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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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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

LG 보고 있나?

미닉스 김인성 2012. 12. 25. 08:30

오랜만에 본격 IT 이야기를 해 볼까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집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채널 서핑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상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행복도 지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들 놈이 TV 소리가 시끄러워 주무시는데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한 집안의 왕은 수험생이므로 어쩔 수 없이 해결책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TV를 보더라도 소리만 안 나면 되니까 헤드폰을 쓰면 되겠지 하고 TV를 살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TV는 이어폰 출력 단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또 다시 제 전공인 "없는 실력에 쓸 데없이 애쓰기" 즉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TV에는 소리를 외부로 출력할 수 있는 라인 아웃 단자 즉 이어폰 단자가 없습니다. 다른 업체는 모르겠지만 LG PDP는 확실히 없습니다. 


 참고로 TV는 무조건 PDP가 최고입니다. 열, 전기 사용량, 패널 수명이 약점이라구요? 다 필요 없습니다. TV는 영상 출력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영상 출력 부분을 따지면 무조건 PDP입니다. 

LED 어쩌고 다 필요 없습니다. 아몰레드(AMOLED)가 나오면 그걸로 사시고 아니라면 무조건 PDP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함)

이 비싼 TV에 음성 출력이라고는 광디지털 음성 출력 달랑 하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다른 장치 없이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답답합니다.

하지만 묘안은 있습니다. 케이블 TV나 IPTV 등의 셋탑박스에 있는 음성 출력 단자를 활용하는 것이죠.


케이블 셋탑은 음성과 영상을 TV로 출력하는 장비니까 이런 기능은 당연히 있으니까요.

빨강과 흰색의 RCA 잭을 3.5파이 잭으로 변환해주는 케이블을 구입해 연결하고 여기에 헤드폰을 연결합니다.


셋탑 박스가 HDMI를 통해 영상과 음성을 모두 TV로 전달하지만 동시에 RCA로도 음성 출력을 해주기 때문에 헤드폰으로도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결 한 후 TV 볼륨을 0으로 만들고 셋탑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정하면 음성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TV를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한동안 행복한 날이 계속되었지만 곧 불만이 생겼습니다. 

TV로 케이블 방송만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안테나를 통해서 공중파를 직접 보거나, TV에 USB를 연결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동영상을 위해 컴퓨터를 TV에 연결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설정을 하면 무선랜을 통해 컴퓨터의 콘텐츠를 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TV에서 직접 소리를 뽑아 내는 방법이 아쉬워졌습니다.

결국 상상을 거듭하다가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라인 아웃을 직접 만들면 되잖아?

TV 스피커로 가는 선에서 라인 아웃을 빼면 될 거야."

한 번 생각이 미치면 실행할 때까지 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결국 작업을 감행했습니다.

TV 나사를 전부 풀고 열어 봅니다.


사실 PDP나 LCD TV는 모니터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각종 동영상 포맷을 해독하여 출력해줘야 하니까 TV에는 이런 일을 전담하는 컴퓨터가 하나 들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요즘 TV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깔린 컴퓨터와 같습니다.

영상 입출력을 처리하는 부분입니다.


왼쪽으로 가는 흰색 넓은 케이블이 영상 부분으로 추측됩니다.

아래쪽 여러 가닥으로 된 선은 스피커 출력입니다.

TV 크기에 비해 초라한 스피커가  2개 달려 있습니다.


여기로 가는 선을 끊고 이어폰 잭을 연결하면 평소에는 TV 스피커로 출력하다가 아들놈이 시끄럽다고 하면 이어폰을 꽂아 TV를 묵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자작을 위해 이어폰 잭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스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바람에 모노 단자가 왔습니다.

이어폰 잭은 무조건 스테레오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건 좌우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스테레오 이어폰용으로는 쓸 수가 없습니다.

혹시 실수할까봐 2개나 샀는데....

스테레오 잭을 다시 주문했지만 배송되려면 다시 며칠이 걸립니다.


그 동안을 못참고 막내 딸께서 TV를 보셔야 한다고 방방 뜨셔서 결국 뒷판을 개방한 채로 TV를 설치했습니다.

중간에 있는 것이 새로 도착한 스테레오 잭의 모습입니다. 


3.5파이 잭이 꽂히면서 양쪽의 스프링을 밀어 스피커로 가는 2선을 끊음과 동시에 이어폰으로 출력이 연결 됩니다.

스피커로 가는 선을 끊어 이어폰 잭을 경유하게 만듭니다.  적당한 선이 없어서 컴퓨터 파워 케이블의 4선을 사용했습니다.


화면 왼쪽 위의 노란색과 빨간색 바로 그 확장선입니다.

이어폰 잭을 위한 구멍을 인두로 뚫습니다.


이어폰 잭을 위한 구멍을 안에서 본 모습.


TV 케이스 두께가 너무 두꺼워 인두로 녹여서 두께도 조절합니다.

삽질했다는 뜻입니다. 

완성된 모습.


