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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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깊은 곳으로
일반적인 스포츠 센터의 수영장은 1.5m 정도 깊이지만 국제 규격의 경기용 수영장은 레인 깊이가 2m라고 하더군요. 이 정도 깊이면 물에 떠 있는 실력을 테스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깊다고 가정하지 않아도 정말로 키를 넘어가는 깊이니까요. 찾아보니까 2m 깊이의 풀장 중에서 안양시청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에 있는 풀장이 집에서 가까웠습니다.
그 수영장은 전체가 2m 깊이인데 한 쪽은 물밑에 50cm 두께의 보조물을 놓아서 1.5m 레인을 만들고 다른 쪽은 2m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두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곳을 아시는 분이나 직접 가 보신 분의 말이 제 말보다 더 정확할 것입니다. 저는 우선 1.5m 레인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다가 2m 레인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2m 풀 전경: 다이빙을 위한 시설이 있다. 이쪽은 1m 깊이이고 중간은 1.3m 반대편은 2m이다. 안양 사진을 구하지 못해서 올림픽 공원 풀장 사진으로 대체함.
1m 깊이: 경기용 레인의 한 쪽이 원래 1m 인지는 확인 못했다. 어쨌든 1m 바닥도 타일로 된 것으로 보아 원래 1m인 것 같다. 자세한 것을 아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람.
깊이 변화: 1m와 1.3m 깊이가 급격히 변해서 그런지 중간에 보조 판을 넣어 놓았다.
1.3m 풀: 중간은 1.3m 깊이이다.
난생처음 제 스스로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더군요. 몇 개 안 되는 2m 레인 전부 다 자유형을 왕복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살짝 끼어들어서 2m 레인에 몸을 담갔습니다.
레인 벽에 사다리처럼 발을 디딜 수 있게 홈이 있었습니다. 일단 그 홈에 발을 딛고 벽 위쪽을 잡은 채 바닥을 살폈습니다. 아아…… 정말 깊었습니다. 발을 떼면 그냥 허공이더군요. 순간 살아오면서 겪었던 물에 관한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발을 홈에서 뗐지만 손으로는 여전히 벽을 잡고 있었습니다. 또 다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감히 수영을 할 생각은 못하고 일단 떠 있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벽을 잡고 있던 손을 뗐습니다. 몸이 가라 앉더군요. 곧바로 다시 벽을 잡았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이래서는 안 돼, 다섯만 세어 보자. 저는 마음 속으로 굳게 결심하고 다시 손을 놓았습니다. 한둘셋넷다 그리고 바로 다시 벽을 잡았습니다. 동네 수영장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깊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용기를 낼 수 있더군요. 벽에서 손을 떼고 셈을 하면 움~~~~파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동네 수영장에서 무릎을 꿇고 하던 때와 같다고 스스로 인식시키면서 움~~~~파움~~~~파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더군요. 실제로 해 보니까 생각보다 쉽게 떠 있을 수 있었습니다.
떠 있기에 성공하고 나서 평영으로 천천히 수영장을 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뭔가 꼬이면 바로 벽을 잡았지요. 이렇게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까 깊이에 대해 적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2m 풀 밑으로 들어가 바닥을 발로 차면서 솟아오르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코 막고 바닥에 누워 있기, 엎드려 있기, 그리고 잠영도 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가면 귀가 조금 아팠지만 깊은 곳에서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습니다.
그 날 이후 주로 2m 풀장에 가서 깊이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m에서 놀다 보니 1.6m 풀이 답답해지더군요. 1.2m는 애기들 노는 곳으로 보였습니다. 2m에서 물 속 공중제비를 돌면서 바라본 천장의 모습은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저보다 수영을 못하는 초보를 수영장에 데리고 가서 뜨기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물 속에서 보던 수면에 대한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이 때부터 물 밑에 들어가 천장을 바라보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가장 무서워하던 것을 잘 하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한강에 가거나 바다만 보면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때가 이 때부터였습니다. 키보다 깊은 곳에서 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겨서 그랬을까요? 정말로 그렇게 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마음이 들뜬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물 만 보면 생기는 이런 욕구를 참기 힘들었지요.
