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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7. 프리 다이빙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2. 수영 - 맥주병을 위하여

7. 프리 다이빙

미닉스 김인성 2011. 8. 25. 12:58

제 7 장. 프리 다이빙

 

잠수풀에서 스킨 다이빙을 익히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바다에서도 스킨을 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바다에 들어 갈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스쿠버가 유일합니다. 바닷가에서 함부로 스킨을 하다가는 어촌계 사람들에게 쫓겨 나지요. 스킨을 바다에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 해주는 상업적인 단체도 별로 없습니다. 여름철에 스킨 강습이나 핀 수영 대회를 개최하는데 대개는 스쿠버 홍보를 위한 이벤트 성이 짙습니다. 물고기 떼와 같이 스킨 다이빙을 즐기는 것은 적도의 휴양지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쿠버로 들어갔었던 바다의 기억 때문에 타일만 가득한 사각형의 잠수풀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바다를 스킨 다이빙으로 헤엄칠 수 있는 방법을 구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진전이 없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스쿠버 할 때만 바다 속에 들어 갔고 그 외에는 물 바깥만 구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킨 다이빙으로 자유롭게 바다 속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실력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다이빙을 해도 문제가 없을 환경적인 조건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이 결심이 되고 용기 있게 실천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이 이상으로 헤엄쳐가기까지 또 다른 시간이 필요했지요. 물론 이 정도의 성취도 단지 시작에 불과한 작은 사건일 뿐이었습니다.

 

그냥 물을 구경만 하던 시기: 울릉도의 송곳바위 혹은 추암이라고 부르는 바위와 오른편의 코끼리 바위. 울릉도에 가려면 스쿠버 혹은 스킨을 꼭 배워서 가라고 권하고 싶다. 울릉도는 아름다운 해저 여행이 가능한 천혜의 다이빙 포인트라고 한다.

 

울릉도의 바다: 코끼리 바위를 바라 보기만 했을 뿐 물 속을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시기. 울릉도에 가서도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스쿠버 자격증을 땄지만 이 것을 적극적인 취미로 삼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쿠버라는 것이 대개 동호회 중심의 투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레저라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부부가 모두 스쿠버를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중이염이 있어서 수영장에도 마음대로 못 갑니다. 억지로 몇 번 자유 수영에 데리고 갔다가 병원비만 더 들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스쿠버를 시킨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요. 딸과 아들도 아직은 어려서 스쿠버를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주니어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따게 할 수 있는 나이들이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사실 동호회 단위의 스쿠버 투어를 다닐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딸 아들 딸 이렇게 셋이나 낳는 바람에 주말에 저 혼자 1박2일로 스쿠버를 하러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나무꾼이 선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자식 셋을 놓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나무꾼도 선녀고 뭐고 아무 생각을 못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신가요? 직접 셋을 낳아 보세요.

 

스쿠버를 배운 후에 제가 다이빙을 한 것은 가족과 함께 간 여름 휴가 때 뿐이었습니다. 근처 리조트에 알아 봐서 다이빙하려는 팀이 있을 경우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는 했습니다. 동해와 서해 몇 군데를 다녀 봤는데 여태 스쿠버를 하면서 환상적인 바다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멍게 몇 마리나 성게 정도 잡아 올 수 있을 뿐이지요. 이것도 지역 어촌계에서 수자원 불법 채취로 간주해서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멍게는 아내가 좋아하더군요. 저는 갓 잡은 성게를 밥에 비벼 먹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물가에서 놀던 시기: 물이 빠진 서해 바다 갯벌에는 잡을 것이 많다. 게도 있고 오징어처럼 흐느적거리는 물고기도 많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물가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

 

물놀이 수준의 수영을 한 시기: 바다에서는 기껏해야 가슴 깊이 정도만 들어간다. 이 정도만 들어가도 재미는 있다. 잠수풀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깊은 계곡의 물 속을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는 시기: 깊이도 깊고 수영장도 아닌 곳에서도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머리를 내민 상태로 있고 싶은 본능과의 싸움이다.

