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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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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바꾸는 세상

나는 누구인가?

미닉스 김인성 2014.11.05 18:39

IT가 바꾸는 세상 1. 나는 누구인가?



지난 수 년 간 글쓰기 작업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 IT 분야를 비판하면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통해 밝힌 진실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과 단상을 적어 봅니다. 제 글이 언제나 그렇듯 이 글도 아마 A4 용지 100장 이상을 넘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리저리 쓰다보면 단상이 단절적으로 끊길 수도 있고 산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간단한 수필을 쓴다고 생각하고 일단 시작해 보겠습니다.




괴산 도서관: 가을의 괴산도서관도 좋지만 여름 날 오후면 더 좋다. 도서관 마당의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있으면 정말 모든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다. 에라 이 길로 그냥 출가나 해버릴까?



 

글은 초 읽기에 몰려야 나온다. 

 

테크닉은 필요 없다. 그런 걸 따질 시기는 지났으니까. 그건 이미 추운 겨울 도서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속에서 잠을 자면서 익혔다(http://bit.ly/1ojl7fR). 지나고 보니 길바닥에서의 날들이 내가 가장 생생히 살아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건 무협지 속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동굴 속 도사와의 반복훈련 같은 거였던 것 같다. 지방 도서관을 순례하며 했던 글쓰기, 그렇게 해서 나온 <멸망>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으니까.

 

밤새 차 창문을 꼭 닫고 자도 산소 부족으로 죽지 않는다는 것도 몸으로 배웠다. 어차피 열고 잘 수도 없다.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면 칼 바람이 쳐들어 오니까. 아무리 창문을 꽁꽁 닫아도 숨을 쉬면 허파가 아프다. 이런 고통을 겪어야 글이 나온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안락하여 단 한 줄도 쓸 수 없던 나는 그래서 고난의 탈출을 결심했다. 대학교 교수 자리를 때려 치운 것도 그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두자.

 

주식 거래가가 백억이 넘으면 세금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테헤란벨리의 화려한 밤을 누비던 시절의 격정보다 괴산 도서관 주차장 차 속에 누워 하루 할당량으로 정한 워드 세 페이지를 꽉 채웠을 때의 희열이 더욱 더 우월한 것임을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될 때까지는 길고 긴 시간이 필요했다. 좌절을 극복하고 자신의 믿음이 정신승리가 아님을 증명하기까지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 필요하다. 내 나이 오십, 적어도 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명확히 알고 있다. 젊은 친구들,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건 말이야....



이시우: 이 시대의 전망을 밝히는 작가. 사상의 분단을 뛰어 넘어 세계인이 되고 있는 사상가. 그는 오키나와와 제주, 그리스와 이라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주류가 아닌 강화도 폐가에서 명상을 하는 사진 작가의 머리 속에서 먼저 바뀐다.


 

난 내가 쓴 글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기억되는 글은 어떤 것일까? 미술, 음악, 시, 소설, 영화, 만화…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인간의 모든 활동은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관한 논문은 그 당대에 과학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억되는 것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그 당대의 철학적 문제에 답을 주었기 때문에 인류의 기억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2014년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실패한 공산주의, 타락한 자본주의의 시대, 포스트모던한 세상은 사상까지 취향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와 민족은 불순한 단어가 되었다. 애국심은 의심받고 진정성은 맹목적인 도그마와 구별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완전히 해체되어 가려는 인간 사회를 돌려 놓을 수 있는 진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당위를 만들 수 있을까? 그 어떤 것의 절대성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꼰대가 되지 않으면서도 세월호를 위해 전국민을 광화문에 모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2014년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첨단 기술과 최악의 정치가 야합한 국가, 지도자와 국민이 동시에 타락한 나라, 자유와 국가보안법이 분단이라는 모순 속에서 섞여 버린 엉망진창의 대한민국, 혁명할 자유가 헌법 안 진보들에 의해 난도질 당한 민주사회. 이 곳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싹 틔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류의 미래를 주도할 사상이 될 것이다.

