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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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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기1-770Z

모든 컬렉션은 악이다

미닉스 2009.12.22 13:06

770z 기나긴 삽질의 기록 2/A

 

모든 컬렉션은 악이다


그동안 770x에 들인 돈을 합치면 아마 중고 씽크패드 X3x 기종 하나 사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처음에 구입할 때 든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체 206,493
교체 CPU 97,769
교체 키보드 31,726
교체 배터리 73,383
운송비 90,630
세금 36,910
하드디스크 88,000
본체 수리비 45,000
무선랜카드 71,000
메모리 512M 172,000
lcd 교체 10,000
pcmcia 랜카드 45,000
pcmcia usb2.0 테스트 42,000
pcmcia usb2.0 테스트 2 29,000
ibm usb 카드 96,984
usb 카드 21,000
총계 1,156,895

본체와 업그레이드용 CPU는 기본적으로 사야 했지요. 교체 배터리는 사실 크게 필요가 없었습니다. 따라온 배터리가 거의 제 용량을 쓸 수 있더군요. 그래서 교체 배터리를 CD-ROM자리에 꼽았습니다. 배터리만으로 한 다섯 시간을 가더군요.

교체 키보드는 최고의 키감을 자랑한다는 770을 산 만큼 신품 키보드 감을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서 무리를 했습니다. 물론 본체에 딸려온 키보드도 상태가 괜찮았지만 새 키보드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770x 본체 상판과 교체한 키보드 사진. 상판에 키보드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이베이에서 국제 운송을 해주지 않겠다는 업자들에게서 샀기 때문에 LA에 있는 대행업체에 배송대행을 맡겼습니다. 운송비와 대행비, 세금을 다 합쳐서 50만원 조금 더 들었군요. Paypal은 이전에 다른 제품을 산 적이 있어서 미리 사용 가능했지만 즉구가 아닌 경매는 처음 해보았는데 귀하다는 13.7인치 LCD가 달린 1280x1024 해상도의 770x였는데도 웬일인지 경쟁자가 별로 없어서 쉽게 저가격에 낙찰 받았습니다.

4가지를 한꺼번에 배송대행을 했더니 배송대행 회사에서 헷갈려 추가 배터리를 빼먹고 보내는 바람에 소동이 조금 있었습니다. 며칠 간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쌩쌩한 770x를 손에 넣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려면 사온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당장 P2 CPU를 P3-750MHz CPU로 교체하기 위해서 용산에서 회로 수정을 받았습니다. 그 때까지 정교한 납땜에 대한 자신이 없었는데 그 후로 긴긴 납과 인두 그리고 보드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북간도의 외지고 외진 곳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보드 수리 같은 일은 이제 사양길이 되어 아무도 선뜻 해주려고 하지 않더군요.

물론 사용자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노트북 열지도 않고 의뢰하는 경우는 별개지요. 요럴 때는 상당한 수리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리 의뢰를 받은 업체와 이런 수리 점 간에 물건이 오가고 쉽게 해결이 됩니다. 저 같이 본체 분해해서 들고 와서는 "요기하고 요기는 끊어 주시고요 조기하고 고기는 3.3K옴 짜리 저항을 연결해 주시면 됩니다. 테스터기로 끊어졌는지 확인해주시구요." 요렇게 말하면 절대 안 해줍니다. 그래서 북간도 가장 끝에 있는 수리 점에서 사정사정해서 겨우 회로를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분해된 본체 모습. 이런 상태 그대로 들고 용산에 가서 수리를 부탁하고는 했다.

 

CPU만 간다고 빨라지나요? 하드도 바꾸어야지요. 5400RPM 40G 하드를 달고 램도 512MB까지 확장했습니다. 운영체계도 좀 더 빠르게 쓸 수 있도록 windows server 2003을 깔고 최적화 했습니다. 유선 랜은 10/100짜리 xjack pcmcia 모뎀을 45000이나 주고 사서 달았습니다. 무선 랜은 54Mb 되는 a/b/g급으로 달았지요. 보드에 mini-pci 슬롯이 달린 모델이었으면 아마 내장 무선 랜 달려고 안테나 구하러 뛰어 다녔을 겁니다. 아쉽게도 770X는 구형이라 mini-pci 슬롯이 없어서 그냥 pcmcia로 달았습니다.

