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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770z ...... ....... .... 5/9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1. 770Z 기나긴 삽질의 기록

770z ...... ....... .... 5/9

미닉스 김인성 2007. 4. 23. 14:49
 

안녕하세요.

글이 예정된 양의 절반 정도까지 왔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쓰기는 했지만 과한 칭찬들을 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이 길어져서 워드로 치니까 온라인으로 쓸 때보다 엄숙해지고 문장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쉽고 가볍게 가려고 하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잘 안 되는군요. 그럼……

온라인에서 찾은 팁과 조언들을 참고로 하여 여러 가지 튜닝을 마쳤을 때 850MHz의 모드에서도 최소한의 안정성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심해서 쓴다면 여름까지는 그럭저럭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때쯤 백업용으로 구입했던 770z에서 뺀 보드와 부품으로 모두 바꾸었기 때문에 bios에서도 770z로 인식했습니다. 케이스에 있는 글자는 770x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완전히 770z였습니다. 770X와 770Z는 사실 출시 할 때 CPU 속도에서 770Z가 조금 빠른 것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770X보다는 770Z를 좀 더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팩상으로는 같은 제품이지만 내부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는지 개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로는 770Z가 튜닝 할 때 문제가 좀 더 적다고들 하더군요. 저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내부를 770Z 부품으로 바꿈으로 VGA가 깨지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770X 때는 세 번에 한 번 꼴로 부팅하면 화면에 잔상이 생기고 그래픽이 깨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문제가 그냥 사라졌습니다.

wmarcusm이라는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인 deepsleep은 노트북을 언제나 최고 속도로 만들어 주었고 더불어 powerleap을 부르는 루틴까지 있어서 캐쉬도 자동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슬립모드에서 빠져 나오든 새로 키든 언제나 770Z는 자동으로 최고 속도로 동작하게 되었지요. 사실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돌리는 등의 심한 작업만 하지 않고 쓴다면 더 이상 추가로 해야 할 일은 없었습니다.

가끔 생각 없이 쓰다가 죽거나 하면 재 부팅하면 되고 이런 경우를 위해서 데이터는 자주 백업하면 될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금 부족하더라도 만족하고 쓰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그저 무던하고 무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Deepsleep과 powerleap, 스피드스텝 고클럭 모드와 캐쉬 활성을 자동으로 해 준다. 시작프로그램에 넣어 놓으면 더 이상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칩셋에 방열판을 붙인 모습, 열 분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트북 아래에 두고 쓰는 방열판, 팬까지 돌면서 바닥을 식힌다. 휴대성만 해결 할 수 있다면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을 듯……
사진 저작권
(http://shopimage.hanmail.net/m_productimages/A693/19/A693_notepal_225.jpg)



저도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의 저 밑바닥에서는 “이게 아니야”하는 느낌이 집요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뭔가 찜찜한 기분, 한 번 좌절했던 기억이 저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었나 봅니다. 770z를 업무용으로 쓰기 보다는 안정성 테스트하는 데 더 매달리게 되더군요.

따뜻한 방에서 동작시켜서 죽을 때까지 시간 재기, 동영상 재생 가능한 시간 테스트…… 밤새도록 돌게 해 놓고 잠자기, 이렇게 해 놓으면 결과가 궁금해서 깊이 잠들지도 못합니다. 한 시간도 안돼 깨버리지요. 깨면 상태 체크부터 했지요. 물론 770z는 언제나 파란화면 상태로 죽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쓸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죽지 않도록 만들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습니다. 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기존의 쿨러와 CPU간의 접착 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열 전달용으로 붙여 놓은 패드를 제거했습니다. 이 것은 P2 용 CPU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P3에는 부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써멀 패드도 제거 했습니다. 두 금속이 서로 직접 맞닿게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열 전달 패드도 두께가 있었기 때문에 패드를 제거하자 금속 사이에 빈 틈이 생겼습니다. 이 틈을 없애기 위해서 나사 연결 부위를 줄을 이용해서 깎아냈습니다. 칩셋 위에는 방열판을 붙였습니다. P2 용 mmc-2 CPU는 CPU 방열 부분이 칩셋까지 연결되어 있었는데 P3에서는 분리되어 있더군요. 칩셋의 열이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방열판을 붙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노트북 바닥에 놓고 쓰는 방열판에 대해서도 알아 보았습니다. USB에서 전원을 끌어와 돌려 주는 팬까지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이 것은 효율성이 의심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휴대 성이 나빠질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아무리 성능이 중요하지만 노트북 만한 방열판을 함께 들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쿨러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스피드스텝을 활성화 한 상태에서는 CPU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처음부터 돌고 어떤 경우에는 다운이 될 때까지 전혀 돌지 않기도 했습니다. 부팅할 때 온도 측정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으면 팬 속도 조절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아예 처음부터 팬이 돌게 개조했습니다.

