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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1. 자동차 대소동 본문

글 쟁이로 가는 길/다시 만들고 싶은 영화들

1. 자동차 대소동

미닉스 김인성 2007. 1. 28. 04:47

이글은 영화를 통째로 보여주는 극악의 스포일러 문서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 중에서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읽기를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형식을 고민한 결과물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의 저작권에 대한 것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진의 양이 적절한지도 아직 모릅니다. 생기는 문제들은 연재를 진행해 나가면서 해결해나가기로 하고 일단 시작합니다.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할 내용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1.

자동차 대소동


 


나 홀로 집에의 존 휴즈 각본, 감독, LA 스토리의 스티브 마틴, 답답하고 짜증나는 캐릭터의 존 캔디가 만났다. 로드 무비, 버디 무비, 코미디, 추수 감사절용 가족 영화의 완성판, 존 휴즈식, 스티브 마틴식, 존 캔디식 스타일이 각자 완전히 살아 있는 놀라운 영화.

이미지 출처: http://imgmovie.naver.com/mdi/mi/0149/A4939-01.jpg

 

 

# 1. 추수 감사절 이틀 전

 


집으로 가기 위해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닐 페이지(스티브 마틴)

 


공항으로 갈 택시를 잡으려는 그에게 온갖 희한한 일들이 생기는데

 


어렵게 공항에 도착했으나 비행기는 연착이 되고 자신이 타려던 택시를 가로채기 한 사람을 발견한다.

 


웃음마저도 짜증스러운 델 그리피스(존 캔디)

 


예약이 잘못되어 일등석을 놓친 후 불친절한 스튜어디스와 싸우고 삼등석으로 갔으나

 


거기엔 하나도 반갑지 않은 델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당함에 어쩔 줄 모르는 닐

 

 

 

존 휴즈 각본 감독의 로드무비인 Planes, Trains and Automobiles(비행기, 기차, 자동차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뉴욕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시카고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마음이 급합니다. 그러나 한 편 그를 방해하는 주변 환경들이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듦으로써 긴 여행의 끝까지 우리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줍니다.

 

존 휴즈는 패리스의 해방과 같은 뛰어난 학교 중심의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해왔는데 이 영화를 통해 따뜻한 가족 영화에도 재능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결국 걸작  나 홀로 집에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이전에 그가 만든 영화의 재미있는 요소를 재활용합니다. 따지고 보면 존 휴즈 유머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패리스의 해방에서 패리스의 집으로 잠입하려는 학생주임의 에피소드가 나 홀로 집에에서 도둑과 캐빈의 싸움이 되며, 캐빈 때문에 어머니가 집으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바로 자동차 대소동의 축약판이지요. 캐빈 어머니를 트럭에 태워주는 폴카 그룹의 리더가 바로 존 캔디였습니다.

 

 

#2. 엉뚱한 곳에서의 하룻밤

 


날씨 때문에 비행기는 엉뚱한 공항에 내리고 시카고로 가는 모든 비행기 편은 끊겨 버리는데…… 존 휴즈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조연 배우들 중 한 명.

 


호텔을 잡지 못해 닐에게 돈을 내면 방을 잡아 주겠다고 제안하는 델, 진정한 고생이 시작되는 순간.

 


낯선 도시의 기괴한 택시 운전사는 한 밤중에 시내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복잡한 길로 가고

 


여인숙보다 못한 곳으로 온 닐은 남은 방이 없어 델과 한 방에서 묵게 되는데

 


한 개뿐인 침대를 보고 난감해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

 


샤워기의 물은 갑자기 뜨겁게 변하다가 끊어져 버리고

 


청소도 안 된 바닥은 빨래가 더럽게 널려 있는데

 


남은 거라고 달랑 손바닥 만한 수건 한 장.

