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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4. 업글병은 어떻게 치유하나요? 본문

삽질기8-일체형 컴퓨터라도 창피하진 않아!

4. 업글병은 어떻게 치유하나요?

미닉스 2017.01.24 23:39

씽크패드 노트북과 화면 해상도 높고 빠른 데스크탑에 맥을 깔아 쓰면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고질적인 업글병은 이렇게 안정적인 때를 견디지 못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모든 최적화가 다 끝났습니다. 모든 하드웨어가 최상의 상태로 동작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접고 작업에만 몰두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시스템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가 오히려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런 성향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올해 아이폰을 발표한 잡스가 내일 그 다음 아이폰을 구상하듯이 저도 컴퓨터 분야에 입문한 순간부터 언제나 변화를 갈구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286을 쓸 때는 386을 꿈꾸고, 386sx를 쓰면서 코프로세서를 찾아 헤매고, 인텔 CPU 보다는 AMD cpu를 구하려고 용산을 뒤졌습니다. 허접한 VESA 채널 메인보드보다는 EISA 메인보드를 쓰고 싶어서 환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는 IBMMCA 보드를 더 갈구했지요. 도스 보다는 Sco Xenix를 더 좋아했습니다. 386/ix의 도스 에물레이터로 돌렸던 도스 화면의 느릿느릿한 스크롤도 기억납니다.

물론 학교 전산실의 아름다운 맥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최종 선택은 미닉스로 시작한 유닉스였습니다. 플로피로만 사용 가능하던 미닉스 1.2 운영체제를 하드디스크에서 부팅 가능하게 개조를 했더니 방학이 훌쩍 지나갔던 기억도 있군요. 한편 학교에 설치된 메인프레임 IBM 3090으로 쓴 bitnet으로 알 수 없는 외국인과의 채팅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결국 저는 bitnet을 통해 리눅스 플로피 이미지를 다운 받아서 리눅스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제가 리눅스를 사용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 멋있다는 X-windows를 제 컴퓨터에서 써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Xenix, 386ix, 트라이젬의 기억도 안 나는 유닉스를 거쳐 미닉스까지 모두 실패하고 결국 리눅스에서 엑스윈도우 화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엑스 윈도우의 Xeyes 눈깔이 제 마우스를 따라 올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물론 그 때 이후 저는 10년을 리눅스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glyph.twistedmatrix.com/2008/12/x-window-system.html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leeks219/30135789230

MS 윈도우와 X-windows 비교: MS 윈도우가 개허접일 때 엑스윈도우는 이미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이언트 서버 모델로 윈도우를 돌릴 수 있었다. 그래픽도 멋있었고 멀티타스킹도 부드럽게 돌아갔다.

 

리눅스는 언제나 베타였고 바꾸어야 할 것이 산적했으며 새롭게 알아야 할 분야가 끝없이 존재했습니다. 리눅스에 10년을 빠져 있었지만 여전히 저는 리눅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습니다.

리눅스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늘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은 켜 놓고 있었습니다. 1024x76060Hz 로 동작하던 씽크마스터 17인치 브라운관 모니터를 갖고 싶어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 때쯤 벌써 레이저 프린터에 대해 눈이 떠서 하이마트 전시장에 있던 HP lajerjet 2p를 전시품으로 할인해서 100만원에 업어온 적도 있습니다. HP 잉크젯 505k에 파카 잉크를 넣어 절약해 보겠다고 애쓰던 때가 같이 시기였습니다.

