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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5. 고물 노트북을 놓지 못하는 이유 본문

삽질기8-일체형 컴퓨터라도 창피하진 않아!

5. 고물 노트북을 놓지 못하는 이유

미닉스 2017.02.13 03:07


저는 2011년에 구한 씽크패드 T520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구닥다리T520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씽크패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7열 키보드가 T520이 나온 후에 6열로 다운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입니다.

 

씽크패드 브랜드가 컴퓨터 본연의 기능에 양보가 없었던 아이비엠에서 중국의 PC 제조 업체 레노버로 넘어간 이후 끝없는 다운그레이드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소비자들은 매 번 씽크패드가 짱X패드화될 때마다 이건 아니야”, “다음 번엔 개선될 거야”라며 기대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용산 레노버 A/S 센터에서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여태까지 참아 왔습니다. 그 충성심으로 따지면 문보살이 직접 자기 생일 선물로 지정한 혼다 오토바이 사주려고 삥땅까지 쳤음에도 정작 생일 파티에서는 문보살이 바닥에 던져준 사탕 한 개에 만족해야 했던 빠X이님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참아도 결혼.. 아니 키보드 변경은 그 중 최악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키보드를 이 따위로 망가뜨린 레노버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지만 한 번 망가진 키보드 배열은 되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클릭 버튼을 터치식으로 변경했다가 워낙 반발이 거세자 버튼식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고 레노버 수석 디자이너가 레트로 씽크패드를 만들  지도 모른다는 떡밥을 날리고 있어 아직 팬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를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 십년의 전통을 가진 씽크패드에 대한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전세계적입니다. 사용자들은 레트로 씽크패드란 추억 팔이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오는 모든 씽크패드가 레트로의 모습을 가지길 원하지만 더 얇게, 더 가볍게, 더 오래, 더 뽀대나게란 노트북 디자인 트랜드 상 더 이상 이전 같이 투박한 디자인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씽크패드는 더욱 더 망가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레트로 씽크패드: 현 레노버 수석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힐이 씽크패드 본연의 모습을 담은 특별한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사용자들의 기호를 조사한 결과 나온 컨셉 제품, 화면비, 로코 컬러, 무게, 내장 가능한 하드 개수 등에 요청이 분분했지만 키보드 만은 압도적인 비율(80.3%)7열을 선택했다.

(이미지 출처: http://blog.lenovo.com/tag/retro+thinkpad)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8년에 아이폰을 들고 나온 이후,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PC 분야도 가볍고 저전력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폰 이후부터 CPU의 발전도 성능 보다는 저 전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얼마나 더 적은 전력으로 이전과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때문에 최신 CPU2010년 경의 CPU 보다 성능이 더 떨어집니다.

 

넷북이니 울트라 PC니 요란한 이름의 제품들이 다 이런 유행 을 타고 나온 쓰레기들이었습니다. 인텔이 전력 사용량이 낮은 만큼 성능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낮은 CPU를 발표했고 대만 제조사들이 이 CPU로 무늬만 노트북인 제품을 양산했습니다. 한 때 공정의 히트를 한 eee PC는 작고 가벼웠지만 성능 역시 허접해서 도저히 업무에 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쓸모 없는 제품들이 인터넷 웹서핑용이란 핑계로 여러 업체에서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애플의 맥에어가 출현한 이후 모두 쓰레기 하치장으로 직행하고 말았습니다. 잡스는 얇고, 가볍고, 아름다우면서도 성능이 쓸만한 제품은 어떤 것인지 실제로 보여 줌으로써 경량 노트북의 청소부를 자임했습니다. 이 아름답고 쓸모 있는 제품은 아직까지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맥북 에어: 2008, 잡스는 서류 봉투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퍼포먼스로 맥북 에어의 출현을 알렸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일체형인 바디, 오래 가는 배터리,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고성능잡스는 휴대용 경량 노트북을 재정의했다. 여러분이 지금 쓰고 있는 1kg 이내의 노트북은 모두 맥북 에어의 모조품이라고 말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이미지 출처: http://www.theregister.co.uk)


 

이후 인텔도 분발하여 최적화된 저전력 CPU 를 만들었지만 아무리 최적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CPU의 성능이란 사용한 전력량에 비례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고성능 CPU2010년 제품과 최신 제품이 전력량은 차이가 없으므로 성능면에서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경량 노트북에 많이 사용되는 저전력 CPU2010년에 비해 훨씬 전력을 덜 먹는 반면 성능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최신 컴퓨터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SSD라는 빠른 하드디스크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SSD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저장장치로 사용한 하드디스크 대체품으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데이터 저장용보다는 윈도우 시스템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256GB가 많이 팔리고 이 용량 대의 제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합니다.

 

SSD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하드디스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차세대 저장장치입니다. 50년 이상 된 기술에 기반한 하드디스크를 구닥다리 LP라고 하면 SSD는 최신 USB 메모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LP는 보관에 주의를 해야 하는 커다란 플라스틱 원판을 모터로 회전 시킨 후 원판에 새겨진 데이터를 물리적인 바늘을 접촉하여 읽어 내는 음향기기인데 사실 내부 동작이 하드디스크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드디스크도 회전하는 원판을 물리적인 자기 바늘(하드디스크 암)로 데이터를 읽습니다. 읽기 동작 중에 충격을 받으면 하드디스크 원판을 바늘이 긁어서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도 동일합니다. 하드디스크 복구 업체에서 하는 일도 고장난 하드디스크의 바늘을 교체해가면서 긁힌 부위를 건너뛰고 데이터를 읽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충격을 받은 하드디스크는 결코 데이터 복구율이 100%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 제 인생의 어느 한 때 SSD로 생긴 아픈 상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자꾸 산으로 가고 있어서 SSD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중단합니다. 제 블로그에는 이미 십년 전에 써 놓은 SSD와 하드디스크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최신 SSD: SSD는 성능, 단위 면적당 용량에서 이미 하드디스크를 뛰어넘었다.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를 버리고 SSD를 위한 전용 인터페이스도 마련되었다. 기껏해야 초당 150MB 속도에 그치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최신 SSD는 초당 3500MB의 속도를 자랑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extremetech.com/)


 

요즘 SSD 경험자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낸드 플래시 제조 방법이 발전해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SSD와 하드디스크는 가격 차이가 100배 이상이었는데 최근에는 5배 이내(2.5인치 1TB 하드디스65000, 1TB SSD 250달러)까지 좁혀지고 있습니다.

