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770z ...... ...... .... 7/9 본문
안녕하세요.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770z를 850MHz로 쓰기에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스피드스텝 기능을 쓰지 않고 저속 모드인 700MHz로 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쉬웠습니다. 그러나 한 번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 가는 길이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지요. 770z를 복구하는 일이 그랬습니다. 자르고 깎아내는 일은 쉬웠지만 그 것을 다시 붙이고 연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작업은 단순한 복구였습니다. 끊었던 선은 다시 잇고, 덧대어 놓은 것은 제거하면 됩니다. 자르고 깎고 한 것은 안으로 최대한 감추었는데 밖으로 나온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엄벙덤벙, 얼기설기, 대강 철저히를 모토로 삼는 제가 깔끔하게 한다고 그게 되겠습니까? 동작만 잘 되면 다행이지요. 8% 보드 오버클럭을 위한 납땜. 북간도 수리 점 작품. 래핑선으로 두 부분을 연결만 하면 된다. 직접 해 보았으나 납이 동글동글하게 녹기만 할 뿐 보드에 붙지 않았다. 이렇게 살짝 붙이는 것도 대단한 노하우이다. 8% 오버클럭용 선 제거. 달구어진 인두를 대고 선을 살짝 당기면 끝나는 단순한 일이다. 잘 보면 납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팬선 원위치. 스피드스텝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팬도 CPU온도를 제대로 감지하여 정상동작을 한다. 원래 있던 팬으로 가는 선을 끊어서 다른 팬과 함께 PS/2의 전원을 끌어오도록 해 놓은 사진. 이 선을 원래대로 복구했다. 따로 붙인 팬은 이제 돌릴 필요가 없으므로 전원을 연결하지 않는다. 회로 끊기 전의 보드. 원래의 보드 상태. 회로 끊어 놓은 상태. 스피드스텝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칼로 보드를 긁어서 회로를 끊었다. 래핑선으로 다시 연결한 상태. 미리 래핑선에 납을 입혀서 잘 보이지도 않는 칩의 네 번째 다리에 살짝 붙여야 한다. 페이스트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고난도의 납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곳에서 생겼습니다. CPU 보드의, 원래 붙어 있던 칩 저항이 떨어진 곳이 정상화되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용량의 저항을 붙였는데 스피드스텝 비활성 상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때마다 살펴 본 결과 선을 잘못 연결했더군요. 서로 바꾸어 연결하던지, 근처에 있는 다른 핀에 연결해 놓은 것입니다. 초보라서 그랬는지 뻔히 회로를 쳐다보고도 엉뚱한 곳에 연결하게 되더군요. 여러 번에 걸친 디버깅으로 완전히 이전과 동일한 회로를 구성했는데 여전히 부팅하면 원하는 대로 700MHz가 되지 않고 850MHz로 동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열 번 정도를 분해해서 납땜 다시 하고 재조립한 후에 부팅 테스트를 했습니다. 이 것은 보통 귀찮은 작업이 아닙니다. 이 번에는 될 거라고 믿고 부팅했지만 여전히 850MHz 상태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지쳐 갔습니다. 이베이에서 850MHz CPU를 새로 하나 살까 하는 유혹을 참아내느라고 힘들었지요. 그냥 편하게 새 거 하나 사버리자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손에 있는 CPU를 조금만 더 잘 살펴보고 제대로 납땜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련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여태까지 저항 붙이고 회로 끊는 작업은 선인상가의 북간도에 있는 수리점에 의뢰를 해 왔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바로 들고 간 것은 아닙니다. 제 나름대로 어떻게 해보려고 열심히 작업하다가 끝내 망친 후에야 어쩔 수 없이 항복을 하고 들고 간 것입니다. 케이스 완전 분해해서 들고 수리 점에 들어서면 그 분들의 표정이 아주 볼만합니다. 거기다가 제가 저지른 일 설명 들어갔을 때의 표정도 보셨어야…… “칩 저항에 납땜하다가 제가 요렇게 끊어 먹었거든요? 칩 저항으로 20키로옴이면 됩니다. 하나만 구해서 연결해 주시겠어요?” “기판의 칩 저항 부분을 이렇게 다 긁어 놓아서 달 수가 없는데?” “그러면 일반 저항으로 연결해 주세요. 회로 상으로 여기하고 저기에 걸쳐서 납땜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잘 알면 직접 하시지.” “납땜은 제가 잘 못해서요…… 살려 주세요.” 750MHz CPU용 스피드스텝 활성화를 위한 저항 연결. 북간도 수리 점 작품. 처음에 시도하다가 납이 저항보다 커지는 바람에 겁을 먹고 바로 북간도로 직행해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혼자 해보다 망친 850MHz CPU. 외부 저항 왼쪽에 R1이라고 써진 부분에 있어야 할 칩 저항이 인두로 무리하게 열을 가하는 바람에 녹아서 떨어져 나갔다. 750MHz CPU도 그렇게 고쳤고 850MHz도 이렇게 부탁해서 했습니다. 