기존의 연결 선을 끊고 USB에서 5V를 받아 두 선에만 연결했습니다. 팬으로 가는 세 번째 선은 속도 조절용이므로 연결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해서 팬이 항상 돌게 만들었지만 부팅할 때 팬 에러가 발생합니다. 기존의 세 선을 끊지 않고 전원을 이중으로 연결하거나, 속도 조절용 세 번째 선만 연결하면 에러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몰랐지만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전기적인 지식이 부족해 5V 입력을 두 군데에서 동시에 받아도 되는지 parkoz 동호회에 질문했습니다. 그 때 답변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써멀 패드를 걷어 내고 금속간의 밀착도 개선을 위해서 나사 연결 부분을 갈아낸 직후의 모습. 이제 써멀 구리스만 발라 주면 두 금속이 직접 붙어 있는 효과가 난다.


팬으로 가는 선을 끊고 USB에서 5V를 직접 연결한다. 사진은 실제와 조금 틀리지만 패스. 나중에는 다른 팬과 같은 전원을 쓰도록 변경했다.



여기까지 했을 때 백신테스트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무릎 위에 놓고 쓰기나 동영상 재생은 여전히 몇 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동영상 재생까지 하려면 좀 더 강력한 방법을 쓰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풍기로 뒤에서 바람을 불어 주었을 때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면 노트북에 직접 팬을 달아 주면 되지 않겠는가?”

이미 뒷부분은 흉측하게 변했기 때문에 어찌되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울트라포트 커넥터를 들어내면서 휑하니 뚫려 있기도 했으니까 노트북 두께보다 작은 팬이 있다면 달기만 하면 되지요. 끝까지 가기로 했으므로 이제 어떻게 되더라도 좋았습니다.

용산에 가서 30mm와 25mm짜리 팬을 구입했습니다. 770z는 두꺼워서 40mm 팬도 장착이 가능합니다. 억지로 붙이면 3개다 붙일 수 있지만 25mm를 붙일 곳은 기존의 팬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로 돌출이 적게 되도록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서 30mm짜리 두 개만 붙이기로 했습니다.

25mm를 붙이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기도 하더군요. 일제 팬이라는데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팬은 작을수록 소리가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데스크탑 저소음용으로 120mm 팬이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어설픈 실력으로 노트북 뒷면을 자르고 깎아서 팬을 붙이고 전원을 연결했습니다. 전원도 일단 PS/2 포트에서 뽑아서 연결했지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남겼습니다. 팬을 고정하기 위해서 플라스틱 부분을 짤라 내면서 흉터를 남겼고 순간접착제를 바른 부분은 마른 후에 번들거림도 있었습니다. 니빠로 대충 자른 알루미늄도 흉측한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원래 붙어 있던 팬을 포함한 3개의 팬이 풀 스피드로 돌면서 바람을 넣고 빼주었기 때문에 열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습니다.

제 방에서는 백신돌리기와 동영상 돌리기를 동시에 해도 다운이 되지 않았습니다. 보일러로 뜨끈뜨끈하게 만든 안방에서도 꿋꿋이 버텨 주더군요. CPU 사용율 100%로 계속 돌렸을 때도 죽지 않았습니다. 원하던 수준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는 뜻입니다.




30mm팬 2개와 25mm 팬이 장착된 상태에서의 모습. 작업 중이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게 보인다.


동작 중인 상태, 새로 붙인 팬 3개와 내부에 있는 기존 방열판의 팬도 함께 돌고 있다.


위에서 본 모습. 테스트를 위해서 뒷부분에 순간접착제로 단순히 붙여 놓은 상태


동작 중인 상태의 클로즈업, 내부 팬이 도는 모습도 확실히 보인다. 나중에 30mm 팬에 맞게 케이스를 짤라 내면 이렇게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안정성은 이렇게 극단적인 엽기 방법론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렇게 튜닝된 노트북을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배터리 소모량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4개의 팬이 동시에 돌면서 아주 배터리를 빨아 먹더군요. 그렇게 쪽쪽 빨리는 시간이 1시간을 제대로 넘지 못했습니다.

팬이 도는 소음도 너무나 컸습니다. 책상에 올려 놓으면 책상까지 함께 울려서 웅장한 소리가 났습니다. 진동 또한 참기 힘들었습니다. 책상을 공명판 삼아 울리는 우웅하는 진동을 듣고 있으면 데이터센터의 서버실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웬만한 데스크탑보다 더 큰 소음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25mm 팬을 떼면 소음이 많이 줄었습니다. 30mm 팬을 하나만 돌리면 소리가 상당히 줄어들어 크게 괴롭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내부 팬은 여전히 계속 돌려야 합니다.

