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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7. 그 후 이 십년, 이젠 꼭 씽크패드일 필요는 없잖아? 본문

삽질기8-일체형 컴퓨터라도 창피하진 않아!

7. 그 후 이 십년, 이젠 꼭 씽크패드일 필요는 없잖아?

미닉스 2017.02.22 02:01

씽크패드를 사용한지도 어언 이 십년이 흘렀습니다. 1997, 얇고(그 때 당시 기준으로), 단단하며, 화면 크고(역시 그 때 당시 기준), 아름다웠던TP 560에 꽂힌 이래, 상판을 열면 키보드가 변신하는 버터플라이 키보드의 710C를 가지고 싶어서 환장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군침을 흘리기만 했었으나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용산 북간도 어디쯤에서 다 낡아버린 놈을 만져 보는 것으로 제 호기심은 끝났습니다. 키감이 개떡같더군요.

 

그 후 390X, 570E, 240X, A22p를 거쳐 거꾸로 770Z를 되살려 보려고 애쓰던 시절을 거쳤습니다. 언제나 노트북은 씽크패드였고 그 이외 제품이 눈에 들어온 적은 없었으되,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후로…. 아 세월이 무상하네요. 몇몇 제품이 기억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썼었는지 이젠 까맣게 잊어먹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씽크패드 제품 리스트를 뒤져보니  X40X60 타블렛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SSD 테스트에 열심이던 2008년 경에는 T43도 썼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만의 기억들을 나열하는 것이 저에게는 추억을 상기 시키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혹시 한 두 명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 본 분들을 향수에 젖게 할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독자분들에게는 그저 남이 여행 중에 찍어온 셀카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저의 아주 개인적인 작업이므로 독자가 다 떨어져 나가더라도 이런 내용으로 꽉 채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글을 읽기 어렵게 만들고, 사설만 늘어 놓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입니다.

 

T61은 제가 잊을 수 없는 씽크패드입니다. 2010년 언젠가 중고로 구입하여 본격 글쓰기 여행을 할 때 들고 다녔던 노트북이니까요. 그 당시 전문 글쟁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1년 이상을 전국 도서관 투어를 다녔습니다. 잠은 개조한 소나타에서 자고, 밥은 한적한 논두렁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다녔습니다. 도서관 화장실에서 양치와 세수를 했는데 사람이 많은 도서관에서는 눈치가 보여 고양이 세수만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이마저도 귀찮아져서 그냥 양치질만 대충하고 지낸 탓에 머리에 개기름 흐르는 거지 꼴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경상북도에서 시골길로만 해서 경상남도로, 경상남도 바닷가를 따라 사천, 여수, 광양, 보성, 강진까지 가면 거의 도사가 됩니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내면 속으로 깊고 깊게 빠져듭니다. 이 때는 글이 쫀득쫀득해집니다. 저도 알지 못했던 애드립이 용솟음치고 그것이 압도적인 본문을 만들어냅니다. 외모는 비록 거지꼴이지만 내면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한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 한 덕에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낸 후의 삶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후 한 오 년 동안 바쁘게 뛰어 다닌 것 같네요.  90년대 리눅스에 빠져서 산 지 10년 만에 출사를 하여 2년여 동안 속에 담았던 것을 다 소모하고 벤처 생활을 끝냈듯이, 2011년 책을 낸 이후 쏟아내기만 하던 시간을 보내다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한동안 제 스스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이런 글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T61이후 제가 구입한 것이 T520입니다. 제가 구입한 씽크패드 중에서 가장 오래 쓰고 있는 중이네요. 아무리 기다려도 제가 원하는 제품이 없으니 이제 그만 씽크패드를 놓아줄 때도 된 것 같습니다. 혹시 레트로 씽크패드가 나오면 모를까 이제 더 이상 레노버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씽크패드를 포기한다면 선택 가능한 고성능 노트북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이 델의 프리시전 시리즈입니다. P70과 맞먹는 성능에 화면까지 크고 아름다운 제품이 있더군요. 더구나 이 제품에는 팔콩(파란색 트랙포인트)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Dell Precision 7710: i7-6820HQ, AMD FirePro W7170M, 17.3inch UltraSharp UHD Anti-Glare LCD의 크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노트북. 가격 또한 자비가 없다.

(이미지 출처 htpp://dell.com)

 

 

커스텀맥 커뮤니티를 뒤져보니 이 제품은 델의 XPS 하드웨어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한 방에 해킨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CPU가 인텔 6세대지만 내장 그래픽(HD530) 맥에서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MXM 외장 그래픽은 분리 가능하므로 빼서 팔면(MXM 그래픽카드는 범용으로 팔리고 있지 않아 더럽게 비쌈), 구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100W나 소모하는 외장 그래픽이 빠진 만큼 용량이 적은 어댑터를 쓸 수 있으므로 무게와 발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240W 파워는 전력도 전력이지만 크기와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운 물건입니다. 100W에 달하는 MXM그래픽 카드를 제거하면 140W 정도면 되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240W 어댑터는 언젠가 반드시 제가 다시 찾을 물건이지만, 델 노트북을 고를 당시에는 전혀 필요가 없었습니다.

