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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노트북은?-770Z 삽질기 본문

삽질기1-770Z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노트북은?-770Z 삽질기

미닉스 2009.12.15 18:10


이 글은 4년 전에 쓴 글입니다. 블로그 발행 시스템을 모르던 시절에 몇몇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흩어진 여러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사진 링크가 다 사라지는 바람에 다시 올리다 보니 그냥 발행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읽으신 적이 있으신 분들은 재활용에 욕심을 내는 저를 용서하시고 그냥 패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도 읽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에게 글을 보이고 싶습니다. 성의 있게 쓴 글이 홍보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파되지 못하고 그냥 묻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구요.

꼭 사 년 전 이 맘 때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 애쓰던 기억도 납니다. 세상에는 천사들이 살고 있음도 그 때 알았지요. 이렇게 다시 먼지를 털어 내다보니 사 년 전, 그때의 열정이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는군요.

김인성.


770z 기나긴 삽질의 기록 0/A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노트북은?


안녕하세요
오래된 한 노트북의 튜닝에 관해서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노트북이 만들어지고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그 절정기를 들라면 아이비엠 씽크패드의 역사를 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씽크패드 제품 명으로 수 많은 기종이 만들어졌지만 절정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품은 역시 씽크패드560이라는 기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씽크패드 라인업은 700시리즈에 채택된, 블랙 기반에 빨간색 트랙 포인트를 중앙에 배치하는 디자인으로 그 독특함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 후 이 디자인은 씽크패드 노트북 뿐만 아니라 아이비엠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통일된 컨셉이 됩니다. 유닉스 머신인 P시리즈와 미들레인지급이라고 분류되는 I 시리즈 서버를 포함, 메인 프레임인 Z시리즈까지 검은색에 빨간색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으로 통일된 것이지요.


아이비엠 P시리즈 서버들, AIX가 돌아가는 유닉스 머신이다. 검은 바탕에 빨간색 선이 독특하다.
사진 저작권 (http://www-06.ibm.com/jp/servers/eserver/pseries/photo/j/p5family.jpg)


아이비엠 I시리즈. As/400이라고 불리던 미들레인지 서버이다. 어떻게든 빨간색 포인트를 만들었다.
사진 저작권 (http://www.recursos-as400.com/museu/730/9406730b.jpg)


아이비엠 메인프레임. Z시리즈라고 불린다. 메인프레임을 열면 제어용 단말로 600X가 달려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수십억짜리 메인프레임보다 600X를 더 탐내고는 했다.
사진 저작권 (http://www-5.ibm.com/no/news/archive/images/images/eserver/eServer_zSeries_890.jpg)


씽크패드는 700 시리즈의 성공을 기반으로 버터플라이 디자인으로 유명한 701c 시리즈를 거쳐 결국 1996년에 씽크패드 560을 만들어 냅니다. 거의 5kg에 육박하는 무게와 10인치 정도의 적은 화면, 그리고 640x480 해상도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12.1인치의 대화면에 800x600의 해상도를 가지면서도 cd-rom까지 제거하여 2kg이 안되는 무게를 자랑했습니다. 더구나 노트북이면서도 풀사이즈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었고 그 키감 또한 대단히 우수한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아직도 560을 못 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을 날렵한 디자인의 본체 속에 모두 우겨 넣음으로써 보는 이들을 감격시켰습니다. 지금 보더라도 깔끔한 외형과 단단한 모습에 우수한 키감은 어떤 노트북에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외형과 키보드는 그대로 두고 내장 하드웨어만 최신으로 재발매 해주기를 바라는 올드 팬이 많습니다.

그 해 560은 노트북에 관한 수 많은 상을 받으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 씽크패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게 됩니다. 때문에 팬티엄 133MHz CPU로 시작한 560은 560e,x,z 시리즈로 계속되어 팬티엄2-300MHz CPU를 장착한 제품까지 나오게 됩니다. 560에 들어 간 CPU 형식이 풀사이즈 mmc-2 였기만 했더라도 P3까지 가능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본체 크기 때문에 미니 사이즈 CPU 보드가 사용되는 바람에 P2에서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합니다.


701c 사진. 유명한 버터플라이 키보드, 본체의 크기보다 큰 키보드를 장착하기 위한 아이디어. 노트북을 열고 닫을 때 키보드가 펼쳐지고 닫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사진 저작권(http://www.ibmmania.com/gallery/cataloggallery/701c/tp701_02.jpg)



701c 사진. 아이비엠은 노트북의 입력 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에 대해서 일관된 원칙을 지키고 있다. 240이라는 기종을 제외한 모든 씽크패드는 일반 키보드와 거의 같은 크기의 키보드를 갖추고 있다.
사진 저작권(http://www.aichi.to/~thinkpad/tp701/tp701_top.jpg)


s30과 701c의 관계를 보여 주는 사진. 키보드가 본체 옆으로 돌출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S30은 본체 보다 더 큰 풀사이즈 키보드를 갖추기 위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보여 준다. 작은 701c는 모형이다.
사진 저작권(http://pcweb.mycom.co.jp/news/2002/10/16/15zil.jpg)