여러 가지로 테스트 한 결과 타협 할 수 있는 수준은 내부 팬과 30mm 팬 하나만 돌리는 정도였습니다. 이 때도 조금 시끄럽기는 했지만 참을 만 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바닥의 진동만 조심하면 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정말 조용해야 하는 도서관 같은 곳은 이 상태에서도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팬을 줄이고도 방열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25mm 팬을 제거하고 30mm 팬 둘 중에 하나를 멈추어 놓고 테스트를 했습니다. 이렇게 외부 팬 한 개만을 돌리는 상태에서의 안정성 테스트는 15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방열판에 구리를 이용해서 방열판을 확장했습니다. 팬이 보내는 바람을 모으는 역할도 겸하도록 했습니다. 개선된 상태에서 안정성 테스트는 30분을 넘겼습니다만 애초에 완벽한 상태를 원했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한 방법이 필요 했습니다.




25mm 팬을 제거하고 30mm팬을 장착한 모습. 30mm에 맞게 뒤쪽을 깎아 내었다. 흉측함이 많이 줄었지만, 글쎄……


팬과 방열판 사이에 구리로 방열판을 확장한 모습. 나중에 구리테입으로 바꾼 사진은 없음. 있는 구리판을 활용해서 먼저 테스트 하는 과정에 있는 모습. 사실 보여주기 뭐한 상태의 사진임.



이베이에 수소문 해 본 결과 600x에 사용하는 쿨링시스템이 부품으로 나왔더군요. 600x도 mmc-2 타입의 CPU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쿨링시스템을 770에 적용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으나 구조가 너무 틀리고 길이가 너무 길어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잘못해서 튀어나온 쿨링시스템을 건들면 CPU가 뽑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무소음을 위한 선택으로 수냉 쿨링 방식이 있습니다. 물을 순환시키기 위한 보조 장치가 너무 복잡하고 큽니다. 노트북에 가능한 수냉 방식은 현재 없습니다. 수냉 방식을 상상해 보기는 했지만 크게 고려한 적은 없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히트파이프였습니다. 최근 데스크탑의 저소음용으로 나오는 고가의 쿨링시스템에 바로 이 히트파이프가 장착된 것들입니다만 노트북용으로는 이미 나온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600x용 쿨링시스템에도 히트파이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히트파이프란 내부를 진공으로 만든 후에 소량의 액체를 담아 놓은 것입니다. 한 쪽에 열을 가하면 이 액체가 증발하여 반대쪽으로 날아감으로써 열이 파이프 전체로 빠른 시간에 퍼집니다. 이 때문에 작은 면적의 CPU열을 효과적으로 넓게 퍼지게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되면 CPU의 열도 빨리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반대쪽에 방열판을 붙이고 방열 팬을 돌리면 더 빨리 열을 낮출 수 있습니다.

히트파이프는 전체에 골고루 열을 전파하려고 하고 한쪽은 뜨겁고 한 쪽은 차가우면 결과적으로 빠르게 뜨거운 쪽의 열이 떨어지지요. 방열 면적을 넓히고 빠르게 열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팬을 사용할 수 있어서 최고의 저소음 쿨링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것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노트북용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그나마 조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수냉 쿨링 시스템.
사진 저작권 (http://www.overclockers.co.kr/reviews/koolance/pcside1.jpg)


600x용 쿨링시스템 부품.
사진 저작권 (http://www.checkpoint-thinkpad.de/ p/fan600.jpg)


600x용 쿨링시스템 뒷모습. 히트파이프가 보인다.
사진 저작권 (www.fayoly.net/image/tp/600/fan.jpg)


mmc-2 CPU에 장착된 상태의 모습. 770z의 쿨링시스템에 비해서 길이가 너무 길다. 770z에 끼우게 되면 팬부분부터 나머지 전체가 케이스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물론 내부도 맞지 않아서 설치에 애로가 많다.
사진 저작권 (http://www.bigkey.com/pic/ibm/misc/11720_ibm_thinkpad_600x_p3_cpu_and_fan_assembly.jpg)


상용으로 나온 무팬 VGA 쿨링 시스템. 최근에 나온 3D 그래픽 카드는 CPU만큼의 열을 내기 때문에 쿨러가 필수이다. 히트파이프 쿨링 시스템은 무 팬으로 동작 가능할 정도로 열 분산 효과가 뛰어나다.
사진 저작권 (http://www.headroomx.de/ images/heatpipe.jpg)



