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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8. 해수욕장의 깊은 곳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2. 수영 - 맥주병을 위하여

8. 해수욕장의 깊은 곳

미닉스 김인성 2011. 8. 25. 12:58

제 8 장. 해수욕장의 깊은 곳

 

프리 다이빙의 이상적인 형태는 열대의 바다 속을 탐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살아가면서 자주 맛보기 힘들지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가까운 바닷가로 여름 휴가를 가서 스킨 다이빙을 하는 것입니다. 좀 더 재미를 느낀다면 가족 혹은 동료들과 스킨 다이빙을 목적으로 바다에 갈 수도 있겠지요. 스킨 다이빙 자체에 심각하게 빠져들지 않는 한 여름 한 철에 즐기는 취미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여 어렵게 해수욕장에 갔을 때 단순히 물가에서만 놀다가 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영을 못할 때는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것도 무섭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을 배우고 스킨을 하고 나서는 얕은 해변에서만 노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해수욕장에 갔을 때 가능하면 키를 넘는 깊은 곳까지 헤엄쳐 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해수욕장의 깊은 곳,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넘어, 안전 요원들이 감시하는 경계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15m 이상의 깊이에 들어갑니다. 수영을 하게 되면 1-2m 정도의 깊이에서 놀지요. 그렇다면 3-10m 정도의 깊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글에서 저는 그 의문에 답을 드리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고 해변에서 가능한 먼 곳까지 헤엄친 기록을 사진으로 보여드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간 강원도 고성군의 봉포항 해변에서 찍었는데 크게 볼 것은 없고 사진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스킨 다이빙으로 할 수 있는 초보적인 활동과 해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바다 속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강원도 속초 시 북쪽에 있는 봉포 항: 설악산을 미시령 터널로 넘어 가면 바로 닿을 수 있음. 여기에 간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설악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한적한 항구이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혹은 휴가 때 자주 설악산에 갔는데 그 때마다 들르게 되는 곳이다.

 

같은 곳을 구글 어스로 잡은 사진: 고성군 앞바다의 수심이 보인다. 해변 근처 짙은 색은 수초나 바위 때문이고 먼 곳이 짙은 이유는 깊이 때문이다. 왼쪽에 설악산이 있다. 설악산은 마음 속의 휴양지로 늘 떠오르는 곳이다. 대명콘도에서 하일라팬션 언덕으로 내려가는 잼보리 길은 아직도 잘 있을까?

 

봉포항과 왼편의 바위 해변 모습: 봉포 항 아래 쪽은 봉포 해수욕장이다. 중앙의 둥근 곳은 바위 해변인데 위 쪽의 천진 해수욕장 해변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어스 사진: 해변 아래 쪽의 직선으로 각이 진 곳이 봉포항이다. 그 위쪽 둥근 바위 해변이 목적지. 구글 어스에서 강원도 해변을 이 정도 해상도로 보여 주는 곳은 속초 근처가 유일하다.

바위 해변 클로즈업: 물 밖으로 나온 부분과 물 속에 있는 바위 부분이 함께 보인다. 물 속 바위는 짙은 색으로 보이는데 들어가 보면 바위 표면은 거의 수초로 덮여 있다. 작은 사각형이 사진에 잡힌 해변이고 큰 사각형이 스킨 다이빙으로 돌아 다닌 곳이다.

 

해변 모습: 번화한 속초 시의 항구와 해수욕장에 비해 한적하고 깨끗한 해변이다. 근처 숙박 시설은 대부분 바다 쪽으로 창이 나 있고 해변에서 가까워 밤새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다. 심지어 일출도 방안에서 즐길 수 있다. 태풍이 오기 전 칠월 중순 경의 모습이라서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멀리 보이는 쪽이 천진 해수욕장과 천진항이다.

 

해변 모습: 여름 휴가를 바닷가로 갔다 온 후에 우리 기억에 남는 모습은 이런 장면이다. 눈 앞의 바위 근처까지 나가는 것도 용기를 내야 한다. 대개는 해변에서 놀며 허리 혹은 가슴 정도 깊이까지 가는 것이 최대한이다.

 

모래 사장에 만들어 놓은 것들: 모래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 파도가 씻어 버리는 모래성도 즐거운 휴가의 기억 중의 하나다.

해변의 파도: 바다의 시작이다. 여기까지만 오는 사람도 많다. 작은 파도가 밀려오는데 수영을 못한다면 여기서부터도 걱정이 될 수 있다.

