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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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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한 잉크 [미닉스의 잉크젯 스토리]

미닉스 김인성 2009.09.10 21:05

4. 무한 잉크

 

잉크젯 프린터는 저렴한 본체 가격과 비싼 소모품 정책을 취했습니다. 레이저 프린터가 고가 정책을 쓰고 있어 선뜻 구입할 수 없었을 때에도 잉크젯은 쉽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잉크를 다 쓰고 나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방법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도 프린터 회사 이익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니까요. 나중에는 레이저도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고 마진 시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마가 끼이게 됩니다. 초기부터 호환 잉크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잉크가 삼사만원씩 하는 것을 수긍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싼 것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리필킷: HP 카트리지를 위한 제품입니다. 직접 리필을 할 수 있도록 잉크와 보조도구 그리고 설명서를 제공합니다. 물론 설명서대로 해도 잘 되지는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Gmarket 리필킷 상품 설명

 

재생 카트리지: 미리 리필을 해서 파는 제품들. 잉크와 헤드 일체형의 카트리지는 직접 리필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이런 제품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재생을 했을 때의 품질이 정품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이미지 출처: http://img.ecplaza.com/my/kittynuolite/5.jpg

 

엡손 카트리지: 리필킷을 팔던 업체들은 이제 금형까지 찍어 호환 카트리지를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주로 헤드와 잉크 분리형인 엡손 프린터 용 제품이었는데 잉크만 포함되어 있어 가격도 쌌기 때문에 시장에서 아주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inkjetworlds.com/UploadPic/JPPNJEGHOAFLEHOM.jpg

 

프린터 업체는 호환 잉크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습니다. 프린터를 산 사람들이 정품 잉크를 재 구입할 것이란 가정을 하고 본체를 싼 값에 팔았는데 예측과 달리 그들이 호환 잉크를 쓰게 되면 손해를 보니까요. 그들은 우선 호환 잉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퍼뜨렸습니다. 원본 잉크에 비해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인쇄 후 변색이 쉽게 되어 보존력이 없다. 잉크 원액이 나빠 프린터가 고장 난다. 호환 잉크를 사용하면 A/S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주장의 목표는 기업 시장이었습니다. 1단으로 100Km/h 속도를 낼 수 있는 차가 어떤 차인지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회사차지요. 회사차는 아무도 아끼거나 책임지지 않으니까요.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는 아무도 호환 잉크를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호환 잉크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장도 아닌데 남들이 좋지 않다고 떠드는 제품을 비용 좀 아끼겠다고 용감하게 채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소모품 아낀다고 알아 주지도 않습니다. 일 해야 할 시간에 쓸데 없는 것에 신경 쓸 여유도 없습니다. 잉크 전문가도 아니면서 호환 잉크, 리필 잉크, 무한 잉크 이런 것에 대해 떠들면 오타쿠 취급 받습니다. 그냥 규정대로 프린터에 맞는 정품 잉크를 사서 쓰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업체의 호환 잉크 비난 정책은 일정 정도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곧 다른 경쟁 상대가 나타나게 됩니다. 소위 잉크방이라고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무실마다 돌아다니며 잉크젯 관리 용역을 따내서 정품 잉크를 몰아내고 리필 잉크 영역을 넓혀 가기 시작했습니다. 프린터 업체들은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여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해 냈습니다.

그들은 무한 잉크 제작 업체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들을 고소해도 오픈 마켓에서 팔리는 무한 잉크를 완전히 없앨 수가 없었습니다. 업자들은 고소를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하여 여전히 잘 팔고 있는 중입니다. 프린터 업체들은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적인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정품 잉크 카트리지에 카운터 칩을 달아서 일정양의 프린트를 하면 잉크 없음 에러를 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에러가 난 카트리지는 잉크를 보충하더라도 재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프린터가 잉크양을 읽는 것이 아니라 칩에 기록된 프린트 양을 읽기 때문입니다. 업자들은 곧 이 칩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고 곧 프린터 양을 다시 0으로 리셋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된 칩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수동으로 리셋해야 했지만 결국 자동으로 리셋되는 칩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카운터 칩 정책은 괜히 정품 사용자들만 남은 잉크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나쁜 기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반면에 호환 잉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혀 이 기능에 구애 받지 않고 신나게 출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호환 잉크 가격만 조금 올려 놓는 효과 뿐이었지요.

프린터 업체들은 또 정품 잉크 이외에 어떤 장치도 내부에 넣을 수 없도록 프린터 내부에 여유 공간이 전혀 없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무한 잉크용 호스가 장착될 여지를 없애고 헤드 이동 시 호스가 걸려서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도록 설계를 한 것이지요. 일부 프린터는 이 방법이 효과를 나타냈는데 기피 제품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 중에 탁월한 인쇄 품질과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용감한 사용자들은 내부를 개조해서 무한 잉크를 장착해 썼습니다. 어차피 무한 잉크를 사용하고 나면 A/S는 기대할 수 없으니까 마음대로 개조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어떤 제품들은 센서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정품과 다른 잉크압이면 에러를 내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들은 무한 잉크를 사용하면 이유 없이 에러가 나고 정품 카트리지를 꼽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인에게 감추어진 서비스 모드까지 찾아 들어가 공장 초기화를 해도 전혀 상태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일부 악명 높은 이런 제품은 어떻게 하더라도 무한 잉크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피 대상 1호 목록에 등극했습니다.