“히트파이프를 구하자. 770Z에 내장 가능한 히트파이프를 구해서 방열판에 납땜이나 용접으로 붙이자. 이렇게 하면 한 방에 소음도 잡고 배터리 소모도 없게 할 수 있고 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꺼야”

저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히트파이프의 길이, 모양, 구조, 방열판을 장착하는 방법까지 구상을 끝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시중에서 쉽게 히트파이프 쿨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CPU와 특정 보드에 맞게 나온 기성품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규격화되지 않은 히트파이프는 어디에도 파는 곳이 없었습니다. 한 두 개를 따로 제작해주려는 곳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이 모 쿨링업체 개발실에서 기성품이 아닌 제품을 하나 구해 주었다는 말을 듣고 그 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완강한 태도로 나오는 바람에 튜닝 된 히트파이프 구입을 포기 해야 했습니다.

히트파이프 제작 업체에 전화하면 기본적으로 천 개 단위로 주문하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더군요. 좌절.

이제 와서 도와 주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히트파이프에 관한 정보를 웹에서 뒤진 결과 용산 한 가게에서 어떤 제품의 부품용으로 쓰던 히트파이프를 팔고 있음을 알아 내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적당해서 잘하면 770z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용산에서 구한 히트파이프. 어떤 하드웨어에 사용되던 것일까?


힘을 가하자 구부러지면서 파이프에 구멍이 나버렸다. 내용물이 흘러 나오면 히트파이프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구해 온 히트파이프와 770z의 크기 비교. 위에 놓은 것처럼 90도 구부려서 장착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밖으로 빠져 나온 열은 방열판에서 식게 된다. 이게 가능하다면 소음, 열, 배터리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그러나……



히트파이프는 내부가 진공입니다. 그래서 한 번 만든 후에는 변형을 가할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구부려 보았지만 여지없이 고장이 났습니다. 파이프에 구멍이 나면서 액체가 흘러나오고 사망.

미리 만들어 파는 것 중에는 적당한 것이 없고, 원하는 크기와 형태의 히트파이프를 구할 수도 없고, 기존의 히트파이프를 개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답답하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는 막다른 상태가 된 것입니다.

남은 방법은 청계천을 뒤지는 것입니다. 에어컨, 냉각기 업체를 뒤지거나 소규모 히트파이프 제작업체를 찾아내서 사정하는 것이지요.

제 경험은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용산의 전자랜드와 선인상가까지 가는 것은 그래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인의 저 찬바람 불어오는 북간도나 나진 상가까지 뒤져야 했던 일은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제품 구하려고 북간도, 나진을 간 경우는 제외합니다. 나진이나 북간도를 폄훼 할 의도도 없습니다. 단지 선인에 없는 특이한 것들을 찾으러 다닌다는 뜻입니다. 물론 선인에 없으면 나진에도 없습니다.)

나진까지도 용서할 수 있지만 정말 청계천은 문제가 있습니다(물론 여기서도 청계천을 폄훼 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청계천은 전문가들의 영역입니다. 물건의 거래 단위도 한 두 개가 아닌 수 백 개, 수 천 개입니다. 저 같은 일반인이 특이한 용도의 제품 한 두 개를 원할 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여태까지 “청계천에나 가야 있지요”라는 말을 듣고 진짜로 청계천에 가서 뭔가를 구할 수 있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억지로 구했더라도 원하는 용도에 맞게 잘 쓴 기억도 없습니다. 즉 “청계천……”이라는 말은 “없다”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또는 일반인 수준에서 구할 물건이 아니니 포기하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청계천까지 가서 히트파이프를 구해야 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팬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소음과 진동 그리고 배터리 사용량을 봤을 때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고 다른 방법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길의 끝에 다다른 것입니다. 길의 끝에는 벽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벽. 이 벽을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문제는 언제나 답과 함께 제시되지요. 이렇게 끝장을 보자고 달려오는 저의 모습을 보시는 동안 여러분도 이미 그 답을 짐작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때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겠지요. 저는 격정에 차서 날뛰는 망아지처럼, 알 수 없는 열정에 휩싸여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고 나서야, 원래부터 거기 있던 해결책을 돌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말 원했던 것을 속 시원하게 다 해보았기 때문일까요? 저는 결국 담담하게 처음부터 들려오던 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한가지 행동에도 수 많은 이유와 원인이 있는 법이지요. 제가 상대한 것이 과연 단순한 노트북이었을까요? 아주 자그마한 것이었지만 뭔가 잠깐 스쳐 지나가듯이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 아마 그 때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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