 

 

휴가철이 되면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20m 이상 되는 바다에 들어가면서도 바다에서 스킨을 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안전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바다에서 함부로 깊은 곳까지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영도 할 수 있고 떠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려고만 했다면 가능했겠지만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영을 할 줄 알게 된 후부터는 바다에 가면 발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곳 바로 앞까지 헤엄쳐 갔다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물안경을 끼고 물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지요. 대부분 모래뿐이고 미역 같은 해초가 조금 보이기는 했습니다. 조금 멀리 가면 물고기도 볼 수 있지만 발이 안 닿을 것 같아 바로 돌아와야 했지요.

 

이 때만 해도 튜브를 잡거나 구명조끼를 착용하고서야 조금 멀리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태로는 멀리 나가도 물 밑은 잘 볼 수 없습니다. 튜브를 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 볼 용기를 처음에는 내지 못했지요. 발이 안 닿는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의 깊이까지가 한계였습니다. 튜브에 줄을 매고 물 속으로 들어 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실천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발이 닿지 않는 깊이는 계곡에서 먼저 경험했지요. 바다에서는 힘들었지만 계곡에 가서는 어느 정도 수영이 가능했습니다. 어느 날 흐르는 물을 따라 가다가 잠시 발이 닿지 않는 깊이까지 들어간 적이 있는데 갑자기 무서워지면서 허우적거리고 싶어지더군요. 머리를 물 밖에 내밀고 있으려는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겠지만 불필요하게 힘만 빠지고 오히려 더 위험하게 될 뿐입니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내쉬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인식 시켰습니다. 평영 자세로 잠깐씩만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면서 얕은 곳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5m 풀장에서 연습한 결실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에 빠져도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던 때가 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바다에서는 깊은 곳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바다에서 스킨 장비를 가지고 한 것은 해수욕장 끝에 있는 바위 근처의 물 속을 구경하는 것이었습니다. 허벅지 정도의 물 깊이가 되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엎드려서 구경하는 것이지요. 하다 보면 점점 더 바다 쪽으로 나가게 되는데 서해 바다에서는 그렇게 해도 갑자기 깊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멀리 가더라도 멋진 바다는 볼 수 없었지요.

 

서해 바다: 왜목 마을의 갯벌. 서해 바다는 멀리 나가도 깊지 않다. 사실 썰물 때는 깊은 곳으로 가기도 힘들다.

 

서해 바다: 왜목 마을. 썰물 때 조개와 굴을 다 따버리기 때문에 갯벌의 바다 속은 볼 것이 별로 없다.

서해 바다: 키 높이 정도까지 스킨 다이빙으로 나가고 있는 사진(모델: 아들)

 

서해 바다: 멀리 나가기 전에는 대개 이런 모습이다. 서해안에서 스킨스쿠버로 멋진 바다 속을 보고 싶으면 섬까지 나가야 한다.

 

서해 바다: 갯벌의 뻘이 일어나서 전반적으로 물이 탁하다.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 다니지만 바닥은 별로 볼 것이 없다.

 

 

