익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먹고 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저도 통신사 비판 웹툰을 계속 올릴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네이버가 있는 한 한국에서 그런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네이버의 2조가 넘는 매출과 1조가 넘는 수익 잔치는
한 달에 이백만원만 벌어도 끝없이 좋은 콘텐츠를 올릴 의향이 있는 전문가급의 창작자 1000000명의 피눈물을 빨아 먹은 결과입니다.
ㅋㅋㅋ 결국 하루를 못 가는 군요.
놀라운 네이버의 콘텐츠 돌려 막기입니다.
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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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란 무엇인가?
이 글은 일간베스트 회원들을 위한 조언, 일베가 가지는 성향에 대한 구조적 분석, 그리고 인터넷과 현실의 상관 관계에 대해 살펴봅니다. 일베를 간단히 무시해버리기에는 그 영향력과 변화 추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며 일베를 절대 악으로 상정한 후 극단적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해버리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일베: 하나의 이미지에 일베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집약되었다. 자극적인 내용과 엽기적인 이미지, 고인 능욕, 피해자 비하, 타인의 고통을 구경 거리로 만들기, 극단적 폅협성… 이 패륜적인 일베식 상상력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대상을 희화화하고 재미를 위한 쾌락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이미지 출처 : http://www.ilbe.com/?document_srl=4517877341
뒷골목 패거리와 일베
일베의 일탈 행위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패륜적 행위는 그 한계가 없습니다. 전임대통령 비하, 지역, 여성 차별에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세월호와 분당 환풍기 사건을 엽기적으로 엮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진보적인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대부분의 주장들이 기존의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입장은 보수적이며 그 내용의 과격성으로 볼 때 결국 극우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행태는 뒷골목에 패거리로 모여 지나가는 여자들을 희롱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누구에게라도 폭력적인 행위를 할 수 있지만 대개는 혼자서도 안전하게 건드릴 수 있는 만만한 여성들에게 공격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집단 속에 있다는 사실이 용감함을 부추기고 심한 행동일수록 더 큰 환호를 받으므로 폭력의 강도는 경쟁적으로 강해집니다. 이런 분위기에 취해 이성을 상실하게 되면 말로 희롱하던 수준에서 급기야 낄낄거리며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 잡고야 마는 것이죠.
함께 일탈 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동지적 유대가 발생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피해 여성이 신고를 하거나 경찰이 출현했을 때, 오유(오늘의 유머 사이트)식으로 말해 진지 빠는 시간이 되면 같은 집단이라고 여겼던 일베인들 사이에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서로를 지켜준다거나 함께 벌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고사하고 하다 못해 유리한 증언을 해주는 정도의 의리마저도 없는 완전한 개인적 집단이었음을 절감하게 될 뿐입니다. 혼자서 인실좆(인생은 실전이야 좆만아!)을 당한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나이는 홀로 승부하는 법, 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분위기에 휩쓸려 심한 행위를 실행한 사람이 가장 큰 처벌을 받게 되지만 고소를 당하든, 구속이 되든, 심지어 실형을 받아 감옥에 가더라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그저 한 또라이 일베 게이(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적 일탈이었을 뿐입니다. 그를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적으로 조롱하며 또 다른 놀림의 대상으로 삼을 뿐입니다.
일베식 조롱법: 부추긴 자들이 만든 분위기에 휩쓸려 범죄 수준의 잘못을 저지른 회원들에 대해 일베는 관대하지 않다. 병아리들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병든 병아리의 항문을 쪼아 죽이듯이 그가 누구든 법 앞에 혼자가 되면 곧바로 일베 회원들의 공격 대상이 된다.
