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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빼앗긴 자유

하늘엔 빛난 별 우리 집엔 평화 2007/01/23 20:29

1. 빼앗긴 자유

 

1980년대 초기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나타났을 때 형편없는 성능만큼이나 사용하기도 불편했습니다. 애플을 시작으로 XT, AT, 386 등등…… 제대로 동작이라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요. 알 수 없는 이유로 부팅되지 않는 본체를 들고 용산으로 뛰어갔던 기억도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돌아가게 하더라도 사실 별로 할 것이 없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는 광고에 속아 백만 원이 넘는 기계를 구입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 생산적인 도구로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SIMCGA 돌려서 테트리스나 페르시아 왕자만 열심히 했었던 기억뿐입니다. 컴퓨터 전공자였던 저에게도 개인용 컴퓨터는 비싼 오락기에 불과했었던 것이지요.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 워즈니악과 잡스, 하드웨어 천재와 이를 알아 본 자. 이 둘에 의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 만의 컴퓨터를 갖게 하고자 했던 해커들의 꿈이 실현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www.granneman.com/images/jobs_and_wozniak_1975.jpg

  


자유의 구현: 워즈니악은 애플 하드웨어에 오픈 아키텍처를 구현했다. 사용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제품을 마음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철학은 아이비엠 피씨에까지 그대로 전수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www.digibarn.com/collections/systems/appleIIe/DSC02216.JPG

 



자유의 진보: 아이비엠은 CPU와 운영체계도 다른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여 피씨를 만들었다. 초기 매뉴얼에는 바이오스 코드 소스 전체가 인쇄되어 있었다. 컴팩이 이런 오픈 정책을 기회로 최초의 호환 기종을 만들어 냄으로써 아이비엠 없는 아이비엠 호환기 시장이 펼쳐졌다.

이미지 출처: http://www.dma.eui.upm.es/historia_informatica/Fotos/Maquinas/ibm%20pc.jpg

http://www.cedmagic.com/history/compaq-portable.jpg

 

 

 

도구로써 특별히 활용할 일이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를 게임기로 전락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컴퓨터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뿐이었습니다. 각종 하드웨어를 조사하고,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고, 직접 부품을 구해서 조립하고, 튜닝을 통해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컴퓨터과를 다닌다는 이유가 큰 핑계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이런 매니아적인 취향에 매달려도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훌륭한 학생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컴퓨터라는 기계 자체에 대한 관심은 용산을 가깝게 여기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때에도 대기업 제품이 있었지만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용산의 조립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가격만 비싼 대기업제품보다는 싸구려로 취급 받던 대만제 부품들이 오히려 세계적인 표준을 잘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표준을 지킨 제품들끼리는 호환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할 때 본체를 모두 바꾸지 않고 원하는 것들만 교체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 용산은 컴퓨터 애호가에게 너무나 아름다운 성지였지요. 주말이면 일이 있든 없든, 돈이 있든 없든 그 곳으로 놀러 가곤 했습니다. 전자랜드, 선인, 나진 등등 수 많은 매장에는 언제나 새로운 하드웨어가 넘쳐났고 사고 싶은 제품은 셀 수도 없었지요. 잠시라도 소유욕을 충족시키고 조금이라도 빨리 최신 제품을 먼저 써보기 위한 방편으로 아는 사람들의 컴퓨터 조립을 도맡아 해주기도 했습니다. 취미와 아르바이트 삼아 한 일이라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신제품을 직접 써보고 싶다는 욕구는 만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자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경험이 늘어나면서 저는 어느 새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용산의 구조와 생리도 알게 되고 어떤 제품을 어디 가서 어떻게 사야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회사 제품은 어떤 경우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도사처럼 파악하게 되었지요. 하드웨어들의 과거 역사와 현재 모습 그리고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도 가지게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 예측대로 된 것은 별로 없지만……

 

애플과 IBM, IBM IBM 호환기를 만들어낸 컴팩, EISA VESA의 인터페이스, 인텔과 AMD, 베리떼와 3dfx의 그래픽 카드,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 워드퍼팩과 워드, 윈도우와 OS/2…… 이들이 서로 경쟁할 때 한 쪽을 응원하고 다른 쪽이 지기를 바라기도 하고, 기대했던 것들이 실패하고 오히려 나쁜 제품들이 시장을 석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컴퓨터 자체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갔습니다.