바다에서의 스킨 다이빙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깊은 곳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프리 다이빙 수준에 도달한 것은 동해 바다인 울진의 죽변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 때도 가족 휴가를 갔었지요. 저 혼자 다른 팀에 끼어서 스쿠버를 하고 난 후 아이들과 함께 방파제로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방파제 근처에서 고무로 된 풍선을 하나 띄워 놓고 자맥질로 물 속에 들어가서 뭔가를 캐오는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킨 장비를 갖추었는데 풍선이 달아나지 않도록 몸에 줄을 묶고 내려 갔다 오더군요. 풍선에 그물을 매 달아 놓고 잡은 것을 그 속에 넣어 놓았는데 제법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방파제 근처였기 때문에 깊이가 상당했습니다. 그 사람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물 속으로 들어가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자신감이 생겨 아이들과 함께 깊은 바다에서의 스킨 다이빙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돌아와서 스킨 장비를 챙겨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발이 닿지 않는 곳을 넘어서 멀리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스킨 장비를 하고 물에 떠 있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조용한 바다에서 떠 있기는 잠수풀보다 더 쉽다는 것도 마음 속으로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깊더라도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요. 그리고 애기 엄마가 해변에서 우리들은 지켜 보고 있게 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갈 때 잠시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 손을 꼭 잡고 계속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깊이가 거의 5m 이상 되는 곳까지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 속에는 해초도 많고 물고기도 많더군요. 이름 모를 노란색 줄무늬의 물고기가 제 주위를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장 바다 앞 쪽으로 길게 솟아 있는 바위 쪽으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곳에 볼 거리가 많으니까요. 해초가 숲처럼 자라서 물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새 무서움도 잊고 바다 속의 구경거리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물 위에서뿐만 아니라 잠수해서 바닥도 구경했습니다. 스킨 다이빙을 배운 지 이년 만에 저는 깊은 바다로 헤엄쳐가서 바다 속의 풍경을 두려움 없이 즐기게 된 것입니다.

 

동해 바다: 울진의 죽변 항 근처. 털보 잠수가 유명하다.

 

동해 바다: 울진 죽변의 봉평 해수욕장 북쪽 끝자락. 멀리 죽변 방파제가 보인다. 가까이 보이는 바위 너머에 스킨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있는데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동해 바다: 서해와는 달리 물이 깨끗하고 물 속도 아름답다. 0.5m 깊이의 바다에 마스크를 쓰고 누우면 언제라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동해 바다: 해변 근처 바다 밑도 깨끗한 모래가 덮여 있고 미역도 깨끗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동해 바다: 모래를 먹이로 삼는 동물이 뱉어 놓은 모래들이 쌓여 있다.

 

동해 바다: 깊이 들어가면 깨끗한 바닥에 비교적 큰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깊이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할 수 있다면 멋진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깊은 바다까지 나갈 수 있게 된 다음부터 기회가 되면 바다에서 스킨 다이빙을 했습니다. 해수욕장보다는 돌로 된 해변이 좋았습니다. 모래가 없으니까 시야도 좋고 물고기도 많았습니다. 물 속에서 노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바다 밑으로 잠수해 들어 가는 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스킨 다이빙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남태평양 휴양지의 열대 바다 속은 그야말로 천국이지요. 수온이 높아서 각종 생물들이 잘 자라있고 햇볕도 잘 들어 색이 살아나기 때문에 너무나 아름답지요. 수면에서 구명조끼를 걸치고 스노클링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직접 그 밑에까지 내려가서 보면 더 아름답습니다.

 

제주도만 가도 이런 황홀한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스킨 다이빙을 목적으로 제주도에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스킨을 배우기 전 다른 일로는 여러 번 갔는데 그 때는 이 즐거움을 몰라서 그냥 바다 구경만 하다가 왔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주도의 바다: 에메랄드 빛의 제주 바다. 물 밑으로 바위가 보인다.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들어 바닥으로 내려 가 보고 싶다. 저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미지 출처: http://jejueco.com/bbs/skin/etc/show_pic.php?file=data/seaside/1076766317/bay.jpg

 

 

사실 원통하기로 따지면 울릉도에 가서도 바다 속에 들어가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하지요. 우연히 울릉도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가 9월이라 추산과 나리 분지만 보고 왔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해수욕도 못했습니다. 스쿠버를 배운 후에 갔더라면 정말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아니 꼭 스쿠버가 아니라 스킨 다이빙 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살다 보면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쉽게 갈 수가 없지요. 언제나 시간과 돈 그리고 여유가 필요합니다. 굳은 결심도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좋은 곳에 가게 되면 다시는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오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아! 언제 다시 추산에서 울릉도의 깊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아마 제 인생에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다시 갈 수 있게 된다면 스킨 다이빙 혹은 스쿠버로 울릉도의 깊은 바다를 꼭 체험해 보고 싶습니다.