온라인 공동체와 오도된 인간형
이런 현상은 사실 일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전체 모습이 아닌 일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진실이 오도될 가능성이 큽니다.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에 올라오는 장비들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의 회원들이 최고급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사이트에 상주 하다 보면 게시판에서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최고급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결국 플래그쉽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게시판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최고급 제품과 사진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거나 장비병에 빠진 오덕일 가능성이 높지만 대개 이런 사실을 숨기고 평범한 직장인인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눈팅만 하는 사용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이들에게 동참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플래그쉽에 대한 욕망: 카메라든 뭐든 일단 입문하면 기변욕구에 시달린다. 언제나 상위 기기에 목마르게 된다. 찔끔찔끔 업글하느니 아예 한 방에 궁극의 제품으로 기변하는 것이 어떨까? 마침 7D Mark II 이벤트도 쎄게 한다는데…
많은 동호회 게시판에 상주하며 활발하게 글을 쓰는 사용자들의 성향이 각 게시판에 전형적인 인간형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그 집단이 형성 시킨 이상적인 인간형은 특정 영역에서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스펙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적인 인간형이 가진 것은 사용자들이 소유한 것들의 총합과 비슷하므로 평범한 눈팅족들이 그 모습을 흉내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무리한 지출을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시판에 날마다 올라오는 새로운 지름은 각각의 사용자가 구입할 수 있는 최대치인 것들이거나 박스풀셋으로 보관된 중고제품을 잠깐 사용하다가 다시 중고로 넘길 것들입니다. 소유권이 아닌 단기간의 사용권을 얻었을 뿐이 것이죠. 화려한 해외 가족 여행, 특별한 이성과의 썸타는 이야기들도 어쩌면 일생에 한 번 정도 가능한 일들일 뿐이지만 게시판의 글들은 이 모든 것들을 한 인간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취미의 궁극: 장난감 수집은 이제 어린애들의 취미가 아니다. 당신의 피규어 수집을 더 이상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가진 스타워즈 피규어 컬렉션을 조금만 더 키우면 당신도 피규어 카페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현상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급 레스토랑 음식 사진, 외국 휴양지 모습, 최고급 노트북 구입기는 이것을 읽는 회원들이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그들만의 버킷리스트를 증가시키도록 부추깁니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그들의 삶에서 극히 예외적인 모습일 뿐이며 그 모든 것이 합쳐진 시간을 사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한, 온라인이 주는 패배감과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유인들이 모두 “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삼십대 이하의 회원들 중에 애인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많은 회원들은 애인이 있음에도 그저 재미로 “안생겨요”에 동참할 뿐입니다. 그들 중에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의 비율이 총 국민 대비 애묘인들의 비율보다 크게 높지 않을 것이지만 고양이 사진이 인기가 있고 베스트에 자주 등극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고양이를 기를 형편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고양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겠지만 현실을 극복하고 고양이와 행복하게 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게시판 놀이 문화: 회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추천 행위가 사용자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반복되는 추천은 정형화되고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결국 놀이가 된다. 주의하라 놀이는 놀이일 뿐 오프라인에서 당신이 실제로 그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니까.
인터넷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
인터넷 사용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은 어떤 모임이 이상으로 삼는 모범적인 사용자의 모습을 내면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시판에는 뭔가를 지르는 모습이 일상이지만 이렇게 뭔가를 갖추고 뭔가를 해야 인정 받는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는 없습니다. 레고에 대한 글이 올라와도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눈팅으로만 만족하며 실제 레고를 구입하러 가지는 않습니다. 레고에 대한 열정적인 글이 많다고 갑자기 레고에 취미를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탈 행위를 부추긴다고 직접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실행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므로 선동 당하는 놈이 멍청한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모든 조직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며, 조직은 이런 희생을 바탕으로 생존해나가지만 그 어떤 조직도 부화뇌동한 개인들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카메라 지름기는 그저 업체들을 위한 홍보의 일종이었을 뿐입니다. 게시판에서 동성애자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했다 해서 동성인 당신과의 사랑까지 허락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월호 단식장을 습격하여 그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자는 주장은 고도로 기획된 선동일 뿐이며 실제 이를 기획한 자들은 그런 자리에 결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런 선동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세력은 따로 있습니다. 당신이 실제로 광화문에 나가서 깨닫게 되는 것은 정치적인 모략에 이용당해 인간이 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는 자괴감뿐입니다.