대부분 새 하드웨어를 구입하여 교체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요. 복잡한 일도 아직은 남에게 부탁해서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쉬웠습니다. 그러나 좀 더 마음에 들게 만들려고 하자 점점 어려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LCD가 세월의 흔적이 있으니까 당연히 백라이트를 갈아야지요. 전문업체에 맡기면 비싸기 때문에 직접 해야 했습니다. 이전에 570e 백라이트 갈다가 한 번 뜨거운 맛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지요.

 


LCD용 CCFL 교체 작업 중. 덜덜 떨면서 DIY를 감행했다.

 

CCFL의 길이가 애매하게 달라서 두 종류로 사왔는데 그 중 한 종류로 교체했더니 완전히 노란색이 나오더군요. 전화로 상담했더니 내장 인버터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다른 것으로 해보라고 해서 다시 분해 조립, CCFL을 부러뜨리기도 하고, 그냥 교체할 수 있는 것도 모르고 LCD 뒷판을 완전 분해하는 삽질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사실 그 후의 고생에 비하면……

USB 쪽의 튜닝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정말 시작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결국은 끝까지 가고야 말았습니다.

USB가 1.1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USB 2.0 인터페이스를 가진 외장하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파일 전송 속도가 느렸지요. 당연히 pcmcia 방식의 USB 2.0 카드를 구입했습니다. 요게 또 슬롯에 다 들어가지 않고 외부로 뭉툭하게 돌출 부분이 나와있는 것입니다. 이 것을 바꾸고 싶어지더군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그 날개를 펴고 홀로 날아 갔습니다.

"pcmcia 카드에서 뭉툭한 부분을 짤라내고 내장된 USB 1.1 포트에 연결하면 어떨까? 기존의 1.1 회로에서 데이터 부분을 짤라 버리고 pcmcia 쪽에서 선을 보내면 전원은 기존의 USB 회로에서 나가고 데이터 입출력은 2.0 쪽으로 받을 수 있을 거야……"

급기야 잘 도는 카드를 분해하고 짤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분을 짤라 냈을 때는 잘 돌았으나 원하는 만큼 짤라 내자 카드 사망……

 


PCMCIA 방식의 USB 2.0 카드. 케이스를 분리한 상태

 


짜르기 직전의 모습. 여기서 PCMCIA에 삽입 한 후에 노트북 케이스 밖으로 나오는 부분을 니빠로 짤라내게 된다.

 


USB 2.0 카드 절단 테스트. 엽기의 시작이다.

 


짤린 상태로 pcmcia 슬롯 안에서 동작하는 카드

 

다시 두 개 구입, 하나만 가지고 작업 해 보고 안되면 나머지 하나는 그냥 쓰기로 마음 먹고 두 개를 구입했습니다. 두 번째도 실패, 그러나 사람 마음이 그런가요? 오기가 생겨 세 번째도 분해 또 실패, 점점 실력은 좋아져서 외부 장치에 기존의 1.1 쪽에서 전원이 들어가게도 만들고 2.0 쪽으로 데이터가 오도록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두 번에 한 번씩 전원 에러가 나타나면서 동작 불능에 빠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IBM 정품 USB 2.0 pcmcia 카드는 외부 돌출 부분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IBM 카드를 사면 보드를 자를 필요 없이 보기 좋게 회로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려 구 만원이 넘는 가격에 이베이에서 다시 주문, 그러나 이 카드는 외장 하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제품이었습니다. 내장 USB에 회로를 구성하자 여지 없이 전원 에러도 나타났습니다.

 


IBM USB 2.0 카드와 저가 USB 2.0 카드, IBM 카드의 외형이 찌그러진 것은 분해 테스트 흔적임.

