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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구글(코리아)에 다녀왔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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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에 다녀왔습니다.

미닉스 김인성 2011. 4. 13. 00:28

한국 it에 대한 책에서 구글 검색의 성공이 한국 인터넷 환경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쓴 탓인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안 만날 이유도 없었고 구글 사무실을 구경하고 싶기도 해서 역삼동으로 찾아 갔습니다. 

마케팅과 정책 자문을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물었습니다.


"4년 이상 노력해도 변화가 없습니다. 어떡하면 폐쇄적인 한국 인터넷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독점을 독점으로 해결하는 겁니다. 애플과 같은 방법이지요."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취미 사이트, 아이폰 같은 전자 제품 중심의 전문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그곳에는 지식검색의 열 배 이상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답변도 친절하고 자세합니다. 자유 게시판에는 트위터보다 훨씬 알찬 내용이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이런 사이트들과 연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구글의 자료 수집을 막지만 않으면 검색 결과에 제대로 노출이 됩니다."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지요. 전문 사이트들은 국내 포털에게 너무나 많은 불이익을 당해왔습니다. 포털은 검색 결과에 이런 사이트를 제대로 노출 시켜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포털과 연계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어 그들은 포털의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구글에게 열지 않은 곳도 많고 열린 곳도 모든 데이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열어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좀 더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떤 겁니까?" 

"구글은 소셜네트워크 단문 검색을 위해서 트위터에게 수천만 달러를 지불하지 않았습니까? 같은 방법으로 한국의 전문 사이트들에게도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의 컨텐츠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년간 구글에게만 전면적으로 검색을 허용한다. 대신 돈을 준다. 즉 구글에서만 검색이 가능하게 하는 대신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한다. 뭐 이런 계약을 하는 거지요. 아마 단숨에 구글 검색 점유율을 10% 이상 끌어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웃었습니다.

"아직 구글을 잘 모르시는군요. 구글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짐 싸서 나가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구글은 좀 바보 같은데...... 독점이나 폐쇄적인 방법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게 회사 정책이에요."

"그런가요? 저는 한국의 포털 독점적인 환경을 깰 수만 있다면 이런 극단적인 방법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이 안 하겠다면 저라도 나서서 전문 사이트들을 연합시키고 싶습니다. 그들이 단결하여 콘텐츠 독점 제공 협약을 만들어낸다면 트위터처럼 흑자 구조가 가능하게 될 수 있을 거니까요. 전문 사이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흑자가 되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는 희망이 없습니다."

"예,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구글은 원칙상 그런 방식은 절대 사용하지 못합니다."

"구글이 고민하는 것이 검색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그것은 아니지만 개방을 통하지 않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개방적으로 변하면 자연스럽게 구글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라는 말씀입니다."

"일차적으로 구글이 고민하는 것이 정말 한국 인터넷 환경의 개방이라면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구글이 한글 페이지에서 대한 수익 포기 선언을 하는 겁니다. 일정 기간 검색 결과 페이지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 그럼으로써 모든 트래픽을 전문 사이트들에게 넘겨 주겠다. 대신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좀더 많은 데이터에 대해 구글 검색이 가능하도록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열어달라. 뭐 이런 선언을 하는 거지요. 전문 사이트들이 구글에 대한 독점권을 주지 않더라도 구글에게 모든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접근권을 준 상태에서 검색 점유율이 5% 이상만 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 '우리 사이트는 구글 검색을 사용합니다'라는 전문 사이트들의 구글 홍보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단기간에 10%를 넘는 것도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고민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무리 대의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결국 수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검색 결과에 광고를 포기하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방통위에 입각한다는 어떤 분께서 한국 IT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정리해 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저는 첫 줄에 "실명제를 폐지 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다음은 언론 자유 보장, 검열 철폐, 공인인증서 폐지 등등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적었습니다. 그 분은 아마 첫 줄부터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 적힌 문서를 보고 무척 난감했을 것입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길래 제가 부연 설명을 했습니다.

"수익 포기는 한시적으로 하면 되겠지요. 점유율 7%가 될 때까지라거나 2011년 말까지라거나. 광고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검색 결과 상위 5위 안에 구글에게 검색을 허용하는 전문 사이트가 있을 경우에만 광고를 뺀다 와 같은 로직이면 큰 타격도 없지 않겠습니까? 전문 사이트들 내부에 구글 광고(에드센스)를 적극 유치하게 유도하면 광고 수익이 거의 줄어들지 않게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특수한 설정이 외국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본사에서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난감해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사용자가 있는 곳이 한국(IP 대역이 한국)이고 구글 한글 페이지를 사용 중인 경우에만 이런 규칙을 적용하면 되지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예, 한 번 건의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좋은 의견을 좀 더 알리기 위해서 강연도 하셔야지요. 원하시면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을 모아 보겠습니다. 구글 회의실도 빌려드릴 수......"

그들은 저의 부담스러운 제안을 조심스럽게 흘려 버리고 일반적인 홍보에 관해서 주제를 바꾸었습니다. 그 후의 대화는 부드럽고 매끄러웠습니다. 저도 더 이상 구글 분들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안 될 일은 안될 일이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두 번째 방법이 가능할 것도 같았습니다. 아니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꼭 되도록 해보겠다는 결심까지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모아지고 구글 본사에까지 그 소리가 들리게 만들 수 있다면 실현 가능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점유율이 올라가지 않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 매출이 얼마 되지도 않는 이 폐쇄된 시장에서라면 구글이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개방을 이끌어내는 시도를 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독점과 폐쇄성이 사업 비밀인 한국의 포털들은 불가능하지만 개방을 통한 정보 유통이 이익이 되는 구글은 가능한 일입니다. 네티즌들과 전문 사이트들이 구글을 압박한다면 정말 이런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전문 사이트들에 대해 구글이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을 시도하고, 한시적으로 구글이 검색 광고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아사 직전의 한국 전문 사이트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기를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주장을 함으로써 구글코리아를 넘어 구글 본사에 이런 의견이 곧바로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작은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새롭게 뭔가를 시도하고 있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그리고 에릭 슈미츠를 압박할 수 있다면 폐쇄적이고 독점에 얼룩진 이 공고한 한국 인터넷 환경이 개방되어 혁신과 열정이 넘치는 곳으로 바뀌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소망이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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