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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오빠 만세 -- 1. 박성호편 본문

글 쟁이로 가는 길/내 안의 사람들

오빠 만세 -- 1. 박성호편

미닉스 김인성 2007. 2. 11. 06:01
 
 

이 글은 누구나 얻을 수 있을 정보를 근거로 쓰는 글입니다. 이 글에 언급된 사람들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인적인 접촉을 하거나 근거가 불확실한 뒷얘기를 찾아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알게 된 이야기까지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공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위대한 인간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씁니다. 알려진 바와 달리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제 글이 속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으로 판단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제목과 같이 이 글은 객관화된 인물이 아닌 오로지 제 머리 속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저는 부정하고 싶지만 고백하건대 그들의 이름을 빌어서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사람들 1. 박성호편


오빠 만세

 


 


개그맨 특유의 과장된 표정이 아닌 사진들, 조금은 수줍어하는 모습이 좋다.

이미지출처: http://cafe.daum.net/qkrtjdgh/

 


놀라운 순발력의 개그맨

 

박성호씨는 아주 뛰어난 개그맨입니다. 가장 오랜 기억은 로보캅의 음향 효과 개그였지요. 그 후 오빠만세와 청년백서를 통해 개콘에서 가장 역할이 큰 개그맨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거의 심현섭씨 정도의 순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코너에서 상대편 개그맨이 당황할 정도의 애드립을 펼쳤지요. 물론 그것이 코너에 방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소재와 뛰어난 무대 장악력 그리고 개인적인 노력까지 더해져서 정말 훌륭한 개그맨으로 우뚝 섰지요. 즉흥 연기가 인기를 얻고 그것이 유행어가 되고 또 다른 애드립으로 다시 인기가 증폭되고…… 공연하는 동안 스스로도 즐거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관객도 좋아하고 시청자들도 좋아했지요. 그렇게 당신의 날들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화려한 시간만이 계속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로보캅 시절: 로보캅 역할은 서영춘씨의 아들인 서동균. 보조 역할로 임혁필씨도 잠깐씩 나왔다.

이미지 출처 : http://cafe.daum.net/qkrtjdgh/





청년 백서: 왜 때려요? 앗 우리 반 학생이 아니네, 하나 둘. 아무도 그들의 질주를 말리지 못하던 놀라운 시절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qkrtjdgh/



크로스 오버: 개콘을 부흥시킨 심현섭과 새로운 트랜드를 이끈 박성호강성범 그리고 이후를 책임질 박준형이 함께 있는 모습, 가장 화려했던 이 날은 그러나 다시 올 수 없는 추억일 뿐이다.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qkrtjdgh/


 

인기, 그 덧없는 바람

 

웃찾사로 갔었지요? 그 곳에서 무슨 역할을 했었는지는 저도 기억이 없습니다. 검색해서 찾은 자료를 봐도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상하지요. 박성호씨의 능력이라면 어떤 프로에 가더라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뭐가 문제였습니까? 저도 요즘 그 것이 의문입니다.

 

실력과 인기가 왜 같이 가지 않을까? 왜 능력 있는 사람이 정상을 고수하기 어려울까?

 

양희은씨가 언젠가 말하기를 자기는 마음만 먹으면 인기를 얻을 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중이 좋아하는 주제와 선율을 적당히 섞으면 쉽게 누구나 좋아할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상업주의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정말일까요? 정말 양희은씨는 인기의 법칙을 꿰뚫고 있는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그분은 인기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보지 않아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일찍 정상에 서버리고 그 곳에서 추앙 받으며 강제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밥 딜런 같은 존재니까요. 그녀가 어떻게 시청률에 목숨 거는 하루살이 같은 자들의 인기라는 신기루를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

 


SBS
에서의 한 때: 단지 방송국을 바꾸었다는 이유로 이 대단한 사람들이 힘을 잃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qkrtjdgh/

 

박성호씨같이 뛰어난 개그맨도 개콘을 떠난 후에 다시 그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지요. 사람들은 개콘을 떠난 개그맨들을 보고 더 이상 웃어주지 않았습니다. 이 현상은 다시 개콘으로 복귀한 개그맨에게 계속해서 따라다닌 핸디캡이었지요. 문제 있는 개그맨, 뒷사정 있는 개그맨을 보면서 관객들은 거북해했고 개그맨들은 요령부득의 개그를 펼치면서 공연 시간을 부담스러워했지요.

 

일부는 그전에 히트했던 대사를 되풀이하면서 관객들이 다시 옛날과 같은 호응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일부는 새로운 개그로 또 다른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어색해진 분위기는 다시 좋아지지 않았지요.

 

시간이 서서히 흘렀습니다. 시간은 무서운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진부하게 만들어 버리고 억지로 끌고 가는 것들이 제 풀에 지치게 만들지요.

 

바뀐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일부는 그렇게 무대를 떠났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현실의 벽에 절망하여 조용히 주어진 역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개콘과 웃찾사의 멤버이며 인기 있는 개그 코너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비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잊혀진 존재였지요 마치 개그를 위한 소품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 수모를 견디며 재기를 꿈꾸던 사람들도 결국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검색결과: 최근 결혼 소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정보가 없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문맥에 맞는 적절한 사진 한 장 구하기도 힘들었다.


인터넷에서 유일하게 찾은 팬 사이트: 환하게 웃고 있는 박성호씨와는 달리 이 사이트는 1년 이상 방치되어 있다. 박성호씨의 활동에 비해 처절할 정도의 무관심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이 정도인 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고군 분투하는 박성호씨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인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늘 생각했었습니다. 박성호씨보다 훨씬 재미 없는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더군요. 시청자들은 새로운 개그맨들의 유행어를 따라 했지요. 박성호씨보다 훨씬 못한 개그맨들을 보고 재미있다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저는 외로웠습니다.