 

여기까지 USB 튜닝에만 20만원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처음 원했던 내부 USB 포트를 통해서 외장하드 2.0 모드로 읽기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장 처음 구입했던 제품을 다시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쨌든 USB 2.0 모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별로 쓰게 되지 않더군요. IBM 제품은 선이 주렁주렁 달려서 쓰기에는 불편했고, 볼품없이 튀어 나왔지만 가격이 싸고 잘 동작하는 제품도 잘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큰 파일 외장하드에 담아 다닐 일도 별로 없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256MB 메모리는 그냥 1.1 포트에 꼽아 전송합니다. Pcmcia 카드 찾아서 꼽고 인식시키는 시간에 데이터 전송을 다 끝낼 수 있으니까요.

본체 구입 후 한달 여 동안 일어난 일에 약 116만원을 쓴 것이지요. 여기서 끝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열 문제 해결을 위한 삽질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에 하겠지만 열 문제가 원인인줄도 모르고 혹시 보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보드만 살아 있는 770z를 7만원 정도에 구입했다는 것과 750MHz CPU를 쓰면서 욕심이 나서 일본 옥션에서 15만원 주고 850MHz mmc-2 CPU를 결국 구입하고야 말았다는 것은 말씀 드려야 하겠습니다.

순수하게 비용 들어 간 것으로만 더 말씀 드리자면 메인보드에 전원을 공급하는 부품인 DC/DC 보드 쇼트 시켜서 수리한 수리비 3만원, 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입한 25MM, 30MM 쿨러 가격 18000과 써멀 패드, 써멀 구리스 등을 구입하기 위해서 쓴 1만원 등을 합해서 총 146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용산에 가기 위한 교통비, 납땜 등을 위해 구입한 여러 장비 가격들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작업 중인 모습. 성능을 올리고 싶어서 이 날도 노트북 분해 작업을 하고 있었던 듯.

 

사실 이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이지만 770의 장점에 더해서 최신 노트북에 필적하는 성능까지 구현해 보겠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누가 다운그레이드를 원하겠습니까? 770이 아날로그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성능이 뒤떨어진다면 그런 장점도 살아나지 못하게 됩니다. 제 노력은 어떻게든 770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보려는, 그래서 성능 면에서도 최신 기종에 꿀리지 않게 해 놓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아마 누구나 770을 가지게 되면 이런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미망에 빠지면 더 좋은 것, 좀 더 나은 것, 마지막 한 점, 풀셋, 최종판, 박스셋에 집착합니다.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고서라도 마지막 남은 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그 혼돈의 시절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되듯이 모든 컬렉션은 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가능하면 어떤 것이라도 절대로 다 채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아이폰은 케이스도 없이 사용하며 어떠한 액세서리도 구입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지만……

그러나 끝은 보이지 않고 비용과 시간은 점점 더 들어가고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깊은 수렁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급기야 열대야가 계속되던 팔월의 어느 날 770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게 되는 날이 왔습니다.

정확히 그 이유를 떠올릴 수는 없지만 런닝과 팬티 바람으로 연속극도 못보고, 웹 서핑도 못하며 또다시 안정성 테스트에 매달렸지만 여전히 나타나는 공포의 파란 화면이 지긋지긋해졌기 때문이거나 반복되는 분해 조립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해 봅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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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 프로필사진 김도훈 2010.03.18 01:38 신고 최근에 제가 하고 있는 작업과 너무나 유사해 이시간에 글을 보면서 크게 웃어 버렸습니다.
    아이폰에 물려 아이튠 머신으로 쓰려고 호빵맥으로 불리는 imac g4를 구한것이 화근이었죠.
    말씀하신데로 풀업하기 위해 메모리 하드(이건 리테일로 풀리지도 않은 EIDE 750G)는 기본이었고,
    이 구형 아이맥에 최근 나온 매직마우스가 얼마나 쓰고 싶었던지 블투모듈을 구입한것 까진 좋았습니다.
    그래서 잘쓰고 있었는데. 갑작이 이놈이 느리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니..
    SSD를 달기 위해 삽질 하고 있습니다. 이짓을 하려고 구글링 끝에 인성님의 블로그를 접했는데..
    저랑 같은 성향의 인성님을 발견하고.. 으하하.. 내가 편차가 큰놈이긴 하지만 아주 이상한 사람은 아냐..
    라고 자위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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