 

2010년에 구입한 컴퓨터는 지금 사용하기에는 무척 느릴 것입니다. 그 당시 대개 메모리를 2GB에서 4GB정도 쓴 탓도 있지만 속도가 느린 가장 큰 이유는 윈도우가 하드디스크에서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0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SSD로 바꾸는 것 만으로도 최신 컴퓨터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메모리를 8GB16GB로 올리면 아주 날아다닐 겁니다.

 

T520: 씽크패드 본연의 모습을 지킨 제품, 빠르고, 견고하며, 확장성이 높고 안정적이다. 다양한 입출력 포트는 현장에 데스크탑을 들고 간 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2011년 제품이므로 발표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으나 내가 이 제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http://notebooks.com)

 

 

 

  T520이 그랬습니다. 15.6인치 FHD인 화면은 지금도 별 손색이 없는 스팩입니다. 2011년 당시 노트북에 달 수 있는 최고 사양의 CPU (i7-2860QM)  장착했고, 메모리를 16GB까지 빵빵하게 채웠으며최근에는SSD512GB로 업그레이드까지 했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 최신 노트북에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CD-ROM을 빼고 그 자리에 2.5인치 2TB 하드디스크도 달았습니다.)

 

아무리 최강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어도 업글병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므로, 사실 T520을 쓴 지 1년이 지나기도 전부터 T520에서 벗어날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업글병이 도질 때마다 기변을 생각했지만 T520은 그나마 제대로 된 씽크패드라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모델이라 간단히 기변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변할 최신 씽크패드를 살펴 볼 때마다 그 허접함으로 인해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T520은 성능 면에서도 최근 하드웨어에 전혀 뒤지지 않아서, 느려서 바꾼다는 핑계도 댈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T520 이후에 나온 T530, T540, T550, T560, T570 등은 긴 사용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저전력 CPU를 사용하고, 두께를 줄이기 위해 CD-ROM을 제거하고, 유행을 따라가려고 키보드를 간소화하는 등 삽질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제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그나마 본격 씽크패드 라인업인  T시리즈를 제대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고 할만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인성.


(예고를 해야 글을 쓰게 됩니다. 다음 글은..... 수요일 저녁에 올리겠습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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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 프로필사진 정해준 2017.02.13 13:56 신고 재미있는 글 언재나 감사드립니다.

    저는 학생이라 구형 펜린 노트북(R510)에 64G 짜리 SSD(ADATA SP900) 넣고 CPU올리고(t9400) 램 올려서(4G) 사용중인데요, 진짜 SSD가 좋기는 하더군요. 최소 3년은 거뜬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업글병 말기라 쿼드코어 CPU (Q9100)를 알리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도박을 해볼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문제는 업글을 한다고 해도 백라이트도 개조해서 LED로 만들고 싶고(CPU를 바꾸면 소비전력이 올라가서 런타임이 짧아질테니 필요할것 같습니다.), 키보드도 바꾸고 싶고(스페이스바 키가 약간 이상합니다.), 배터리 리필(런타임과 무게를 위해서입니다.)도 해야하고 하다보니 새거 사는게 돈이 덜 들것 같습니다...ㅋㅋ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혹시 말씀하시는 그 노트북, thinkpad P50 아니신가요...?ㅋㅋ
    좋아보이긴 한데 가격이 어마어마 하더군요...ㅎㅎ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17.02.13 14:06 신고 ^^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halfances.tistory.com BlogIcon 반쪽사서=엔세스 2017.02.14 15:36 신고 제가 이 글을 보고 지금 T520 중고제품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고고 출시된지 오래됐으니까 싸겠지, 했는데 부품 업그레이드된 걸 보니 어지간한 신형들하고 비슷한 가격까지 올라가네요.

    사고픈 사람 입장에서는 좀 그렇지만, 그만큼 씽크패드가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 프로필사진 정하은 2017.02.15 11:03 신고 Thinkpad 글을 보고 반가워서 댓글 남깁니다.
    저는 2012년에 나온 T430s 모델을 만5년째 쓰고있는데요, 글에서 지적하신바와 같이 성능면에서는 사용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키보드는 6열이지만 2012년 모델까지는 확장성이 보장되어있었던 터라 어마어마한 확장성으로 5년동안 잘 쓰고있네요. msata슬롯에는 SSD 256GB를 꽂고, 기본하드는 최근에 2TB로 교체하였으며 ODD포트 또한 HDD모듈로 대체하여 1TB HDD를 장착하였네요. RAM또한 초기엔 4+4로 쓰다가 지금은 8+8=16GB로 완전 날아다닙니다. CPU는 i5 2.5GHz 인데 역시 클럭수로는 요즘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매년 기변욕구가 솟아오르지만 돈도 없고 지금 노트북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넣었고 또 결정적으로 요즘은 확장성 떨어지는 노트북 천지라 기변할 모델이 없네요ㅠ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17.02.15 16:06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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