혹시라도 인터넷에서 인정 받고 싶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좋아요를 받아도 소셜네트워크는 곧 잊혀지고 맙니다. 수 많은 리트윗에 기뻐하고 팔로워 수가 증가하더라도 그저 순간일 뿐입니다. 소셜네트워크는 정보가 흘러가는 거대한 파이프일 뿐 당신을 위해서 잠시도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사람들은 또 다른 정보에 좋아요를 누르며 당신을 잊어버립니다. 지나간 데이터는 다시 검색하기도 어렵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쳐간 흥미 있는 글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으며 다시 찾아 낼 단서조차 생각해 낼 수 없어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 활동으로 유명해질 수 없다는 사실은 빨리 깨달을수록 좋습니다. 네임드들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충분히 알려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생업을 전폐하고 인터넷에 매달린 사람들 중 운 좋은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도 결국 기자이거나 블로그로 생계가 가능할 정도의 전문가들일 뿐입니다. 시간도 능력도 콘텐츠도 없는 아마추어가 인터넷 활동을 통해 네임드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튀는 행위로 유명해지려면 정말 탁월한 뭔가를 이루거나 범죄에 가까운 엽기적인 짓을 해야 합니다. 엽기적인 행위로 잠시 논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후 오랫동안 그 일을 멍에로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잘못하면 그 때문에 오랫동안 인터넷 자체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운 좋게 잠시 튀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그 사건만 기억할 뿐 당신의 이름까지 기억해주지는 않습니다. 지금 5.18 택배 논란을 일으킨 일게이의 이름이나 아이디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찰나의 순간: 당신이 트윗에서 인기 아이디로 등극하더라도 그 시간은 극히 짧은 순간일 뿐이다. 그 어떤 사람도 소셜에서 영원히 인기 상위에 노출되어 있을 수 없다. 당신이 운이 좋아 인생에서 트윗 상위 멘션에 오를 수 있다면 시간은 기껏해야 1초 정도일 것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영원한 적막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자율은 자유주의자들의 존재 방식
카메라, 자동차, 야구, 디브이디, 오디오… 온라인의 어떤 모임이든 결국은 자유게시판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간 사이트에서 처음에는 정보성 글을 읽겠지만 어느 순간 지식 습득 행위에 지치게 되고 정체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회원들끼리 자유롭게 떠드는 공간을 방문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게시판보다는 자게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어느 순간부터 자게에만 상주하기 마련입니다.
자게의 특징은 매우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관리자가 특별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면 이 공간은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정화시키게 됩니다. 회원들에 의한 자발적 정화 과정은 완전한 자유주의로 결론이 납니다. 이 공간에서는 어떠한 편향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나 특정 정파에 대한 이야기는 배척 받습니다. 가끔씩 정치적, 종교적 또는 기술적 의견이 다른 세력들끼리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이런 현상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인해 논쟁 자체가 거부당하는 문화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상업적 의도가 개입됩니다. 매번 정치 세력, 종교 단체, 기업 홍보팀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알바들을 투입하지만 곧바로 공격 당해서 쫓겨 납니다. 오늘도 바이럴 마케터들이 홍보가 아닌 척 홍보하는 기막힌 전략을 구사하지만 집요한 회원들에게 들켜 망신을 당함으로써 결국 홍보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각종 커뮤니티의 자게에 형성된 암묵적 룰은 회원들끼리의 분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관행과 관리자가 만든 최소한의 규칙이 어우러져 그들 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 문화가 잘 만들어진 커뮤티니는 번성할 수 있지만 분란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커뮤니티는 망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의 공간: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견만이 존재할 수 있는 곳. 믿음과 신념조차도 편향일 뿐이다. 하지만 이 공간의 이상형에 맞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편향되어 있으며 특별한 것에 집착하고 감정적이며 이기적이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자게에 들어오는 자, 이 모든 것을 버릴지어다.
경향성은 시스템이 만들어 낸다
문제는 회원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추천 시스템입니다. 몇 몇 사이트는 회원들의 글에 대해서 추천 혹은 반대를 할 수 있게 하는데 이 방식은 커뮤니티의 성격을 완전히 바꿀 만큼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여 회원들의 글을 차별적으로 걸러내는 사이트들은 의도했든 아니든 회원들의 성향을 유도하는 경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베인들이 극우적으로 변한 것은 일베 사이트의 구조로 인한 것입니다. 추천과 반대를 교묘히 뒤튼 버튼 하나로 오늘의 일베가 만들어졌습니다. 추천 기능은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컨텐츠에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유가 진보적이 되고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발달한 것은 추천 기능이 상식에 맞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추천 시스템이 활성화된 대표적인 사이트가 오늘의 유머입니다. 오유는 유머, 시사, 경제, 고민 등 다양한 주제의 전용 게시판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글은 자체적으로 소비되지만 여기서 10개의 추천을 받은 글은 베스트 게시판에 갈 수 있습니다. 베스트 게시판에 옮겨 진 후 100개의 추천을 받게 되면 베스트오브베스트 게시판에 등극할 수 있습니다.
