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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4. 잠수풀에서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2. 수영 - 맥주병을 위하여

4. 잠수풀에서

미닉스 김인성 2011. 8. 25. 12:57

제 4 장. 잠수풀에서

 

스쿠버 자격증을 따오겠다고 용감하게 말했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으러 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잠수풀에서 나와서 생각해 보니 저에게 과연 스쿠버가 필요한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격증이 없어서 5m 잠수풀에 들어갈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하면 됩니다. 2m 풀에 만족하거나 물 깊은 계곡을 찾아 보면 되니까요. 호수나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5m 잠수풀은 장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입장료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것보다 경제적이었습니다. 깊이에 비해 안전하기도 했습니다. 거리도 가까워 원할 때는 언제라도 갈 수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제약만 빼면 그 어떤 것보다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스쿠버 자격증은 따 놓으면 다른 곳에서도 써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 심한 제약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수영장에 가지 않고 고민한 지 한 달이 못되어 실제로 스쿠버 교육 신청을 했습니다. 고민하느라고 일반 수영장에도 가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수영을 안 하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물에 대한 갈증도 커졌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기도 했으니까요.

 

마스크: 스노클링, 스킨 다이빙 그리고 스쿠버에서 가장 먼저 갖추게 되는 장비. 물 속에서 시야를 확보해 주고 코를 막아 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 준다. 전면 유리가 통으로 되어 있을수록 시야가 좋다. 도수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왼쪽 아래처럼 양쪽 눈이 분리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 오른쪽 아래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UDT 마스크다. 스킨 다이빙과 스노클링은 조금 다르지만 이 글에서는 그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쓴다.

이미지 출처: http://www.vintagescubasupply.com/blkmsk.jpg, http://www.tusa.com

 

스노클: 일반 수영과 스노클링을 구별하는 것은 이 숨대롱을 사용하는가 여부이다. 스노클을 물게 되면 물에 떠있는 방법이 수영과 완전히 달라진다.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날 숨을 힘있게 쉬어 물을 빼면 된다. 오른쪽 사진은 물 빠지는 곳을 두 군데로 만들어 아주 편리하게 개선시킨 스노클의 내부 모습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마스크와 스노클을 쓰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 준다.

이미지 출처: http://www.tusa.com

 

 

오리발: 추진력을 높여 주는 도구. 핀(fin)이라고 부른다. 스노클을 숨대롱으로 부르지 않는데 반해 핀은 오리발이라는 이름이 정착되었다. 오른쪽 아래는 맨발로 신을 수 있는 스노클용이고 나머지는 스쿠버 겸용이다. 스쿠버 겸용은 추진력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개량이 되었기 때문인지 모양도 특이하고 가격도 높다. 바닥이 험한 곳에서 스킨을 할 때도 신발을 신어야 하는 스쿠버 겸용을 쓰는 것이 좋다.

이미지 출처: http://www.tusa.com

http://www.usdivers.com/usd_product_library/low_res/fins/proflex2_metblue.jpg

 

강습 초기에는 스킨부터 가르쳐 주더군요. 물안경을 쓰고 스노클을 문 채 물에 떠 있기를 하면서 숨을 쉬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에 들어가 가만히 서 있으면 잠시 후 코 약간 위쪽, 즉 눈 아래까지 물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스노클 장비가 없을 때는 손과 발로 물을 차면서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 숨을 쉬고 다시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지요. 떠 있는다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물에 잠겨 있다가 잠깐씩 머리를 내미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노클 장비를 하고 있으면 많이 달라집니다. 코는 마스크가 막아주고 입에 물고 있는 스노클의 숨 구멍이 머리 위에 있으니까 물에 잠긴 채로도 입으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얼굴을 물에 담근 채 엎드려 있을 때 스노클을 머리 뒤쪽으로 조절해 놓으면 물 밑을 보면서도 숨을 쉴 수 있지요. 더 이상 손과 발을 사용해 머리를 내미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노클링은 수영에 비해 숨쉬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도 물에 떠 있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영법입니다.

 

또한 오리발은 맨발에 비해 추진력을 몇 배나 증가시켜 주더군요. 오리발을 차면 적은 힘으로도 훨씬 빠르게 수영을 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스노클, 오리발 이렇게 세가지를 모두 착용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겁만 먹지 않는다면 아무리 깊은 곳에 가더라도 원하는 만큼 떠 있거나 몇 킬로미터라도 헤엄쳐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스노클링: 잠수복까지 걸치고 제대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는 모습. 잠수복의 부력 때문에 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갈 수가 없다. 부력에 반대되는 음성 부력을 만들기 위해서 납으로 된 무거운 웨이트를 허리에 찬다.

