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키보드 삽질기 #1 본문
불로그를 찾아 보시면 구형 노트북과 잉크젯, TV 이어폰 구멍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키보드 삽질기를....
일반 키보드는 2000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손가락이 호강하는 기계식 키보드로 입문하게 되면 100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때 고가 키보드에 심취했던 적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 접게 되었습니다. 쓰다 보니 만원 아래의 멤브레인 키보드도 쓸만하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씽크패드 노트북의 키보드에 쓰인 펜터그래프 방식과 맴브레인 방식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했구요.
에누리 가격 비교: 제품 가격과 택배비가 비슷하다.
39만원짜리 키보드: 토프레 리얼포스 키보드, 가격은 비싸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별로 감흥이 없었음. 너무 비싸서 그런 듯.
10만원대 초반의 기계식 키보드: 레오폴드 fc750rt 청축, 혼자 작업한다면 찰칵거리는 소음이 듣기 좋음. 단 혼자 작업 할 때만.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비엠 시절 씽크패드에 달려 나왔던 키보드가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팬터그래프 방식이라 쫄깃한 느낌인데다 깊이가 깊어 타이핑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이십 년 전의 씽크패드 키보드는 정말 대단했는데 이젠 그런 키보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듯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씽크패드 키보드도 유행에 따르느라 얇고 가볍게 바뀌어서 이젠 노트북 구입 때 씽크패드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레노버가 씽크패드 노트북에 20년 이상 유지되던 7열 키보드를 6열로 개악해버리는 바람에 매니아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이 바뀐 키보드 때문에 구형 씽크패드에서 몇 년 째 업그레이드를 못하고 있습니다.
레노버 수석 디자이너가 레트로 버전에 대한 사용자 의견을 수렴 중이라서 매니아들은 7열 키보드가 재 출시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트랙포인트의 물리 버튼을 없앴다가 사용자 반응이 워낙 격렬해 레노버가 물리 키보드를 되살려 낸 전례가 있으므로 7열 키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98년에 출시된 씽크패드 770: 무시무시한 두께와 무게 때문에 휴대용인지 헷갈리는 노트북, 대신 키 감은 끝내줬음
이미지 출처: http://laptop.pics/wp-content/uploads/2015/08/770z6.jpg
씽크패드 T530의 키보드 : 키 배열이 6열로 변환되었을 뿐만 아니라 키가 더욱 납작해졌다. 그럼에도 새 키보드가 키 감이 더 좋다는 평가도 있음.
이미지 출처: http://shop.lenovo.com/us/en/laptops/thinkpad/t-series/t530/
하지만 제가 끝내 씽크패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소위 빨콩이라 부르는 트랙포인트 때문입니다. 키보드 입력 작업을 하면서 마우스를 쓰면 자주 손이 키보드 바깥으로 나가야 하지만 빨콩을 사용하면 이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평평한 면에 손가락을 대고 움직이는 방식의 트랙패드에 비해 작은 조이스틱 같은 빨콩은 훨씬 효율적인 입력 장치입니다.
평평한 트랙패드로는 게임 컨트롤이 어렵지만 빨콩으로는 마우스 수준의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트랙패드는 아무리 써도 숙련도가 증가하지 않지만 빨콩은 쓰면 쓸수록 정교한 컨트롤 능력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단 애플 멀티터치 트랙패드는 예외입니다. 애플의 제품 최적화 능력은 트랙패드에도 발휘되어서 매직 트랙패드와 비슷한 정교함을 가진 제품을 장착한 윈도우 노트북이 있다면 바로 넘어갈 의향도 있습니다.
빨콩은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빨콩을 오래 쓰면 손가락 끝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검지로 시작했다가 중지를 거쳐 약지로 손가락을 바꿔 쓰게 됩니다. 그래도 통증이 계속되면 손을 바꾸어 왼손으로 제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빨콩 통증은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한 번 느끼고 나면 빨콩에 손가락을 댈 때마다 통증이 손목까지 뻗치기 때문에 결국 손가락을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왼손으로 빨콩을 제어하고 오른손으로 버튼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소니 노트북에 장착된 빨콩: 여러 업체들이 라이선스를 받아 트랙포인트를 출시했다. 이들은 색깔을 달리했기 때문에 청콩, 흑콩 등으로 불린다.