전용 게시판의 글은 조회수가 100단위에 머물지만 베스트 게시판에서는 1000단위가 되고 베오베로 가면 수 만 명의 독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베오베 글은 대개 다른 사이트에 퍼 날라지거나 소셜에서 유통되고 가끔 기레기에 의해 기사화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추천수에 목말라하게 되고 가능하면 많은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글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추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0개의 추천을 받더라도 반대가 3개를 초과하게 되면 베스트로 갈 수가 없습니다. 베스트에서 100개의 추천을 받아도 반대가 10개를 초과하면 베오베에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글들은 회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반대자가 나오지 않도록 두루뭉실하게 쓰게 됩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파격적인 내용이나 비판적인 글은 결국 스스로 순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유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글은 반대를 받아 도태되고 맙니다. 때문에 존대말과 상대편을 배려하는 글쓰기가 장려되는 것입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이 감동할 수 있는 미담, 기발한 상상, 웃기는 글, 재미있는 만화와 같은 양질의 콘텐츠는 금방 베오베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 버튼이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비판 기능을 제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시판에서 인정 받는 논리, 게시판 내에서의 다수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글은 도태되니까요. 많은 경우 한쪽으로 논리가 쏠리고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 별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판조차도 반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당에서 벌어진 일을 고발하는 글에 글 작성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식당 주인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몰매를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추천시스템하에서는 특정 사건에 대해 양면을 보기보다는 게시판 분위기가 그 때 그 때 극단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추천 시스템이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는 기능이 있고 선별된 콘텐츠에게 많은 사용자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이 자신이 쓰는 댓글 하나까지도 추천/반대를 의식하도록 만듦으로써 글 작성자들이 자기 생각보다는 대중의 공감을 중시하도록 만드는 역 기능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일부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추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사이트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 의식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진보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향을 가집니다. 사실 오유 사용자들 중 많은 수가 디시인사이드나 일베 사용자들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야수성을 제어하도록 강제하는 추천/반대 버튼이 오유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확립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추천의 역효과: 어린 아이가 흡연을 중단 시키고 대마초에 불을 붙여 준다. 이런 기이한 그림에 대한 의견을 낼 때도 조금의 비아냥이 섞여서는 안 된다.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아도 일단 이해한다는 스텐스에서 댓글을 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반대를 받으므로(화면 중간의 쓰레기통 수가 반대를 받은 양임).
왜곡된 경향성을 가진 일베
추천 반대 시스템이 상식과 다르게 동작하는 일베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일베에서 배려가 충만한 글은 오히려 가식 떠는 글이라고 민주화 당합니다. 반말투에 자신의 편견을 여과 없이 내비치는 글을 발견하고 이 글을 반대하려고 할 때, 반대를 뜻하는 민주화라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추천을 뜻하는 일베로라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헷갈리면서부터 가치관에 혼동이 오게 됩니다. 결국 왜곡된 추천 시스템에 적응한 사용자들은 상식과 배치되는 판단을 하고 맙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의 추천을 받아서 일간베스트로 등극하는 자료는 자연스럽게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며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을 담게 됩니다.
일베의 상식이 일반인들과 점차 동떨어지는 이유는 일베 사용자들이 범죄자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일베 시스템이 극단적 주장을 부추기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인해 일베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일베식 추천 시스템에 길들여집니다.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극단적인 행위에 경쟁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이 경쟁은 결국 패륜적인 행동을 출현시키고야 마는 것입니다.
80년 광주에서 자식이 죽은 관 앞에서 울부짖는 사진을 보고 택배를 떠올리는 이 기이한 상상력은 패륜 행위일수록 낄낄거리며 함께 즐기는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추천 받고자 하는 욕구는 현실에서 결코 할 수 없는 상상을 부추깁니다. 모든 도덕적 금기와 법적 제한을 뛰어 넘는 일베식 상상력은 때로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떤 제품을 크게, 무겁게, 길게, 두껍게 만들어 보는 식의 창의력 체크리스트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이든 아무런 제한 없이 마음대로 상상해보는 것이 창작 활동이란 면에서 결코 나쁜 것이 아니지만 패륜과 차별, 편견과 조롱에 대한 부분만을 자유롭게 열어 놓은 일베식 창의력은 결국 반 사회적인 상상력만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맙니다.
