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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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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답글을 받지 못한 분들에게 보내는 사과문

미닉스 김인성 2010. 5. 27. 22:49
안녕하세요?

연 초에 이태리 로마에서 한 달을 보내고 왔습니다.

원래는 3개월의 기한으로 갔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시간을 만든 것인데 이태리의 열악한 인터넷 사정으로 일찍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태리에는 무선 인터넷도 별로 없고 도서관에서 네트웍도 제공해 주지 않습니다. 베를루스코니의 악정에 장애가 되는 인터넷을 쓰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인터넷 사용자 실명제가 강화 되어 있어서 공짜 인터넷은 상상도 못하게 만들어 두었더군요. 우리가 쥐라고 부르듯이 그들은 폭정을 일삼고 있는 수상을 악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수시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글쓰기 버릇 때문에 인터넷이 안되면 진도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는 개뿔이고 사실은 인터넷 중독자라서 인터넷이 안되는 컴퓨터에는 전혀 흥미가 안가서 그랬습니다. 해킹한 아이폰에 이태리 통신사 심을 꼽아서 썼는데 하루 50MB 정책이라 한 시간 반 정도 웹서핑만 하면 용량을 초과했기 때문에 따로 한 달에 100시간(200시간 이었는지 기억이 안남) 쓸 수 있는 심을 하나 사서 추가로 썼습니다. 주말 빼고 평일에만 쓴다고 하면 하루 네시간 정도 꾸준히 쓸 수 있는 양인데 이건 데이터 보내나 안보내나 시간으로 따지기 때문에 아주 인터넷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더군요. 하여튼 종량제는 인간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하고 있는 짓이 도서관에서 웹서핑하는 거라서 스스로 한심해지는 바람에 초안만 잡고 빨리 왔습니다. 다행히 오후에는 이태리 시내를 버스로 다니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저기 뒷골목은 걷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고풍스런 건물 외관이 그렇게 생기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 문화의 원형이 거기에 있더군요. 다른 아무데도 가지 않고 로마에만 주구장창 머물면서 이태리를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십오일, 이십일, 한 달 짜리 배낭 여행으로 열 군데 이상의 유럽 도시들을 다니고 있는 젊은 친구들을 봤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곳을 눈으로 도장 찍어 놓는 것도 좋지만 한 놈만 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까요.

아침과 저녁은 주로 민박집에서 김치찌개와 백반으로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보다 한식을 더 잘먹었지요. 점심은 짧은 영어로 가능한 이태리 조각 피자만 사 먹었습니다. 엿장수가 엿을 잘라 팔 듯 사각형 커다란 판 피자를 주문한 크기대로 잘라 팝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가르치고 그 사람들이 잘라주는 대로 아무 말도 못하고 사 먹었지만 나중에는 "this one, that one, over there, no, no, small" 하면서 여러가지 피자를 섞어 먹었지요. 콜라와 함께 먹어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되어 거북했지만 나중에는 여러가지 피자를 골라가면서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 경지까지 갔습니다. 한 피자집만 패서 그러지 피자집 주인과 친해져서 "아리가또"란 인사도 받았지요.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미스타킴이라고 부르더군요. 다행히 킴이라서 그냥 넘어 갔습니다.

타지에서 안정이 되지 않다보니 작업에 진전이 별로 없어서 최소한의 작업만 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빨리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 변경하고 로마 거리를 지칠 때까지 걸어 다닌 후에야 조금 안정이 되었습니다.

돌아 온 후에 한 동안 도서관을 다니면서 작업을 계속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글을 주로 도서관에서 쓰는데 마음이 편해져서 도서관에 잘 가지 않게 되더군요. 가더라도 빨리 집으로 올 생각밖에 안나고, 참고 할 만하면 저녁 10시라고 끝내고 가라고 하고, 집에 오면 작업은 개뿔, 소파에 누워 채널 서핑하느라고 시간 다 가버리고......

그래서 지방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한 일주일씩 가 있었는데 조금 도움이 되더군요. 작업에 진척이 있었습니다. 이 후의 일에 대해서는 사진과 함께 연재해 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곧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태리에서 작업하면서 블로그 관리에 손을 놓았습니다. 댓글에 답글도 달지 않았습니다. 답글을 다는 행위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신경이 쓰입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 답글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지도 신경쓰입니다. 그래서 답글을 달지 않습니다. 돌아온 후에도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서 답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제 성격상 답글을 달고 블로그를 관리하고 하는 행위가 상당한 정신적 소모가 뒤따르기 때문에 그냥 포기했습니다. 대신 긴 글로 보답한다고 생각하면서......

이게 버릇이 되고 나니까 작업을 다 끝내고 나서도 답글을 다는 일을 그냥 못하게 되더군요. 누구에게는 답하고 누구에게는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최근까지도 그냥 넘어 갔는데 은근슬쩍 답글 달기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쓰는 것이 도린 것 같아서 씁니다. 진작부터 답 해야지 하면서 이런 계기가 없어서 그냥 넘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여태까지 댓글 썼는데 건방지고 싹 무시한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음...... 사실 이렇게 사과문을 쓰고 나서도 아마 게을러빠져서 성실히 답글을 달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어쨋든 달 수 있으면 달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인성.

(귀찮아서^^ 교정은 안 보고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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