 


맥주가 터져 축축해진 이불 위에서 낯 선 남자 옆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자기 전 뒤척이며 온갖 신경 쓰이는 소리를 내는 델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스티브 마틴은 몇몇 영화에서 주목 받아 오다가 1987, 이 영화를 시작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후 신부의 아버지, 결혼 만들기를 비롯해 여러 뛰어난 코미디 영화의 주연을 맞게 되지요. 이 영화에서 예의 바르지만 까다롭고 민감한 중산층 남자의 연기가 적역인 그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 있습니다.

 

부유하고 교육 받은 중산층 닐과 가난하고 무능한 떠돌이 외판원 델이 함께 여행을 하게 됩니다. 서로 너무도 달라 끊임없이 부딪힐 수 밖에 없어서 동행하기를 원하지 않는 두 사람, 가능하면 헤어지려고 시도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영화는 매끄럽게 연결됩니다.

 

재미는 있지만 두 번 보기 싫은 영화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도 있습니다. 희귀하기는 하지만 보면 볼수록 더 깊이 알게 되는 영화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런 구별을 만들어내는 요소를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전하려는 메시지가 따뜻한 영화,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간이 중층적으로 겹치는 영화들이 그렇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존 휴즈의 이 영화는 정말 너무도 잘 짜여져 있고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제어하며 이끌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봤어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또 다시 빠져들어가게 만들고야 맙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수 많은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명작과 걸작의 반열에 당당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런 영화는 다시 나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영화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아 캐빈 꼴이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냥 저 혼자 묻어두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습니다.

 

사람들의 짜증을 무한대로 끌어내던 영화는 첫 반전을 시작합니다.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함께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3. 첫 번째 싸움, 첫 번째 이해

 


참다 못해 떠나겠다는 닐에게 당신은 오히려 참을 성 없는 사람이라고 외치는 델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닐은 델을 비난하며 상처를 준다. 당신과 있느니 지루한 세미나에 참석하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만만한 타겟이니까.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도 나를 좋아한다고, 이런 나를 바꿀 마음은 없어.

 


이해의 시작: 그를 상처 준 것이 미안하고, 단지 부산스러울 뿐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그에게 까다롭게 군 자신이 미안해서 결국 떠나지 못하는 닐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다. 그들이 가진 현금을 모두 털어가 버리는 도둑.

 


밝아 온 아침: 아무런 말 없이 그들이 처한 상황을 화면 자체로 설명하며 황당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장면

 

 

 

카드조차 쓸 수 없는 외 딴 곳에 현금도 없이 남겨진 두 사람.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닐보다는 떠돌이 델이 더 생존에 유리하지요. 늘 말썽을 일으키고 문제를 만들지만 정작 이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쪽은 델 쪽입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대부분은 닐의 입장에서 서게 됩니다. 그는 평범하고 소심한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요. 세상과 싸우기보다는 타협을 원하고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손해를 보는 존재들이지요. 삶과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힘들고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더 멀어지며 애를 쓸수록 더 꼬이게 될 뿐입니다.

 

저는 늘 미국 같이 광활한 지역에서만 좌충우돌 로드무비 영화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섯 시간도 걸리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영화가 무리라고 여긴 것이지요. 세월이 지나 교통이 점점 발달해서 이젠 비행기만큼이나 빠른 KTX도 다닙니다. 길에서 낭만을 찾는 시대는 지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탈 수 없어서 자동차나 버스 혹은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 혹은 강원도나 경상도 오지로 간다는 설정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같은 횡단, 종단 고속도로가 생길 만치 생겨 버린 요즘, 어떻게 해도 한 나절 짜리 이야기 밖에 안되지요. 리얼타임 드라마 24 아니고 이런 것을 이야기 소재로 쓰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젠 미국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최근 영화 보랏이 미국을 횡단한다는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것도 주인공을 물정 모르는 외국인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그렇다고 또 한 명의 레인맨을 만들 수도 없고…… 옛 향수를 자극하는 cars 66번 고속도로 이야기 정도나 가능할까요? 정상적인 미국인이 일 때문에 기차, 버스를 타고 미국을 횡단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철 지난 소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상황을 바꾸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상 기후 때문에 여름에 극심한 홍수가 나기도 하고 겨울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기상 이변이 동반한 악천후가 제가 생각하는 한국식 로드무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홍수와 폭설 때문에 설이나 추석에 고향 가는 길이 끊기는 설정이 억지가 아닐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영동 고속도로와 경부 고속도로에서 기상 이변 때문에 자동차가 고립되기도 하고 철도가 끊기기도 했으니까요.