이미지 출처: http://www.makingwaves-charters.com/Ian%20snorkeling.jpg

 

스킨 다이빙: 물에 떠 있는 모습. 몸과 머리가 이 정도 물 속에 잠겨 있어도 스노클이 있기 때문에 숨 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렇게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가 세 번 정도 심호흡을 한 후에 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델 : 딸)

 

스킨 다이빙: 몸을 바닥으로 기울이고 숨을 내쉬면서 오리발을 차면 바닥까지 갈 수 있다.

 

스킨 다이빙: 물의 압력 때문에 고막이 귀 안쪽으로 밀리면 통증이 온다. 이 때 입을 닫고 코를 손으로 막은 채 코를 풀듯이 힘껏 숨을 내쉬면 공기가 귀 쪽으로 들어가서 고막을 원래 위치로 보내 준다. 이 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 하는데 1m 이상 깊이 스킨다이빙을 하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어린 시절 강에서 놀았던 사람들 중에서 의외로 이 기술을 몰라서 고막이 터진 적이 있거나 강물 속에 들어가면 귀가 쨍 하고 아팠었다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물 속 깊이 들어가기도 배웠습니다. 수면과 평행하게 엎드려 있다가 윗몸을 순간적으로 수면과 수직이 되도록 숙여 물 밑으로 향하게 하고 동시에 다리를 세웁니다. 몸무게 때문에 발목까지 물 속으로 쑥 들어갑니다. 이 때 숨을 약간 뱉어 내면서 손으로 물을 당기면 발까지 물에 잠기지요. 오리발을 힘차게 저어서 계속 아래 쪽으로 헤엄쳐 갑니다. 5m 바닥까지는 2초에서 3초 정도면 닿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닥에 내려가기도 전에 숨이 막힙니다. 머리 속으로 열까지 셈을 해도 거의 둘네여섯여덜열 이 정도 속도로 세게 되지요. 5m 풀의 중간 즉 한 3M 정도 내려가면 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겁이 나고 숨도 엄청나게 막혀 옵니다. 갑자기 무서워져서 바닥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급하게 위로 올라오려고 몸을 틀어도 생각처럼 빨리 수면에 닿을 수 없습니다. 이 때 한 1초 정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생기지요. 머리 속으로는 빨리 나가서 숨을 쉬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날숨도 다 쉬어서 스노클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냥 머리까지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스노클도 입에서 뱉어 버리지요.

 

원래 스킨다이빙을 하게 되면 숨을 참고 있다가 조금씩 내뱉으면서 잠영을 해야 합니다. 수면으로 떠 오를 때까지도 완전히 날숨을 다 쉬면 안 됩니다. 물 속으로 들어가면 스노클에 물이 차게 되는데 수면에 나오게 되면 스노클에 들어 있는 물을 날숨으로 힘차게 뱉어 냄으로써 스노클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킨 다이버들은 웬만하면 머리를 물 밖으로 내지 않습니다. 수면에 도달하면 바로 몸을 수면과 평행하게 만들고 머리는 여전히 물 속에 둔 채 스노클로 숨을 쉬지 입으로 숨을 쉬기 위해 수직으로 서서 머리를 내밀지는 않지요.

 

스킨다이빙을 처음 배우고 나서 바닥에 닿을 수 있기까지는 며칠이 걸렸습니다. 중간쯤 갔을 때 느끼는 숨막힘과 공포를 극복하고 바닥까지 계속 갈 용기가 필요했고 그 때까지 숨을 조절할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오리발과 손을 이용해서 신속히 바닥에 닿을 수 있는 효율적인 수영 능력도 길러야 했지요.

