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박쥐 – 무력한 원작 본문

영화이야기

박쥐 – 무력한 원작

미닉스 김인성 2009.04.30 16:58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 박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박쥐 – 무력한 원작

  1. 뱀파이어는 그냥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장치일 뿐임.
  2.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다. 그들은 친구를 죽이고 시어머니를 반신불수로 만들고 결국 죽음을 택한다.
  3. 김옥빈은 화면상에서 매력적이지도 매혹적이지도 않다. 아무리 뱀파이어라고 하지만 신부가 파계를 결행할 대상으로는 너무 빈약하다. 아름답거나, 퇴폐적이거나, 자애로운 친절을 베풀었거나, 불쌍하게 느낄 정도로 구박을 받고 있거나…… 김옥빈에게서 섹시함이나 현숙한 글래머틱한 느낌이나 그도 아니면 최소한 아찔한 땀냄새라도 나야 할 텐데, 그냥 뻣뻣하게 연기 못하는 여배우 하나가 어색하게 화면을 채운다.
  4. 파계한 신부와 서로 육체를 탐닉하는 장면도 무덤덤, 서로 애틋해하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자제하려는 신부의 진정성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죄책감을 느껴 행위를 멈춘 신부에게 그녀는 말한다. "호들갑 떨지 말고 일루 오세요" 옥빈의 짜증내는 연기의 자연스러움!!
  5. 뱀파이어인 그들은 옥죄어 오는 수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세상의 규칙은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하거나 자멸하게 하지 못한다. 초월적 존재들은 관객이 느껴야 할 최소한의 영화적 긴장도 없애 버린다.

  1. 그들을 지켜보는 자들도 없고 뭔가를 강요하는 자도 없다. 시간은 단선적이고 카메라는 그들의 행동을 따라 갈 뿐 바깥에서부터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뱀파이어가 된 여자는 닥치는 대로 죽이는 등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원하면 달아나면 되니까. 뱀파이어가 뱀파이어를 만들고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뭔가가 진행될 듯 하지만 박찬욱은 낄낄거리며 우리의 기대를 의도적으로 배신한다.
  2.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은 오로지 신부의 종교적 책임감에 의존한다. 사실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되짚어 생각해봐도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뱀파이어라는 설정만 없었다면 결국 그들은 옥죄어 오는 수사망 때문에 스스로 절망감에 빠져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지만 뱀파이어들은 수 많은 다른 선택이 있다. 신부의 말처럼 그것은 악마를 위해 순교하는 가장 죄질이 나쁜 것이므로……
  3.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갔었던 것일까? 어느 토요일 아침 슬리퍼 끌고 동네 극장에 가서 아무런 기대 없이 보았던 올드보이의 충격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박찬욱이라면 뭔가를 줄 것 같아서? 이미 친절한 사이보그는 나의 것으로 그의 스타일을 다 알면서? 예고편에서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다까지 알고 갔는데 그 이후에 대해 어떤 기대를 했을까?
  4. 실제 혀 짜르는 장면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는데 잔인하다고 매도한다고 투덜거리며 자신이 절대 고어 영화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우기던 박찬욱 감독에게서 무엇을 더 기대했을까? 사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아무런 예측도 없이 갔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가 펼칠 이야기를 따라 갔을 뿐, 물론 끝나고 보면 그가 늘 하던 그대로인데 실망을 하게 된다.

  1.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친다면 베티블루 37.2나 파리,텍사스 정도? 남들이 죽이는 영화라고 떠들지만 이거 뭐 개뿔도 아닌 그런 영화, 볼 때는 지루하고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면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몇 몇 장면만 부각되는 영화, 그리고나면 영화적 텍스트로 쓰이는 영화, 유럽 쪽에서는 이 영화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홍상수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잔잔한 멜로를 순식간에 고어 영화로 만든 바 있다. 그 후 그는 일상에 좀 더 천착하지만 그의 초기작에서 느꼈던 공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2. 박찬욱은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변모한 홍상수, 조금 더 친절해진 혹은 약간 덜 잔혹한 김기덕 상태인듯이 보인다. 어쨌든 나는 이 삼인의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박찬욱의 유머 코드는 별로 재미가 없다. 영화가 반드시 뭔가를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전제를 하더라도 박쥐는 즐겁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조금은 불편하고 지루하다.
  3. 그래서 어쩌라고? 어떻게 만들라는 말인가? 코미디를 원하나? 형사를 끼워 넣어 수사물로 만들까? 아니면 허접한 나도열을 제끼고 진정한 한국형 뱀파이어 프랜차이즈를 시작해볼까?
  4. 이런 식의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답을 얻어 낼 수 없다. 원작의 힘은 심형래에게도 박찬욱에게도 동일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제대로 된 원작과 기막히게 각색된 시나리오다. 스타일리쉬한 감독일수록 그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위대한 스토리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김인성.

 


신고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대표 완결판 – 중첩된 시간  (6) 2009.09.17
애자 - 초라한 질문  (6) 2009.09.17
박쥐 – 무력한 원작  (0) 2009.04.30
0 Comments
댓글쓰기 폼