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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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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

중소기업 텔레비전 구입, 그 후

미닉스 김인성 2018.06.26 18:29

모니터 텔레비전 제조 분야의 중소 브랜드 W사의 65인치 텔레비전을 구입한 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 달에 고장 났습니다.



화면에 규칙적으로 가로 한 줄 씩 줄이 나가는 현상이었습니다.


TV는 안 보고 살아서 몰랐는데 어느 날 거실을 지나가다 보니 같이 사는 아줌마께서 줄 간 화면을 좋다고 보고 있더군요.



(역시 힘 있는 건 콘텐츠더군요. 몰입하면 화면에 줄이 갔는지 색역이 틀어졌는지 전혀 안 보임)


업체에 전화했더니 보증 기간이 보드 고장이면 1년, 패널 고장이면 2년이라고 해서 돈 들일 각오하고 불렀습니다.

물론 공짜일 수도 있다는 기대도 했습니다.

산 지 1년이 넘었지만 2년은 안 된 시점이라, 보드 쪽 고장이면 출장비 포함 18만원 정도 들고, 패널 고장이면 무료라고 했으니까요.



이건 다른말로 하자면 이 업체의 TV가 2년 지나서 패널 쪽이 고장나면 (엄청난 수리비가 나오므로) 버리든 지, 줄 간 화면을 참고 봐야 한단 뜻입니다.

제 패널 엘지 IPS라고 했는데도 내구성이 좋지 않네요.

아마 A급 패널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 상황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않지 않을까, 잘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닷!


수리 요청한 지 며칠 후에 서비스 기사분이 와서 다행히 패널 고장이라는 진단을 내려 주셔서 무료로 수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교체할 제품이 없어서 기다려야 한답니다. 화면만 조금 이상할 뿐 보는 데는 지장 없으므로 오케이했죠.


2주 정도 지나서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제품 입고가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동급 제품으로 교체해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삼성 패널 쓴 아주 좋은 제품이라길래 그 제품 모델명으로 검색했더니 VA 패널이더군요.

(참고로 IPS는 좋은 패널 방식, VA는 쓰ㄹ...아니 나쁘지 않은 패널 방식이라고 외우시면 됩니다.)



역시 "죄송해서 자발적으로 해주시는 일"은 거의 사기라는 저의 철학이 다시 한 번 들어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일갈한 후에, "현재 상태로도 TV를 볼 수는 있으니 엘지 패널 제품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며칠 후에 전화가 와서 제품 교체는 어렵고 패널 수리로 진행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교체 제품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고 했으나 언제 올 지 알 수 없고, 와봐야 리퍼 물량일 뿐이니 오히려 새 패널로 교체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그 말도 일리가 있어서 결국 패널 수리로 진행했습니다.


패널 수리는 기사분이 와서 TV를 수거한 후, 공장으로 가져가서 수리해, 다시 가져 오는 방식이라 4일 정도 걸렸습니다.

그 동안 TV를 못 보게 됩니다.

집에서 가끔 우연히 만나는 아줌마께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준 것 같기도 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듯 하기도 하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도 않지 않습니까?



여태까지 수 많은 LCD 모니터를 사용했지만 패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모니터 제조 중소기업들이 금방 망하고 사라지는 탓에 그나마 오래 버티고 있는 업체의 제품을 택했고, 그 중에서도 핵심 부품인 패널을 삼성, 엘지 것으로 썼다고 명시한 제품을 샀는데도 이러네요.

다행히 보증 기간 이내라서 무상 수리를 받았지만 안 그랬으면 2년만에 80만원 버릴 뻔 했습니다.

수리를 했지만 앞으로 6개월 이후부터는 역시 시한 폭탄이 되죠.

그래서인지 TV 고장날까봐 불안하다고 같이 사는 분께서 은근히 불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어서 더 이상 브랜드 TV 필요 없다, 중국 제품은 모르겠지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랑 브랜프 제품이랑은 거의 차이 없다. 가장 중요한 패널은 브랜드 제품이라 화질도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셋탑으로 보는 거니까 TV는 모니터에 불과하다. 화면과 소리만 나오면 된다, 스마트 기능 따위는 있어도 쓰지도 않고 가격 상승 요인일 뿐이다."

라고 큰소리쳤는데 이 제품 때문에 같이 사는 분의 신뢰를 크게 잃어버렸습니다.

그동안 주방용을 제외한 일체의 가전제품의 선택은 전적으로 저의 권한이었는데 이 제품 때문에 권력에 누수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제품이 왜 훌륭한 지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고, 동의하기까지의 시간이 늘었습니다. 하찮았던 홈쇼핑 호스트의 말보다 제 말의 신뢰성이 더 떨어졌습니다.

제가 선택한 제품 구입을 허락한 후에도 뭔가 찜찜해하는 눈치입니다.



은행 관공서 영업하는 IT 업체가 하드웨어는 IBM, 디비는 오라클 이렇게 선택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중소업체 제품 넣었다가 문제 생기면 "얼마 처 먹었어?" 이렇게 반응하지만, IBM 제품이 고장나면 "와... 아이비엠도 고장나네? 신기하네... 이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히 예산 더 신청해라!" 이렇게 반응하니까요.



앞으로 저도 가전제품은 무조건 브랜드 제품으로 하거나,

아줌마께서 홈쇼핑 보고 꽂힌 제품 구입에 대해서 쓸데 없는 태클은 삼가고, 군말 없이 동의해줘야겠습니다.

부디 이 TV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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