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56 道 : 글 속으로 가는 길)
道: 글 속으로 가는 길 2011/12/25 08:50그러나 이런 태도로 오래 가지 못했다. 아무리 글의 소재로 활용하려고 해도 현실의 사건들을 즉각 그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험이란 세월이 지나고 뒤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날 수 있었다. 아직 숙성되지 않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웠고 애써 그것들을 서술하더라도 다만 일기장에 쓴 신변 잡기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그는 다시 평범한 일상을 주로 묘사하는 글에 매달렸다. 존경 받는 노소설가가 사춘기 시절의 내밀한 비밀에 관해 쓴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일이었다. 노소설가의 글은 길었지만 별 내용이 없었다. 제자도 자신의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런 식으로 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노소설가의 글보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일 수 있게 만든다면 훨씬 더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훈이 될만한 내용까지 첨가한다면 아마 훨씬 뛰어난 글로 평가 받을지도 모랐다.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들떠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제자는 남들이 알아주는 사람도 아니었고 내세울만한 개인적인 성취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 담긴 감동과 교훈적인 내용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사람들이 그의 경험을 교훈의 대상으로 생각해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자의 삶의 경험은 그저 한낱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보기도 전에 보고 싶은 내용을 이미 정해 놓고 있었다. 원하는 내용만 듣기를 원하는 자들에게 그의 이야기는 그저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도 저도 실패했지만 완전히 절망할 단계는 아니었다. 다행히 언제나 그는 자신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의문이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으므로 그는 우선 이것에 대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부분까지 써보기로 했다.
그가 보기에 세상은 거짓과 위선, 사기와 협잡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살아오면서 세상이 믿을 만하다는 증거를 찾아 다녔으나 여태까지 그런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세상이란 어쩌면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품고 있었고 이에 대한 해답을 글을 통해 추구해 보기로 결심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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