 

집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악조건의 현실성은 이렇게 자연이 만들어주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언제나 길은 험한 것이었습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우리들의 육체적인 수고가 필요했고 문명이 발달한 후에는 이런 재난들이 우리의 앞을 막아서니까요. 그리하여 로드무비는 언제나 가능한 영화의 한 장르로 남을 수 있게 됩니다.

 

#4 새롭고 힘든 하루

 


아침이 되자 민망하게 서로를 껴안고 잠을 자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수건이 아니잖아! 또 다시 시작되는 황당한 상황들

 


아빠를 기다리며 추수감사절을 준비 중인 행복한 닐의 집. 아직은 멀기만 하다.

 


현금이 없어서 차를 얻어 타고 기차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태워준 차는 트럭, 짐칸에 앉아 갈 수 밖에 없어 꽁꽁 얼어 버렸다.

 


델과 어떡하든지 헤어지려는 닐, 기차에서 따로 앉아 가기를 원하는데

 


귀찮은 델과 헤어진 후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마냥 행복한 닐

 


그러나 기차는 고장이 나고

근처 마을까지 무거운 짐을 끌고 가야 하는 델은 닐의 도움을 바라지만

 


또 다시 그와 엮이기 싫은 마음에 멀리 떨어진 채 주저하고 있는 닐, 그러나……

 


그의 무거운 짐을 보고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델에게 가고야 만다.

 

 

바보 같다거나 마음에 안 들거나 무능해 보여 무시했던 존재가 혹처럼 붙어서 우리를 방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고 그의 말을 듣습니다. 화나고 힘든 것은 나 뿐입니다. 살다 보면 세상은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만 옳을 수도 없고 그들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린 언제나 부족한 존재들이니까요.

 

결국 닐과 델, 이 둘은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지요. 닐은 점차 떠돌이 델과 헤어지려는 마음을 접고, 델은 적극적으로 닐이 제 시간에 집으로 갈 수 있게 돕게 됩니다.

 

그러나 그 것은 나중 일이고 그들의 둘째 날은 힘들기만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고 서로를 용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만큼의 사건이 필요하지요. 또한 그 과정에 쌓인 감정을 풀고 새로 시작하고자 노력하는 마음, 그런 여러 가지를 뒷받침 해 줄 어떤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가까이 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결국 깊은 사이가 되는 것이 그 때문이겠지요.

 

너무나 다른 이 두 사람이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서 운명은 참으로 가혹한 날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교통 수단을 다 동원하고 생길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일어나면서 영화는 이제 그 정점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5. 긴 하루의 끝

 


버스 속에서 차례로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다가 막상 닐이 노래를 부르자

 


승객들의 시선이 갑자기 싸늘해진다.

 


델은 금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어주고…… 사람들과 잘 되지 않는 문제로 시무룩해져 버린 닐.

 


델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유의 능력으로 커튼링을 팔기 시작하는데

 


귀걸이로도 팔아 치우는 능력까지 발휘한다. 서서히 델의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 편, 자신이 빌린 렌트카가 도난 당한 것을 알고 분노해서 먼 길을 돌아오는 닐

 


렌트카 담당자에게 온갖 욕을 퍼붓지만

 


영수증을 분실한 닐에게 큰일났다고 욕으로 응수하는 담당자. 또 한 명의 존 휴즈 영화 멤버.

 


화가 나서 여기 저기 싸우고 다니는 닐을 구해주는 델

 


결국 델이 렌트한 차로 닐의 집으로 가기로 하는데

 


교대로 운전하기로 한 두 사람, 델은 운전도 얌전히 하지 못한다.