 



세월호 휴대폰: 바닷물에 잠겼던 휴대폰은 물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삭기 시작한다. 마치 아이들의 유골을 보는 듯하다. 아이들 폰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또 다시 통곡한다. 디지털 기술은 삭아버린 휴대폰에서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찾아낼 수 있다. IT는 진실을 밝히는 완벽한 도구이다. 그리하여 이제 모든 사건은 IT 사건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모른다.

 

생각은 거창하게 할 수 있어도 현실은 그럴 수 없다. 어떤 것이 해결책이고 무엇을 써야 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글로 기억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회피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세월호 희생자 휴대폰에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세월호 CCTV 영상을 100개의 USB에 담아주는 작업에 임하고 있다. 

 

나는 디지털 증거를 조사하는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하지만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도 다르다. 난 대개 검경과 국정원의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검증하는 일을 한다. 이 분야는 막대한 비용과 자원 그리고 인력이 동원되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곳이다. 경찰사이버수사대, 검찰과 국정원의 디지털포렌식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까지 엄청난 인력이 매년 전문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여 범죄 증거를 조사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름에 비해 너무나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부 기관의 포렌식 전문가는 사설업체가 팔아 먹은 수 억 원짜리 포렌식 장비 사용법을 익혀 쓰는 수준이다. 초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안사건만 걸리면 공정성이 무장해제되어 국정원의 조작 증거를 방어하기 위해 법정에서 거짓 진술을 해주고 있다. 국정원은 자신들의 대선 개입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무고한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드는 조작을 행하고 있다. 사설 기업들은 엄청난 이권으로 인해 이런 조작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경쟁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유수 대학의 포렌식학과들도 마찬가지다.



포렌식 프로그램: 포렌식 프로그램은 자동화가 되어 있다. 스마트폰도 데이터 획득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작업자들은 설명서에 나오는대로 스마트폰을 조작하여 메모리를 복제한 후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된다. 이런 작업은 기술이 필요없다. 메뉴를 찾아 마우스 클릭만 잘 하면 된다. 나는 이런 자들을 마우스 해커라고 부른다. 

 



디지털 포렌식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실 30년 이상을 컴퓨터 분야에 몸 담은 시스템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포렌식은 그저 기초적인 IT 기술의 활용일 뿐이다. 파일 시스템에서 삭제 파일을 찾아내고 파일 변경 시간을 비교하는 것이 대부분이니까.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이라도 프로그래밍과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라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전부다.

 


(여기서부터 내용은 전문적인 부분이므로 건너 뛰어도 됨)

 

리눅스를 아는 엔지니어라면 검경 디지털포렌식팀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정부의 포렌식팀은 수천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하드디스크 복제 장비와 전문 포렌식 프로그램인 인케이스를 사용하여 증거 하드디스크를 복제(이미징)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나는 현장의 컴퓨터를 우분투 리눅스 라이브 버전이 담긴 USB로 부팅해서 다음 명령으로 한 큐에 이미징을 한다. 

 

 dd if=/dev/sdc | tee mnt/sdc.img | md5sum >mnt/sdc.img.md5

 

리눅스의 오토마운트 기능을 제거하고 부팅하면 쓰기 방지 장치가 필요없다. DD로 디스크를 복제하는 것은 포렌식 교과서에도 나오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해시값을 따로 내려면 시간이 2배가 되기 때문에 파이프를 사용하여 동시에 작업한다.

 

이 방법은 현장에 갔을 때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더라도 별다른 추가 장비 없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미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속도도 가장 빠르다. 


