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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키보드 삽질기#5 – 당신 만의 키보드가 있으신가요? 본문

김인성의 삽질기/6. 완벽한 키보드 만들기

키보드 삽질기#5 – 당신 만의 키보드가 있으신가요?

미닉스 김인성 2016. 10. 7. 03:59

백달러가 넘는 외장형 빨콩 키보드 SK-8855를 해 먹은 후 한 동안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별로 오래지 않았습니다. 중고나라의 키워드 알림에 SK-8855를 설정해 놓았더니 금방 알람이 떴기 때문입니다.

 

키보드 배열도 정상이고 한글 각인까지 되어 있는 아주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했습니다. 여전히 타이핑을 할 때 들썩거리고 가벼운 느낌이 있었지만 한 번 처절하게 실패한 탓인지 다시 충전에 도전할 마음은 잘 생기지 않더군요.


 그래서 키보드를 바꿔볼까 하고 해피해킹 키보드를 구했는데 PGUP, PGDN은 커녕 방향 키도 없어서 도저히 쓸 수가 없더군요. VI 에디터 사용자에게 최적화되었다고 하지만 저도 맥 터미널에서 쓰는 에디터로 VI를 선호하지만 별 공감은 안 되더군요. 그래서 이건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물건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바로 방출해버렸습니다.


새로 산 SK-8855와 해피해킹 키보드. 해피해킹은 무려 무각이라서 키보드에 아무런 표시조차 없습니다. 키에 각인이 없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화살표, PGUP, PGDN 이 없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결국 다시 SK-8855 충전을 고민했습니다. 실리콘을 썼다가 실패해서 다시 실리콘을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바를 때 조금만 잘못하면 개판이 되고, 잘 마르지도 않을 뿐더러, 냄새도 계속 났으며, 키를 누를 때 움푹 들어가는 느낌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한 동안 뭐로 충전하면 좋을까 찾아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지점토를 사용해 볼까 했었는데 너무 가벼워서 탈락! 아예 진짜 찰흙을 사용해 볼까 했었는데 마르면 흙먼지가 날릴 것 같아서 포기!!

이미지 출처: http://www.shopbay.kr/productBoard.php?pidx=24534


 그러던 중에 물라스틱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라스틱의 일종인데 뜨거운 물에 담그면 말랑말랑해지고 식으면 다시 굳어서 딱딱해지는 물건이라더군요. 인터넷에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SK-8855 충전용으로 딱임을 직감하고 500그램을 주문했습니다.

 

물라스틱을 충전하기 위해 키보드를 다시 분해 합니다. 나사를 풀어도 요철이 있는 프라스틱으로 꽉 물려 있어서 분해할 때마다 고생입니다.

 

전에 실리콘으로 충전할 때는 테이프로 모든 곳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상판을 랩으로 감쌉니다. 두께도 얇아지고, 방수 효과도 볼 수 있는 데다가 간편하기까지 하니까요.

 

완전히 밀봉 시킨 상판 모습입니다.

 

이제 하판에 물라스틱 알갱이를 붓습니다.

 

500그램의 물라스틱 알갱이를 하판에 잘 배열한 모습입니다. 해보니까 500그램은 조금 많습니다. 실제 충전 하시려면 400그램 정도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물라스틱 알갱이가 투명해지면서 물렁한 상태로 변해 성형이 가능해집니다.

 

완전히 녹은 물라스틱 모습입니다.

 

물을 따라 낸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평평하게 모양을 다듬습니다.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손으로 꾹꾹 누르면 됩니다. 벌써 아랫 부분은 하얗게 굳기 시작했습니다.

 

물라스틱이 식어 딱딱해졌기 때문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성형을 마무리합니다.

 

성형이 끝나면 물에서 꺼내 물기를 제거합니다. 물라스틱이 물을 머금지 않기 때문에 금방 건조됩니다.

 

충전 준비가 완료된 하판 모습입니다.

 

이제 케이블 연결을 주의하면서 상판을 결합합니다.

 

상판을 눌러 주면서 결합을 합니다. 물라스틱이 골고루 퍼지도록 발로 밟습니다. 도자기 장인의 마음으로 꾹꾹 잘 밟아야 합니다.

 

물라스틱이 물렁한 상태일 때 나사도 박아 넣습니다.

 

상판 부분도 발로 꾹꾹 눌러서 물라스틱을 골고로 펴줍니다. 이 상태로 물라스틱이 딱딱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물라스틱은 식으면 금방 굳기 때문에 10분 정도면 딱딱하게 굳습니다.

 

다시 케이스를 분리합니다. 상판을 감쌌던 비닐이 덮인 모습입니다. 물라스틱은 접착성은 없기 때문에 비닐도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비닐까지 모두 제거한 하판 모습, 상판의 제어 보드와 키보드 부품의 외형이 물라스틱에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이 상태로 내부의 물기가 마를 때까지 방치합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1시간 정도 두면 됩니다.

 

물기가 다 마르면 조립을 합니다. 케이블이 물라스틱에 묻힌 상태로 굳어서 상판의 제어 보드에 연결하기가 어려우므로 헤어 드라이어로 녹입니다. 모양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부분도 헤어 드라이어로 녹이면 조립할 때 상 하판이 좀 더 밀착되게 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를 조립할 때 헤어드라이어로 녹여 가면서 누르면 좀 더 견고하게 조립할 수 있습니다.

 

조립이 완전히 끝났습니다. 실리콘으로 충전할 때와는 달리 충전한 상태에서도 키보드가 이상 없이 동작합니다.

 


물라스틱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물라스틱 덕분에 외장형 빨콩 키보드의 상하판이 견고하게 결합되어 키를 칠 때 단단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키를 쳐도 조금의 요동도 없습니다. 마치 키보드 전체가 돌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키보드를 쓰다가 씽크패드에 장착된 키보드를 쳐봤더니 오히려 씽크패드의 키보드가 더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의외로 씽크패드의 키보드가 본체에 견고하게 체결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10년 전 770Z 시대에는 키보드를 결합하는 나사가 4~6개 정도였는데 이젠 나사 2개만 써서 그런지 양쪽이 들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적어도 씽크패드 T520의 키보드는 키를 누를 때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반면 제 외장형 빨콩 키보드는 완벽한 단단함을 자랑합니다. 여러분의 외장형 빨콩 키보드도 물라스틱으로 보강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렇게 외장형 빨콩 키보드 삽질기는 이전 삽질기와 달리 의외로 성공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고장 난 키배열 이상한 SK-8855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이 모든 공을 희생된 키보드에 돌립니다.


770Z 노트북 이후로 타이핑이 즐거워 이렇게 일부러 글을 쓰는 것도 오랫만이군요. 여러분은 어떤 키보드를 사용하시나요? 좋은 키보드는 좋은 글을 쓰게 해 준답니다. 프로그래밍도 컴퓨터 언어로 뭔가를 창작한다는 의미에서 글을 쓰는 행위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꼭 맞는 키보드를 구하세요. 없으면 만드세요

그리하여 당신 만의 글을 완성하는 행복한 타이핑 시간을 가질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김인성.

(아래 홍보 하는 책 구입을 부탁드립니다. 진지한 요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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