 

얕은 바다: 수영을 못한다면 들어갈 수 있는 깊이는 이 정도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깊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여기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더 이상 앞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물 밑에서 본 피서객 모습: 물안경을 가지고 간다면 해변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안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물 속에서 수영 자세를 취하면 물 밑을 구경할 수 있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이상의 시간을 끌면 위험해질 수 있다.

 

바위 근처: 물안경을 쓰고 바위 근처 한적한 곳으로 가면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된다. 자세히 찾아 보면 바위 틈과 물풀들 사이에 있는 물 속 생물들이 많다. 수영을 할 줄 몰라도 물안경만 갖추면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물 속 모습: 사람이 가지 않은 해변은 이렇게 물풀들이 자라고 있다. 마치 잘 정돈된 수족관과 같은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물론 물안경뿐이다.

 

깊은 곳: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바라보면 이런 장면이 보인다. 점점 깊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군데군데 나 있는 미역들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물안경을 쓰고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의 풍경이다. 더 깊은 곳을 보려면 스킨 다이빙을 해야 한다.

 

 

스킨 다이빙을 하게 된 후부터 해수욕장에 가면 더 깊이, 더 멀리 나가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지요. 가지고 간 스킨 장비를 갖추고 바다로 헤엄쳐 나가면 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비였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물에 떠있기만 해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가장 표준적인 방법은 스킨 슈트 즉 잠수복을 입는 것입니다. 슈트는 거친 바다로부터 몸을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물에 뜨게 만드는 강력한 부력을 만들어 주지요. 부력 조절을 위해서는 납으로 된 웨이트 벨트를 차면 됩니다. 잠수복의 양성 부력을 납의 무게에서 나온 음성부력으로 상쇄시켜 물 속에서 편안하게 잠수와 상승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스킨스쿠버용 슈트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자라는 몸에 맞추어 그 때 그때 사줄 수가 없었지요. 해수욕장에서는 오리발만 해도 남들 눈에 튀어 보입니다. 거기다가 잠수복까지 걸치고 유난을 떨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잠수복을 입고 있으면 해수욕장 안전 요원들의 경계를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그들의 눈에 띄면 필요 이상의 통제를 당하게 됩니다. 어촌계와 연계된 관리인들은 이런 복장으로는 아예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게 하지요. 잠수복은 다이빙 포인트에서 스쿠버 다이버들과 함께 들어갈 때 입어도 될지 모르지만 해수욕장에서는 유용한 안전장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남들의 주목을 끌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용 가능한 위험 방지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바다에서 스킨 다이빙을 처음으로 시도 했을 때는 큰 튜브 하나에다가 줄을 여러 개 매단 후에 이것을 하나씩 잡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물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해서 서로 방해만 되더군요. 줄이 엮여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각자 튜브를 하나씩 달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상대편을 쳐다보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함으로써 서로의 안전을 확인해주면서 자신만의 잠수를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아이들과 함께 깊은 곳을 스킨 다이빙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저도 이들과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사진기를 들고 쫓아 갔습니다. 똑딱이 카메라에 간이 방수팩을 사용하여 제대로 된 사진이 별로 없고 많은 부분을 찍어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바다 속으로!

 

안전 장비: 해수욕장의 바다 밑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스킨 다이빙을 해야 한다. 스킨 슈트나 수영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들어 가는데 위급한 경우를 대비해서 각자 튜브에 줄을 묶어서 몸에 매고 있다. (모델: 딸1호, 아들)

 

입수: 스킨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는 모습. 튜브를 연결한 줄이 어딘가에 걸리면 오히려 위험하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위급할 때 줄을 쉽게 몸에서 분리할 수 있도록 줄을 찍찍이 천에 묶은 후 이 것을 팔에 차고 들어 간다.

 

위험한 옷: 스킨 슈트나 수영복이 아닌 평상복은 물 속에서 바위 등에 걸릴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사진 촬영이 목적이기 때문에 항상 살펴보면서 다이빙을 하고 가능하면 위험한 곳은 가지 않도록 했다.

 

다이빙 준비: 키 높이 정도의 바다 속에서 서 있는 모습. 오리발도 착용한 상태다. 장비들을 점검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스킨 다이빙 시작: 이제 스킨 다이빙을 시작한다. 몸을 숙여서 수면과 평행하게 만들고 오리발로 앞으로 나간다. 아직은 물이 깊지 않다.

 

깊은 곳으로: 동해 바다에서는 오리발을 차며 바다 쪽으로 나가면 금방 깊어진다. 이 정도만 와도 이미 2m 이상의 깊이가 된다.

 

바닥의 모습: 해수욕장 바닥은 모래가 깔려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이렇게 바닥이 모두 모래뿐이다. 간혹 미역들이 보이지만 그 외의 볼거리는 별로 없다.

