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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9. 생존 수영의 완성.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2. 수영 - 맥주병을 위하여

9. 생존 수영의 완성.

미닉스 김인성 2011. 8. 25. 12:58

9 장. 생존 수영의 완성.

 

수 많은 레저가 있습니다. 족구나 축구 같은 것들은 간단하면서도 재미있어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인라인, 자전거 같은 것들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제대로 타려면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레저는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기도 하지요. 스케이트, 스키처럼 즐길 수 있는 장소도 한정되어 있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하는 레저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보편적으로 누구나 한 번은 해보는 것들이지요. 소위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불리는 특이한 것들은 위험하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듭니다. 배우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이런 레저는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정보도 많지 않습니다. 가끔 방송에서 이런 스포츠를 본 후 흥미가 생겨도 막상 시작해보려고 하면 배울 곳을 찾기도 쉽지 않지요.

 

다운힐: 속도에 대한 광기일까? 언덕을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 내려오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많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쾌감은 증가한다.

이미지 출처:

http://velonews.com/galleries/contest3c/Downhill%20Racer%20by%20James%20Partridge.jpg

http://www.new-dream.de/image/wallpaper/sport/ski/ski-18.jpg

http://www.extreme-accounting.com/Images/Downloads/full%20screen%20downhill.jpg

http://www.oeisc.at/news2003/pics/20040715_Lisi_Downhill.JPG

 

 

이런 특수한 레저 중에서 3차원적인 이동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것들이 특히 멋있게 보입니다.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더 같은 무동력 비행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 다닐 수 있게 해주지요. 동력 행글라이더,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자체 동력이 달려서 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이런 종류의 레저는 접해보지 못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창 밖을 봤을 때 받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늘에서 보면 우리가 지표면에 딱 붙어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지요. 지구 껍질에 붙어 있는 작은 개미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이런 바닥에서 올라와 지구의 대기권을 마음껏 헤엄치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느낌은 높이 올라갈수록 더 큰데 자기 마음대로 기구를 조정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면 훨씬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겠지요. 직접 조정하지는 않더라도 초 경량 비행기의 승객으로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생각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레저: 무동력으로 하늘에 떠 있는 운동들, 3차원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스카이 다이빙은 하강이 주가 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방향 조절이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aerial.org/~andy/images/skydive.jpg

http://www.chgc.asn.au/pics/Hang_Gliding_Sunshine_Coast_30-31_Aug_2003_032.jpg

http://caribbeanfreeflying.com/SV/graphics/photos/paragliding/Paragliding01072.jpg

 

동력 비행: 동력을 사용해서 하늘을 나는 레저들. 그야말로 3차원 이동이 가능해 완전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일부는 초 경량 비행기로 분류되며 좀 더 발전하면 비행기 조종사 모드가 된다.

이미지 출처: http://k43.pbase.com/v3/33/507433/1/51842532.Baloon.jpg

http://dyvik.net/Vossapg/bilder/MotorFeb2004/Motor2.JPG

http://vueaerienne.free.fr/photos/oisans2/ag13-006.jpg

 

 

하늘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도 3차원적인 이동이 가능하지요. 물 속에서는 하늘과 달리 무중력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력을 상쇄시키는 부력은 마치 우주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지요. 스쿠버와 스킨 중에서 제가 좀 더 재미를 느낀 것은 스킨 다이빙이었습니다.

 