 


또 다시 황당한 일을 벌이는 델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야 마는 델, 죽음의 문턱에서 기겁하고 있는 닐

 


사고 순간에 닐은 델이 악마로 변하는 환상을 본다.

 


차까지 태우고 마는 델, 두 사람은 움직일 힘도 없어 망연자실 앉아 있을 뿐

 


돈 될만한 것을 몽땅 맡기고 방 하나를 구한 닐은 델을 버려두고 혼자 방에 들어가 버린다.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기차는 고장 나 버렸습니다. 버스는 표가 없어 중간에 내려야 합니다. 차를 빌렸으나 지정된 렌트카는 이미 누군가가 훔쳐간 후였습니다. 렌터카 사무실로 돌아오는 순환 버스를 놓치고 화가 나서 걸어 왔지만 대여 영수증을 버렸기 때문에 도난 당한 차 값을 다 물어주게 생겼습니다.

 

이래저래 화가 난 그는 여기저기 싸우고 다니다가 얻어맞고 말지요. 위기에 빠진 그를 델이 구해줍니다. 결국 델이 구한 렌트카를 함께 타고 다시 그들의 여행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사고뭉치인 델은 자동차 운전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급기야 죽을 고비를 넘기는 교통 사고를 일으키고 차를 못쓰게 만들고 맙니다. 타버린 차를 끌고 도착한 여관에서 현금도 카드도 없는 닐은 자신의 소지품을 팔아 겨우 방 하나를 구합니다. 델은 이마저도 없어서 껍데기도 없는 차에 앉아서 밤을 새게 되지요. 이렇게 힘겹게 주인공과 함께 영화는 클라이막스에 도착합니다.

 

 

#6. 친구가 되다

 


추위에 떨며 자신을 반성하는 델, 여보, 마리, 당신 말이 맞았어. 내가 바보 같았어

 


그러다 얼어 죽겠네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델을 자신의 방으로 들이는 닐.


갑갑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이해 속에서 살아야 하는 답답이, 그러나 누가 그를 미워할 수 있는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즐거워하는 델, 아무 생각 없는 그를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

 

 

 

떠돌이 델은 추운 차에 앉아 아내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합니다. 닐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그런 사람을 자기가 어떻게 대했는지 후회하지요. 이런 진심이 통했을까요? 매몰차게 혼자 방에 들어가버렸던 닐은 그를 보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델을 자기 방에 들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감동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델의 등뒤로 문이 열리며 닐의 방에서 흘러나온 빛이 그를 비추지요. 이렇게 그들은 서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합니다. 관심과 배려, 용납과 인정 이것이 진정한 삶의 여정에서 필요한 덕성이지요. 생면부지였던 그들은 이렇게 해서 친구가 됩니다.

 

 

#7 셋 째 날, 여행의 끝

 


한 겨울 오픈카로 질주한다. 친구가 됨으로써 이런 상황도 즐거울 수가 있게 된다.

 


타버린 차는 경찰에게 뺏기고 냉동차를 타고 시카고로

 


드디어 도착한 시카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서로 포옹한 두 사람.

 


드디어 이별,

 

곧 만나게 될 아이들


 

곧 먹게 될 음식들.


 

지난 사흘에 대한 기억과 집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여 마냥 즐거운 상상에 빠지는데

 

 

결국 닐의 집이 있는 시카고에 도착하게 됩니다.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과 이제 정말 헤어질 수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서로 여행이 의미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조심스럽게 다음을 기약합니다. 정말 그들이 다음에도 보고 싶었을까요? 어쨌든 그렇게 그들은 헤어집니다.