극단적인 편견을 담은 글을 내뱉어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식으로 쓰지 않는 것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대세인 곳에서 활동하게 되면 점차 극단적인 주장에도 무감각해집니다. 시간이 가면서 집단의 편견이 내면화되고 스스로 편견을 재생산하는 일상화 단계로 접어듭니다. 남들이 쓰고 있는 일베식 용어들을 별 감정 없이 쓰게 됩니다.
편견을 공유하면서부터 동지 의식이 생기고 아예 이것을 함께 즐기는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 어쩌다 타 사이트 게시판에서 일베인들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거기서 싸우고 있는 일게이들을 위해 화력 지원에 나서기까지 합니다. 이제 피아를 구별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서로를 확인하는 방법도 생겼으니까요. 광주는 뭐다?(당연히 폭동이지 이 삽엽충새12기야!)
인터넷 사이트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 집단을 조종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일베는 추천 시스템 왜곡을 통해 사용자들을 반 사회적인 집단으로 만들 수 있고 이런 반 사회성을 개인들에게 내면화 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 주는 매우 기괴한 사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고 오프라인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이며 사이버 세상과 현실이 구별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다르지 않고 이 둘이 결국 합쳐질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볼 때 일베는 한국 온라인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IT 강국인 대한민국은 최첨단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IT 기술의 악용이란 관점에서도 가장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사이버 사찰, 실시간 감시, 댓글 알바와 여론 조작 등 온라인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통제 수단의 유효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일베는 온라인을 장악하기 위해 대중을 조작하는 최첨단의 선구적 실험 사례로 전세계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왜곡된 상상력: 약자에 대한 비아냥과 지역 차별이 없는 문장이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디까지 고인 능욕을 주제로 만들어진다. 왜곡된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를 완전히 조종하고 있는 현장이다. 사용자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패륜적인 창의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반대자를 일베로 모는 행위는 또 다른 사상 탄압
일베의 반대편에는 종북이 있습니다. 지난 수년 간 한국의 지식인들은 종북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내는 지식인을 주로 종북으로 분류했으나 이제 거의 모든 진보 인사들이 종북으로 매도 당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정부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사람들까지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쌍용차 사태를 비판하거나 밀양 송전탑을 반대해도, 무상급식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진상을 알려 달라고 요구해도 종북이 되는 것입니다.
종북 노이로제에 걸린 지식인들이 이 논란을 뛰어넘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신은 종북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데 매달려 있는 한심한 실정입니다. 일단 이 종북 프레임에 갇히고 나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덜 종북일 수 있을 뿐 결코 종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는 방법은 “종북이 어때서?”라고 말하는 것뿐입니다.
웰컴투 동막골의 이해와 화해의 정신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통일이 되려면 남한 사람들은 종북을 하고 북한 사람들은 종남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째서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남한 사람들이 북한 방송을 보는 것은 나쁜 일인가요?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남한을 동경하고 USB로 드라마를 돌려 본다고 하는데 자유롭다는 남한에서는 왜 북한 방송을 돌려 보지 못하고 있을까요? 현실이 이렇다면 남한이 북한 보다 더 자유롭다는 말이 사실인가도 의문스럽습니다.
북한 대중은 우리 동포로 품어야 하지만 북한 정권은 반대한다고 구태여 구분 지어 말하는 것도 구차합니다. 남한도 대를 이어 독재를 하는 판에 삼대 세습이 뭐 어떻단 말인가요? 남한과 북한 정부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조직이라는 인식 없이는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종북의 문제는 자신과 반대하는 모든 것을 종북으로 몰아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신적 살해 행위가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진보 인사들이 서로의 선명성을 경쟁하기 위해 사용하던 종북이란 단어가 언젠가부터 보수집단들이 진보인사 전체를 매도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수구 집단이 중도적인 인사들까지 싸잡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집단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사상이 의심스러운 종북이 되고 말았습니다. 종북이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일베 사용자임을 인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일베가 등장한 후 어떤 게시판에서 분란이 일어났을 때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일베충으로 모는 경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냉소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일베충으로 매도해버리는 것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진보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종북이라고 매도해서는 안되듯이 배려심 없는 의견을 내는 사람을 일베충이라고 매도하지 않고 싸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베에서 활동하던 인간이었다는 비난도 애매합니다. 범죄자로 단정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가능성만으로 한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되니까요. 그가 일베를 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더라도 많은 사용자들이 일베와 오유를 함께 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사안별로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베를 하는지 여부가 아닌 그가 쓴 글을 근거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상 선택도 취향인 시대에 종북은 좋고 일베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사상의 자유는 일베의 논리를 선택할 자유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이 극우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표출하지 않는 한 그를 단죄할 수도 없습니다. 지역 차별, 인종 편견, 남녀 차별을 조장한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이것이 죄가 아닐뿐더러 오히려 사회의 주류적 사고와 일치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어쩌면 한 인간의 일베성을 비판하는 것이 비주류적일 수로 있습니다.