 

델 프리시전의 어댑터: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델 프리시전 M6700 사용자의 양해를 얻어 찍은 어댑터 사진. 어댑터 위에 있는 것은 5.5인치 LG G3 스마트폰이다. 240W의 무지막지한 파워는 무게에 연연하지 않는 나도 들도 다니기 부담스러울 정도다.

 


델 노트북을 살 계획을 잡긴 했지만, 씽크패드 이외에 노트북은 가끔 만져보기만 했을 뿐, 실사용 해본 적은 없어서 실물을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씽크패드 P70과 같이 키보드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얼마나 불편을 주는지, 아름답다는 샤프의 울트라샤프 액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팔콩은 빨콩만큼 쓸만한지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서 강변 테크노마트에 있다는 델 체험장을 찾아 갔습니다. 일부러 체험장이 쉰다는 화요일을 피해서 갔는데도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기사 게시 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0년 전 기사를 믿고 전화도 하지 않고 찾아간 덕분이었습니다. 가보니 델 전시장이 있다는 8층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주변에 물어 본 결과 오래 전에 철수했다고 하더군요. 온라인 활성화로 인해 창고로 전락한 컴퓨터 매장들을 뒤로하고 쓸쓸히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델 전시장 개장 소식: 2006년 기사. 아직은 컴퓨터 매장에 사람들이 붐빌 때다. 나도 이런 장면을 기대하고 갔으나 그 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미지 출처: http://www.noteforum.co.kr/news/?nm=44)

 


그래도 아쉬워서 델 제품 취급하는 매장을 지나며 전시품을 찾아 보았는데 15인치는 몇 개 보였지만 17인치를 전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더군요. 어릴 때부터 내가 찾는 것은 없다는 징크스에 시달려 왔는데 그 날도 이런 기억만 하나 추가하고 왔을 뿐입니다한 번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좌절되자 오기가 생겨 델 서비스센터에도 문의했는데 실물을 보여 주는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했습니다델과 제휴관계라고 하는 하이마트에 연락을 해봤는데 하이마트도 오래 전에 델과 파트너십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놀랍게도 한국에서 델 프리시전 7710 실물을 볼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혹시 있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델 XPS 15인치를 쓰는 분까지 봤는데 17인치를 쓰는 분은 단 한 분도 만나지 못해서 아직까지 실물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혹시 7710 실물을 잠시 만져볼 수 있게 해 주실 분이 계시면 minix01@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커피숍에서 차 한잔 사드리고 다 마실 동안 구경하고 싶습니다. 대신 노트북 사용하면서 해결 못한 문제가 있으면 제 능력 한도 내에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M6710 실물 사진: 도서관에서 만난 M6710 소유자 분의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 그분께서는 감사하게도 잠시 만져볼 수도 있게 해 주셨다. 결과는? 그저 크고 아름다웠다.

 

 

비록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구입하고 싶은 마음은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이베이를 들락거렸습니다. 고스팩에 UHD 제품은 가격이 P70만큼 비싸, CPU만 고사양인 제품 위주로 최저가 검색을 하며 적당한 물건을 찾아 당겼습니다. 어느 날 제가 찾던 저성능, 저해상도지만 가격은 착한 7710이 경매로 나왔더군요. 그래서 이건 꼭 내가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입찰을 했습니다.

 

이베이는 특이한 경매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매 마감 시간에 가장 높은 가격을(100원과 150원을 써냈을 때 150원을) 써 낸 사람이 낙찰자가 됩니다. 특이한 점은 150원을 써 낸 사람이 낙찰자가 되지만 낙찰 가격은 150원이 아니란 점입니다. 실제 낙찰 가격은 두 번째 높은 금액인 100원보다 조금 높은 가격이(예를 들어 105) 됩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정말 경매 물건을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용기 있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어차피 낙찰 받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 자신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면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낮은 가격이 될 것이니까요.

 

문제는 경매 시스템에 참가한 측이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낮은 가격으로도 경매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매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니다. 이베이에 올라온 인기 제품은 거의 다 경매 프로그램이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매 프로그램은 상대방이 얼마를 제시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1달러 정도 높은 금액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입찰금을 높이며 입찰을 계속합니다.

