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9. 잉크젯 카트리지 리필 [미닉스의 잉크젯 스토리] 본문
9. 잉크젯 카트리지 리필
잉크젯 카트리지를 스스로 리필해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 방법을 보여 드립니다만 사실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나 고생스럽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용감하게 해 보시겠다고요? 알겠습니다. 같이 보시죠.
9.1 막힌 카트리지 뚫기
잉크젯 카트리지는 안 쓰면 막힙니다. 노즐이 막힌 카트리지를 살리기 위해서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으로 여러 번의 노즐 클리닝 명령을 내려보고 휴지로 직접 닦아보기도 해야 합니다. 이래도 해결이 안되면 좀 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흑백 문서를 인쇄하면 글자에 줄이 갔습니다. 헤드의 노즐 일부가 막힌 것이지요. 컬러는 색깔이 뽑을 때마다 다르게 나왔고 줄도 심하게 간 상태였습니다. 노즐 부분에 휴지를 대고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게 하기, 윗부분을 열어서 잉크가 흐르게 하기, 세척액 속에 담그기...... 이런 방법을 쓸수록 카트리지 상태는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하다 보면 뚫리기만 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점점 더 엽기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게 되지요.
9.2 일체형 카트리지 리필
일체형 카트리지는 주사기로 윗부분에 잉크를 주입하면 됩니다. 리필에 필요한 부품과 잉크를 함께 파는 리필킷을 구해서 설명서 대로 작업하면 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 경우에도 잉크만 구입하고 주사기는 직접 구해서 작업했는데 생각처럼 인쇄가 잘 되지 않더군요. 노즐을 뚫어도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컬러 인쇄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각 색의 노즐이 모두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몇 개의 노즐만 막혀도 색 조합에 이상이 생겨 전체적으로 원본과는 다른 출력물이 나옵니다.
정품 카트리지를 새로 사서 달면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에 출력도 잘 되겠지만 리필을 하면서 이런 좋은 출력물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노즐 청소를 계속하거나 프린트를 많이 해서 노즐이 다 뚫렸을 때, 그와 더불어 잉크가 정품과 흡사한 압력 상태가 되었을 때, 어느 정도 비슷한 품질로 컬러 인쇄가 됩니다. 물론 그 기간이 아주 짧지만 말이죠. 한참을 고생해서 카트리지를 양호한 상태로 만들어도 자주 인쇄를 하지 않으면 다음 번 인쇄할 때 제대로 인쇄가 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다시 카트리지 청소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낭비되는 잉크와 종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엡손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더 문제입니다. 엡손은 다른 업체에 비해서 노즐 청소에 잉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프린트를 껐다가 켜기만 해도 쭉쭉 잉크를 뽑아 먹습니다. 호환 잉크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비싼 정품 잉크를 엄청나게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오지요.
9.3 카트리지 조정
노즐에 이상이 없음에도 인쇄가 이상한 것은 다른 부분에 원인이 있는 것이겠지요. 잉크를 보충하는 과정에서 뭔가 잘못한 것일까요? 저는 노즐의 반대편 즉 카트리지의 위쪽을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될만한 것들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압력 조정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정품 스티커 라벨이 잉크 주입 구멍과 함께 작은 공기 흡입구 끝 부분까지 막아 줌으로써 노즐에서 잉크가 일정량만큼씩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합니다. 리필을 위해서 라벨을 뗐다 붙였다 하는 과정에서 접착력이 나빠져 밀폐 기능이 떨어지는 바람에 필요 이상의 잉크가 흘러 나오게 되면서 색이 이상해 진 것입니다.
잉크젯 리필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은 따로 제작된 라벨을 구입해서 씁니다. 가정용으로 쓰는 제 입장에서는 그냥 간단히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이런 부분에 따로 돈 들일 이유도 없고 들일 돈도 없었으니까요. 투명하기 때문에 잉크 주입구의 압력 상태가 잘 보이는 장점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내부 압력이 달라져서 잉크가 역류하기도 했는데 그 것이 눈에 보이니까 대처하기에 좋았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고 나니까 또 다른 문제도 보였습니다. 주입한 잉크양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품 잉크와는 달리 추가 잉크를 주입할 때 지나치게 많은 양을 넣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잉크가 역류하는 문제가 생겨서 인쇄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적절한 압력을 유지하려면 정품 잉크에 비해 너무 많지 않도록 잉크를 오히려 빼내야 했습니다. 투명한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한 것이 이 문제를 찾아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헤드 일체형 카트리지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이 정도입니다. 여기까지 했다면 헤드가 불량이 되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로 출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를 해서 카트리지를 많이 망가뜨렸습니다. 경지에 오른다고 작업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실력은 늘어서 큰 문제 없이 리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정을 거친 카트리지로 깔끔한 출력물을 뽑아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9.4 리필을 권하지 않는 이유
리필은 별로 권할 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손을 더럽혀야 하기 때문에 정말 하기 싫은 일입니다. 아무리 해도 쉬워지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는 억지로 하는 일이라 그랬는지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색깔의 변화: 카트리지 상태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옵니다. 위 4가지 출력물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모두 원본과도 많이 다릅니다.
컬러 이상: A는 컬러 사진인데 원본과 많이 다릅니다. B이하는 흑백 사진인데 검은색이 나오다가 색이 빠졌습니다. 포토잉크는 검은색을 여러 색을 섞어서 표현하기 때문에 어떤 색이 조금만 이상해져도 전체적으로 다른 색이 되어 버립니다.
컬러 달라짐: 오른쪽 출력물은 검은색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왼쪽 출력물들은 색이 빠진 것들입니다. 출력할 때마다 전부 원본과 비교해서 많이 다른 출력물을 골라내 폐기해야 합니다.
프린터 상태를 양호하게 만들어 인쇄를 하면 깔끔한 출력물이 연속해서 나오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프린트를 하면 리필한 잉크양이 변합니다. 그에 따라 출력물의 색깔이 점차 달라집니다. 그래도 원본과 비슷한 것들은 쓸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달라진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리필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는데 이렇게 출력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습니다. 겨우 안정화된 프린터는 몇 장 뽑지 못하고 다시 비정상이 됩니다. 다시 정상으로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듭니다. 또 노즐 청소에, 테스트 프린트에, 잉크양 조절에…… 다시 손을 더럽히고 온 방안이 잉크로 범벅이 되고 엄청난 휴지를 소모하고…… 몇 장 프린트 후 또 다시 이 작업의 반복……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저는 왜 이렇게 되는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카트리지가 정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리필 잉크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지요. 제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한잉크였습니다. 무한잉크를 장착하면 대용량 보조 잉크통을 통해 일정한 잉크압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주사기도 필요 없습니다. 손을 더럽히는 일에서 해방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필을 하던 제 눈에는 무한 잉크가 궁극의 해결책으로 보였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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