전원 이상으로 DC/DC 보드를 날려 먹어서 북간도에 갔을 때까지도 납땜에 대해 공포심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 만원이나 주고 고친 것이 겨우 퓨즈 하나였다는 것을 안 후에 조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뭔가 조금만 더 살피면 제가 직접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납땜을 위한 노하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무리 해도 납이 기판에 녹으면서 착 달라 붙게 만들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리점 갔을 때 그분들이 작업하는 것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저보다 좋은 인두를 쓰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용산 공구점에 흔히 보이는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납을 좋은 것으로 쓰는 것일까요? 그 것도 아니었습니다. 납도 싸게 파는 그저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싸구려 납과 달리 조금 좋은 것은 납 안에 송진이 같이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이 분들은 그러나 이런 납을 따로 선호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분들은 항상 인두에 전원을 넣어두는 것 같았습니다만 이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습니다. 인두라는 것이 켜놓는 대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정 온도에 다다르면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인두의 끝을 고급으로 쓰는 것일까요? 인두를 잘 살펴보니까 끝 부분이 분리가 되더군요. 이게 고급이 있고 저급이 있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그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공구점에 문의한 결과 비싼 것도 있기는 하지만 싼 것과 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고 단지 와트 수에 따라 구별해서 쓴다고 하더군요. 납땜용 납. 고급 제품은 내부에 송진이 들어 있다. 인두. 끝을 깨끗하게 하거나 송진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납이 잘 녹지 않고 뭉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분들이 인두 사용 기술이 탁월한 것일까요? 물론 이 부분은 조금 접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인두를 쓰는 행위도 기술이며 기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니까요. 조그만 차이가 초보와 장인을 구별하는 법이지요. 그러나 인두를 쓰는 기술의 차이로만 설명해서는 곤란합니다. 요리에도 레시피가 있듯이 표준적인 인두 사용 방법이 있을 것이니까요. 그래서 북간도에 갈 때마다 그 분들을 계속해서 관찰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자주 살펴보니 납땜할 때의 차이점이 눈에 띄더군요. 인두를 사용할 때 저와 다른 점은 우선 인두를 쓰기 전에 젖은 천에 끝을 닦고, 고슬고슬한 쇠 수세미 같은 곳에 끝을 비빈 다음, 구두약 같은 젤 상태의 물질에 끝은 넣었다 빼더군요. 그러면 인두 끝에서 연기가 났습니다. 이 차이가 눈에 들어오자 저는 바로 공구점에 가서 무조건 같은 상표의 같은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집에 와서 책상 위에 이 것들을 펼쳐 놓고 물수건도 준비한 상태에서 똑같이 흉내를 내어 보았습니다. 이 세가지 행동은 모두 인두 끝을 깨끗하게 하는 행위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두 끝의 열을 올리는 것인지, 불순물을 제거해서 납이 잘 붙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해 봐도 이전과는 확연히 납이 잘 녹는 것이었습니다. 구두약처럼 생긴 페이스트라는 제품은 알고 봤더니 송진이라고 하더군요. 이 것이 결정적으로 납이 보드에 납작하게 붙도록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인두의 끝은 청결하게 만드는 것들, 쇠 수세미. 송진. 납땜하는 분들 곁에는 모두 이 상표의 페이스트를 찾을 수 있다. 쇠 수세미를 넣어 쓰게 만든 통. 페이스트를 깔고 그 위에 쇠 수세미를 올려서 안에 넣었다. 한 번 인두를 꽂으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납땜하시는 분과 같은 상표의 제품으로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업계에서는 인두까지 모두 하코 제품을 가장 쳐주고 있었다. 페이스트가 타는 인두 끝. 깨끗해진 인두는 납을 잘 녹여 준다. 납 흡입기도 있으면 요긴할 때가 많다. 납이 원하는 대로 잘 녹아주었기 때문에 미세한 납땜 작업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두께를 가진 칩 다리에 래핑선을 붙이는 것도 이젠 큰 일이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납을 래핑선에 묻힌 다음 칩 다리에 올려 놓고 인두를 살짝 대면 되더군요. 페이스트의 위력에 감동받는 시간이었지요. 하는 김에 칩 저항을 재 설치하는 고난도의 작업에도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물리적 회로 구성은 복구했지만 논리적 동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원래의 CPU 앞 부분. 스피드스텝을 위한 저항을 연결한 상태. 회로를 원래대로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중. 칩 저항이 사라졌기 때문에 같은 용량의 일반 저항으로 대신했다. 회로도 원래 구성을 참조하여 동일한 상태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최종 버전, 다른 보드에서 같은 용량의 칩 저항을 구하고 회로도 래핑선으로 재구성했다. 