스쿠버는 장비 사용법만 익히고 몇 십 깡만 하고 나면 실력차이로 서로를 구분하기가 애매해집니다. 이 것은 마치 무기로써의 총과 같은 것 같습니다. 칼과 활 같은 무기는 개인간의 실력 차이가 크게 존재하지요. 하지만 총은 그 자체가 워낙 막강한 무기라서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물론 남보다 총을 잘 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란 것이 미미합니다. 어린애라도 총을 쥐고 있으면 무적이 되지요. 연약한 여성이라도 총 쏘는 법을 배우고 호신용 총을 들고 있으면 막을 사람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신의 스쿠버 장비는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서 사용법도 간단하고 고장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냥 장비들을 차고 들어가서 육지에서 걸어 다니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물 속을 구경하다가 나오면 됩니다. 상승과 하강도 부력 조절기로 할 수 있습니다. 오리발도 조용히 젓는 것이 더 훌륭한 방법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스쿠버는 운동으로써의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구경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자연의 아름다움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산을 타고 올랐을 때의 성취감까지 얻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스킨 다이빙은 모든 것을 저의 능력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만 물 속에 들어가 있을 수 있고 하강은 오리발을 열심히 찬 만큼 깊게 내려갈 수 있지요. 숨을 참고 몸으로 추진력을 내는 것은 상당한 힘이 드는 운동입니다. 스쿠버에 비해서 더 얕은 곳 밖에 못보고 볼 수 있는 시간도 짧지만 그 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킨을 하게 되면 언제나 좀 더 깊은 곳으로 좀 더 오랫동안 가 볼 수 있기를 바라게 되지요. 깊이와 시간은 연습하고 경험을 쌓는 만큼만 늘어날 뿐입니다. 물론 그만큼 성취감도 느낄 수 있겠지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나라의 바닷가를 다니면서 스킨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경험담을 모아 보려고 합니다. 그 만큼 저의 스킨 실력도 늘 수 있겠지요. 다이빙 할 수 있는 동해의 바닷가들을 조사하고 남해의 바닷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고 비교적 깨끗한 서해 바닷가의 포인트를 알려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긴 시간이 필요하고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후에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언젠가는 꼭 해보려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랑 블루: 바다와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프리 다이빙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했었기 때문일까? 뤽베송 감독은 이 영화로 1500만 프랑스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랑 블루: 그러나 숨 안 쉬고 100m 이상을 내려가는 프리 다이빙에 관한 장면(가장 위쪽)보다는 곰치에게 먹이를 주는 첫 장면이 더 인상적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니모를 찾아서: 아름다운 바다 속 동화. 이야기만큼이나 바다 속 장면이 화려하다. 픽사의 사실적인 그래픽은 이런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한다. 한국의 바다에서도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물에 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수영은 저절로 제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떠 있는 것을 즐거워하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수영법을 익히고 좀 더 멋진 폼을 습득하기, 수영 기록 갱신하기, 장거리 수영 도전하기…… 이런 것들은 강습 수영의 자연스러운 길입니다. 좀 더 심각하게 수영을 고려한다면 선수 생활을 하거나 수상 안전 요원으로 가기도 하지요. 안전 요원이 되려면 발만 사용해서 머리를 물 밖으로 내고 떠 있는 입영을 5분 이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원한 것은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것, 그것뿐이었습니다. 동네 수영장에서, 2m 풀장에서, 5m 잠수풀에서 그리고 동해 바다에서 저는 키를 넘는 깊은 곳에서 떠 있을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장비 없이 떠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수영을 배워가면서 물안경이 필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바다에서는 마스크와 스노클을 쓰고 있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살아가면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바다에 빠질 경우가 거의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 느꼈던 생존의 도구로써의 수영에서 레저와 즐거움으로써의 수영으로 바뀌었습니다. 떠 있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는 더 깊이 더 오래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기쁜 일이 되었습니다. 깊은 바다 속에서 느끼는 공포를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느 날, 안전 줄도 없는 다이빙 풀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다이빙 연습장으로 쓰이는 곳이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간 다이버들이 물안경도 쓰지 않고 물에 뛰어들더군요. 그들이 연습을 끝내고 간 후에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서 저도 한 번 맨 몸으로 뛰어 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안경도 없이 가장 낮은 다이빙 대에서 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시력도 나쁜 맨 눈으로 들어가니까 눈앞이 물 속인지 물 밖인지도 구별이 되지 않더군요. 잠시 허우적거리고 싶다는 본능이 또 다시 살아났지만 이성으로 이 감정을 누르고 조용히 떠 오르기를 기다린 후에 침착하게 자유형으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아무런 장비 없이 5m 깊이의 물에서 헤엄쳐 나오면서 저는 생존 수영을 스스로 완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의 수영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이 제 수영 인생의 한 분기점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더 이상 깊은 물에 떠있을 수 있는지 스스로 확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종교적 확신을 가지게 되면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날 이상한 충만함을 느끼며 가만히 있어도 마냥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자기 확신이 주는 안정감, 이 든든하고 충만한 기쁨을 얻었는데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날 그렇게 저는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맑은 날: 전혀 맑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맑은 날에 관한 이야기. 이 봄 삶으로 다이빙해 들어가다.

이미지 출처: http://media.movieweb.com/galleries/3100/posters/poster1.jpg

 

어느 맑은 날: 실업자가 된 중년의 한 남자는 도버 해협을 건너는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가 생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고 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그가 품은 것은 바다에 대한 도전이었다. 희망은 이미 늦어버린 인생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하늘을 날고, 경사진 눈을 스키 타고 내려오고, 호흡기를 물고 물 속을 탐험하는 모든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호기심에, 강제로, 재미있어 보여서, 아는 사람을 따라서…... 그들 각자는 여러 가지 동기를 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모든 동기들이 절대적인 것들은 아닙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그 일을 해야만 했던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 겁니다. 그냥 어쩌다 하게 되었고 시작한 후에 재미를 느껴서 좀 더 열심히 하다 보니 거기에 빠져서 실력을 늘이게 되고 그러다 결국 남들보다 잘 하게 되었을 겁니다. 경륜이 쌓이고 세월이 가다 보면 나중에는 딱히 그만 둘 이유가 없어서 계속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단순한 우연이 겹친 것에 불과하지요. 나비효과라고 말하면 될까요? 암벽 등반가 전문가가 애초에 행글라이딩을 시작할 뻔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에게 특별해 보이는 레저를 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그냥, 우연히, 시작을, 했을 뿐이지요.

 

우연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뭔가를 시작하려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수영을 할 수 있을까요? 수영을 못하는 이유와 배우지 않은 이유는 무수히 들 수 있겠지만 할 수 있게 되는 방법은 단순 합니다. 배우러 가는 것, 물에 뛰어 드는 것, 수영장에 가서 등록을 하고 강습을 받는 것……

 

시작만 하면 얼마 안 가서 물에 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다음은 자동이지요. 철인 3종에 나가게 될 수도 있고 제주도의 바다를 스킨 다이빙으로 돌아 다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길로 가든 그 모든 것은 수영을 배우러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지요.

 

시간을 내서 수영장에 가는 것은 작은 사건입니다. 하루 하루를 놓고 보면 별로 변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분명한 진리입니다. 지금 수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 작은 실천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영 관련 글과 비디오를 아무리 많이 읽고 보더라도 직접 물에 뛰어 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신의 물 속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 보는 것부터 해야겠지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 여러분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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