저는 아마 전자제품에도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명품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열정을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태도는 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0년대 말 성난 황소(raging bull)”란 영화를 구하기 위해 애쓰다가 강남의 으뜸과버금까지 찾아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젊은 한 때 성공 가도를 달리던 복서가 성격적인 문제를 이기지 못해 아내와 동생 등 가족과 멀어진 후 은퇴하면서 하던 사업까지 망하는 바람에 술집에서 스텐딩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는 한 인생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저는 30년 전에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 영화가 주는 불편함과 불안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달아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젠 그 때와 달리 몇 천원만 내면 인터넷에서 금방 이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불편해서 이 영화를 다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 젊음의 아픔과 섞여 있어서 따로 분리가 어려운 추억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플로피가 마음에 안 들어 용량 많은 외장 저장 장치인 120MB짜리 iomega 사의 Zip1GB 용량의 jaz에 심취했던 기억도 있네요. 그 때 처음으로 해외 직구를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유닉스에서 usenet을 통해서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웹브라우저가 나오기 훨씬 전에 텍스트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했었습니다. Pc통신도 있었지만 리눅스 커널을 빨리 구하려면 유저넷이 필수였습니다. 주로 alt.binaries.linux를 주로 접근했는데 나중에는 alt.binaries. 이하 다른 뉴스그룹을 더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IMF를 겪으면서 제 삶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 때쯤 처음으로 씽크패드를 접했습니다. 리눅스 때문에 특채된 회사에서 원하는 것이 뭐냐고 하길래 갖고 싶었던 씽크패드를 사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그 때 가격으로 거의 오백만원이 넘었던 제품이었습니다. 사실 그 때는 IBM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가지고 싶었을 뿐 두껍고 무거워서 그렇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후 다른 노트북을 써보고 하면서 결국 씽크패드에 빠지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고성능 서버 수 천대를 동작 시키고 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것은 주로 씽크패드 노트북이었습니다. 더 이상 데스크탑에 대한 관심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새로 살 때 가장 성능 좋은 것을 찾는 정도였습니다. 그래픽도 내장 그래픽에 만족했습니다.

770Z: 씽크패드 노트북의 완성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제품. 그 때는 그래도 멋있었는데 이젠 너무  두꺼워 돌아갈 수 없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물론 IT를 떠나 글쓰기에 몰입할 때 만난 770Z를 쓸만하게 만들기 위해 애 쓰던 때도 있었습니다. 성능 문제 때문에 결국 770Z는 떠나 보냈지만 그 이후 정말 만족스러운 씽크패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씽크패드가 레노버로 넘어 가면서 키보드가 나빠지고, 조립 상태도 엉망이 되고, AS도 별로라는 소문이 돌고이젠 씽크패드도 더 이상 위대하지도 남다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었습니다.

30년간 보조 저장장치로 군림한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SSD가 출현하면서 한 동안 여기에 빠져 살기도 했습니다. SSD 칩 제조사와 제휴하여 개발도 했습니다. SSD를 서버에 적용해보기 위해 성능 테스트도 진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SSD에 들어가는 낸드 구매 가격보다 더 싸게 삼성 SSD를 파는 바람에  SSD 분야에서도 철수를 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노트북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IT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드웨어를 함부로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잘못하면 하루가 날아가는데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으니까요. 윈도우 새로 까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동기화시키고 윈도우 시스템은 백업을 해 놓았습니다.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그저 워드 머신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업글병까지 무시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키보드, 더 좋은 화면, 더 빠른 CPU, 더 성능 좋은 GPU, 더 많은 램에 대한 욕구는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제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CPU의 성능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고, 게임은 별로 하지 않는 탓에 GPU의 발전에는 둔감할 뿐이었습니다.

키보드에 대한 욕구는 늘 새로운 키보드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게 해주었지만 기계식은 시끄럽고 손가락이 아프고, 리얼포스는 별로 취향이 아니고, 해피해킹은 인간을 위한 키보드는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을 뿐입니다. 어떤 키보드도 빨콩 달린 씽크패드의 편리함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빨콩은 타이핑 도중 마우스를 쓸 때도 키보드 기본 위치에서 손가락이 이탈하지 않게 만들어 주니까요. 저는 특별히 까탈스러운 것도 아니고 특이한 것에 집착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 씽크패드의 빨콩 달린 키보드에 익숙해져 버려서 다른 것으로 이전이 불가능해졌을 뿐입니다.

화면은 24인치 1920x1080, 27인치 2560x1440 정도면 만족합니다. 다만 애플의 HiDPI 을 사용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24인치짜리 3840x2160 모니터를 찾는 것이고, 27인치 5210x2880 모니터를 구하고 싶은 것이지요.