스피커로 가는 왼쪽과 오른쪽 플러스 선이 이어폰 잭을 경유합니다. 

왼쪽 오른쪽 접지선(-선)은 공유합니다.

오른쪽 +선 -- 이어폰 오른쪽 입력 단자 -- 이어폰 오른쪽 출력 단자 -- 스피커

왼쪽 +선 -- 이어폰 왼쪽 입력 단자 -- 이어폰 왼쪽 출력 단자 -- 스피커

오른쪽, 왼쪽 접지 -- 이어폰 접지 단자 -- 오른쪽, 왼쪽 스피커


이렇게 해서 이어폰 잭의 5단자에는 총 8선이 연결됩니다.


중간 정리

아들이 TV 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헤드폰으로 TV를 듣기 위해 살펴보니 TV에 라인 아웃이 없어서 셋탑의 라인 아웃으로 소리를 들었으나

USB로 영화를 보기도 하기 때문에 TV에서 직접 소리를 뽑을 필요가 있어 TV를 개조하여 라인 아웃을 만듦.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개조를 했더니 화이트 노이즈가 엄청 심하게 나는 것입니다. 

볼륨을 0으로 놓아도 "쏴~~~~"하는 노이즈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습니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는 시끄러워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접지선을 한 개만 연결하면 왼쪽이나 오른쪽 중 한 쪽의 화이트 노이즈는 없앨 수 있지만 양쪽을 동시에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구성으로는 TV 스피커에서도 화이트 노이즈가 발생했습니다.


이쪽 전문가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본 결과 제가 한 일 전체가 삽질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스피커와 라인 아웃은 저항값 자체가 달라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한 화이트 노이즈 발생은 당연한 것이고 화이트 노이즈를 없애더라도 음질이 형편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셋탑의 라인 아웃에 헤드폰을 연결했을 때에도 뭔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길래 왜 그럴까 고민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동네 전파상에 컨설팅 의뢰를 하러 갔습니다.


물론 "안 쓰는 구닥다리 오디오에서 3.5파이 이어폰용 라인 아웃 전용 회로가 있으면 하나만 구해 주세요" 

이 따위 돈도 되지 않는 요구에 쓸데 없는 질문이나 하는 저를 사장님께서는 귀찮아 하셨을 뿐만 아니라 친히 쫓아 내기까지 하셨습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보았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남은 방법으로 TV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광 디지털 음성 출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광 디지털 음성 출력의 시뻘건 빛이 무섭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본 결과 광 출력을 아날로그로 변환하여 3.5파이 이어폰으로 바로 뽑을 수 있는 장비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4만원이나 하는 반면 음질이 어떨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디지털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디지털-아날로그는 고급 부품을 쓰지 않으면 음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의견은 저의 개인적인 선입견일 뿐 사진의 제품에 대한 평가는 아님.)

그래서 결국 중고 장터에서 중고 인켈 오디오를 구입했습니다.


디지털에 명기는 없다는 진리가 여기에도 통했습니다.

10년 전에 50만원도 넘던 기기가 겨우 6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더군요.

오디오 전문 업체 인켈 제품 중 광입력을 지원하는 리시버 앰프를 싸게 구입했습니다.

광케이블을 구입해 TV의 광 출력 단자에 연결하고


이것을 오디오의 광 입력에 연결합니다.


옛날 앰프는 5.5파이 단자를 씁니다. 이걸 3.5로 변환해주는 젠더를 구입해 헤드폰과 연결합니다.


완성된 모습.


TV의 광 출력을 리시버 앰프의 광입력으로 연결하고

앰프의 전면 이어폰 단자를 통해 헤드폰에 연결하여 소리를 듣습니다.

삽질 끝에 가정의 평화는 지켜졌지만 돈과 시간이 엄청 들었습니다.


LG뿐만 아니라 이어폰 출력 단자를 뺀 TV를 만드는 업체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응접실에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는 상황인 가정이 많습니다. 

공부하는 자녀가 있으면 TV 소리도 크게 낼 수 없습니다.

구닥다리 출력 방식이라고 이어폰 단자를 무시하고 제품을 만들면 사용자들은 이런 식으로 고생을 하거나 돈과 시간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조하는데 들인 시간과 돈, TV에 난 흠집은 제외하더라도

광출력 케이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을 위한 앰프 혹은 DAC, 5.5to3.5 젠더, RCA-to-3.5 케이블 등을 추가로 구입해야 합니다.

앰프를 쓰면 전기요금도 듭니다.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런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대개는 누가 시끄럽다고 하면 들릴 듯 말듯 소리를 줄여서 재미 없이 TV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TV 개발자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아직은 구닥다리 출력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제작할 TV에는 이어폰 출력 단자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TV 구매자 분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TV를 구매하실 때 라인 아웃 단자가 있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TV의 라인 아웃 단자는 10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어폰 단자가 없는 TV가 정상 제품에 비해 10만원 정도 싸지 않으면 구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2년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일상의 문제 해결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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