 

해파리 모습. 깊어 질수록 바다 속에는 생명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반갑지 않은 해파리가 떠다니고 있다.

 

바위: 좀 더 멀리 가면 깊어짐과 동시에 바위들이 나타난다. 왼쪽에 있는 것은 바위에 붙어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수초 혹은 물풀들이다. 오른쪽 멀리 물풀들의 숲이 보이고 가장 먼 쪽 중앙에도 숲이 보인다.

 

수초: 물풀들은 마치 숲과 같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헤치고 들어가봐도 더 무성한 물풀들뿐이다. 잘못하면 어딘가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스킨 장비로는 들어가기가 위험한 곳이다.

 

깊은 곳: 모래 바닥과 모래가 아닌 바닥들이 섞여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나갈수록 모래가 깔린 곳이 적어지고 물풀들이 자라고 있는 바닥이 많아진다. 서해안과는 달리 동해의 해수욕장 앞 바다의 물 밑에는 조개나 게 같은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있는 데 못 본 것인지 원래 없는지는 확인 불가.

 

잠수: 5m 정도 되는 깊이의 바다 속에서 잠수하고 있는 모습. 바다는 잠수풀에 비해 들어가기가 힘들다. 수영장이 아니라 진짜 자연의 바다라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상대적으로 부력도 크다.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면 두려움 속에서도 짜릿한 흥분을 느낄 수 있다.

 

해변과의 거리: 벌써 해변으로부터 많이 나왔다. 출발한 곳에서 약 50m 정도 되는 곳이다. 마스크 사용법을 완전하게 익히지 못한 아들은 코로 숨을 쉬어서 성애 제거제까지 발라 준 마스크를 앞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아들은 바닥에 있는 신기한 것들 주워 가는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후에 해변 근처에서 조개들 잡으려고 돌아 가버렸다.

 

 

한국에서 스킨스쿠버를 제대로 즐기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물 속에서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은 7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한 2개월 정도지요.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는 분들은 6월부터 10월까지도 들어가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때는 추워서 제대로 즐기기 힘듭니다. 수온이 낮은 바다 속은 볼 것이 없습니다. 물고기도 없고 해초도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바다 속에 들어왔다는 즐거움 이외에는 별로 찾을 것이 없지요.

 

정말 중독된 분들은 단열 능력이 뛰어난 소위 건식 잠수복을 구입해서 3월부터도 들어가지만 극기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해병대, UDT같은 특수부대의 잠수 훈련을 거친 분들이 신체 단련 삼아 하는 것 이외에는 그 의의를 찾기 힘들지요.

 

물이 따뜻한 시기에만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긴 휴가를 내고 최적의 상황이 된 날만 골라서 잠수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어쩌다 주말에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우리들을 위해서 바다가 기다려주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찾아 갔는데 파도가 심해서 들어 갈 수조차 없을 때가 많습니다. 바다 상태를 확인하고 출발하지만 예보가 꼭 맞지는 않지요. 파도가 잔잔해도 그 전까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바다 속이 다 뒤집어져서 흙탕물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날씨가 좋아지고 바다 속까지 안정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대개는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않으면 일단 들어가고 봅니다.

 

물론 볼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덜덜 떨다가 금방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리 저리 흔들리거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을 헤매다가 멍게 몇 개 따고 성게 몇 개 주워 오는 것이 다입니다. 불가사리도 물 속에서는 예뻐 보이는데 바다에 해를 준다고 해서 처음에는 잡아 오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더군요. 흙탕물 속에서 지나가는 물고기 몇 마리 볼 수 있으면 성공한 날입니다. 얕은 곳에서는 산호초도, 색깔 아름다운 해초도 없습니다. 희한한 물고기도 없지요. 그냥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봉포 해수욕장에 스킨 다이빙을 하러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칠월 중순이었지만 물이 많이 차가웠습니다. 사실 딸은 들어가자마자 춥다고 나오겠다고 해서 애를 먹었지요. 스킨 다이빙 장면을 찍으려고 네 시간도 더 걸려 왔기 때문에 그냥 나오게 할 수가 없어서 억지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런 노력에 비해서 물 밑은 초라할 뿐입니다.

 

아들과 딸 둘 다 같이 들어간 깊이까지도 볼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둘 다 데리고 가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에 아들은 해변으로 돌려 보내고 딸만 데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 갔습니다. 깊은 곳이라고 사정이 더 나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딸과 함께: 더 깊은 곳으로 간다. 스킨 다이빙 전진 모습. 물이 깊다. 스킨 다이빙에 익숙해서 그런지 마스크의 렌즈가 깨끗하다.