 

 


도스: 한 사람의 배를 불렸으나 모든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했던 운영체계, 어느 날 스승이 말했다.
도는 모든 소프트웨어에 존재하느니라 제자가 물었다 휴대용 계산기에도 존재합니까? 그렇다 비디오 게임에도 있습니까? 그렇다 도스에도 존재합니까? 스승은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프로그래밍의 도 4.3)

이미지 출처: http://encyclopedia.quickseek.com/images/Msdos622.jpg

 


도스의 비밀 문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스의 특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자신들만 사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응용프로그램들은 이 루틴들을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성능과 안정성에서 다른 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윈도우 시대에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런 의혹은 여전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lmet.fr/www.lmet.fr/icons/Scans13/Big/9780/20/16/32/873.gif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함께 보낸 시간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저는 진작에 리눅스라는 운영체계를 주로 다루는 분야로 가버렸지만 도스와 윈도우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리눅스보다 도스와 윈도우 때문에 고생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도스는 피씨를 부팅만 시켜줄 뿐 자신은 거의 하는 것이 없었지요. 유저 인터페이스는 물론 웬만한 하드웨어 제어조차 응용프로그램이 직접 다 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도스 위에서 동작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의 설정과 매칭으로 날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부팅에 밖에 필요 없었던 도스 자체의 기본적인 설정까지도 사용자가 다 조절해야 했습니다. Config.sys 설정 파일과 autoexec.bat를 조절하고 qemm386으로 좀 더 많은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재 부팅을 했었던지…… 그렇게 확보한 추가 메모리가 무슨 소용이 있었던지……

 

그래서일까요? 최근에 구입한 PDA가 메모리 부족 에러 메시지를 내뿜곤 하지만 그 어떤 최적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무의미한 집착은 예전에 끝장을 보았으니까요. 다 부질없고 헛된 일입니다. 이 따위 운영체계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비난에도 지쳐버린 지 이미 오래지요. 에러가 뜨면 메시지도 보지 않고 그저 OK 버튼만을 누를 뿐…… 아무리 애써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 옛날 환경은 열악했으나 사람들은 깨어 있었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최적화를 해서 사용했지요.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컴퓨터의 내부와 바닥까지 들어가서 호기심을 충족시켰습니다. 컴퓨터에 숨겨진 비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수 많은 제품들이 서로 경쟁했고 상호 협조 했습니다. 특이한 아이디어를 제품화 시켜서 팔고, 그 것이 인기를 끌면서 사업화하기도 했습니다. 한 두 명 혹은 서너 명이 모여서 열심히 만든 제품이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기도 했지요. 혼돈은 있었으나 열정과 호기심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었던 초기, 어떤 분야든지 막 태동했을 때 이런 희망과 열정이 타오르지요. 저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고 그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를 기억하면 다시 피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나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가능했었던 그 시절, 아아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그런 열정을 태울 수 있다면……

 







 

소형화의 길: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데스크탑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소형화는 성능의 저하를 가져오고 비 표준으로 인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이미지 출처:

http://www.soldam.com/barebone/pandora_a2/images/b.jpg

http://www.laptop4u.dk/produkter/grafik/IBMX60_01.jpg

http://cbingoimage.naver.com/data3/bingo_72/imgbingo_5/think_ing19/36561/think_ing19_5.jpg

 

 

 

그러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고 세상은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컴퓨터 그 자체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화려해질수록 일반인들은 그로부터 소외됩니다. 개인이 혼자서 프로그래밍을 익혀서 유틸리티를 만들 수 있었던 시대가 가버린 것이지요. 더 이상 개인적인 프로그래밍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도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협업의 산물인 프로그램은 팔리지도 않는 것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도 돈 주고 프로그램을 사지 않습니다. 사이트 홍보용 무료 프로그램들 때문에 셰어웨어는 전멸했습니다. 따로 존재하던 기능들을 운영체계가 모두 먹어 치움으로써 따로 유틸리티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유료 프로그램은 대형프로그램만 남았습니다.