실제로 세월호 항적 기록이 담긴 진도 VTS 서버는 스카시 디스크가 있어서 이 방법으로 복제를 했다. 만약 검경 포렌식 팀이었다면 스카시가 지원되는 복제 장비를 따로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참고로 검찰 포렌식 팀은 진도VTS 측이 제공하는 4.16일 당시의 기록 파일만 몇개 가져갔지만 나는 시스템 하드디스크 전체를 이미징했기 때문에 실제 재판을 진행할 때 데이터 삭제와 조작 여부는 검찰 포렌식팀이 아닌 내가 이미징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

 

(전문적인 내용 끝)

 



조작 증거: 국정원 조작팀은 중국 출입경 기록 문서를 확보한 후 도장을 포토샵으로 잘라서 조작 문서에 붙였다. 이런 단순한 조작작업조차도 성의 없이 했기 때문에 한자 "검"자에 원본 문서 배경에 있던 다른 부분과 겹쳐진 부분을 제대로 지우지 않아서 어떤 문서에서 이미지를 긁어 왔는지까지 들키고 말았다. 정말 성의없는 새끼들이다. 이런 새끼들에겐 쌍욕을 해도 된다.


당위를 고민하지 않으면 엔지니어는 도구에 불과하다.

 

기존 포렌식 분야 사람들은 작업자, 분석자, 평론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작업자는 포렌식 장비와 프로그램 사용법만을 익힌 마우스 해커 즉 단순 노무자이다. 검경과 국정원의 분석 전문가는 그나마 기술과 지식이 있지만 이런 위치에 있는 자들 중에 당위를 고민하는 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당신이 상부의 명시적인 조작 요구가 없어도 알아서 조작 해주고 있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의 살생력과 효율을 고민하는 화학자와 다를 바 없는 정신 나간 인간일 뿐이다. 

 

평론가란 소위 교수 등 실무나 기술은 잘 모르면서 국정원을 적극적으로 편들며 보관의 연속성이니 증거능력과 증명력이 어떠니 말로만 떠드는 자들이다. 한국의 보안을 이끌고 있는 유수한 대학의 알만한 교수들이 거의 다 이 부류이다. 이들은 법정에서 디지털포렌식의 최종 근거랍시고 "국정원을 믿지 못한다면 누굴 믿으란 말이냐?"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나는 포렌식 분야에서 혼자 작업하고 혼자 싸웠으며 그 결과도 혼자 감당해왔다. 분석할 컴퓨터를 직접 만지며 하드디스크 관련 작업을 처리하고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실제 이미징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스스로 개발했다. 하드디스크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정원 보고서의 조작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도 했다. 이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하여 변호사들에게 전달했고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증언도 했다. 또한 평론가들과 싸워 이들의 거짓말을 밝혀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조작 행위에 대한 칼럼을 써서 일반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작업도 했다. 칼럼은 가능한 쉽게 써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검경과 국정원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기초적인 단순 작업부터 이를 평가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작업까지 모두 직접 처리했으며 이 모든 것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로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를 글로 설명해낼 수 있는 전문가만이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IT 엔지니어들은 이 사실을 뼈에 새기기 바란다.

 

내 목적은 현실을 바꾸는 글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긴 시간을 뺏어가는 복잡하고 귀찮은 이 모든 작업을 감수할 수 있었다. 이런 사건 조사가 더할 나위 없는 글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로 일반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의 IT 지식과 기술 그리고 남은 인생은 기억될 글을 쓰는데 바쳐질 것이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억울한 횡령 사건, 서울시 탈북자 공무원 조작 사건, 세월호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 카카오톡 사찰 문건 폭로를 두려움 없이 실행한 것이 이 때문이다. 아니 두려운 일일수록 더 기쁘게 실행했다. 


사실 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극단적인 허무주의자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은 자들, 자기만의 목적을 가진 자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자들은 누구나 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임을 깨달았다면, 내가 단순히 존재했었던 먼지에 불과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적어도 세상에 스크래치는 하나 남기고 가고 싶다면 그래야만 하지 않겠는가?

 

내가 한 작업들 하나하나가 한국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것이 그것인지는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닥치는 모든 일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한 작업들이 묻혀도, 수많은 증거들에 대해 국민들이 무관심해 보여도, 오늘 세상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기대나 원망 없이 묵묵히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스스로 바꾸려 나서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멀리, 더 멀리 가고 싶다.

 

나는 언제나 멀리 가는 꿈을 꾼다. 서울에서 한국에서 아시아에서 벗어나고 싶다. 2014년에서 벗어나 2044년으로 가고 싶다. 내가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곳, 이 현실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수록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하면…(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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