 

수면에 떠서 장비들을 점검함: 해변에서 멀리 갈수록 깊이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기 때문에 항상 장비를 확인해야 한다. 머리를 자르지 못하게 하는 특이한 학교에 다녀서 중학생인데도 머리카락이 길다.

 

잠수: 상당한 깊이의 바다에서 잠수하는 모습이다. 튜브를 달고 있는 줄이 상승하고 있는 모습과 어울려 아름답게 보인다. 튜브가 필요할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 자체가 잠수에 편안함을 준다.

 

바다의 숲: 앞으로 나갈수록 수초의 숲이 막아 선다. 너무 조밀한 곳은 우회하기도 하고 사진과 같이 듬성듬성 난 곳은 그냥 넘어 가기도 한다.

 

물 밑에서: 언제나처럼 물 속에 들어가면 바닥에서 위를 쳐다본다. 바다 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다.

 

깊은 바다: 점점 수초의 숲이 넓고 조밀해진다. 모래 바닥도 많이 사라졌다. 이제 더 깊이 나가는 것은 두려움과의 싸움으로 변한다.

 

수초의 숲 너머: 좀 더 나가면 큰 물고기들이 부유하고 있다. 수초 너머에는 팔뚝보다 굵은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해변의 낚시꾼들은 이들이 걸려들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작살을 들고 들어가면 바로 잡아 올 수 있다.

 

숲: 모래 바닥은 점점 없어지고 수초의 숲이 나타난다. 아직까지는 헤치고 나갈 만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미지의 경계: 이제 더 깊은 바다와의 경계를 가르는 수초가 나타난다. 바다 전체가 넘실거리는 수초로 덮여 있다. 수초의 숲을 헤치고 나가면 미지의 영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딸과 함께 위험한 스킨 다이빙을 감행해 여기까지 왔을 때, 더 깊은 곳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장벽과 같이 막아서 있는 엄청난 수초의 숲이 주는 두려움이 더 컸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뭍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름다운 산호의 숲이 있을까? 바위투성이의 거친 바다가 기다리고 있을까?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깊은 바다까지 힘들게 헤엄쳐 갔지만 볼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스킨 다이빙을 배척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의 다이빙도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해야 합니다. 형편이 되면 엔진 달린 고무 보트를 장만해서 바다로 나간 다음 거기서 잠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적절한 깊이가 보장되는 스킨 다이빙 포인트, 어촌계의 허가, 스피어피싱 허가 등이 따라야 합니다. 깊게 따지면 골치만 아프니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작살을 들고 들어가는 잠수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상 끝.

 

스쿠버 리조트에서 휴가철 해수욕장 근처에 스킨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안전 요원을 두고 스킨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면 합니다. 입장료를 받을 수도 있고 교육 비용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스쿠버보다 단순한 스킨 다이빙을 휴가철 레저로 활성화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스킨 다이빙이 합법화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많이 늘어날 수 있겠지요. 언제까지 스킨 다이빙이 금지 되어야 하나요? 바다로 귀한 휴가를 떠나서 기껏해야 물껍질만 보고 와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해수욕장 바다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좀 더 많은 수초와 약간의 생물들 그리고 좀 더 큰 물고기들이 있을 뿐이지요. 이 정도뿐인 곳을 굳이 위험을 무릎 쓰고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그에 대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다 속은 그 자체로 신기한 느낌을 줍니다. 돌멩이 하나, 물풀 하나도 아름다워 보이지요. 이런 아름다움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 느낌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에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깊은 바다의 바닥에 내려가면 의외로 볼 거리가 많습니다.

 

그 보다도 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아름답지요. 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바다 속의 깊이 자체가 즐거움을 줍니다. 2m, 5m로 미리 깊이가 정해진 잠수풀과는 달리 깊이에 한계가 없는 바다는 들어가면 갈수록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끼게 되지요. 그 깊이에 적응하여 잠수 했다가 올라 올 때 정말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깊이가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처음 보는 이상한 것들이 주는 공포를 이겨낸 후, 숨 못 쉬는 고통을 참아내며 깊은 곳에서 잠수하고 있을 때,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고 있을 때, 한 마리 인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바다는 언제나 그 곳에 살아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다음 잠수를 꿈꿉니다. 잠수를 통해서 자유로움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해 바다 해수욕장의 바다 밑, 그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자유였던 것입니다.

 

길지 않은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태풍이 그 속을 휘저어 놓기 전에, 해파리가 바다를 점령하기 전에 여러분도 그 아름다움을 경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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