 

개인용 컴퓨터는 인터넷 단말기로서 작동할 뿐입니다. 하드웨어는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고성능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체적인 장구한 역사를 가진 프로그램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확고한 성을 쌓고 경쟁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배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프로그램들은 자신을 배우고 익힌 추종자들을 대동하고 요지부동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돈 주고 사서 쓰든, 불법으로 다운받아 쓰든 모든 사람들은 한 분야에서 한가지 어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합니다. 그 외의 것은 아는 사람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고 만들어지지도 않습니다. 버전 10까지 오른 디폴트 프로그램이 너무나 공고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추어가 만든 간단한 프로그램은 아무도 사용하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개인이 원하는 간단한 기능의 프로그램 하나 만들려고 해도 복잡한 프로그래밍 툴 사용법에 질려 엄두를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육 받은 프로그래머는 부품이 되어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가 될 뿐 혼자서 혹은 소수가 모여 먹고 살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생산해내는 구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좋아질수록, 사용자들이 편해질수록, 교육시키고 배우기가 간단해질수록, 정보가 넘쳐날수록, 인간은 프로그래밍 자체로부터 소외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점차 일체화 되어 가는 부품들: 메인보드에는 프린터포트, 시리얼 포트뿐만 아니라 그래픽 카드, 네트웍 카드 그리고 사운드 카드까지 내장되었다. 원한다면 하드디스크 레이드까지 가능하며 디지털 사운드 출력으로 원음을 손상 받지 않는 전문 오디오 시스템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미지 출처: http://blogs.windowsnetworking.com/wnadmin/wp-content/blogs/33/files/2006/06/115140028653.jpg

 

 

 

부품들 간의 매칭에 대한 지식이 노하우로 대접받던 시대는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좋아진 하드웨어 성능과 안정성 때문에 다루는 데 있어 전문가와 초보자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초보자는 검색으로 금방 전문가의 지식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답변해 주는 자보다 질문하는 자가 더 우위에 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답변자는 자신의 질문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면서도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더 이상 지식의 양으로 인간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계자체도 너무나 발달하여 문제가 생길 부분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분리되어 제작되던 부품들은 가능하면 복합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인터페이스도 간단하고 문제가 없도록 진화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이런 하드웨어의 변경을 자동으로 알아채도록 개선되었고 필요한 드라이버는 업체들끼리 미리 맞추어져 있어서 어느 곳에서도 아무런 추가 작업 없이 하드웨어를 인식시키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CPU, 메모리,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CD-ROM, 그래픽카드 이것이 컴퓨터 본체 부품의 전부입니다. 이들 간의 매칭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완벽한 호환성이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최근 들어 한 번에 인식되지 않는 제품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어떤 형식의 인터페이스에 연결해야 할까요? 그에 대한 지식도 전혀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이 모든 것에 대해서 편리한 메뉴 방식으로 지정해 주니까요.

 

최신 AMD CPU를 구입하면 그에 따라 AM2 메인보드를 사면 됩니다. 반대로 AM2 메인보드를 사겠다고 하면 거기에 꼽을 수 있는 CPU만 메뉴에 나타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쇼핑 사이트에서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어떤 제품이 가장 좋은 것인지 궁금한가요? 인기도 와 판매업체 수 그리고 사용 후기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기 있고 많이 팔린다고 꼭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대세를 따라간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의심이 든다면 선심 쓰듯 포인트를 걸고 질문을 하면 됩니다. 경쟁적으로 오늘 이 순간 최선의 선택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서 답변 해줄 테니까요.

 


청바지 장사: 사용자들이 유통 업체로 넘어 갈 때마다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가격 비교 사이트. 광부가 금을 캐든, 갱도에서 갇혀 죽든 그들은 오늘도 청바지를 팔아 돈을 번다.

 

 

 

정확한 가격을 알고 싶으신가요? 아니 가장 싼 제품을 사고 싶거나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제품을 원하고 계신가요? 그때도 문제 없습니다. 쇼핑몰들 간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하여 가장 싼 곳을 알려주는 싸이트가 있으니까요. 잔인한 세상입니다. 또 다른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단순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냥 죽어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마진을 깎고 깎아서 한국에서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면 단 한 개의 제품도 팔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백원이라도 싸지 않으면 판매자 목록의 상위에 노출될 수도 없을뿐더러 구매자들이 클릭조차도 하지 않지요. 폭리를 취하려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만 사람들과 더 이상 얼굴을 맞대고 흥정을 할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습니다. 판매자는 친절한 대응으로 구매자를 끌어들일 수도 없고, 제품에 대한 자체적인 노하우를 갖춤으로써 경쟁에서 우위에 있을 수도 없습니다. 단골도 없고 신용도 없습니다. 잘못했을 때 순식간에 매장될 가능성은 있지만 소비자를 위해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 때문에 보답 받을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가격, 가격, 가격뿐입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특별한 제품을 독점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마진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경쟁만이 유일한 생존 법일 뿐입니다.