깊이 변화: 1.3m에서 2m로 급격히 변하는 부분. 여기도 보조 판이 있다. 경사가 아주 급하다.
2m 풀: 키를 넘는 2m 깊이의 풀이다. 처음 들어가면 상당히 무섭다. 여기에서 떠 있을 수 있다면 수영을 다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2m 풀에서의 잠수: 깊어서 그런지 바닥에 내려가는 데도 한참 걸린다. 완전히 내려가면 귀가 아프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렇게 즐거움을 느낀 반면 여러 가지 불만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평영을 할 때 남들보다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책을 보고 나름대로 물을 잘 휘감아 보려고 시도했지만 배우지 않아서인지 속도가 나지 않더군요. 수영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과 수영장에 같이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한 후배 녀석이 "폼이 개판이군요" 라고 냉정하게 지적하기도 했지요. 1.6m 풀과 마찬가지로 2m 풀도 적응하고 나자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2m 풀에 익숙해지고 나니까 바닥이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평영을 할 때 숨을 쉬기 위해 손을 물 아래 쪽으로 저으면 물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아무리 키보다 높다고 하지만 조금만 내려가면 발이 닿아서 문제가 있으면 박차고 올라올 수도 있었습니다. 레인 사이의 보조물을 잡거나 벽을 잡을 수도 있지요. 이 모든 것이 2m 풀도 훈련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실전에서도 떠 있을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실전을 원하면 바다에 뛰어들면 되겠지요.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헤엄쳐 가면 당장 자신을 테스트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안전 대책 없이 바다에 뛰어들기에는 너무나 위험합니다. 저 하나만을 위해서 안전 요원을 쓸 수도 없지요. 배로 깊은 바다로 데리고 가서 수영을 하게 해주고 그 동안 안전 요원이 지켜보고 있는 이런 식의 레저도 없습니다. 해수욕장에서 깊은 곳으로 가면 바로 제지 당합니다. 깊으면서도 안전한 곳은 정말 찾기 힘들더군요.
한강에 뛰어드는 것은 어떨까요? 물 바깥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한강물은 아주 오염이 심합니다. 스쿠버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물 속에서는 30cm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럽다고 하더군요. 수영으로 한강 도하를 한다는 미사리 근처 상류 쪽도 더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다른 지방의 강들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한강과 별로 차이가 없겠지요. 더구나 강은 물이 흘러가기 때문에 잘못하면 바다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그나마 안전하면서도 깊은 곳은 계곡입니다. 유명한 계곡 중에서 깊은 곳이 많지요. 물론 이런 곳은 대부분 수영금지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수영이 가능한 곳은 하류 쪽이고 별로 깊지 않은 곳이지요. 이런 곳의 물은 상류 쪽에 야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염되어 있기 쉽습니다.
수영장이 아닌 대형 물놀이 시설은 인공적인 것들이라 물 속에 볼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부분 아주 얕은 풀만 있지요. 미끄럼 시설은 탈만하지만 제 관심은 그런 것이 아니어서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런 대형 물놀이 시설에 사람들이 가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각종 레저들: 바나나보트, 오리배, 레프팅, 수상스키 등등…… 구명조끼를 걸치면 물 밑으로는 1m도 내려갈 수가 없다. 물안경을 안 쓰면 물 속이 보이지도 않는다. 물 껍질 만을 즐기는 레저라고나 할까?
이미지 출처: http://koupeno.cz/blog/imgposted/125_banana.jpg
해수욕장: 바다에 가면 가슴 깊이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튜브를 타고 가더라도 물 속은 보지 않는다. 우리는 바다의 껍질만을 보고 오는 것이다.