애플은 정확히 사용자의 욕구를 간파해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27인치 5K 아이맥이 바로 그 제품입니다. 물론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애플의 하드웨어를 쓸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 보았으나 아직 PC에서는 5K 화면을 디스플레이할 하드웨어가 없습니다.

억지로 하려고 하면 애플 공홈에서 974달러짜리 LG 27인치 5K 모니터를 구입하고 썬더볼트 지원되는 그래픽 카드를 구해야 하는데 이런 그래픽 카드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니면 델이나 HP5K 모니터를 사고 Displayport2개 달린 그래픽 카드를 구해야 하는데 이런 그래픽 카드도 상당히 비쌉니다.


LG5K 모니터: 이것도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다. 적어도 한국 기업이라면 본사에서는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LG? 안 그런가?

 

그래서 모니터는 28인치 UHD로 타협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쓰레기 같은 TN 패널인데도 말입니다. 영화 볼 때 잠깐만 참으면 나머지는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인터넷이나 문서 작업할 때는 색감도 좋고 반응 속도도 빨라서 마음에 드니까요. 영화는 그냥 TV 연결해서 보고 있습니다.

키보드에 대한 욕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로 풀어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타협해도 근본적인 업글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 하나 부품에 대해서 납득을 해도 아예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텔도 오덕들의 이런 욕구를 정확히 겨냥하여 매년 CPU 제품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실 인텔 CPU2011년 샌디브릿지 이후 성능에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내장 그래픽 성능은 조금 좋아졌지만 외장 그래픽을 쓴다면 이 또한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벌써 스카이레이크 CPU는 낡은 것이고 카비레이크 정도는 써줘야 컴덕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생각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카비레이크는 4K@60Hz HEVC main10영상도 하드웨어 가속을 할 수 있으니까요. 스카이레이크는 main 8 밖에 못하잖습니까? 어엄처엉난 차이죠.”

하드웨어 발전을 그 극한까지 왔고 이런 차이들이 마케팅적인 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기변에 대한 욕구는 잠재 의식 밑바닥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조그만 핑계라도 있으면 곧바로 새로운 기기를 구입할 계획부터 세우는 것이죠. 저도 맨날 하는 일이 이베이에서 씽크패드 최신 기종인P70, P50을 검색하는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꿀 것은 없고 고칠 것도 없습니다. 업글할 것도 없고 기변할 이유도 없습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영혼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해결 방법이 어려울수록 더 흥분됩니다. 본 투 삽질의 본능이 꿈틀댈수록 안정적인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뭔가 변화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개선할 것이 없다면 억지로라도 뭔가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만만한 것이 노트북 기변입니다. 노트북은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가진 하드웨어가 너무나 완벽해서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기간 씽크패드만 사용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 노트북도 당연히 씽크패드 제품이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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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 프로필사진 정해준 2017.01.25 00:52 신고 "씽크패드가 레노버로 넘어 가면서 키보다가 나빠지고" -->>오타가 있네요....ㅎㅎ

    인텔 cpu가 모래다리 이후로 성능변화가 별로 없다는건 약간 충격이네요....한40% 정도는 차이가 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네요....(물론 소비전력 이야기가 나오면 많이 달라지겠지만요..ㅋ)

    빨콩만 없었다면 h56(무려 데스크톱용 cpu를 탑재했다고 합니다.AS랑 드라이버 지원과 같은 구매후 서비스가 불가능에 가까운건 흠이네요.)같은 "일반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고성능 노트북 사시면 되는데 아쉽네요.....저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제대로 접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가 검콩(?)달린 hp노트북 써서 저도 잠시 써봤는데요, 솔직히 신기하긴 한데 저는 마우스가 더 편하더군요...ㅋ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17.01.25 02:15 신고 오타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산운 2017.01.26 14:12 신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영혼은 잠에서 깨어난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


    강남의 으뜸과 버금이 뭔가 했네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17.01.26 16:02 신고 찾아보니 아직도 영업하는 가게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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