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권력을 잡는 날
내일을 위하여 2007/11/23 21:12그들이 권력을 잡는 날
어느 날 작은당을 지지하는 한 노인이 현자를 찾아 가서 물었습니다.
작은당은 언제 집권할 수 있는지요?
명상 시간을 방해 받은 현자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인자한 미소를 되찾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곧 될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온 나라의 백성들이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은
기쁨에 춤추리라. 그 날 우리를 핍박했던 자들을 골라내어 성밖에 내치리니,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그 말이 정말인가요? 그럼 젊은이들이 취직을 하고 집값도 올라가게 될까요?
경제가 살아나고 고도 성장이 재개되리라. 온나라 방방곡곡 면면촌촌이, 거리 틈틈이,
골목 결결이 물질이 넘쳐나서 모든 자영업자들이 돈 세느라고 바쁘고, 복덕방이
문전성시를 이루리라.
지긋지긋한 세월, 이제 그 세월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떨려 남은 날들을
기다리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조심조심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불안해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박사를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작은당 후보가 사기꾼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지요?
박사는 이런 일에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노인을 소개해 준 인맥을 무시할
수 없어 친절한 태도를 잃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잘 살려면 작은 허물은 용서하고 장점을 보는
너그러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경제를 살리자는데 웬 파리가?
일부 꼬이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잘 살 수 있을 지
여부 아니겠습니까?
그랬습니다. 박사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노인은 진심으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볼 때 가슴 속에 묻어 둔 부끄러운 기억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라도 알려진다면 자신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일만 잘하면 되지” 노인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든 자의 예감일지는 모르지만 심상찮은 분위기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다시 후보로 나타나고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된
거짓말에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워진 그는 그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스승을 찾아 가서 물었습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작은당이 집권할 수 있을까요?
술자리에서는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를 하기 싫어하는 스승은 밀려오는 짜증을 참으며
한마디 했습니다.
소소한 일들이 아무리 문제가 되더라도 결국 일은 제 갈 길로 가게 되는 법이지. 문제는
많지만 이번에 작은당이 집권하는 것은 역사적인 선택이 아닐까? 상대편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도둑이든 사기꾼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민심을 어찌
거스르겠나?
스승의 말씀이 그를 안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긴긴 그의 삶 속에서 생긴 지혜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경험으로 볼 때 분열하는 것은 우익이었고 부패하는 것도
우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여 분노를 이끌어내어 서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자들의 다른 이름......
불순한 자들이라고 낙인 찍혔던 자들, 소위 빨갱이들에 대한 기억은 그래서 언제나 그를
혼란스럽게 해왔습니다. 본능적으로 그들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자신의 것을 내어 놓으며, 대의를 위해 희생이란 것을 할 줄 아는 자들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였던가? 이유 없이 너그럽던 사람들, 젊은 시절의 노인을 대가 없이 도와주던 자들, 그의
가슴 속에 깊이 묻고 있지만 그에게는 빨갱이라고 단죄 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들하고는 달라, 요즘 젊은 것들은…… 아무리 그래도 작은당이
집권해야지……” 잠시 불순한 생각에 빠졌던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원래 자기들 것이었던 것처럼, 당연히 돌려 받아야 할 빚처럼 생각하며 아무것도 반성하지않는 자들에게 이미 두 번을 속았습니다. 또 다시 그들이 내세운 자는 더러워도
이렇게 더러울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자를 내세워 집권하려고
하는지 정말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 앞에 한 노숙자가 누워 있었습니다. 추운 날 지저분한 모습의 그를 보고
왜 말을 붙여보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솔직한
말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어쩌면 옛날의 그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노인은 조용히 물었습니다.
작은당은 언제 집권할 수 있을까요?
졸고 있던 노숙자는 대답을 하는지 혼자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하루짜리, 한 시간짜리 거짓말을 하는 자들이 다 도망가고, 사기 당한 자들이 작은당
사람들을 죽이러 다니고 온 나라가 피로 뒤덮인 후에, 작은당의 건물이 무너지고 모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렸을 때, 작은당 이야기만 해도 사람들이 침을 뱉을 때,
아무도 작은당을 믿지 않을 때,
그런 긴긴 세월이 지난 후에, 좌절한 자들의 원성이 하늘까지 가득 찰 때, 그 때 비로소
깨끗한 한 사람이 나타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추슬러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죽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원하는
바를 이루는 순간보다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이가 시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더 짜릿한 즐거움을 주니까요.
좋은 날을 보려면 우선 건강을 지켜야 하지요. “그래 조금만 더 살아보자” 노인은 내일부터
다시 등산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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