 

이베이 경매는 대개 마지막 5초 정도에 낙찰자가 정해지는데 그 순간까지 경매 프로그램은 입찰가를 높이면서 나보다 1달러 정도 높은 금액으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재 경매 금액이 105달러이고 경매 10초 전에 내가 110달러를 제시했다면 프로그램은 그 10초 동안 입찰가 107, 109,111 로 세 번의 입찰을 통해서 나보다 1달러 높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아 갑니다. 결국 상대는 내가 제시한 110달러에 근접한 가격(110.3달러)으로 낙찰을 받기 때문에 용감하게 150달러를 써 내서 115달러에 낙찰 받는 것보다 4.7달러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베이 경매 짬밥이 늘어나는 동안 이상하게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아주 약간 높은 금액으로 낙찰 받아가는 사람들한테 당하면서 배운 지식입니다. 이후 저는 쓸데 없는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보다는 필승의 전략법을 구사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그 것은 바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경매 마감 3초 전에 써내는 것입니다.

 

낙찰가 810달러의 델 프리시전 7710: 나만의 필승법으로 경매에 승리하여 꿈에 그리던 7710을 손에 넣게 되었다. 물론 비딩 횟수가 2회에 불과한데, 1회는 오래전에 누가 한 번 던져 본 가격이므로, 마지막 순간에 나 혼자 가상의 적과 싸우며 쓸데 없이 경매가를 높였을 뿐이다.

 


제가 낙찰 받은 7710도 이렇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가가 805달러 였지만 마지막 3초를 남기고 850 달러를 써 넣어 무난히 낙찰을 받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경매 참가자가 저 혼자 뿐이었지만) 경매 프로그램이 붙었다면 805 달러에서 820 달러 사이에서 1,2 달러 가지고 싸움을 전개했을 겁니다. 물론 저만치 동떨어진 850달러 정도를 써 넣으면 이런 쪼잔한 경쟁은 한 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3초 전에 써 넣으면 프로그램이 경쟁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더라도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의 다 낙찰을 받게 됩니다. 대신 지금과 같이 5달러 정도 낙찰가가 올랐으므로 그만큼 제가 손해를 본 것입니다.

 

FHD, i5 3.2GHz CPU, 메모리 8GB, 256GB SSD의 제품이었습니다. CPULCD를 업그레이드하고 메모리도 늘려야 하지만 810달러는 아주 착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에 입찰자가 없어서 약간 기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침 해외 결제 가능 카드가 한도 초과가 나는 바람에 이틀 정도 결제를 미뤘더니 판매자가 판매를 취소해 버리더군요. 아마 아마 판매자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당황하고 있다가 결제를 빨리 안 하니까 그걸 핑계로 거래를 없던 것으로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거의 손 안에 들어왔던 7710이 저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판매 취소낙찰 받자마자부터 메일로 빨리 결제하라고 독촉하더니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판매를 취소했다. 판매 취소 이유도 치사하게, 팔 물건이 어디로 도망 갔거나, 갑자기 고장이 났다는 구라를…(헉... 셀러를 지운다고 지웠는데..)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한 것이 일단 낙찰을 받고 나자 현자 타임이 오더군요. 정신 없이 아이쇼핑을 하다가 막상 결제를 하고 나면 내가 꼭 이 제품이 필요할까?”하는 회의가 드는 법인데, 이 제품은 특히 더 했습니다. 씽크패드가 아니면 노트북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홧김에 델 제품으로 외도를 했다가 경매 낙찰이라는 사건을 덜컥 저질렀다는 후회가 몰려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소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판매자가 알아서 취소를 해주니 고맙기까지 하더군요.

 

사실 낙찰을 받고 난 직후의 현자 타임에 저절로 모든 것이 명확해지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씽크패드 이외의 빨콩은 빨콩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요즘 씽크패드가 너무 실망스러워 이런 사실을 일부러 기억에서 지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소니의 흑콩도, 도시바의 아큐포인트도, HP의 팔콩도 전혀 빨콩스럽지 않았습니다. 아마 IBM이 빨콩의 하드웨어 특허는 팔았지만 소프트웨어까지 넘기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가다듬어진 빨콩의 노하우가 담긴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 복제 만으로 동일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사용기를 살펴본 결과 델 프리시전의 팔콩도 여타 비 씽크패드와 마찬가지 상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치우친 키보드의 불편함도 P70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였습니다.

 

빨콩이 허접하다면 저성능, 저해상도의 델 7710을 구입해서 UHD LCD로 교체하고, CPU도 업그레이드하는 정성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얼마에 팔릴지도 알 수 없는 MXM 그래픽 카드까지 떠 안아야 하는 위험 부담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P70을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입니다. 6열 키보드는 참을 수 있어도(물론 참기 어렵지만) 허접한 빨콩은 절대로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손 안에 들어왔던 물건이 사라지자, 여우가 딸 수 없었던 신포도와 같이, 가질 필요가 없는 온갖 이유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이베이를 뒤져도 더 이상 델 7710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허망하게 끝난 잠깐 동안의 외도는 결국 제가 있어야  할 위치를 자각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잠시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레이고, 짜릿한 (경매의) 흥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팍팍한 현실로 돌아온 저에게 그 휴유증은 너무나 컸습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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