 

소비자는 누가 파는지도 어디서 파는지도 모른 채 물건을 구입합니다. 자신이 물건을 구입한 사이트 조차도 모릅니다. 단지 그 순간 가장 싼 곳으로 나타난 곳에서 구입할 뿐이지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처를 찾는 고생을 할 필요가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AS는 제조사에서 해 주기 때문에 판매자와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들이 만나는 사람은 익일 배송을 위해 수고하고 계신 택배 기사님들뿐입니다. 그분들은 산타할아버지처럼 언제나 기다려지는 반가운 손님이지요.

 

단순해진 기계, 간편해진 구입 방법, 완전 경쟁을 통한 최저가 실현…… 이렇게 해서 사용자의 권리는 완성되었습니다.

 

 


윈도우 비스타: 마이크로소프트 오에스의 완성, 이제 더 이상의 새로운 운영체계는 없다. 앞으로는 비스타를 기반으로 모듈화된 부분 단위로만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상은 완전한 윈도우 지배하에 들어가는 것일까?

이미지 출처: http://www.microsoft.com/japan/presspass/vista/images/winvista_screen_03.jpg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는 네 돌도 지나지 않은 애기까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아무도 컴퓨터를 배우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그리하여 TV와 같아졌습니다. 동네에서 매장을 내고 컴퓨터를 수리해주던 기술자들은 생계를 위협받다가 모두 떠나갔고 남은 기술자들은 대기업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복잡한 부분들은 모두 블랙박스화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물건으로 변하면서 사용자들이 손 댈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본체와 모니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나면 컴퓨터를 끌 때까지 마우스만으로 모든 일을 끝낼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AS 기사가 와서 고쳐줍니다. 하드웨어 고장은 단위 부품을 교체하는 것으로, 소프트웨어 문제는 운영체계를 다시 까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이 되지요.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로 넘쳐나는 컴퓨터를 고쳐서 쓰는 것보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쓰던 컴퓨터를 통째로 버리고 새 컴퓨터를 구입해서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애플의 반격: 애플에서 만든 이 뛰어난 운영체계인 OSX는 인텔 CPU를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애플이 성공할 수 있을까?

http://autopic.sohu.com/auto_images/piclib/zone/attachments/day_050816/813osxB_apps_1_D8r8gggsGeJn.jpg

 



넷스케이프의 부활: 모자익은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애플 사파리의 원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자익 소스를 사들여 익스플로러를 만들었다. 점유율을 뺏긴 넷스케이프는 오픈소스로 전환하여 파이어폭스로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 파이어폭스는 세계 점유율 10%를 넘어섰고 그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리눅스 데스크탑: 서버 시스템을 장악한 리눅스는 그 완전한 자유도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데스크탑으로의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운영체계의 유저인터페이스가 완성되어 갈수록 운영체계간의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서 리눅스가 채택될 기회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발전 추세를 보면 오히려 리눅스 데스크탑이 더 화려하며 최신 기술도 더 빨리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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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leslinux.com/prog_pics/ubuntu-dick.png

 

 

 

그러나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해서 자유를 반납한 후에 컴퓨터 생활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습니다.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 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무력하게 문제가 생기기 이전으로 복구하거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좀 더 능력이 있다면 고스트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합니다. 컴퓨터에는 언제나 이상한 프로그램이 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는 항상 컴퓨터의 자원을 갉아 먹고 있지만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이들을 치료해 준다는 백신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악성 코드를 심어 놓기도 합니다. 성능이 가장 좋다는 백신 프로그램의 실시간 감시 기능은 오히려 바이러스가 걸렸을 때보다 더 컴퓨터를 느리게 만듭니다.