560 사진. 10년도 넘은 560은 최신의 씽크패드와 별로 다른 점이 없다. 키보드 배열도 이 때 이미 완성되었다. 중간 버튼이 추가된 점을 제외하면 트랙포인트도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 외형은 오히려 최신 씽크패드보다 더 우수한 느낌을 준다.
사진 저작권(http://pc.watch.impress.co.jp/docs/article/960528/tp5603.gif)

씽크패드의 절정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절정기의 정점이었던 1997년에 불세출의 명기인 770이 나옵니다. 연이어 1998년,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는 600이 출현합니다. 씽크패드는 이 때가 가장 화려한 시절이었습니다. 천 만원이 넘는 770z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직원들은 씽크패드를 사용하는 꿈을 꾸었고 CEO들은 앞다투어 책상 위에 씽크패드를 올려 놓았습니다. 씽크패드는 노트북의 완성, 노트북 그 자체, 더 노트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절정기는 끝나버립니다.

아이비엠은 그 후 770을 770e, 770x, 770z로 600을 600e, 600x로 우려 먹습니다. 이후 240, 570을 거쳐 A시리즈, T시리즈가 출현하지만 더 이상 명기라고 할 만한 제품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A시리즈의 최고급 모델에 p라는 별칭을 달아(a20p, a21p등) 옛 영화를 꿈꾸어 보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A 시리즈를 포기하고 T에 집중했지만 아무도 T시리즈를 숭배하지 않았습니다. T에도 P라는 별칭을 단 최고급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그저 비싼 모델일 뿐, 감동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 먼 곳에서 바이오라는 또 다른 흐름이 출현하여 노트북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버립니다. 씽크패드도 이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I시리즈, R시리즈의 저가 제품을 출현시키고 데스크탑 대체형의 G시리즈도 만들어 보지만 한 번 지나간 씽크패드의 시대는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씽크패드를 명기로 불리게 했던 모든 장점들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결국 씽크패드는 아이비엠이 아닌 레노보의 것이 되고 맙니다. 많은 사람들이 씽크패드 770, 600를 기억하고 있고 이와 같은 명기가 다시 출현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글쎄요, 이제 그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그렇기를 바랍니다만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옛 이야기는 옛 이야기일 뿐, 한낮 기계에 불과한 구닥다리 제품 이야기로 옛 향수를 자극한 들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무겁고 성능도 낮은 과거의 노트북에 대한 집착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가전 제품에 무슨 명품이 있습니까? 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쓸데없는 넉두리에 불과하겠지요. 그러지 말고 우리 산뜻하게 듀얼 코어 64비트 새 노트북 이야기나 할까요?


600X 노트북. 그 시대 정말 아름다웠던 제품.
사진 저작권(http://www.homenb.com/image/nbphoto/600.jpg)


770Z 노트북. 엄청난 두께, 그러나 그 완벽함은 역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상에 노트북이라는 물건이 나타난 후에 무게와 두께, 배터리 사용시간 그리고 성능간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무게는 1kg를 넘기지 않아야 하고 두께는 1cm보다 얇아야 합니다. 속도는 1GHz를 당연히 넘겨야 하지요.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백 만원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제 노트북 하드웨어에 대한 개발이 거의 그 극한까지 온 듯합니다. 고급 브랜드와 저가 오이엠 브랜드 노트북의 성능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가격도 비슷합니다. 더구나 편리성과 기능성에 디자인까지 평준화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조립 PC와 같이,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구별은 CPU 종류와 가격만 남은 듯합니다. 더 이상 명품은 없습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많은 업체가 팔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더 이상 무슨 고민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현상 속에서 우리는 뭔가 빠진 것을 느낍니다. LCD TV의 크고 화려한 HD 영상을 보고 있을 때 일부의 사람들은 아날로그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을 느낍니다. 화질을 손상시키며 원본 영상과 그저 적당히 비슷해 보이면 된다는 철학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LCD, PDP TV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니가 그렇게 아날로그 브라운관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HD 영상 소스 자체도 손실 압축이지만 LCD, PDP의 성능도 아직 인간의 시력이 허용하는 오차 범위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LP가 CD에, CD가 mp3에 밀려 그 힘을 잃듯이, 노트북도 이제 노트북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부분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씽크패드의 노트북에는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노트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검은 색의 단단한 디자인, 빨콩이라 불리는 실용성 있는 마우스, 아직도 눈에 가장 편안함을 주는 특유의 LCD, 아무리 험하게 다루어도 죽지 않는 안정성, P2모델을 P3까지 DIY 할 수 있는 확장성, 그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512MB 메모리 모듈을 차후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미래 지향성, 그리고 정말 제대로 만들어진 키보드.

이 모든 것은 이제 어떤 노트북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최신의 씽크패드에서도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600,700 시리즈의 씽크패드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600,700 시리즈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 갔고 이 그리움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600,700 시리즈에 대한 지식을 넓히면서 이 명기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하드웨어 엔지니어들 그리고 펌웨어 엔지니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보드의 회로를 조사하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펌웨어를 해킹하여 구형 노트북의 성능을 개선하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구 기종들이 일상적인 작업에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성능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이런 자료를 보고 씽크패드 770z를 개조한 과정에 대한 글입니다. 기계에 대한 집착과 안타까움, 기술적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아마 꼭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글이 불친절하다고 느껴지고 흥미를 가질 수가 없다면 그 것은 모두 저의 능력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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