 

닐은 기차 안에서 지난 며칠 간의 여행을 회상하면서 웃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 속에서 기억해낸 고생했던 기억들은 어쩌면 낭만적이거나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여기까지도 너무 많은 내용을 말했습니다. 가능한 줄거리만 간략히 보여주려고 했지만 사진의 특성상 많은 이야기가 나와버렸습니다. 그러나 관심 있으신 분은 이 다음은 영화로 직접 보시기를 권합니다. 제 글에는 영화의 내용이 반의 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디테일은 하나도 보여드리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를 구하시기는 힘들 것입니다. 저에게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VHS 버전이 있는데 캡쳐하기 위해서 DVD를 구했으나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프라인, 온라인 매장 어디에서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서울의 큰 비디오 대여점 어디에서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국내에 DVD를 출시하기도 하고 간혹 할인판매도 하던 영화사들도 대부분 수익악화로 한국을 떠나고 있어서 한글 자막이 포함된 지나간 영화는 더 이상 구하기 힘들 것입니다. 차세대 DVD는 더 심각합니다. 만들 때부터 포함시켜주지 않는다면 한글자막을 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 참에 영어를 배워볼까요?

 

이 글을 쓸 때 사진 한 두 장만 쓰려고 했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청 환경을 고려하여 많은 사진을 싣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시려면 미국에 직접 주문을 하든지 명절날을 기다려야겠지요. 이번 설에 혹시 케이블 방송에서 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dvdprime 중고 장터에서 국내 출시본 DVD를 겨우 구할 수 있었습니다.

 

 

#8.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영화

 


존 캔디, 그러나 웃다.

 

 

떠돌이 델로 분한 존 캔디는 이 영화를 찍고 몇 년 후 사 십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우리는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그가 미소 짓고 있는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되면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극 중에서 사람들에게 웃어주는 그의 웃음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의 간단하지 않은 웃음은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행복에 대해서 나름대로 말할 뭔가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게 하지만, 그는 다만 웃을 뿐입니다.

 

그의 깊은 미소 속에서 느꼈던 그 찡한 감동, 그것은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사실과 겹쳐서 속을 아리게 만들고, 뭔가 막막하고 갑갑해서 가슴 한 쪽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지요. 짠하다고나 할까요? 말로 설명 못할 어떤 것을 여러분들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제 가슴에 시린 도장을 찍었고 보는 내내 갑갑한 사람으로 느꼈던 존 캔디를 속 깊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닐과 같이 까다롭고 예민한 쪽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던 제가 조금은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힘들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가끔 혼자서 이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감동은 반복되지 않지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감동은 이성적인 기억에 있을 뿐, 다시 그 감정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안타까운 이런 마음 때문에 저는 그 후 어떤 영화든지 성의 없이 빨리 넘기는 식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감동은 반복 될 수 없고 한 번 지나가 버리면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요. 영화를 대충대충 보게 되면 차근차근 구축해야 할 내러티브가 다 사라져서 뒷부분에서 필요한 이해의 탑을 쌓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장면 하나에도 여러 가지 느낌과 복선이 존재하는데 앞 부분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뒤에 가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영화는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영화가 주고자 하는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존 캔디의 웃음은 이제 저에게 다시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자동차 대소동이 다시 극장에 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물론 거기에 있던 많은 재미있는 요소와 새로운 것들은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 속에 녹아 들어가 알게 모르게 재현되지요. 그것이 우리가 영화 역사를 자체 반복하지 않고서도 흥미 있고 재미 있는 요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니, 사실 이런 것들은 지나치게 반복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흥미가 없어 할 때까지 나오지요. 우리와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자동차 대소동을 보여 주면 어디에서 본 것 같다라는 말을 할 겁니다. 오히려 자동차 대소동이 다른 작품들의 표절 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완전히 다른 구조 속에서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과 그를 방해하는 환경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동행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들 간의 다툼과 불화, 그리고 이해의 과정을 담은 영화가 되겠지요.

 

그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세상은 그들을 도와 주지 않을 것이며 함께 가는 사람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주인공은 이런 역경을 헤쳐 나가는 동안 동행자를 이해함으로써 화해하게 되고 결국 서로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만들 새로운 이야기 속에도 아픔을 참고 견딘 후에만 지을 수 있는 깊은 애환의 미소를 꼭 넣을 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만들 기회를 꼭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영화는 언제나 사람들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지요. 힘든 세상, 잠시라도 이런 즐거움을 주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뒤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좀 더 세상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 제가 만들고 싶은 것들의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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