인공 물놀이 시설: 이런 곳에 왜 가는 것일까? 강과 바다의 물 속을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는 바다나 여기나 차이가 없다. 차라리 이런 곳이 더 싸게 먹히고 즐거움도 더 크다.
이미지 출처: http://cbingoimage.naver.com/data3/bingo_69/imgbingo_67/everrock/34307/everrock_8.jpg
한강: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그 속은 아름답지 않다. 보트를 타거나 오리를 타고 다니는 이상의 물놀이는 불가능하다.
강습 수영에 대한 흥미보다는 오로지 깊이에만 관심이 있던 저에게 어느 날 귀가 번쩍 뜨이는 정보가 들려 왔습니다. 그것은 5m 깊이의 풀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깊이에 흥분한 저는 정말로 그런 곳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5m 깊이라니, 이 것이 바로 제가 찾던 그것이었습니다. 5m 깊이의 물에 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너무나 흥분되어서 빨리 그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알아 본 결과 이런 깊이의 수영장은 잠수풀이라고 부르더군요. 다이빙을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스킨스쿠버 연습장으로 많이 쓴다고 합니다. 찾아 보니 서울에도 많았습니다. 그 중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잠수풀이 좋다고 한 친구 녀석이 권하더군요. 애타게 기다린 끝에 주말이 되었습니다. 저는 흥분된 마음으로 올림픽 공원 수영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이 때만 해도 잠수풀 사용방법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무턱대고 수영장 티켓을 끊고 입장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잠수풀에 가기 위해서는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더군요. 물론 입장료도 일반 수영장 보다 비쌌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사각 수영복만 달랑 걸치고 두리번거리며 잠수풀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잠수풀은 2m 수영장과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물에 적응하기 위해서 2m 풀장에서 수영을 했습니다. 처음 2m 수영장에 갈 때가 생각나더군요. 깊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후 저는 5m 잠수풀로 다가 갔습니다.
아아…… 정말 깊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5m를 직접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군요. 바닥이 까마득히 보이는데 물이 별로 맑지 않아서 그랬는지, 5m가 너무 깊어서 그랬는지 바닥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밑바닥에는 산소통(그 때까지 스쿠버하는 사람들이 매고 있는 공기통을 산소통으로 알고 있었지요)을 매고 잠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몸에 걸친 것들이 매우 복잡해 보였는데 그 때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지요.
그런데 그 깊은 5m 풀 중간에 인어가 한 마리 놀고 있더군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원피스 수영복만 입고 큰 물안경과 파이프를 물고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발에는 오리발을 달고 있더군요. 그 애는 몸을 굽혀서 깊은 바닥까지 단숨에 내려 가서 잠수복을 입고 훈련하는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면서 장난을 치다가 물 위로 솟아 올랐습니다. 저는 이 학생이 하고 있는 수영이 너무나 신기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것은 스노클링 혹은 스킨다이빙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혼 여행가면 물 위에 떠서 아름다운 바닥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관광 상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노클링입니다. 물론 신혼 여행가서 자기가 한 것이 뭐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큰 물안경을 끼고 바다 위에 떠서 뭔가 물 밑에 형형색색의 알 수 없는 것을 바라 본 것 같다는 기억만 있지요. 숨 쉬라고 입에 물려 준 파이프가 오히려 숨 쉬는데 방해가 되어서 입에서 떼내고 물 빼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고 기억하는 분도 있습니다. TV에서 남태평양의 바다를 스킨다이빙을 하는 장면을 본 적도 많은데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저와 상관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5m 풀: 원래 다이빙용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저 멀리 다이빙대가 보인다. 깊어서 사진에도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깊이: 5m 풀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사진. 깊고 깊어서 공포감이 느껴진다.
스쿠버 훈련: 바닥에 앉아서 강사에게 뭔가 설명을 듣고 있다.