이렇게 잉크젯 프린터 업체와 호환 잉크 업체 그리고 무한 잉크킷 제작 업체들의 싸움은 계속되었습니다. 프린터 업체들이 카트리지 유상 교환 행사를 하고 정품 잉크 가격을 싸게 만들고 있지만 호환 잉크 업체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용자들도 잉크젯 잉크의 비밀을 다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정품 잉크의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힘듭니다. 혼자 다 먹으면 좋겠지만 결국 다 함께 뜯어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정착되겠지요. 프린터 업체들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어쩌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로터용 잉크 시스템: 무한 잉크의 가능성은 사실 프린터 제작 업체에서 열어 주었습니다. 초기 플로터는 헤드와 잉크가 분리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업자들은 처음에 플로터를 위한 호환 잉크 판매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곧 이 시스템을 다른 잉크젯 프린터에 적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정설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임)

http://www.governmentauctions.org/uploaded_images/plotter-704493.jpg

 

HP 잉크 분리형 프린터: K8600DN 프린터입니다. 자동 양면 인쇄에 네트워크 프린트도 되며 A3 용지까지 출력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제품입니다. 이 프린터는 무한 잉크의 프로토타입을 스스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보이는 호스는 왼쪽 윗부분의 헤드와 왼쪽 아래 부분의 잉크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헤드 부분: K8600(DN)의 헤드 삽입 부분입니다. 본체 가격을 비싸게 받는 대신 이렇게 기계적인 부분을 모두 교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품 헤드: K8600의 분리형 헤드입니다. 때문에 헤드와 잉크만 교체하면 언제나 신품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사진의 금속 부분은 노즐 보호를 해 준다고 주장하는 가이드로 어떤 업체 제품입니다.

 

무한 잉크킷: K8600을 위한 무한 잉크는 사실 단순한 잉크 탱크에 불과합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타 업체용 무한 잉크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HP가 이렇게 무한 잉크를 쉽게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HP 6110: 일반적으로 HP의 잉크젯은 잉크와 헤드가 함께 있는 카트리지 형태에 위와 같이 무한 잉크용 노즐을 설치할 공간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위쪽 열린 부분을 닫으면 카트리지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헤드 일체형 카트리지는 재생의 가능성을 줄이며 밀폐된 본체는 무한 잉크의 사용을 제한합니다.

 

정신 줄 놓은 엡손: 엡손은 전통적으로 헤드 잉크 분리형 잉크젯을 만들어 왔습니다. 본체에 장착된 헤드의 노즐은 너무나 튼튼해 몇 십 만장을 프린트 했다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엡손 잉크젯은 무한 잉크를 장착하기도 아주 쉽게 되어 있습니다.

 

잉크젯 개조: 이번에는 엡손도 조금 노력했습니다. 카트리지 장착 부분이 움직일 때 전혀 여유가 없도록 만들었네요. 프린터 윗부분을 닫으면 역시나 무한 잉크 호스가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과 같이 일부 플라스틱을 잘라내면 쉽게 해결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에 이 프린터에 무한 잉크를 미리 장착해서 파는 업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개조해서 보내줍니다. 물론 A/S는 물 건너 갔습니다.

 

무한 잉크 설치: 이제 무한 잉크 카트리지를 적절히 장착하면 끝납니다. 최신 제품이라 칩에 대한 조사가 덜 끝났는지 가끔씩 수동으로 눌러줘야 하는 칩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카트리지 위쪽의 녹색 기판 부분이 리셋 스위치입니다.

 

무한 잉크 장착 완료된 엡손 TX100: 프린트는 물론 스캔에 복사도 됩니다. 본체를 살펴보면 돈 아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보입니다. 정말 싸구려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인쇄될 때 소음도 엄청나게 큽니다. 아마 처음 들으면 프린터 내부가 다 부셔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프린트 결과물은 좋습니다. 어차피 A/S는 포기했으니까 A/S 보낼 때 장착할 정품 잉크도 빼고 삽니다. 대신 가격이 낮아지니까요. 이렇게 하면 무한 잉크를 장착해도 10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IT의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적극 추천입니다.

 

캐논 MX850: 프린트, 복사, 스캔, 팩스가 가능하며 자동 양면과 유선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제품. 무한 잉크까지 장착하면 사무용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어 보입니다.

 

악명 높은 에러: 캐논 제품은 잉크압을 미세하게 체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드 리셋으로도 무한 잉크 압력 조절로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정품 잉크만 사용할 수 밖에 없어 결국 폐기 처분한 제품. 저는 개인적으로 무한 잉크를 사용하는 용도로 캐논 제품을 권하지 않습니다.

 

고급 무한 잉크킷: 특별한 기능을 자랑하는 제품도 결국은 잉크 통에 불과합니다. 그 외의 전자적인 기능은 사실 쓸 데가 별로 없습니다. 잉크 통을 가려놓고 센서가 잉크양을 체크해 주는 것보다 투명해서 잉크양이 그냥 보이는 싸구려 무한 잉크킷이 훨씬 더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무한 잉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프린터 회사와의 숨바꼭질이 계속되었습니다. 잉크젯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무한잉크를 장착하고 싶어 했고 프린터 업체들은 무한잉크를 장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긴긴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싸움이 격해질수록 사용자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겠지만 얼리어답터들의 희생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한잉크킷이 베타 상태인 제품을 구입했다가 프린터까지 망가뜨리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이 글도 그런 쓰라린 경험의 산물입니다. 여태까지 제가 고장 낸 프린터가 몇 대였는지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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