 

컴퓨터에 관해서 생각할 때 인터넷 검색과 게임 그리고 문서 작성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느낍니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낄낄대고 즐거워하지만 물어보면 뭘 했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스스로 뭔가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서 집에서 컴퓨터를 없애버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더구나 인터넷을 끊고 나면 이제 더 이상 컴퓨터는 컴퓨터로써 쓸모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절망적이 됩니다. 컴퓨터는 이제 생산적인 도구도 아니고 재미있는 오락기도 아닙니다. 다른 중요한 일을 할 시간까지 소모해가면서 컴퓨터에 몰입하고 있지만 그 시간이 과연 즐거웠었는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중독 수준에 있는 것은 자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였던 것입니다. 온 가족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되어 살고 있는 이시대, 어떻게 하면 뭔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컴퓨터 자체에 대한 지식이 의미를 가지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해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그냥 사라지고 있습니다. 리눅스라는 완전한 자유 운영체계로 세상을 바꾸어보려던 저의 시도는 좌절 당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자유에 대한 갈망조차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꿈꿀 자유까지 없앨 수는 없었으니까요.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더라도 저는 자유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제 가족과 집에서는 뭔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저만이라도 최선의 방식으로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능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하며, 문제점이 생기면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해 내며, 기계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내는 방식, 해커들의 열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이젠 직접 하지 않는 이런 일에 매달려 보냈던 시간들이 행복했었다고 믿습니다.

 

주기적으로 최신 컴퓨터를 사 주는 것 이상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직접 나서서 하고, 부족한 것을 스스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봅니다. 이런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방법을, 아버지로서 딸과 아들에게 가르쳐야 할 최선의 것은 무엇인지, 중독되지 않고 오히려 컴퓨터를 주도적으로 지배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런 노력의 과정에 대한 저의 경험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기록이 읽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은 의미 있는 것이 되고 아주 약간만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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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noci.net BlogIcon 민노씨 2007/04/22 17:59 Modify/Delete Reply

    와우, 굉장히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계, 기술의 메카니즘을 스스로 조율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그 불안에 대해 언급하셨던 김현 선생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요.
    궁금증이 몇 가지 생깁니다.

    1. 프로그래밍의 도 4.3 이 부분
    인용이신가요?
    아니면 인성님께서 직접 쓰신 것인가요?

    eouia님께서 쓰신
    블로그의 도(The Tao of Blog) - 확장수정 [2005년 12월 26일]
    http://eouia0.cafe24.com/blog2/archives/002862.html#2862
    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도 4.3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도스 부분에 써주신 4.3 부분과 거의 유사한 문장 구성 형태를 갖고 있어서요. 혹은 두 분이 동일인이신가.. 싶은 생각도 얼핏 듭니다만.. 이는 아닌 것 같고 말이죠. ^ ^;;

    이는 물론 사소한 호기심에 불과합니다.

    2. 이는 좀더 본질적인 궁금증인데요. 기술적인 지식을 갖지 못한 어떤 기계, 기술의 사용자들이 빠지는 불안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용자들의 자유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에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모두가 기술적인 지식들을 습득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면, 대다수의 유저들을 오히려 소외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들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한 소수의 유저들이 그런 자신의 지식을 타인에게 '계몽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구요.

    아무튼 이 글 이후의 연재들이 몹시 기대되는 군요.

    좋은 글 블로그에 올려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

  2.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07/04/23 13:47 Modify/Delete Reply

    여러가지 논의 할 부분은 글을 써 나가면서 나름대로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로그래밈의 도는 유닉스 계열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유명한 글입니다. 구글링을 하면 완전번역된 것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3. 그대로 2009/02/17 18:31 Modify/Delete Reply

    제가 느끼는 답답함이 그대로 묘사되어 읽는 동안에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기계와 풀그림을 만드는 게 아마추어 협업 단계를 지나서 이윤 추구 영역으로 들어가버리니까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변해버린 거겠죠. 이윤 추구에는 독점이 가장 유리한 방편이니까요.

    • Favicon of http://minix.tistory.com BlogIcon 미닉스 2009/02/23 17:16 Modify/Delete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위로를 받으셨다니 저로서는 기쁜 일이지요.

  4. 우싱 2011/08/10 22:04 Modify/Delete Reply

    와..... 번지르르하고 알맹이 없는 쓰레기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에서 처음으로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인간답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 방통위여 인터넷을 구원하소서 글에 감명받아 여기까지 와서 댓글을 답니다. 감동입니다.. 애독자가 될거에요. 꼭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완성이 되어서 인터넷 세상만이라도 사람 사는것으로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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