현실 속의 일베: 우리는 애써 무시하지만 이 사회의 주류는 일베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채널을 지워버린 방송들이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 방송이 전해주는 현장 중계를 통해 오늘도 김정은이 무엇을 먹고 무슨 말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나라 걱정을 하고 계신다.
창의성 있는 일베 게이를 위한 조언
중립을 지키려는 자유주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종북이나 일베나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베식 사고는 주류 집단의 보호막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종북보다 더 안전한 사고이기도 합니다. 일베가 어때서란 주장은 온라인 일부에서 도덕적 비난을 받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오히려 출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종북이 어때서란 말은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제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볼 때 종북적 사고는 비록 개인에게는 힘들고 고통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세월호 부모님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고 사회의 발전과 통일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에 대한 대승적 관심과 진보적 사고는 언제나 불온하고 의심 받으며 종북으로 매도 당하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자들이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베식 사고는 당대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한다는 면에서 개인과 사회에 아무런 발전적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창의성은, 사회 구성원들의 고정 관념을 타파하고 사고를 확장 시키며, 도그마를 뛰어 넘어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를 제시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창의성이란 면에서 볼 때 일베식 창작 행위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베식 주장에 동의하는 세력은 한줌도 안 되는 최상위 권력자들뿐이며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미래가 없는 자기 소모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고여서 썩은 물에 마지막 남은 산소를 소비하고 나면 더 이상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일베에 상주하고 있는 게이들 중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발현한 창작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만약 당신의 패륜 충만한 창작품이 창의력 체크리스트를 무차별 적용하다가 발견한 우연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일베에 등극한 당신의 창작품이 순수한 당신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면, 또 그와 겨룰 수 있을만한 창작품을 계속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면, 하루 빨리 일베에서 벗어나기를 권고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창의력이란 대단한 권력이며 이런 능력을 일베 따위에서 낭비하기에는 당신의 인생이 너무 아깝기 때문입니다.
이 좋은 일베에서 왜 벗어나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인간이 변하기 위해서는 자기고백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담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가 니코틴 중독자임을 자복해야 하듯이 변화가능성이 있으려면 일베는 시스템적으로 패륜을 부추기는 사이트이며 당신이 바로 이 부추김에 당하고 있는 사람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창의력 충만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글이 일베에 자주 등극하고 있다면 진지하게 탈일베를 고민해야 합니다. 일베가 당신의 창의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란 점을 깨달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당신의 창의성이 패륜으로 완전히 오염되기 전에, 당신의 기발함이 패륜이 아닌 영역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세월호 침수폰: 한국의 학생들은 세월호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일베에서 세월호를 조롱하는 것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많은 부모들은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에 세월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당신 아이는 그럴 리 없으니까. 당신 아이는 사라지고 당신 아이의 휴대폰만이 유골처럼 삭아서 돌아올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믿으니까.