 

며칠 간의 연습 끝에 깊은 숨을 쉰 후 바닥까지 단 숨에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필요한 두 세 번의 이퀄라이징도 훌륭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미리 이퀄라이징을 하면 귀가 전혀 아프지도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나중에는 바닥에 내려가 타일들을 만지면서 돌아다닐 수도 있더군요. 물 속에서 일분 이상을 숨 안 쉬고 견딜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시간을 재어보니 길어야 한 십 초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스킨을 익히면서 잠수도 같이 배웠습니다. 잠수복 입고 벗기, 각종 장비 조립하고 점검하기, 스스로 입기, 물에 들어가서 계기판 보기, 부력 맞추기, 물에 가라 앉기, 중성 부력으로 제 자리 떠 있기, 다른 사람과 수화로 소통하기, 짝 다이빙과 수중 유영까지 초보 다이버로서 해야 하는 것은 모두 익혔습니다. 스쿠버에 대한 것은 간단하게 씁니다. 배우지 않은 분들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이고 배운 분들은 이미 아는 것이니까요. 오픈 워터 다이버에 불과한 저는 스쿠버 기술에 대해 길게 쓸 능력이 없기도 하구요.

 

스킨 다이빙: 바닥에 닿으면 잠영을 하거나 주위를 둘러본다. 5m 물 속으로 들어가면 바닥의 타일도 아름답게 보이다.

스킨 다이빙: 상승을 시작한다. 혹시 위험한 것이 위쪽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위를 보면서 올라 와야 한다. 급하지 않다면 상승을 위해 오리발을 저을 필요도 없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스킨 다이빙: 수면 가까이 오면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여 몸 전체가 뜨게 하고 스노클을 불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한다. 수면에 도달했다고 머리를 꼭 물 바깥으로 낼 필요는 없다.

 

 

잠수풀에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해 억지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스쿠버의 참 맛을 알게 된 후 깊은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스쿠버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바다 속을 탐험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름 모를 물고기 떼와 아름다운 산호초가 우리를 부릅니다.

 

뭐 이런 식의 전개를 예상하고 계셨다면 제 글의 방향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군요. 또 한 번 읽는 분들 중에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말씀 드리지만 이 글은 스쿠버를 예찬할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닙니다.

 

스쿠버는 돈이 많이 드는 레저입니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려면 200만원도 모자랍니다. 동호회에서 그래도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의 장비 가격이 이정도 인데 업글병에 지름신까지 오게 되면 경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지요. 바다에 한 번 들어가기 위해서도 돈이 많이 듭니다. 스쿠버를 하기 위해서 함께 모여 가는 것을 투어라고 하는데 대개는 스쿠버를 배운 곳에서 계획한 투어를 가거나 동호회에 가입해서 투어를 다닙니다. 큰 회사라면 직장인 동호회를 통하기도 하지요. 어쨌든 한 번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십 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취미는 청소년기에 시작하게 됩니다. 스쿠버는 대학생 시절, 군대 시절 혹은 솔로 때 배운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젊은 시절에 스쿠버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 중에 하나가 맞아야 하지요. 우선 부유한 형편이라서 스쿠버를 즐기는데 경제적으로 장애가 없는 경우입니다. 스스로 돈을 벌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격증을 따는데 거의 백 만원이 드는 레저를 시작하기는 힘듭니다. 자격증을 따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투어를 갈 때마다 십 만원 이상을 낼 수 있으려면 누군가 보조해주는 사람이 없이는 불가능하지요.

 

수영 선수이거나 체육과를 다니는 분들이 자신들의 주 종목과 병행해서 배워 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분들은 운동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다 해 보는 과정에서 스쿠버도 배워 놓는 경우겠지요. 형편이 되면 장비까지 갖추겠지만 대개는 장비를 빌려서 투어에 참가하지요. 도수 있는 마스크와 중요한 장비 한 두 가지만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부류는 해병대 같은 곳에서 교육받은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은 실력은 좋은데 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있더군요. 독립군들도 많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체득하고 알아서 행동합니다. 나이 들어서도 투어에 참가하는 분들 중에서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스쿠버에 입문한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저 같이 삼십 대 후반에 배워 보겠다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알게 모르게 시작할 연령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쿠버 장비: 공기통의 탱크 밸브에 연결되는 호흡기인 레귤레이터 1단계(A). 여기서 공기통에서 나온 고압의 공기가 압력이 조절되어 레귤레이터 2단계(B)로 흘러 간다. 물 속에 들어가면 호흡조절기 2단계를 물고 숨을 쉬게 된다. 스쿠버 다이버에게 목숨과 직결된 장비. 20만원부터 300만원 짜리까지 있다. 2단계가 고장 나거나 짝 다이버의 호흡에 문제가 있을 때를 대비해서 옥토퍼스라 부르는 2차를 하나 여분으로 달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www.tusa.com

 

게이지와 컴퓨터: 수심을 알 수 있는 수심계, 공기통의 남은 공기량을 압력으로 보여주는 잔압계 그리고 나침반이 달린 게이지. 오른쪽은 손목에 차는 다이버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게이지가 해주는 것은 물론 잠수 기록도 해 주고 다음 잠수 때까지 얼마를 쉬어야 하는가 하는 것까지 알려준다. 게이지는 다 쓰지만 컴퓨터는 매니아들이 지르고 싶어하는 장비다.