납땜 실력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가능했던 일이다. 볼 품은 없지만 거의 작품이다. 물론 원하는 동작은 하지 않는다. 모를 때는 몰랐는데 알고 나서 보니까 자작 사이트에 모두 납땜 잘하는 법으로 페이스트 사용을 권하고 있더군요. 하코 제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구요. 그래서 나중에 납 흡입기까지 하나 구입했습니다. 없을 때는 몰랐는데 흡입기를 구입하고 나니까 쓸 데가 많더군요. 인두 끝을 페이스트에 아주 푸욱 담궜다가 빼면 온 방안에 연기가 찹니다. 이 것도 아주 멋있어 보였습니다. “아싸! 이제 나는 프로다.” 납땜만 하면 녹은 납을 어떻게 하지 못해 동글 동글 동글이를 만들던 제가 아니었습니까? 약간의 납 만을 사용해서 보드에 착 달라 붙게 납땜을 하고 나면 아주 기분이 좋아 집니다. 그래서 인두를 들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납땜이 필요한 곳이 많더군요. 애기 인형 속에 들어 있는 소리 나는 장치들이 많이 고장 나 있었습니다. 마데전자에서 대충대충 만들어서 그런지 스피커 쪽으로 가는 선들이 대부분 끊어져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배터리가 다 되어서 소리가 안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모두 납작하게 납땜을 해 주었지요. 이어폰은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하는 것이 많습니다. 사용하다가 줄을 당기게 되면 선이 미세하게 끊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선을 흔들거나 꼭꼭 누르다 보면 소리가 다시 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어폰은 대부분 그냥 버리고 새 이어폰을 사지요. 뒤져보니까 시원찮은 이어폰이 많더군요. 끊어졌다고 의심되는 부분은 짤라 버리고 다시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능 좋은 이어폰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인형 속에서 꺼낸 소리 내는 장치. LR44타입 배터리가 녹슬 정도로 오래 방치되었고 내부 선도 부식되어 빠져 나왔다. 인두가 필요한 시간이다. 집안을 뒤져서 나온 배터리와 용산에서 사온 배터리들. 회로에 연결하지 않으면 충전지와 달리 배터리는 수명이 크게 줄지 않는다. 테스터로 배터리 전압을 측정하는 모습. 1.44V, 이 정도 전압이 나오면 새 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쓸만한 상태다. 다시 살아난 장난감들. 밤 중에 잘못 밟으면 한참 동안 시끄럽다. 장난감 핸드폰도 아주 시끄럽다. 너무 시끄러워서 지금 있는 배터리 다 닳으면 안 바꿔줄 예정. 인두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테스터도 함께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저항을 재는 용도였는데 배터리를 재는 용도에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1.5V 건전지의 수명이 다되면 0V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테스터로 쟀을 때 1.1V나 나오는데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테스트로는 건전지의 상태를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건전지는 1.6V정도로 시작해서 수명이 다되면 1.0V정도가 되는 것이더군요. 저항뿐만 아니라 전압 측정에도 자신이 붙었기 때문에 또 다시 온 집안을 뒤지며 건전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을 뒤져서 전압이 1V 정도되는 배터리는 모두 제거하고 용산에서 박스 채로 사온 배터리로 모두 교체했습니다. 돌아다니는 건전지 중에서 수명이 다 된 것도 버렸습니다. LR44이라는 규격도 알게 되었지요. 여태까지 1.1V나오는 것은 새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었는데 교체하고 나니까 갑자기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며, 애기용 모조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납땜만큼은 제대로 할 줄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770z를 고치다 보니 생긴 실력이지요. CPU의 스피드스텝 비활성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젠 그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실력을 얻었다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으니까요. 세 돌이 갓 지난 우리 애기는 그 후 고장 난 물건은 무조건 저에게 가지고 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먼 훗날 이 녀석도 제가 단지 평범한 아빠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그 전까지는 훌륭한 존재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마음이 혹시 지나친 욕심은 아닐까요? “그래 내가 고쳐 줄게, 아빠가 다 고쳐 줄게, 넌 아무 걱정 마, 알았지?” 저는 애기를 꼭 끌어안고 말했습니다. 제 품에 안겨 안심하는 애기의 눈을 바라보면서 제가 그래도 약간은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느낌을 놓치기 싫어 저는 오래도록 애기를 안고 있었습니다. 김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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