일베는 온라인의 미래
온라인이 자유로운 곳이란 생각은 착각일 뿐입니다. 온라인은 새롭지도 않으며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온라인은 그저 현실의 반영인 소통 공간일 뿐입니다. 온라인이 자유롭게 보이는 이유는 아직 오프라인의 법 제도가 온라인에 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과의 괴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쌍욕을 서슴없이 해대던 팟케스트에서 이제는 욕이 나오는 부분을 삐 처리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팟케스트에서 욕을 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지만 더 많은 청취자를 모으기 위한 순치 과정이라고 판단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팟케스트에서 욕을 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실과 온라인은 결국 일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언론은 공정성이란 기준으로 각종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 제제를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권력자와 가진 자에게 유리하도록 조정된 결과입니다.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을 함부로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현실의 모든 법과 제도도 기본적으로 가진 자와 힘 있는 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입니다. 소수의 권력자들은 돈과 권력을 활용하여 다수의 시민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 또한 시스템에 대한 복종을 가르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교육과 언론에 의해 주입되고 제도와 관습의 억압으로 조종당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식, 형과 동생, 학교에서 선생과 학생, 선배와 후배, 군대에서의 상관과 부하, 회사에서의 상급자와 하급자, 계층, 계급, 위계 질서, 상하 관계, 갑과 을… 이 모든 시스템은 수가 적은 상위 계층이 수가 많은 하위 계층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와 논리를 강화시키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이 약자를 조롱하고 강자를 편드는 일베와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에서 진보적인 주장은 비주류이며 일베의 논리가 주류인 것도 사실입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종북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나 한국에 간첩이 최소한 2만명은 있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는 배척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현실에서는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장관이 공감을 표시하기까지 하는 이유가 바로 일베의 논리가 한국인들의 주류 사고와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이 속한 조직과 위계 질서 속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주장은 어떤 이유와 목적이 있는지 의심 받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수 많은 제약과 의도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도 다른 사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권력자들은 온라인을 오프라인화 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다양한 규제를 온라인에 도입하여 온라인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이 현실과 달리 평등과 자유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직 새로운 곳이라 이런 현실 시스템이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은 현실과 온라인을 일치 시키는 실험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권력 기관은 CCTV, 네비게이션, 하이패스, 스마트폰, 메신저, 메일, 클라우드, 포털 검색어 감시 등 거의 모든 IT 기술을 동원하여 국민을 감시하고 요주의 인물에 대해서는 실시간 사찰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권력 기관이 원하면 개인의 휴대폰을 강제로 작동시켜 사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기술은 기본일 뿐입니다. 온라인에 알바를 동원해서 실시간 여론 감시와 조작을 함으로써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했던 온라인을 왜곡 시키고 있습니다. 잡음을 유발하여 중요한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포털 댓글란에는 대량의 알바들이 일반 대중의 여론과 동떨어진 글로 도배를 하고 서로 추천을 함으로써 패륜적인 글들만 넘쳐나게 만들어 댓글란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블로그도 온라인 홍보를 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기업은 자사를 비난하는 블로그 글을 차단시키고 있고 자유게시판에도 기업의 알바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견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포털은 권력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런 시스템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가진 자들의 의지가 관철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온라인은 이제 자유롭지 않습니다. 진보적인 의견은 실시간으로 감시 당하고 있으며 검찰이 직접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유로운 것은 일베식 상상력뿐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실험은 어떻게 온라인과 현실을 일치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전세계에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 독재 국가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감시와 사찰, 극우적 국민 양성에 전 세계가 나서게 될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다르지 않고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반영일 뿐이므로 변화의 방향은 온라인이 현실의 규제를 받아들이는 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세계는 일베가 주류이므로 한국 인터넷은 결국 일베화로 결론이 날 것입니다. 진보적 주장을 종북으로 매도하거나 논란거리로 만들고 법적인 제제까지 가하는 반면 일베식 논리를 규제하기는커녕 장려하기까지 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온라인에서도 일베가 주류로 등극하여 그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이런 현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아무리 진보적인 주장이 주류가 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는 결코 일베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오프라인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일베의 문제는 한국 현실의 문제일 뿐입니다.
초중교 학교에서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가르치고 좋은 대학교를 나와 일류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배운 청소년들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일베식 사고를 한다고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착하고 정의로운 행위는 손해를 볼 뿐이며 진보적인 주장을 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일베로 모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경쟁이 얼마나 극심하든 당신은 그 속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다는 일베식 추천 시스템이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위험하고 살벌한 현실에서 자기 마음껏 약자를 비난해도 되는 일베는 어쩌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유일한 안식처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내면의 극우성과 극우적인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하면서 일베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일베는 공정성과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 현실의 반영일 뿐입니다. 현실에서 정의를 행하는 자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지 못하는 한 온라인의 일베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올바른 가르침을 받을 수 없었던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정의감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야단치는 것은 가혹한 행위입니다. 어떡하든 싸워 이겨서 그들이 올바른 역사와 정의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베 사용자들에 대한 비난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도 온라인에서 일베를 비난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진보주의자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일베의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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