이미지 출처: http://www.tusa.com

 

부력 조절기: 부력 자켓(B.C.)은 물 속에서 뜨고 내릴 때 필요한 부력을 만들어 준다. 자켓 형태로 만들어 여기에 공기통을 붙여서 입는다. 사진은 레귤레이터까지 모두 장착 완료된 모습. 한 번 잠수 할 때 공기통 한 개를 소모하는데 이를 한 깡통으로 친다. 다이버들끼리 만나면 깡 수로 짠밥을 비교한다.

 

 

삼 십대 후반이 되어서 스쿠버를 배우려고 할 때 사실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이 십대보다는 씀씀이가 커지지요. 배우는데 백 만원이 들고 장비를 갖추는데 이 백 만원이 들어도 큰 충격은 아닙니다. 1박2일 투어에 15만원을 내는 것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른 운동보다 더 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천 만원이 넘는 자전거 사고 싶어서 환장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으니까요. 솔직히 삼 사 십대에 주로 하는 골프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도 하면서 바다 속을 구경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으니까 다람쥐처럼 제자리 달리기 하는 것보다는 훨씬 즐겁기도 하구요.

 

문제는 배울 때 배워 놓지 않은 것이지요. 스쿠버를 즐기는 제 또래의 사람들과 저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스쿠버를 하면서 쌓은 그들만의 추억이 저에게는 없었으니까요. 동해 바다 어느 잠수 포인터에 보았던 기막힌 광경이나 엄청난 물고기 떼, 혹은 바다를 뒤 덮은 해파리를 피해야 했던 끔찍한 기억들, 공기가 떨어져 죽을 뻔했던 순간들 이런 경험담 혹은 영웅담을 듣고도 제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배울 때는 신입이라 그렇다 치고 자격증을 딴 뒤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면 더 거리감이 있습니다. 수 백 깡을 소비한 해병대 출신, 그 역전의 용사와 말이 통하겠습니까?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요. 서로 통성명하고 인사를 나눈 후에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나 취미로 배운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지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저와는 뭔가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었지요. 운동으로 다져진 것은 몸만이 아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팀워크와 끈끈한 동질감을 원하는 그들과 동화되기에는 제가 너무나 달랐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마시면서 이 새끼, 저 새끼 해도 아무런 격이 없는 인간들과 노는 것이 편했지만 이런 놈들 중에는 뒤늦게 스쿠버 배우겠다고 따라나서는 녀석들이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스쿠버 배우겠다고 나서주는 친구 놈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한 명을 억지로 꼬셔서 끌고 간 적이 있었는데 시간도 맞지 않고 다른 일이 바빠 결국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십대의 초보 스쿠버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듭니다. 스쿠버 같이 배운다고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도 통하지 않지요. 젊은 친구들 눈에는 편하게 지내기 어려운 연장자에 불과하겠지요. 아무리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라고 해도 비슷한 또래가 아니면 어울리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 것도 깨끗이 포기.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늦어 버린 자의 부정적 견해에 불과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직 젊다면 스쿠버를 배워 놓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처럼 늦지 않았다면 꼭 한 번 해볼만한 것이라는 점은 저도 전혀 부정하지 않습니다. 격식이나 체면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젊음이라면 의외로 헝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잠수풀에서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해가는 동안 여러 가지 스쿠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런 스쿠버 외적인 부분에 눈을 뜨게 되자 꼭 배워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일, 끝은 봐야지요.

 

마지막 관문인 해양 실습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바다 속에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여태까지의 안전한 연습이 아닌 진짜 바다를 탐험해야 하는 것이지요. 깊이도 거의 20m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잠수풀과는 또 다른 두려움을 안고 저는 동해 바다로 떠났습니다. 여름도 다 가고 가을에 접어든 구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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