 

추산과 나리분지: 나리 분지에서 내려다 본 추산 쪽 광경. 깊고 맑은 바다가 보인다. 지금도 눈에 선한 아름다운 광경이다. 살아서 다시 한 번 가 볼 수 있기를……

 

 

키를 넘는 깊이의 바다에 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깊은 바다 속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속에 있는 생명체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온갖 기계장치들을 몸에 거추장스럽게 달지 않고 바다 밑까지 맨몸으로 내려가서 그것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는 이런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행동도 다이빙의 한 갈래로 활성화 되어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냥 저 나름대로 뭔가 해결책을 찾아 보려고 했었지요. 문제는 안전 장치였는데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었습니다.

 

제가 추구 했었던 다이빙은 프리 다이빙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스노클링, 스킨 다이빙도 이 종류의 하나지요. 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물 속에서 활동하는 운동입니다. 경기 형태로 발전해서 극한의 깊이까지 내려갔다 오는 종목도 있었습니다. 거의 4분 이상을 숨을 참고 100m가 넘는 바다 속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이런 종목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호흡기 없이 맨 몸으로 잠수를 하는 그 자체를 좋아했었던 것이지요.

 

프리 다이빙으로 물 속으로 들어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바다 속의 생명체를 구경하고 그것들과 같이 어울리며 헤엄을 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본능은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소위 spear fishing이라고 불리는 프리 다이빙의 한 종류였습니다. 우리말로는 작살낚시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요.

 

바다 속에 들어갔을 때 동물적인 본능이 살아나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놈들을 잡고 싶었습니다. 맨 손으로는 힘들지요. 그래서 작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작살을 들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입니다. 모든 스쿠버 용품 매장에서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놓고 스피어피싱에 대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해녀: 프리 다이빙이 허가된 사람은 해녀뿐이다. 해녀들은 수확량의 일부를 지역 어촌계와 나누는 조건으로 잠수를 허락 받는다.

이미지 출처: http://jakeun.org/file_photo/album/cate_51/DSCN0895.JPG

 

 

스킨 다이빙을 하면 할수록 제가 원하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것은 맨 몸으로 작살을 들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 먹을 거리를 사냥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복장으로 바닷가로 놀러 가서 잠시 물 속으로 다이빙해 물고기 한 두 마리 잡아 온 다음 그것으로 한 끼를 때우고 돌아오는 것이지요.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원시 시대부터 해 왔던 인간의 원초적 사냥 행위, 바로 이 것이 제가 원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레저의 한 종류로 활성화되어 있는 스피어피싱이 국내에서는 범죄행위에 속하는 것이었습니다. 낚시도 허락되고 양식도 허락되고 대량 어로 행위도 허락되는데 맨몸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스피어피싱은 불법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먹거리 다이빙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그 때문일까요? 많이 잡을 수도 없는 프리 다이빙의 스피어피싱도 함께 묻혀서 범죄시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 이상 글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공식적인 발언 밖에 할 수가 없지요.

 

양식에 의존하는 국내 어업 환경을 감안할 때 자칫 양식장을 황폐화 시킬 가능성이 있는 불법 잠수와 작살을 사용한 불법 어로 행위는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원하는 형태의 잠수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제 스킨 다이빙 실력도 형편 없고, 시간도 없으며 정보도 없었습니다. 프리 다이빙, 그 중에서 스피어피싱을 막는 법도 장애가 됩니다. 그러나 저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이니까요. 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력을 확보한 지금, 저는 앞으로의 삶 속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 보려고 합니다. 급할 것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든 바다는 언제나 그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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