이미지 출처: http://images.bit-tech.net/content_images/2009/04/sony-vaio-p-series-vgn-p11zr-review/11.jpg
물론 화면 커서 이동을 컨트롤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마우스입니다. 하지만 문서 입력 작업을 할 때는 손의 이탈이 없는 빨콩이 더 효율적인 입력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트북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에서도 문서 작업을 주로 할 때는 빨콩을 쓸 수 없을까 알아보다가 빨콩을 장착한 일반 키보드를 아이비엠에서 직접 출시한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기 빨콩 키보드: 트랙포인트를 장착한 아이비엠 키보드. 1990년대에 출시된 제품이며 풀사이즈 키보드이다.
이미지 출처: http://clickykeyboard.com/2012/jun09/014.jpg
하지만 초기 빨콩 장착 키보드들은 버튼이 2개뿐이라 불편합니다. 빨콩은 중간 버튼 스크롤이라고 중간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빨콩을 위, 아래로 움직여 화면을 스크롤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초기 빨콩은 이 기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버튼 정의를 달리해서 두 번째 버튼 클릭으로 스크롤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비엠이 만든 스페이스 세이버는 3버튼이 달려 있는 기계식이라 끝판왕이라고 할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힘듭니다.
아이비엠 스페이스 세이버 II; 3버튼 빨콩이 장착된 키보드. 숫자 키패드를 없앴다는 의미로 공간 절약형이라고 불렀다.
이미지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tkjoseph/4264767319
현재 이베이에서 중고 제품을 배송료 포함 10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동작하는 상태인지 알 수가 없고, 연결 방식이 USB가 아니라 구형인 PS/2 방식이라서 불편합니다.
사용기를 보면 의외로 키감이 별로라는 평가가 많아 주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끓어 오르는 구매 욕구로 인해 구매 버튼을 누르기를 여러 번 했었는데 결정적으로 드라이버 지원이 끊겨 중간 버튼 스크롤이 제대로 될지 확신할 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구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어찌되든 일단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솟구치는군요. 손에 넣게 될 때까지 이런 안타까움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다시 기계식 키보드에 빨콩을 달고 나오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는데 다들 초고가인 리얼포스에 육박하는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 키 배열에 별로 실용성이 보이지 않아 구입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레노버에서 만든 기계식 빨콩 키보드, 손에 넣으려면 물 건너와야 하기 때문에 40만원이 넘어간다.
이미지 출처: http://www.thinkworldshop.com.cn/pm/51077.html?twsrm2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됩니다. 실제로 트랙포인트 부품을 구입하거나 트랙포인트가 달린 노트북용 키보드에서 트랙포인트만 분리해서 개조한 사례가 있고 그 방법도 자세히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개조 삽질에 소질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정교하게 만들 자신도 없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만족스런 사용감을 얻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빨콩 개조 작업된 키보드: 진정한 삽질 과정을 사진으로 보고 싶다면 이미지 출처 사이트를 방문하기 바람
이미지 출처: https://geekhack.org/index.php?topic=11420.0
빨콩 달린 일반 키보드는 1. 아주 오래 전에 나왔던 제품이거나 2. 최근에 나온 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키 배열이 별로이며 3. 직접 개조하는 것은 결과를 자신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일반 키보드 배열에 3버튼 빨콩이 달려 있고 드라이버 지원이 좋아 중간 버튼 스크롤이 가능한 제품"은 현재 세상에 없습니다.
이런 요구가 무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고 희한한 배열에 키감도 별로이면서 가격만 비싼 제품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여 데스크탑에도 빨콩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은…(계속)
김인성.
'김인성의 삽질기 > 6. 완벽한 키보드 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보드 삽질기 시즌 2 (0) | 2024.02.24 |
---|---|
키보드 삽질기#5 – 당신 만의 키보드가 있으신가요? (20) | 2016.10.07 |
키보드 삽질기 #4 – 파괴왕의 등장 (0) | 2016.10.05 |
키보드 삽질기 #3 -실리콘과의 사투 (4) | 2016.10.04 |
미니 선풍기는 안전할까? (3) | 2016.06.22 |
키보드 삽질기 #2 (7) | 2016.02.10 |
삽질....3? (4) | 2015.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