 

이봐 저기 박성호가 있잖아. 알고 보면 저 사람이 제일 재미 있다구, 지금 인기 있다고 하는 개그맨들은 사실 박성호와 일대일로 붙으면 쨉도 안돼, 제발 좀 저 친구한테도 관심을 보이란 말이야. 제발 좀! 그래 두고 봐, 반드시 박성호가 다시 최고의 개그맨이 될 날이 올테니까.

 

인기는 그저 잠시 곁에 머물렀다가 금방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바람과 같은 것일까요?  차례가 아니면 가질 수 없고, 기다린다고 차례가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남의 것을 뺏을 수도 없고, 영원히 가지고 있을 비법도 없고, 반드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법칙도 없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반복해도, 인기 있는 것을 과장해도, 비슷하게 바꾸어도, 완전히 다르게 해도 안 되는…… 이해 할 수 없는 어떤 것.

 

사람들이 나에게 보이는 잠깐 동안의 관심, 그것일 뿐이지요. 능력이 있다고, 노력한다고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좀 더 일찍 깨달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니 인기가 있을 때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세상에 대해 좀 더 감사하며 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이 있기나 할까요? 이 글을 쓰는 저에게도 봄날이 있었지요. 그러나 저 역시 그러지 못했습니다.

 

잘 나갔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에게는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이 지배했었던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을 호령하며 내가 가장 잘났다고 자신했지요. 사람들의 배려 속에서 살면서 그들을 무시하고 저처럼 잘 나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을 폄하했지요.

 

봄날이 가고 한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날들이 지난 후에 저도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글쎄요, 그들이 저를 용서해줄까요? 긴 침묵의 시간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고난을 견디며

 

개콘으로 돌아온 당신은 한 동안 웃기지 못했습니다. 개콘과 웃찾사를 왔다갔다했던 사실을 무시하고 뻔뻔하게 웃길 수 있었으면 했지만 당신의 표정에서 뭔가 주눅든 마음이 비쳐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 저도 사실 당신을 보고 웃지 못했습니다. 개콘으로 돌아온 다른 개그맨들이 과거 캐릭터를 재현하며 인기 회복을 노렸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들은 곧 개콘을 떠났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 되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능력 있는 개그맨인 당신이 가장 먼저 떠날 줄 알았습니다. 놀랍게도 당신은 굴욕이라고 느낄만한 역할을 묵묵히 받아들인 채 열심히 했습니다. 한 코너의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다른 개그맨이 뜨도록 보조 역할을 정말 성실히 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슬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개그대국의 해설자 시절: 10년 이상을 무명으로 살던 허동환씨가 허둥9단으로 화려하게 부상하는 동안 박성호씨는 조연으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뛰어난 능력이 여전히 부각되고 있었지만 카메라를 불편해 하는 듯한 느낌도 확연히 드러나던 시절이다.

이미지 출처: http://cbingoimage.naver.com/data/bingo_49/imgbingo_95/incheon33/31604/incheon33_75.jpg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당신은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남들을 위해서 조연 역할을 열심히 했고, 화면에 잡히지도 않지만 누구보다도 오버를 했으며, 주어진 역할을 언제나 성실히 했음을 압니다. 제가 압니다. 언제나 저는 당신을 응원했고 좀 더 잘되기를 빌어 왔습니다.

 

당신을 보면서 저도 제 인생을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저도 이제 남들을 위해서 사는 시간을 좀 더 만들고 싶습니다. 남들을 빛내줄 때 나도 빛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3세계: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이 코너에서 가장 많은 말을 했지만 사람들은 육봉달과 김대범만을 기억한다.

이미지 출처: http://cfs.flvs.daum.net/files/3/34/64/11/111972/thumb.jpg


봉숭아 학당: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뒷자리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뒷받침해주고 있는 우리의 다중이.

이미지 출처: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staright_205158_1%5B271595%5D.jpg

 

새로운 시도

 

긴 시간이 다시 흘렀습니다. 성호씨의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어느 정도 인기도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님을 짓눌렀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요? 저는 아직도 박성호씨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가위에 눌려 꼼짝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호구와 울봉이: 마지막 투혼이기 보다는 새로운 시작이기를.

이미지 출처: cafe.daum.net/dribblezone

 

박성호씨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모습이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재능에 비해 이룬 것이 너무 작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노장으로 늙어가기에는 능력이 아깝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그 시대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역경을 이겨내고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지요. 당대의 모든 개그맨을 뛰어넘고 과거 천재라고 불리던 심현섭을 극복하고 맹구, 영구와 같은 잊혀질 수 없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박성호씨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봉숭아학당의 선생님이 되셨더군요. 이후에 스스로 원로가 되려고 하지 말고 예전보다 더 과감한 시도를 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주연으로 나서서 능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그 뛰어난 애드립과 순발력을 살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뮤직토크: 꼭 다시 보고 싶은 박성호씨의 자신 있는 모습.

이미지 출처: http://cafe.daum.net/qkrtjdgh/



제 기대치에 비해서 박성호씨는 아직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습니다.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멉니다. 과거의 그 열정을 다시 찾아서 복학생보다, 마빡이보다, 사모님보다 더 놀라운 개그를 펼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제가 응원합니다.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 그것이 개그맨 박성호의 진정한 본 모습이니까요. 당신을 보면 제 귀에는 언제나 생생히 들립니다. 개콘 무대를 홀로 장악하고 연주대 위에서 우렁차게 외치던 그 목소리

 

....……

(Celin Dion의 All By Myself 중)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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