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나는 왜 당신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지 않는가? 본문
페이스북은 지옥입니다. 조금이라도 심각한 콘텐츠는 접혀서 외면당합니다. 당신이 애써 만든 콘텐츠는 매 순간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들에 뒤섞여 사라집니다. 잠시 눈길이 머물렀던 콘텐츠도 잠깐 한눈을 파는 순간 새로운 콘텐츠에 밀려나고 맙니다. 그렇게 지나간 것들은 검색으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콘텐츠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알 수 없는 서글픈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뿐, 당신은 쉬지 않고 올라오는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에 빠져듭니다.
당신의 타임라인은 당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콘텐츠만 존재하는 정결하고 안락한 곳입니다. 페이스북이 당신이 불편해할 만한 것들은 모두 제거하고 당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콘텐츠만 남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결여”가 시작됩니다. 나는 “좋아요”를 눌러 주었지만 상대는 나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을 때 서운함을 느낍니다. 여태까지 “좋아요”를 잘 눌러주던 상대가 왜 “좋아요”를 눌러주는 횟수가 줄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은 상대에게 계속해서 “좋아요”를 눌러 줄 필요가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나와 사이가 틀어진 상대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어야 할지도 고민됩니다. 이전 글보다 지금 올린 글의 “좋아요” 수가 적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그리하여 “좋아요”가 많을 때도, 적을 때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든 상대와 감정적으로 엮이기 때문에 언제나 결여에 시달립니다.
이 모든 것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자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런 결여 상태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방문자 수와 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당신과 상대를 조정하여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장치로 인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 세계 거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명령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오늘이 바로 당신 친구의 생일임을 상기 시키며 생일 축하를 잊지 말 것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일단 페이스북에 들어온 이상 페이스북의 조종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내가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생일 축하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페이스북이 아닌 나를 원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자에게 이용 당하지 않으려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창작자가 소셜미디어를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제가 블로그에 쓴 긴 글을 링크를 하는 용도 이외에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페친들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저는 특히 페친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습니다. 눌러 주다 안 눌러 주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눌러 주지 않는 것이 그나마 “결여”를 덜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글에 일방적으로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는 분들의 원망이 쌓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원망을 조용히 감수하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덜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애써 믿고 있는 중입니다. 이 모든 것이 페이스북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들에게 조금도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서운함과 원망, 실망과 기대를 갉아먹으며 생존하는 저주스러운 서비스임을 깨닫는 사용자들이 좀더 많아지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김인성.
이 글은 제가 쓴 책 <창작자의 나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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