저는 그 때 잠수풀에서 스킨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인어가 헤엄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해 보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5m 풀로 들어 갔습니다. 2m 풀과 마찬가지로 벽에 사다리 모양의 홈이 있더군요. 거기에 발을 딛고 선 채 바닥을 보았습니다. 정말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전에 없는 공포감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동안은 무서워서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m 풀처럼 레인 보호 줄이 잘 되어 있어서 여차하면 그것을 잡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2m 풀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되뇌면서 조심스럽게 두발을 떼고 두 손도 놓았습니다.
공포, 제가 느낀 것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잘못되면 저 밑바닥까지 가라 앉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5m 깊이는 실제로 들어가보면 정말 까마득합니다. 그러나 저는 용기를 내어 레인 보호 줄을 믿고 평영을 시작했습니다. 조심조심 수영을 해서 겨우 왕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조금만 잘못되어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수영을 한 것이지요. 발 밑에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물안경이 벗겨지면 저는 그냥 죽는 겁니다. 물론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죽도록 그냥 두지는 않겠지만 저를 물에서 꺼내 주기 전까지 제가 당할 고통을 생각하면 공포스럽지 않을 수 없었지요.
스킨: 수면 위에 떠 있는 모습. 바닥이 한 화면에 잡히지도 않는다.
스킨 : 잠수 중. 바닥이 한참 아래에 있다.
스킨: 바닥까지 내려 가서 잠영을 하고 있다. 이미 5초 이상 흘러서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스킨: 스쿠버 다이버 옆에서 장난치고 있는 스킨다이버의 모습.
5m 풀에서 평영으로 왕복이 가능하게 되자 용기가 생겨서 그랬는지 바닥까지 내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m 풀의 바닥까지 갔다 올 수 있다면 웬만한 깊이의 물에서는 자신 있게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래서 저는 아까 스킨다이빙을 하던 학생처럼 바닥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사실 그것은 헤엄이라기 보다는 몸을 구부려 바닥 쪽으로 머리를 향한 채 팔과 다리를 젓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아아 그러나 이상하게도 바닥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키 높이 정도만 들어갈 뿐 몸이 더 이상 아래로 내려 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발을 열심히 차고 팔을 저었지만 잠시 후에 몸이 두둥실 떠올라 버리고는 했습니다.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빠져 보려고 들어간 5m 풀에서 빠져들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은 훈련 받지 않으면 깊은 물 밑으로 들어갈 수도 없더군요. 그 때까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지면 밑으로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런 제가 허파와 배까지 물로 가득 차기 전에는 어느 깊이 이상 들어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일반 수영을 위한 물안경과 사각형 수영복만 걸친 채 물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버둥대는 제 모습을 보고 있던 잠수풀 관리자가 다가 와서 말했습니다.
"자격증 좀 보여 주세요"
"자격증이라니요?"
"다이버 자격증 없으세요?"
"그런 거 모르는데요? 그냥 바닥에 한 번 내려가 보려고……"
"나오세요, 여기는 스킨스쿠버 자격증 없으면 못 들어 갑니다. 잠수풀 입장권도 없으시죠?"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잠깐만, 바닥을, 한 번만, 어떻게 해 보려는 건데…… 그것도 안 돼요?"
"위험하니까 빨리 나오세요."
저는 그렇게 바닥도 한 번 못 짚어 보고 잠수풀에서 쫓겨 났습니다. 잠수풀 사용료야 얼마가 되든 낼 용의가 충분히 있었지만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잠수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저는 약간 화가 나서 관리자에게 투덜대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떻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거요? 스쿠버 교육을 받으면 됩니다. 오케이. 알았어. 기다려. 내 곧 따오지.
그래서 저는 스쿠버 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모든 강습을 피해 왔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은 스쿠버 강습은 아주 쉽게 결정해버렸습니다. 5m의 깊은 풀에서도 겁먹지 않고 수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바닥에 닿아 보기도 전에 쫓겨났기 때문일까요? 아마 스킨다이빙의 아름다운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은 것도 그 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결국 저는 5m 풀에서 수영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 극기 훈련 같은 스쿠버를 배우러 가게 되었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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